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시계탑의 시곗바늘(2)
엘리자베스는 마카롱의 부스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장미 향이 물씬 풍기는 쫀득쫀득한 꼬끄는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고 달콤한 필링이 혀를 마비시키려는 찰나 새콤한 라즈베리가 입천장을 톡톡 두드려 댔다.
지금까지 먹어 본 마카롱 중에서 가장 맛있는 마카롱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순식간에 제 손바닥만한 마카롱을 먹어 치우고 우유도 한 모금 마셔 보았다.
따끈따끈한 우유가 입 안에 남아 있던 단맛을 부드럽게 닦아 내며 고소한 여운을 남겼다.
"맛있니?"
흐뭇한 표정으로 그런 엘리자베스를 지켜보던 시계탑의 마녀가 제 몫의 마카롱을 엘리자베스의 접시로 옮겨 주며 물었다.
“정말 맛있어요! 매일매일 이런 것만 먹고 싶어요!"
“매일은 곤란해. 아직 젖니도 빠지기 전인 어린아이에게 충치가 생기면 큰일인걸.”
“충치...?"
"아주 무시무시한 병이란다. 흠, 보아하니 레온이 나름 노력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레온도 아세요?"
엘리자베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금 전까지 작은 얼굴에 가득했던 경계심과 두려움은 그녀의 입 속으로 사라진 두 번째 마카롱과 함께 이미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시계탑의 마녀는 뭐든 알고 있다니까?"
“우와아....”
엘리자베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눈 앞의 마녀님은 레온만큼이나 무척 대단한 사람이었다.
"리지, 레온이 너에게 잘 대해 주니?"
엘리자베스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작은 손가락을 꼽으며 그가 그동안 자신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해 왔는지 하나둘 늘어놓기 시작했다.
“레온은요, 저에게 굽 낮은 신발을 선물해 줬어요.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인데, 예쁘지요? 시녀들이 이 꽃의 이름이 물망초라고 가르쳐 줬어요. 꽃말이... 어... 그러니까....”
“나를 잊지 마세요?"
"네! 그거에요!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또 레온은 꽃으로 반지를 만들 줄도 알아요. 저에게 끼워 줬는데 그건 제 가장 소중한 보물이에요. 레온이 잠깐 빌려 달라고 해서 빌려줬지만 금방 돌려받을 거예요. 레온 말로는 돌려줄 때 '이자'까지 같이 준다는데... 이자가 뭐예요?"
시계탑의 마녀는 빙긋 웃으며 티스푼으로 찻잔만 휘휘 저었다.
“직접 보면 알게 될 거란다. 그리고 또?"
“또... 황궁에서 같이 살자고 했어요.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예법에는 그럴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운 적 없거든요.”
마녀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엘리자베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금세 다시 방긋 웃으며 레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레온이 같이 가자고 했어요. 저는 미래에 황후가 될 사람이니까 레온 말을 잘 들어야 하는데, 레온은 제가 싫다면 남아 있어도 좋다고 했어요. 그렇지만... 가고 싶었어요. 레온의 곁에 있고 싶었어요.”
마녀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자베스는 목이 타는지 우유 한 잔을 전부 마시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마녀는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엘리자베스의 잔을 다시 채워 주었다.
"황궁에서는 더 이상 코르셋을 입지 않아도 돼요. 굽 높은 구두도 신을 필요 없대요. 귀여운 강아지랑, 멋진 기사님도 만났어요. 기사님과 함께라면 황궁 어디든 들어갈 수 있댔어요.”
"음, 확실히 베른 경 정도라면 시계탑에 던져둬도 알아서 살아남을 만하지."
마녀의 뜻 모를 말에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녀는 어깨를 으쓱이고 손깍지를 껴 턱을 괴더니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를 마저 들어 주었다.
"그래서 오늘은 레온이랑 황궁 여기 저기를 구경하고 있었어요. 황궁은 무척 넓고 또 위험한 곳도 많아서 조심해야 하고... 헉 맞아, 레온! 시계!"
