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꽃샘추위(1)
"두 사람, 아는 사이였어요?"
엘리자베스의 말에 미미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레온하르트 또한 엘리자베스의 앞이라 참고 있을 뿐 마찬가지로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냥... 그냥 아는 사이야. 시계탑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서 좋을 것 없어, 리지.”
“하지만 미미르 언니는 엄청 대단한 걸...? 이것 봐, 무지개로 나비도 만들어 줬어!"
허공을 날아다니던 무지갯빛 나비가 엘리자베스의 손가락 끝에 앉았다.
레온하르트는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무지개로 만든 새를 날벌레 보듯 손을 휘저어 쫓아내며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이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아바마마의 피도 뽑아다 연구할 사람들이란 말이야.”
“어린애 겁주지 마시죠, 황태자 전하. 저희도 나름의 실험 윤리는 지키고 있거든요?”
발끈한 미미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그 말에 반박했다.
레온하르트는 허, 하며 헛웃음만 흘렸다.
'윤리...?'
엘리자베스는 레온하르트를 피해 손 안으로 날아온 무지개 새를 쓰다듬으며 고개만 갸웃거렸다.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어려운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미미르가 더욱 대단해 보였다.
"아, 아무튼! 리지. 이제 몸은 좀 괜찮아? 그럼 빨리 나가자. 시계탑은... 싫어.”
“왜?”
레온하르트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만 벙긋거렸다.
"엘리자베스, 시계탑 구경하고 갈래?"
이것 봐라? 미미르는 마법사 특유의 위험한 일 앞에서 더더욱 빛을 발하는 탐구심과 호기심으로 일부러 레온하르트를 도발했다.
“안 돼!”
역시나, 그녀의 예상대로 레온하르트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보아하니 아주 엘리자베스를 둘러업고서라도 시계탑을 탈출할 기세였다.
미미르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린 황태자 전하를 놀리는 것만큼 재밌는 일도 없었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황태자 전하께서 저렇게까지 반대하시니 저같이 힘없는 시계탑의 마법사는 얌전히 다시 연구에나 집중해야겠군요.”
“그것참 다행스러운 소식이군."
레온하르트는 엘리자베스가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을 도와주며 빈정거렸다.
“그런데 전하, 시계탑에서 나가는 방법은 아세요?"
엘리자베스의 손을 꼭 붙잡고 문고리를 잡으려던 레온하르트가 멈칫했다.
미미르는 씩 웃으며 엘리자베스의 비어 있던 반대쪽 손을 꼭 잡았다.
"엘리자베스, 다음엔 함께 차라도 마실까?"
"좋아요!"
“안 돼! 리지. 장담하건대 저 녀석은 분명 차 안에 이상한 걸 넣어 너를 실험대상으로 삼을 거야.”
“너무하시네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엘리시움의 피에 정말 천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성분이 섞여 있는지는 시계탑의 사람들도 논란이 분분한...."
“어린애 정서에 좋지 않은 이야기는 그쯤하고 빨리 문이나 열어.”
"네에 네에. 누가 들으면 전하께선 꼭 어린애가 아닌 줄 알겠군요. 나가시는 길은 이쪽입니다.”
미미르는 마찬가지로 빈정거리며 과장된 동작으로 꾸벅 허리를 숙이며 문을 열었다.
“바깥...?"
엘리자베스는 눈을 깜빡였다. 방 안에서 밖으로 나왔으니 분명 복도가 있거 나 홀이 있거나, 어쨌든 건물 안에 있을 거라 생각한 것과 달리 미미르가 열어준 문밖에 있는 풍경은 탑이 서 있는 섬도 아니고, 수면이 반짝이는 호수도 아닌 그 너머 언덕의 나루터였다.
"미미르 언니, 이것도 마법이에요?"
“그럼! 저기 저 성격 나쁜 황태자 전하께서 멋대로 문을 열었으면 건물 밖이 아니라 괴팍한 마법사의 부글부글 끓는 마법의 솥 속으로 빠졌을지도 모르는 일인걸?”
"성격 나쁜....? 미미르!"
“그럼 다음에 보자! 안녕!"
