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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아들로 키워진 딸입니다 (63)화 (63/127)

공작가 아들로 키워진 딸입니다

63화

이번엔 제드가 설명했다.

“그런데 펜소가가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나 봐. 미남이 없어서 안 바치는 건지, 있어도 안 바치는 건지. 그걸 알아보기 위해 밀로를 스파이로 펜소가에 보낸 거야.”

“밀로는 헤스티아 님과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밀로가 먼저 헤스티아를 찾아갔다고 들었어.”

“사진 보면 알겠지만 외모가 꽤나 수려해서 헤스티아가 자신을 신뢰하게 만드는 건 쉬웠을 거다.”

“밀로가 왜 그랬을까요?”

“그게 문제인 거지.”

디아고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아마도 싫어하는 내게 알려 줄지 말지 고민하는 거겠지. 그러나 말해 주기로 끝내 결정했는지, 그는 입을 열었다.

“스텔라 나제트 영애와 친하니 알고 있겠지만 나제트 후작에겐 잃어버린 아들이 있어.”

“맞아요. 아주 예전에 아들을 잃어버리셨죠.”

“그 잃어버린 아들이 사진에 나와 있는 밀로야.”

“네……?”

디아고에게 머물던 시선이 빠르게 사진으로 이동했다.

내가 열 살일 적 만났던 남자애. 밀로가 아니라고 부정하던 이 애가 실은 하인드의 아들이 맞았다.

그렇다면 그때 왜 부정했을까. 혹시 기억을 잃었던 걸까?

그리고 디아고는 이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나와 황자님은 펜소가를 몰락시키기 위해 뒷조사를 했고, 그러던 중 밀로와 헤스티아의 관계를 알아냈어.”

제드와 디아고는 펜소가에 스파이로 들어간 밀로에게서 펜소가를 몰락시킬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거라 판단해 그에게 접선을 시도했다고 했다.

“그리고 밀로를 직접 만났지. 그날 밀로가 전부 알려 주더라고.”

글리우곤과 혈투 중에 오른팔을 잃은 디아고의 형, 황태자. 죽을 뻔한 황태자를 구해 준 건 하인드 나제트.

하인드는 황태자를 구하기 위해 글리우곤을 습격했고, 공격이 글리우곤의 급소에 맞았다. 그로 인해 글리우곤은 움직임이 둔해지는 큰 장애가 생겼다.

“이에 복수하려고 나제트 후작의 아들, 밀로를 유괴한 거야.”

아이를 잃어버린 게 아니었다. 그렇게나 자책했는데, 아이는 글리우곤에게 유괴당했던 것이었다.

“그럴 수가…… 후작 부인은 아이를 잃은 괴로움을 못 이겨 자살까지 했단 말입니다……!”

유괴당한 아들 밀로는, 죽은 후작 부인은, 모든 걸 지켜보며 감내해야 했던 하인드는…….

전부 무슨 죄야?

“그게 복수인 거지. 나제트 후작의 가족을 한 명씩, 한 명씩 없애며 최후엔 나제트 후작을 죽이는 거.”

“하지만 후작님은 사람이 죽는 걸 지켜볼 수 없어서 그랬던 거잖아요. 습격해서 급소를 맞을 정도면 죽일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래도 죽이진 않았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가족까지 건드릴 수 있어요……?”

“마물인 글리우곤에겐 그런 건 알 바 아닌 거겠지.”

그저 자신이 하인드 나제트로 인해 장애를 얻었다는 게 중요할 뿐.

그래서 복수를 결심했을 뿐이었다.

어머니가 자살했다는 것,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을 납치했다는 것. 이 모든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된 밀로는 글리우곤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글리우곤은 수호 기사도 두려워한다는 S급 마물. 반면에 자신은 마력도 없는 나약한 인간.

죽이려면 마력이 필요했기에 글리우곤의 비위를 맞추며 마력을 부여받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마력을 부여받는 데에 성공했다는 것까지 디아고가 알려 주었다.

“황실에게 나제트 후작은 은인이다. 그래서 밀로를 도우려고 했지만 그는 자신의 정체가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하고 자신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라며 거절했어.”

밀로가 무엇을 하든 그냥 두기로 했다. 밀로도 펜소가의 만행을 알아 몰락하길 바라니 서로 참견하지 않아도 윈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자신의 정체가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해 달라는 걸 보니 글리우곤을 죽이고 집에 돌아갈 생각인가 보네…….’

그래서 그때도 자신이 밀로가 아니라고 했던 걸까.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진실로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 제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불현듯이 밀로가 헤스티아에게 접근한 이유에 대한 의문이 들더라고.”

“그러게. 헤스티아 님은 왜 만났을까? 수호 기사가 되어 더 큰 마력을 얻으려고 그러나?”

“그것보단 헤스티아에게 복수하려고 접근한 것 같아.”

“뭐……?”

“글리우곤과 함께 헤스티아도 죽일 셈인 거야. 애초에 헤스티아가 수호 기사만 잘 뽑았더라면, 기사들을 잘 교육했더라면 다른 기사단 소속인 나제트 후작이 나설 일은 없었을 테니까.”