엘리자베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바람에 그녀의 잔이 엎어졌으나 엘리자베스는 그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울상이 되어 마녀에게 말했다.
"레온, 레온이 하지 말라고 했는데! 마녀님, 어떡하죠? 미안해요, 마녀님. 저, 레온이랑 같이 탑으로 왔다가... 제가 가고 싶다고 졸랐어요. 제가 나빴어요. 레온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빨리 레온에게 가야 해요.”
"레온이?"
엘리자베스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본 레온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분명 이 탑 어딘가에서 자신을 찾고 있을 게 분명했다.
"흐음....”
마녀는 홍차만 홀짝이며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
결국 안절부절못하고 손가락만 꼼질거리던 엘리자베스가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마녀가 먼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레온을 다시 만나고 싶니?"
“네!”
마녀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리지, 행복하니?"
"네?"
마녀가 눈을 뜨며 질문했다.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온하르트는 종종 자신에게 행복하게 해 줘도 되겠냐며 허락을 구하곤 했다.
엘리자베스는 그때마다 그게 뭔진 몰라도 막연히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면 그가 그런 말을 할 때면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으니깐!
하지만 아직까지도 행복이 뭔지 그녀는 막연히 느끼기만 할 뿐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입술을 벙긋거렸다. 눈 앞의 마녀님이라면 행복이 뭔지 알고 있을 것 같았다.
“행복이 뭐예요?"
그녀의 질문에 마녀는 빠르게 눈을 깜빡였다.
엘리자베스는 마녀의 초록 눈동자가 무척 예쁘다고 생각했다.
“저런, 레온이 조금 더 힘내야겠구나.”
“힘을 내요?"
“행복은 자기 힘으로 배워야 하는 일이란다. 누군가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강제로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는 없어.”
“... 으음... 잘 모르겠어요.”
엘리자베스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시계탑의 마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자베스의 어깨를 토닥여 주더니 꼭 끌어안아 주었다.
“어린애에겐 조금 어려운 설명이었나? 뭐 어쩔 수 없지. 슬슬 시간도 다 되었고 말이야.”
“시간이요?"
“그런 게 있단다.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줬으니 레온에게 너를 보내 줄게.”
“정말요? 마녀님은 굉장한 사람인가 봐요! 저, 마녀는 처음 만나 봐요. 레온한테 꼭 말해 줘야지!"
엘리자베스는 마녀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테이블과 의자가 자리에서 사라지고 주위의 모습 또한 다시 엘리자베스가 처음 봤던 엉망진창인 방으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리지, 우리가 만난 건 아무도 알아선 안 된단다. 모두에게 비밀이야. 알겠지? '모두' 라는 말은 너도, 나도 포함된 말이란다.”
무슨 말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엘리자베스는 곧 마녀와 헤어져야 한다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마녀는 다시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엘리자베스 또한 심장에 무거운 돌이 매달린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마녀님, 마녀님도 혹시 여기가 아파요?"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심장 위로 두 손을 올렸다. 다시는 마녀님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더니 그 부근이 욱신거리던 참이었다.
“...응. 나도 아파.”
어쩜 좋아.
엘리자베스는 눈썹을 모로 모으며 마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게 되나요?"
마녀는 한참 동안이나 아무런 답이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참을성 있게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아프지 않게 된단다.”
"다시 만날 수 있다....”
엘리자베스는 꼭 마법의 주문을 외우듯 그녀의 말을 따라 했다.
그러자 정말 마법같이 마음에 매달려있던 무거운 돌덩이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알겠지? 비밀이야. 쉿!"
마녀가 씩 웃으며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엘리자베스 또한 얼떨결에 마녀를 따라 입술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쉬... 쉿!”
* * *
그리고 엘리자베스는 눈을 떴다.
"리지!"
가장 먼저 보인 건 눈물로 엉망이 된 레온하르트의 얼굴이었다.