레온하르트가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본 미미르는 빠른 목소리로 제 할 말만 마치곤 문을 쾅 닫았다.
“문이 사라졌어!”
"미미르! 정말이지... 이래서 싫었다니깐...!"
엘리자베스는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문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나루터의 벽돌과 이끼, 담쟁이덩굴이 대신한 것 을 보며 화들짝 놀랐다. 이것도 마법일까?
“저기 레온."
"하여간 시계탑은... 응?"
"나, 마법 배워도 돼?"
레온하르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누가 뭘 한다고?
"리... 리지. 그런 생각은 갑자기 왜 한 거야...?"
필사적으로 웃는 얼굴을 유지하려니 얼굴 근육이 땅겨 왔다.
“나도 미미르 언니처럼 무지개로 꽃을 피우는 마법사가 되고 싶어!"
엘리자베스에게 마법사의 소질이 있던가?
레온하르트는 기억을 더듬어 봤다. 그러나 황후에 대한 아는 것이라곤 여전히 손톱만큼도 없다는 사실만 새삼 확인한 그는 웃는 얼굴 그대로 나루터의 벽돌 벽에 머리를 박았다.
마침 어린애의 몸에도 제법 익숙해져 어느 정도의 힘으로 머리를 박아야 기절하지 않을 정도로만 아픈지도 알게된 참이었다.
"레온, 괜찮아...?”
마법사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말에 레온하르트는 대답 대신 씩 웃는 얼굴 그대로 벽에 머리를 가져다 대고는 쾅! 하고 박아 버렸다.
“혹시 내가 마법사가 되는 게 싫은 거야? 그럼 안 할래. 그러니까 그러지 마... 응?"
“아냐, 아냐 아냐, 리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응. 원한다면 매일 시계탑에 가도 괜찮아. 미미르는 나는 환영하지 않겠지만 너는 제법 마음에 들어 한 눈치니까. 와아! 리지가 마법사라니! 상상 만으로도 아주... 아주....”
"레온 오늘 하루 종일 계속 이상해.”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레온하르트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레온하르트는 만세를 하듯 들어 올렸던 팔을 힘없이 늘어뜨리며 가벼운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리지. 네가 원한다면 나는 뭐든 다 들어줄 거야. 하지만 네가 불구덩이로 들어가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막을 거야.”
“내가 불구덩이를 왜 들어가...?"
“비유, 비유가 그렇다는 거지! 크흠... 흠... 아무튼... 네가 정말 마법사가 되고 싶다면 시계탑의 주인과 이야기는 한번 해 볼게. 하지만 약속해 줘. 위험한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레온하르트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엘리자베스는 물끄러미 그의 손가락만 내려다보았다.
"손가락 걸고, 약속해 줄래?"
"어... 어떻게 하는 건데?"
레온하르트는 한쪽 입꼬리만 씩 끌어 올려 웃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조그마한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제 손가락에 걸어 주었다.
"이렇게 하는 거야. 위험한 일은 하지 않기로 약속!”
“....약속!”
손가락을 걸고 하는 약속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레온하르트의 손은 무척 따뜻했다.
엘리자베스는 다시 방긋 웃으며 레온하르트와 손가락을 걸고 허공에서 붕붕 흔들었다.
"그런데 시계탑에 있는 보물은 결국 뭐였어?"
엘리자베스의 질문에 레온하르트는 그녀의 눈을 마주 보며 대답했다.
“그들이 지금껏 쌓아 온 마법에 대한 지식과 지혜가 담긴 책이야. 세상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무엇보다 귀한 보물이지.”
* * *
엘리시움 공작은 흐뭇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비비며 책상에 앉아 작은 편지 봉투 하나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조금 전 은쟁반에 봉투를 담아 바친 집사가 민망함을 느낄 정도로 노골적인, 소위 말하는 '꿀 떨어지는' 시선이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깟 황실이 뭐라고! 자네는 어서 부인을 불러오게. 후후후... 이졸데, 내 사랑스러운 아가. 네가 황제 폐하를 설득할 거라고 이 아비는 믿고 있었단다!"
집사는 한시라도 빨리 서재를 떠나고 싶다는 표정으로 공작 부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황실 일가족이 총출동해 엘리자베스의 아가씨를 모시고 간 뒤, 저택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았다.