수호 기사의 존재 의의는 제국을 수호하는 수호신을 따라 백성들을 이롭게 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헤스티아는 백성들을 이롭게 할 만한 실력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을 오로지 외모만 보고 선출했다.

헤스티아의 욕심으로 한 가정이 파탄 난 셈이었다.

나는 밀로가 근심스러웠다.

“이해는 하지만 헤스티아 님은 제국의 수호신이잖아. 수호신을 공격한다면 분명 살아남지 못할 거야…….”

디아고가 다리를 풀고 반대쪽으로 꼬았다.

“그래서 문제라는 거다.”

“우리는 밀로를 말려야 되는데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더라고.”

“펜소가에는?”

“사람을 고용해 잠입시켜 봤지만 분신만 있고 본체는 없었어.”

“분신?”

“S급 마물이 특별 능력을 사용하잖아. S급 마물에게서 마력을 부여받으면 똑같이 특별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돼. 글리우곤의 특별 능력은 분실술이거든.”

“아…….”

이해 후엔 깨달음이 있었다.

“분신술을 사용한다면 본체를 찾는 건 어렵겠는데……?”

“그래서 밀로를 찾는 것에 협력해 줬으면 해.”

“다른 회원들도 알아? 클로빈한테는 알려 줬을 리 없을 거고, 비르타와 갈리는?”

디아고가 끼어들었다.

“믿음직해야 알려 주든 말든 하지. 오늘 같이 있어 봐서 알잖아. 비르타와 갈리 성격이 어떤지.”

“하긴, 믿음직한 것과는 거리가 멀긴 하죠.”

디아고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딱히 네가 필요한 건 아니니까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우리가 네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고 착각하지 마. 기분 나쁘니까.”

“아녜요. 저도 밀로를 찾을 겁니다.”

하인드를 생각해서라도 밀로를 만나 봐야겠어.

“그럼 그러든지.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해.”

디아고는 먼저 방 밖으로 나갔다. 디아고를 배웅하기 위해 제드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던 나는 디아고가 사라지자 제드에게로 몸을 돌렸다.

“아직 후작님은 이 사실을 전부 모르는 거지?”

“응. 방금 오갔던 사실을 아는 사람은 우리 셋뿐이야.”

“그렇구나…….”

생사도 모를 자식을 애타게 찾고 있을 하인드가 안쓰러웠다.

“너도 밀로처럼 S급 마물에게서 마력을 부여받아 특별 능력을 쓸 수 있는 거야? 어떻게 받게 된 거야?”

“……몇 주 전에 헤스티아를 만났어.”

헤스티아는 제드에게 직접 찾아와 자신의 기사단에 들어오라 권유했었다. 제드가 거절하자 그녀는 그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S급 마물, 미로카곤을 데려왔었다.

그리고 강제로 미로카곤의 능력을 부여했다. 그녀가 이끄는 기사단에 들어오라는 뇌물로 말이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난 3기사단에 들어갈 마음이 없으니 언젠가 헤스티아가 마력을 회수해 갈 거야.”

나는 미로카곤의 특별 능력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내가 궁금해하는 걸 눈치챘는지 묻기도 전에 그가 알려 주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미로카곤의 특별 능력은 진실을 보는 눈이야.”

“진실을 보는 눈? 진실만 볼 수 있는 거야?”

“그렇지. 그런데 내가 부여받은 마력이 강하지 않아서 모든 진실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야. 사소한 것 정도만 알 수 있어.”

“사소한 거라면?”

“이를테면, 사람의 성별이 있겠네. 아무리 정신계 마법이 걸려 있다고 해도 그 정도는 바로 알 수 있어. 그리고…….”

제드는 내게 다가와 옷에 묻어있는 실밥을 떼어 주었다.

“지금 네가 느끼는 감정 정도.”

음. 정말 사소하네. 나는 뭣도 모르고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냥 촉이 좋은 정도야.”

“그렇구나.”

그러다 깨달았다.

……잠깐만. 내가 느끼는 감정 정도라면…….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그런 것도 아는 거야?”

제드가 가볍게 미소했다.

“알지.”

나는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미, 미쳤나 봐……. 처음부터 내가 자길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자기가 친해지자고 하면 좋아서 올 줄 알았던 건가?

마음을 간파당하는 게 부끄러웠다. 이 부끄러움도 제드는 알아채고 있겠지…….

나는 부끄러움을 가시게 하려 주제를 돌렸다.

“사정이 있어서 남장 중이니까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말아 줘. 부탁할게.”

뭐, 내가 직접 여자라고 밝히지 않는 이상 정신계 마법 때문에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내가 진실을 보는 눈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비밀이야.”

“아, 황자님도 몰라?”

“마력을 얻게 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안 알렸어.”

둘만의 비밀. 벌써부터 둘만 아는 것이 생겼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는 제드의 손을 잡아 올렸다.

“?”

“약속.”

그의 새끼손가락에 내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했다.

“비밀 유지, 약속한 거다?”

이내 쑥스러워지자 얼른 손을 뺐다.

“잘 자, 제드.”

나는 서둘러 방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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