그의 곁에는 길고 하얀 수염을 가진 노인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더라?
엘리자베스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러나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리지... 리지... 내가, 내가 얼마나... 어허엉... 얼마나 걱정, 했는... 으아앙... 걱정했단 말이야....”
레온하르트가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엘리자베스는 처음 보는 레온하르트의 모습에 당황하며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우... 울지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
"할아버지, 약 가져왔어요.”
문이 열리고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엘리자베스는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아직 흐릿한 시야였지만 불꽃처럼 붉은 머리카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괜찮아? 시계탑의 바늘에 멋대로 손대면 안 돼. 하마터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어.”
레온하르트가 엘리자베스를 일으켜 앉히는 것을 도와주었다. 소녀는 김이 풀풀 올라오는 컵을 건네주었다.
어쩐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소녀가 컵을 조금 더 가까이 들이밀며 재촉할 때까지 왜 낯설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쉿!]
붉은 머리의 소녀도, 수염이 하얀 노인도, 레온하르트도, 그리고 엘리자베스 자신의 목소리도 아닌 낯선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여긴 어디예요?"
“그런 건 나중에 설명하고, 일단 이것부터 마셔.”
소녀가 내민 컵에는 새까만 액체가 담겨 있었다. 슬쩍 코를 가까이 대 냄새를 맡아 보던 엘리자베스는 표정을 찌푸렸다.
“원래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쓴 법이야. 자, 빨리 한 잔 쭈욱 들이켜!"
붉은 머리의 소녀가 양 허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소녀와 컵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울상이 되어 검은 액체를 꼴깍 마셨다.
“...달아요.”
“그렇지? 이 미미르 님께서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들었으니 당연히 그래야지! 남은 것도 전-부 마시고, 오늘 하루는 푹 쉬어. 무조건 쉬어!"
엘리자베스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컵에 남은 액체를 전부 마시고 얌전히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리지, 좀 괜찮아?"
소녀의 뒤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레온하르트가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엘리자베스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의 얼굴엔 아직도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레온... 울어요?"
엘리자베스가 기겁하며 다시 몸을 일으키려는 것을 레온하르트가 억지로 저지했다.
“아냐, 이젠 안 울어. 네가 무사하니까 그걸로 됐어. 정말 다행이야... 다행이야, 리지....”
뭐가 다행이라는 건진 알 수 없었지만 엘리자베스는 레온이 더 이상 울지 않는다는 말에 안심했다.
그가 우는 것은 어쩐지 상상만으로도 무척 싫은 기분이 들었다.
"황태자 전하? 전하는 할아버지와 할 이야기가 남아 있지 않나요? 이 아이는 제가 보살필 테니 전하께선 그만 자리를 비켜 주시죠?"
도무지 황태자를 향한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오만불손한 태도였지만 레온하르트는 그에 화를 내는 대신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지막까지 엘리자베스의 손을 붙잡고 정말 괜찮은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묻고 또 물어보던 레온하르트에게 그때까지 침대 곁에 앉아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노인이 커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제야 레온하르트는 미련 가득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놓아 주었다.
노인은 아주 느린 동작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런 말 없이 엘리자베스를 향해 고개만 한 번 꾸벅이더니 레온하르트를 앞세워 천천히 거북이처럼 느린 걸음으로 방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방을 나서고 드디어 둘만 남게 된 소녀가 엘리자베스의 곁에 작은 의자를 가지고 와 철퍼덕 걸터앉았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황궁에서 처음이었다.
“네가 리지니?”
엘리자베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를 아세요?"
엘리자베스의 눈동자에 놀라움과 호기심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소녀는 한 껏 콧대를 높이 치켜세우며 자신을 소개했다.
"당연하지! 나는 미미르! 미래에 이 시계탑의 주인이 될 마녀! ...견습생이야."
"시계탑...? 마녀...? 견습생...?"
