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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아들로 키워진 딸입니다 (66)화 (66/127)

공작가 아들로 키워진 딸입니다

66화

고대하던 토요일. 아카대회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대회가 진행될 아카 센터는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와…… 사람 엄청 많다…….”

사람들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곳의 아카 센터는 이전 세계의 월드컵 경기장과 외관이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정중앙에 기둥 탑이 있다는 것. 기둥 탑에서 사회자가 대회를 설명하고, 시작과 끝을 알린다. 가끔은 아이리스와 카시우스가 그곳에서 내려다보며 대회를 관람하기도 한다.

또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월드컵 경기장이라면 경기장 주변으로 관객석만 있겠지만 아카 센터에는 관객석 중앙에 마물 출현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게이트가 있다는 것이다.

마물을 잡는 대회인 만큼, 마물 출현 장소로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마련해 둔 시스템이다.

게이트는 사방에 하나씩, 총 4개가 있다.

나인 회원들은 북쪽 방면 게이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갔을 땐 모두 다 와 있었다.

“제일 늦게 올 줄은 몰랐군, 메이 플로티나.”

디아고의 말에 나인 회원들이 나를 발견했다. 갈리, 비르타, 클로빈은 고개만 까딱거리며 성의 없이 인사를 건넸다.

“오는데 마차가 막혀서요. 아직 시작 안 했죠?”

그때, 두둥― 소리와 함께 아카 센터 내부의 모든 불이 꺼지고 중앙 기둥 탑에만 불이 들어왔다.

제드가 내 옆으로 와서 말했다.

“이제 시작하려나 봐.”

기둥 탑에 있던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대회 시작을 알렸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지금부터 제4회 아카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와아아아-!!”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대회가 힘차게 시작됐다. 사회자는 이번 대회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아카 대회의 주제는 구슬 모으기입니다. 1라운드, 2라운드로 나눠지며, 2라운드는 1라운드에서 구슬을 많이 모은 30명의 참가자만 진출하게 됩니다.”

참가자들은 너무 적게 뽑는다며 아쉬운 소리를 했다.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30명만 진출시킨다니…… 그냥 포기하고 집에 갈까…….”

“적어도 100명은 뽑아 주지.”

눈에 보이는 사람만 해도 300명은 족히 넘었으니 30명은 적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1라운드에선 D급 마물인 뼈다구의 심장 구슬을 최대한 많이 모아야 합니다.”

사회자는 구슬과 포대를 보여 주었다.

“구슬은 주황빛의 테니스공만 한 크기로, 나눠 드리는 보라색 포대에 담아서 보관하시면 됩니다.”

구슬은 내 예상보다 컸다. 커 봤자 탁구공 정도일 줄 알았는데.

구슬 크기가 커서 실력자는 포대가 여러 개 필요할 수도 있겠어…….

“오늘 오전 10시부터 24시간. 내일 10시 정각에 1라운드가 종료됩니다. 휴식은 각자 하나씩 주어진 천막에서 취하시면 됩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참가자들은 기둥 탑 제일 위에 놓여 있는 원형 모양의 거대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시각은 10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5초, 4초, 3초, 2초, 1초…… 1라운드 시작합니다!”

참가자들은 서둘러 대회 스태프들에게서 포대를 받고 구슬을 모으러 갔다.

우리도 포대를 받고선 게이트에 들어갔다. 게이트는 짧은 터널 같았다.

걸어가면서 포대를 살펴보았다. 포대에 줄이 달려 있어 등에 멜 수 있었다.

이동하기 편하게 어깨에 메자, 제드도 나를 따라서 포대를 멨다.

“제드는 뭘 메든 잘 어울리네.”

나는 제드에게 생글생글 웃어 보이곤 디아고한테도 포대를 어깨에 멜 수 있다는 걸 알려 주었다.

디아고는 무척이나 하찮은 걸 보듯 나를 쳐다봤다.

“안 메.”

“왜요?”

“멋없어 보여.”

디아고, 은근 외모 신경 쓰는구나?

“하지만 제드는 멋있는데요?”

“…….”

디아고는 제드를 슬쩍 보았다. 허우대 멀쩡한 놈이 등에 웬 기다란 포대를 붙이고 모델처럼 걷는 꼴이 영 우스꽝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넌 눈이 삐었어?”

“말을 참 함부로 하시네요?”

“포대를 메고 있는데 뭐가 멋져.”

나는 몰라서 묻냐는 듯이 대답했다.

“그야 외모가 완성형이니까요.”

“…….”

디아고는 뚱한 표정으로 제드를 다시 쳐다봤다. 아까 보나 지금 보나 여전히 우스꽝스러웠다.

“이건 좀 아닌데…….”

“혹시 제드 질투하세요?”

뭐, 제드가 많이 잘생겼으니까. 질투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디아고는 전혀 아니라는 듯이 부정했다.

“황당한 소릴 하는군. 난 제드보다 더 멋있어.”

“어느 부분이요?”

순수하게 묻자 디아고는 어이없어하며 자신이 제드보다 더 잘난 점을 늘어놓았다.

“첫째, 제드의 검은 머리칼보다 내 적갈색 머리칼이 더 눈에 잘 띄고 아름답지.”

원래 남주는 흑발이 진리여서 흑발인 건데…….

