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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아들로 키워진 딸입니다 (73)화 (73/127)

공작가 아들로 키워진 딸입니다

73화

메이의 콧대를 눌러 주겠다고 다짐한 클로빈은 막상 2라운드가 시작되니 긴장되어 몸을 달달 떨었다. C급 마물이랑 싸우다가 죽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그 모습을 보던 메이는 한심함에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곳곳에 현직 수호 기사들로 진행 요원을 배치하였으니 위험에 처했을 땐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하시면 됩니다.”

현직 수호 기사들을 곳곳에 배치할 정도면 그만큼 해골귀신이 강하다는 거겠지.

C급 마물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나, 메이는 메달을 따내고 싶은 욕망이 더 컸다.

메이는 가져온 검을 꽉 쥐었다.

‘꼭 메달을 딸 거야.’

“자, 2라운드 시작합니다!”

사회자가 시작을 알리자 참가자들은 네 방면으로 흩어져 각자 원하는 게이트로 달려갔다. 나인 회원들은 전부 같은 게이트에 들어갔다.

1라운드와 달리 2라운드에선 마물 개체 수가 많지 않았다. 직접 해골귀신을 찾으러 다녀야만 한두 마리 보일까 말까 했다.

해골귀신은 뼈다구의 진화형으로 봐도 무방하다. 키가 2m가 넘고 회색 망토를 걸친 뼈다구가 해골귀신이었다.

“젠장, 왜 이렇게 강해?”

해골귀신을 쓰러트리기 어려운지 다들 고전했다. 한계를 느낀 참가자들은 수호 기사를 불러 구출 요청을 하거나 포기 선언을 하기도 했다.

“구해 주세요……!”

“포기, 포기!”

그런 와중에 제드는 간단히도 해골귀신을 무찔렀다. 메이가 가까이 가서 봤을 땐 해골귀신이 얼굴에 검이 찔린 채로 죽어 있었다.

“와…… 대단하네, 제드. 네가 1등이겠어.”

제드는 해골귀신 심장 구슬을 꺼내곤 메이에게 당부했다.

“나 먼저 갈게. 무리하진 말고. 무엇보다도 네 몸이 중요하니까.”

“응. 금방 따라갈게.”

제드는 구슬을 갖고 아카 센터로 돌아갔다. 메이는 해골귀신을 찾아보았다.

‘나도 해골귀신을 쓰러트려야 하는데 왜 안 나타나는 거야?’

주위를 둘러봐도 없거나 다른 참가자가 상대하고 있었다.

한편, 디아고는 멀리서 메이를 주시했다. 해골귀신은 안중에도 없었다.

‘내가 남자를 좋아할 리 없어.’

지치지도 않는지 수백 번째 이 말만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줄곧 메이에게 향해 있는 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다 해골귀신 한 마리가 디아고한테 달려들었다. 디아고가 대충 검을 들어 해골귀신을 겨눈 순간.

“아악!”

붉은 액체가 땅에 떨어졌다.

달려드는 해골귀신에게 집중하지 않고 메이에게 한눈팔았다가 그만 공격당하고 말았다. 눈 깜짝할 사이 디아고의 왼팔에 큰 스크래치가 생겼다.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메이의 귀에 비명 소리가 들어왔다.

‘무슨 소리지?’

비명이 들린 쪽으로 몸을 돌리니 팔을 부여잡고 주저앉은 디아고가 보였다.

팔에서 새어 나오는 붉은 액체와, 공격하려 하는 해골귀신도 보이자 메이는 망설임 없이 그에게 달려갔다.

메이는 제드가 해골귀신의 안면을 공격해 죽인 걸 떠올리며 뛰어올랐다. 그대로 양손으로 검을 붙잡아 해골귀신의 안면을 힘껏 찔렀다.

검이 해골귀신의 단단한 안면을 뚫어 관통했다.

비틀비틀, 털썩― 해골귀신은 그대로 쓰러졌다.