그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사용인들은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속으론 내심 아가씨가 공작저를 떠났다는 점을 다행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황실의 문양이 새겨진 마차가 도착하더니 황제의 친서가 도착했다.
의례적인 안부 인사와 그날의 소동에 대한 유감 표명보다 공작을 더 기쁘게 한 건 몇 대 전 몰수했던 영지의 일부를 돌려준다는 황명이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저택의 분위기는 다시 풀어지더니 심지어 오늘은 황실에서 '초대장'이 날아왔다.
정말로 엘리자베스 아가씨께서 그 황제 폐하와 다른 황실 가족들을 설득하신 걸까?
집사는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빌며 마님이 있을 안방의 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이지? 지금 발톱 손질하느라 바쁜 것 안 보여?"
“주인님께서 마님을 서재로 부르셨습니다.”
“서재로?"
"황실에서 초대장이 도착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공작 부인은 나른하게 기대 누워 있던 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리 이졸데가 드디어 쓸모 있는 일을 해냈구나!"
공작 부인은 체면도 품위도 잊고 한달음에 서재로 내려갔다.
시녀들과 집사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만 가로저었다.
"하여튼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그지?”
“아가씨에겐 그렇게 악착같이 코르셋을 조여 놓으시더니 정작 마님께선 편안한 옷만 찾으시고....”
서재로 도착한 공작 부인은 눈을 빛내며 스커트 자락을 붙잡고 남편의 곁으로 달려갔다.
공작은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들어올렸다.
“이걸 보게. 황실의 인장이야. 저번 영지 반환도 그렇고, 황제께서도 반성하신 게 분명해.”
"당연히 그러겠지요! 아무리 황실이라 해도 이 엘리시움은 공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데다, 초대 황후부터 이름 있는 귀족 가문이라면 모두가 한 번씩은 그 족보에 엘리시움의 이름을 올렸는데 그런 식으로 무시할 수 있겠어요?"
“부인 말이 옳고말고. 자아, 그럼 이 속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볼까....”
공작은 내심 황제의 친필 서면을 기대하며 봉투를 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봉투 속에 있는 것은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초대장 문구였다.
"엘리시움 영애 환영식 겸 무도회?"
“우리 이졸데를 위해서 환영식은 물론 무도회까지 열어 주시다니!"
“꼭 참여를 부탁한다고 적혀 있어. 크흠, 흠. 여느 때 같았다면 그저 예의상 하는 말이라 여기겠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는군."
공작은 흐뭇하게 웃으며 혹시 숨겨진 내용이나 불빛에 비춰야 드러나는 비밀암호는 없는지 초대장을 앞뒤로 살펴보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당장 가서 드레스부터 새로 맞춰야겠어요. 분명 우리 이졸데가 이 어미가 그리워 황제 폐하께 애걸복걸하며 부탁한 게 분명해. 아아, 그리운 우리 이졸데. 다시 만나면 꼭 안아 줘야지!"
“이런 무도회라면 황태자 전하의 친구가 될 법한 어린 영애와 영식들도 올 게 분명해. 그럼 당연히 그 부모들도 오겠지! 허헛, 내 인사를 받을 사람이 한 둘이 아니겠군.”
엘리시움 공작 내외는 저들만의 황홀한 망상에 빠져 서재의 천장이 들썩일만큼 경망스러운 소리로 웃었다.
* * *
“에취!"
"리지, 괜찮아? 아직 봄이어도 추운가보다. 안으로 들어갈까?"
레온하르트와 함께 황후의 장미 정원을 구경하던 엘리자베스가 작게 재채기를 했다.
겨우 재채기 하나에도 레온하르트는 꼭 그녀가 종이 인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당장이라도 담요를 가져오라느니 따뜻한 물을 가져오라느니 일사불란하게 명령을 내릴 기세였다.
“나는 괜찮아. 그보다 황후마마의 장미 정원은 정말 예쁘다. 이런 색의 장미는 처음 봤어.”
"리지 네가 원한다면 어마마마께선 무지갯빛 장미가 아니라 파란 장미라도 피워 내실걸?"