“그게 멋있는 점이에요?”

“당연하지. 흑발은 사람이 많은 곳에 있을 때 묻히기 쉬워.”

“얼굴 때문에 전혀 묻히지 않을 것 같은데요……?”

디아고는 무시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둘째, 제드는 피부가 희어서 어쩔 땐 창백해 보여. 반면에 난 하얗지도 까맣지도 않고 건강해 보이지.”

“피부가 흰 게 얼마나 매력 있는데요…….”

“셋째, 제드는 다크서클이 잘 생겨. 지금도 자세히 보면 눈 밑이 살짝 어두울 거야. 그런데 나는 아무리 피곤해도 다크서클이 거의 안 생기지.”

“다크서클도 매력인데…….”

디아고가 나를 노려보았다.

“너, 자꾸 말끝마다 토 달래?”

“하지만 제 눈엔 제드가 뭘 입든, 뭘 메든 멋지단 말예요. 황자님이 먼저 제게 눈이 삐었냐고 하셨잖아요.”

“…….”

디아고는 더는 상대하기 귀찮은지 머리를 헝클이며 시선을 돌렸다. 나한테 본인의 잘난 부분을 어필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듯했다.

디아고가 딴 곳을 보고 있는 사이, 나는 제드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제드, 아카 대회는 마력 없는 사람만 참가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너, 마력 있잖아.”

아카 대회 안내장엔 분명 마력을 소유한 사람을 제외한 누구나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마력을 안 쓰면 되지.”

“그래도…….”

“신경 쓰이면 24시간 내내 내 곁에서 내가 마력을 쓰는지 안 쓰는지 네가 지켜보면 되겠네.”

24시간 내내 곁에서……?

붙어 다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래도 되는 건가? 설레서 집중 못 하면 어떡하지…….

행복한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

우리가 게이트로 넘어온 곳은 어느 산 아래였다. 도착하자마자 D급 마물 뼈다구를 해치우며 구슬을 모으고 있는 참가자들이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웃기네. 마물 이름이 뼈다구라니…….

작가가 어지간히 이름 짓기가 귀찮았는지 급이 낮을수록 이름들이 하찮다.

뼈다구는 이름 그대로 뼈다귀만 있는 마물이다.

왜, 할로윈 분장 중에 까만색 바탕에 흰 뼈가 그려져 있는 옷이 있지 않은가. 뼈다구가 딱 그런 모습이었다. 흰 뼈 주위로 까만색 오라가 나온다.

나는 뼈다구를 발견할 때마다 오른쪽 어깨를 노렸다. 검으로 오른쪽 어깨를 내리쳐 심장을 향해 사선으로 쓸면 뼈다구의 뼈가 갈라짐과 동시에 심장 구슬이 툭 튀어 나온다. 쉽게 구슬을 꺼내는 노하우였다.

툭, 데구르르르―

나는 뼈다구를 무찔러서 얻은 구슬을 주웠다. 그리고 메고 있던 포대를 내려놔 구슬을 넣었다.

“벌써 반이나 찼네, 히히.”

모은 구슬들을 보곤 즐거워하며 다시 포대를 멜 무렵, 옆에서 뼈다구를 상대하던 참가자가 뒤로 밀려나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젠장, 겨우 D급 마물인데 왜 이렇게 힘이 센 거야!!”

D급 마물이어도 마력이 있는 마물이니 힘이 센 건 당연했다.

참가자는 점점 더 뒤로 밀려나 나와 바짝 가까워졌고, 나는 포대를 메느라 빠르게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참가자와 부딪히기 직전, 제드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제드……?”

“부딪치겠어.”

그는 나를 끌어당겨 그의 품에 안기게 했다. 덕분에 참가자와 부딪치진 않았다.

그의 품은 아늑했다. 나는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뛰어 대는 심장을 진정시키고자 노력했다.

……이러는 거 유죄 아닌가.

손만 끌었어도 되는 것을, 굳이 품에 안기게 했다. 심지어는 수초가 지난 지금도 날 놓아주지 않고 있다.

진실을 보는 눈으로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거 알면서 이러는 거. 이건 유죄지, 안 그래?

나는 제드 품에 안긴 채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있잖아, 제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 일부러 설레게 하면 벌 받아.”

제드는 나를 내려다보며 가볍게 미소했다.

“벌, 받으면 되지.”

“……어?”

당당하게 대답할 줄 몰랐던 나는 조금 놀랐다.

제드가 나를 풀어 주자 나는 바로 두 발짝 뒤로 떨어졌다. 그리고 어색해지기 전에 장난으로 받아쳤다.

“벌 받아도 모른 척할 거야.”

“어떤 벌일지 기대되네.”

“아주아주 큰 벌이라 해도 모른 척할 거야.”

“내가 아파도?”

“그건…… 모른 척 못 할지도…….”

아픈데 어떻게 모른 척하겠어. 빨리 의원에 데려가야지.

제드의 입가엔 다시 미소가 맺혔다.

“그러면 아주아주 큰 벌이라 해도 괜찮을 것 같네.”

제드는 내게 다가와 아까 미처 못 멘 포대를 메 줬다.

“가자.”

나는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앞서가는 제드를 따라갔다.

“같이 가, 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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