한 방에 해치운 그녀는 해골귀신 안면에서 칼을 뽑아내며 말문을 열었다.

“황자님께선 수호 기사로서의 자질이 없는 것 같군요. 마물 앞에서 주저앉으면 어떡합니까? 죽을 수도 있단 말입니다.”

디아고에게는 그 말이 진심 어린 걱정으로 들렸다.

“나를…… 걱정해 주는 건가?”

메이는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했다. 너는 이게 걱정해 주는 소리로 들리니?

뒤를 돌아 디아고를 내려다보았다. 생각보다 출혈이 심했다. 메이가 그의 앞에서 한쪽 다리를 꿇고 앉아 지시했다.

“옷 벗으십시오.”

“뭐……?”

메이는 그의 옷을 벗기기 위해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디아고는 화들짝 놀래며 몸을 움츠렸다. 귀가 붉어지는 건 덤이었다.

“뭐, 뭐 하는 거야. 너, 변태야?”

“기껏 구해 줬더니만 한다는 소리가 변태입니까?”

“그, 그럼 내 옷을 왜 벗기려고 하는데?”

메이는 답답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지혈을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지금 마땅히 지혈할 게 없으니 옷으로 지혈해야죠.”

디아고는 그제야 이해하고는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알겠어. 내가 벗을 테니까 손대지 마.”

그는 그녀 앞에서 상의를 벗었다. 옷을 벗으니 근육으로 다져진 상체가 드러났다.

디아고는 쑥스러워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며 방황했다. 메이는 그런 그가 희한했다.

‘나인 욕실에서 달랑 수건 한 장 걸친 모습도 봤는데 왜 이제 와서 쑥스러워한담?’

그땐 나가라 해도 나가지 않고 자기 몸 좋다고 자랑스럽게 떠들어 댔으면서.

메이는 그가 벗은 옷을 건네받아 상처 부위를 붕대처럼 감쌌다.

디아고는 자신의 팔을 지혈해 주는 손길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기까지 했다.

좋다니. 정말이지 환장할 노릇이었다.

메이는 옷이 풀리지 않도록 꽉 묶고 난 후 일어났다. 메이가 가려고 하자 디아고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어디 가게. 환자를 홀로 두고 가려고?”

“진행요원을 찾아야죠. 제대로 치료받아야 하니까요.”

“……같이 가.”

디아고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잡은 손목은 놓지 않았다.

“그러시든가요.”

메이와 디아고가 진행요원을 찾아 떠난 후, 근처 풀숲에 있던 클로빈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갔지……?”

클로빈은 디아고가 다칠 때부터 쭉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풀숲에 들어간 이유는 디아고가 다치는 걸 보고 자기도 다칠까 봐 무서워서 숨기 위함이었다.

“진행요원 찾으려고 구슬도 안 꺼내고 간 거 맞지?”

클로빈이 킥킥 웃어 댔다.

“그럼 저건 내 거네?”

클로빈은 풀숲에서 나와 내가 쓰러트린 해골귀신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구슬을 가져갈 셈이었다.

그는 허리를 굽힌 상태로 해골귀신의 몸을 뒤적거리면서 느긋하게 혼잣말했다.

“그러게 구슬을 잘 간수하지 그랬어. 뺏기지만 않으면 뺏는 사람도 없잖아?”

클로빈이 구슬을 꺼낼 그때였다.

씨잉―

클로빈의 목 가까이에 검이 놓였다. 살짝만 움직여도 날카로운 칼날에 목이 베일 거리였다.

“내가 말했지, 두 번은 안 당한다고.”

운 좋게도 메이는 진행요원을 바로 찾아서 디아고를 보냈고, 클로빈이 구슬을 훔쳐 가기 전에 그를 발견했다.

“젠장…….”

“구슬에 손 떼.”