"에이, 세상에 파란 장미가 어디 있어?”
“없긴 왜 없어? 푸른 다이아몬드를 조각해서 만들면 그게 파란 장미지.”
레온하르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그에게 슬쩍 눈을 흘기더니 아직 봉오리로 남아 있는 분홍 장미 덤불로 다가갔다.
“아, 다들 여기 있었구나. 레온하르트, 우리 새아가. 즐거운 소식이 있단다.”
"어마마마!”
"황후마마!"
황후는 장미 덤불 사이에서 토끼처럼 쏙쏙 고개만 내미는 두 아이들을 보며 소녀처럼 맑은 소리로 웃었다.
그녀의 손에는 귀족들의 저택으로 간 초대장과 같은 봉투가 들려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우리 며늘아기를 위해 폐하께서 환영식 겸 무도회를 열기로 했단다.”
"폐하께서요?"
황후는 친히 무릎을 굽혀 두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좋아 우리 새아가를 위한 환영식이고 무도회지, 실은 하나도 재미없고 따분하기만 한 어른들의 행사란다. 그래서 우리 아가들을 위해 귀족들의 자제들도 초대하기로 했답니다.”
황후의 말에 레온하르트는 눈을 빛냈다. 귀족들의 자제라면, 설마 '그'를 만날 수 있는 걸까?
"어떤 가문들입니까?"
레온하르트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황후는 다시 몸을 일으키더니 착착 접혀 있던 긴 리스트를 펼치고 큼큼, 목을 가다듬고 리스트에 적힌 이름을 읽기 시작했다.
"으음... 그러니까 우선 가장 먼저... 엘리시움 공자악?"
황후의 나긋나긋하고 우아한 목소리가 순간 삐끗했다.
동시에 엘리자베스의 어깨가 흠칫했다.
“리지...?"
레온하르트는 엘리자베스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리 제 아버지가 성군이라 불리게 될 예정이라지만 설마 ‘그래도 부모니까' 따위의 이유로 그 치들을 초대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의 불안함을 엘리자베스 또한 느꼈는지 그녀의 어깨가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레... 레온....”
"괜찮아, 분명 뭔가 잘못된 걸 거야. 설령 그들이 온다 해도 절대 너에겐 손끝 하나 못 건드려. 내가 지켜 줄게.”
엘리자베스의 표정은 이미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황태자, 우리 새아가를 잘 달래 주세요. 저는 폐하께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여쭈러 가야겠군요. 감히... 감히 어느 자리라고!"
황후는 발걸음을 서둘러 황급히 본궁으로 돌아갔다.
레온하르트는 자신에게 매달리는 엘리자베스의 등을 쓸어 주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엘리시움, 겨우 가문의 이름을 들었을 뿐인데 엘리자베스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콩닥거리고 있었다.
'혹시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려 하시면 어쩌지?'
엘리자베스는 두려웠다.
공작저에서 있었던 일들이 해일처럼 몰려와 떠오르자 손가락 끝까지 차갑게 얼어 버리는 기분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리지, 엘리자베스. 괜찮아.”
레온하르트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엘리자베스를 장미 정원 가운데 위치한 테이블에 앉히며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주문처럼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리지, 맙소사. 다쳤어? 괜찮아? 장미 가시에 찔린 거야?"
레온하르트의 말에 엘리자베스는 물끄러미 제 손을 내려다봤다.
조금 전 화들짝 놀라며 장미 덤불에 스치기라도 했는지 하얗게 질린 손끝에서 황후의 장미 정원 중 가장 붉은 장미보다 더 새빨간 핏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레온...!”
레온하르트는 급한 대로 엘리자베스의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장미와 풀잎과 비린 피 냄새 사이로 두려움으로 인해 마구잡이로 요동치는 엘리자베스의 맥박이 느껴졌다.
“미안해 리지. 가서 빨리 치료받자. 괜찮아. 전부... 전부 괜찮을 거야.”
'겨우 되찾은 네 웃음을 이런 식으로 눈뜨고 뺏길 수는 없어!'
괜찮다는 말은 그녀를 달래는 말임과 동시에 이번에야말로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 스스로 다짐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