그제야 엘리자베스는 여기가 어딘지 떠올릴 수 있었다.
분명 탑으로 들어왔고, 검은 로브를 입은 무리를 피해 방으로 들어왔고, 거기서 시계를 만지고... 그리고?
“여기도 탑이에요?"
“여긴 시계탑의 꼭대기, 시계탑의 주인인 우리 할아버지 방이야. 왜 그래? 표정이 안 좋은데.”
엘리자베스는 눈을 깜빡였다. 시계를 만지고...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그 말에 미미르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하지? 또, 말한다고 해서 이해는 하려나? 에라 모르겠다. 대충 둘러대자!'
"그... 아까 먹었던 약의 효능이야! 그거, 그거다! 리지 네가 방에서 시계를 만졌다, 까지는 기억 나지? 그런데 시계 탑이란 곳이 워낙 위험하고 또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란 말이지. 리지 네가 만진 시계도 그런 고약한 장난감을 작동시키는 장치였고, 그것 때문에 기절했고, 어린아이는 딱히 봐서 좋을 것 없는 모습을 보고 기절해 버렸다가, 레온하르트가 우리 할아버지를 부르고... 에이잇! 하여튼 어린 애가 봐서 좋을 것 없는 기억을 지우는 약을 먹였어. 이해했니?"
“.....아니요?"
엘리자베스는 숨도 쉬지 않고 우다다 내뱉는 미미르의 말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미르는 사자처럼 헝클어진 머리를 다시 마구 헝클어뜨리며 처음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 그러니까 말이야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그, 저기, 말 끊어서 죄송한데... 시계탑이 뭔가요?"
“거기부터 설명해야 해?"
미미르는 눈앞의 하얗고 작은 소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엘리자베스는 아직 온기가 남은 컵만 만지작거리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좋아! 하지만 리지, 마녀에게 뭔가를 바랄 때는 그에 맞는 대가를 줘야 한단다.”
“대가요?"
엘리자베스는 울상을 지었다. 지금 그녀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건 고작해야 동글동글 예쁘고 하얀 조약돌과 나무뿌리 사이에서 찾은 알록달록한 빨간 버섯 하나, 그리고 이곳으로 오는 길에 만들었던 토끼풀 반지 하나가 전부였다.
“하지만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거기, 주머니 속에 있잖니?"
미미르는 씩 웃었다.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울상인 얼굴로 주섬주섬 주머니 속에 있는 것을 꺼내 놓았다.
“어디 보자... 흠, 흐음. 음! 나쁘지 않아.”
“정말 이런 게 가치가 있는 거예요?"
엘리자베스의 목소리에 불안함이 가득했다.
미미르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붉은 버섯을 손끝으로 잡아 제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황실 정원사들은 어린애가 독버섯을 따고 노는데 관리도 안 하고 대체 뭘 하는 거야?'
“리지, 이것들을 주머니에 넣을 때 어떤 기분이었니?"
엘리자베스는 손가락 끝을 가볍게 물고 곰곰이 생각했다.
조약돌을 주울 때 레온하르트는 동글동글한 모양이 꼭 제 얼굴 같다며 웃었다.
붉은 버섯은 전날 먹은 딸기처럼 새빨간 데다 마시멜로처럼 흰 반점이 콕콕 박힌 모습이 아주 예뻐서 그대로 방에 가져가 보물상자에 넣어 둘 생각이었다.
꽃반지를 만들었을 때 레온하르트는 이제는 나보다 더 잘 만들게 됐다며 머리를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다음엔 화관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약속했다.
보잘것없다고 생각한 물건마다 가슴 한구석이 두근두근, 분홍색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드는 마법이 걸려 있었다.
"즐거웠어요!"
"그럼 된 거야! 가르침의 대가로 나는 네 즐거움을 조금 받아 갈게."
엘리자베스는 몸을 바로 하고 앉아 얌전히 미미르의 말을 경청할 자세를 취했다.
"그러니까, 시계탑이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