클로빈은 이대로 굴복하는 게 분해서 손에 쥔 구슬을 꽉 쥐다가도 자신의 목에 겨누어진 검을 보다가 천천히 구슬을 내려놓았다.

“손 뗐으니 칼 거두시죠. 이러다 목에 상처라도 생기겠습니다.”

사과는커녕 귀한 몸에 흠집 하나 내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어조로 또박또박.

메이는 얘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나 싶었다.

“내 알 반가?”

클로빈은 잘 못 들었다는 듯이 되물었다.

“네?”

“그게 내 알 바냐고. 네가 다치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클로빈은 기가 차다는 듯 큰소리를 냈다.

“상해죄로 고소당하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살인미수죄?”

“죄가 성립하려면 증거가 있어야지. 지금 여기엔 우리 둘밖에 없어서 증인을 못 구할 테니까.”

메이는 일부러 얄밉게 말했다.

“이야, 내가 너를 다치게 해도 내가 그런 건지 해골귀신이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장난하십니까?”

클로빈이 신경질을 내자 메이는 칼을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클로빈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내가 장난하는 거로 보여?”

“……아니요.”

생명의 위협을 느낀 클로빈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메이의 시야에 클로빈이 쥔 검이 들어왔다.

“검 내려놔.”

“제, 제가 왜…….”

“검 내려놓으라고.”

단호하게 명령하니 클로빈은 쥐고 있던 검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메이는 발로 그 검을 멀리 밀어 버렸다.

그녀는 그 상태로 무언가를 기다렸다.

“도대체 뭘 하시려고…….”

“어, 온다.”

기다리니 해골귀신 한 마리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해골귀신이 우리를 발견했나 봐. 이쪽으로 오네.”

“예……?”

클로빈은 고개를 움직일 수 없어서 곁눈질로 보았다. 정말로 해골귀신이 다가오고 있었다.

클로빈이 기겁하며 간청했다.

“해, 해골귀신이 저희를 공격할 겁니다……! 제발 이 칼 거둬 주세요!!”

메이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공격하라 해. 공격하려 들면 시간 끌 겸 널 밀쳐 던지고 난 도망가야지.”

“지, 진심이십니까……? 아, 아니죠?”

“진심인데?”

실은 진심이 아니다. 해골귀신 하나 정도야 아까처럼 얼굴을 공격해 쓰러트리면 그만이니까. 그저 겁을 주는 거였을 뿐.

하지만 이를 모르는 클로빈은 그녀가 정말로 그러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무서워했다.

그 와중에도 검에 베이는 건 무서운지 상반신은 떨지 않고 고정한 채였다.

“제, 제발 살려 주십시오. D급도 아니고 C급이란 말입니다! 공격 한 번에 죽을 수도 있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너를 시간 끌기용으로 쓰고 난 도망가겠다는 거잖아, 멍청아.”

곧 울음소리가 들렸다.

“끄윽, 끅, 흐윽…….”

“뭐야, 울어?”

겨우 이 정도 겁준 거로?

클로빈은 울며불며 사죄했다.

“흐윽, 제가 전부 잘못했습니다……. 끄윽, 흑. 살려 주세요, 공자님. 끄윽…….”

“네가 뭔 잘못을 했는데?”

“죄, 죄송합니, 흐윽…….”

“뭐가 죄송한데?”

클로빈은 훌쩍거리며 자신의 죄를 읊었다.

“공자님을 멸시한 죄, 포대를 훔쳐 간 죄, 예의 바르지 못한 죄, 아닌 걸 맞다고 박박 우긴 죄요…….”

“잘 아네.”

클로빈이 자기 죄도 모르는 멍청이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로?”

“네……. 다음부턴, 끄흑, 절대로, 끄흑, 안 그러겠습니다, 흑…….”

클로빈이 몇 번이고 사과했으나 이대로 끝내기는 살짝 아쉬웠다.

‘클로빈 때문에 2라운드에 못 올라갈 뻔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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