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시계탑의 시곗바늘(1)
탑이란 무엇인가?
여러 층으로, 혹은 높고 뾰족하게 세운 건축물을 보통은 탑이라고 부른다.
그 꼭대기에 종이 있다면 종탑이라 부르고, 시계가 있다면 시계탑이라 부르고, 무언가를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면 기념탑이라 부른다.
하늘 높이 솟은 탑의 꼭대기에 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호기심에 기웃거리는 건 지극히 아이답고 당연한 일이었다....
같은 이유가 아닌 단순히 엘리자베스의 반짝이는 눈빛을 버티지 못했을 뿐인 레온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탑! 탑 좋지. 저 꼭대기엔 뭐가 있을까? 엄청 궁금하다. 그치?"
하하하. 하하하. 레온하르트는 연기조차 서툰 어린 몸을 속으로 원망하며 엘리자베스의 손을 잡고 호숫가로 내려갔다.
"와아아....”
아침 햇살이 스치는 수면 위 물결의 모습이 꼭 커다란 물고기 비늘이 반짝이는 것만 같았다.
부드러운 봄바람이 가볍게 호수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파도가 일렁였다.
그 모습을 한참이나 말없이 지켜보던 엘리자베스가 중얼거렸다.
"예쁘다....”
레온하르트는 엘리자베스를 흘끗 보며 마찬가지로 중얼거렸다.
“네 눈동자가 꼭 저런 빛인 거, 알아?”
“정말로?"
레온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자베스의 눈은 언뜻 보기엔 맑고 화창한 여름 하늘빛이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깊고 잔잔한 호수처럼 그윽한 푸른빛을 가지고 있었다.
"나, 여기가 마음에 드는 것 같아.”
"왜... 왜...?"
레온하르트는 말까지 더듬어 가며 이유를 물었다.
엘리자베스는 이상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야 레온이 이 호수랑 내 눈이랑 같은 색이라고 말해 줬으니까.”
레온하르트는 속으로 자신의 입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저 탑은 호수 가운데에 있는데, 거기까지 갈 방법이 없네. 배도 없고... 이만 돌아갈....”
"배라면 저기 있는데?"
“뭐? 어디?"
탑으로 갈 방법이 없으니 이만 돌아가자고 말하려던 레온하르트는 엘리자베스의 말에 기겁하며 고개를 돌렸다.
검은 로브로 몸을 감싼 자들이 하나 둘 호숫가로 모여들더니 삼삼오오 작은 나룻배를 타고 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정체를 알고 있는 레온하르트는 다시 머리를 쥐어뜯었다. 하필이면 오늘, 하필 지금 이 순간이 그날이었다니!
'하필 시계탑의 초침이 졸업 논문을 제출하는 날이었다니!'
"레온, 어디 아파?"
엘리자베스는 갑자기 제 머리카락을 마구 쥐어뜯기 시작한 레온하르트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저 사람들은 왜 탑으로 가는 거야?"
"그... 으... 탑을 관리하는 사람들이야! 그래서 지금 탑으로 가는 거야.”
“탑은 저렇게 작은데 왜 사람들이 잔뜩 몰려가는 거야? 속에 뭔가 귀한 보물이라도 있는 걸까?”
“보물... 응, 그렇지. 보물이야. 아주아주 귀하고 소중해서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키려는 거야.”
엘리자베스는 그 말에 어머니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온갖 보석들로 가득했던 드레스 룸을 떠올렸다.
그런 것으로 가득한 곳이라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키러 가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 표정이 다들 안 좋아 보여. 보물을 지키는 일이 많이 힘든 걸까?"
“그럴... 그런 걸 거야.”
코 아래까지 후드를 푹 눌러쓴 사람들은 하나같이 엘리자베스보다 느린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두 아이들은 저들보다 느린 걸음으로 기어가듯 가까스로 걷는 사람들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봤다.
"와! 사공도 없는데 배가 움직여! 레온, 혹시 마법이야?"
"뭐... 대충 비슷해.”
혹시라도 엘리자베스가 탑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어쩌나 걱정 가득한 얼굴로 레온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탑에 갈 수 있을까?"
"탑... 탑에? 왜?"
“얼마나 귀한 보물인지 보고 싶어."
"하, 하지만 우리가 갈 수 있을까? 저 사람들은 전부 다 검은 로브를 입고 있고, 또 어른인 데다....”
"레온은 황태자인데... 그래도 안 되는 거야?"
조금 전까지 기대로 가득 찬 반짝반짝한 눈빛을 빛내던 엘리자베스가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그 모습에 레온하르트는 고뇌했다.
시계탑으로 리지를 데려가는 일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이게 누구야! 황태자 전하 아니십니까. 시계탑에 가시려구요?"
느린 발걸음으로 검은 로브의 무리 속으로 합류하던 사내 하나가 레온하르트의 얼굴을 알아보고 반갑게 말을 걸어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만남에 레온하르트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아니, 그러니까....”
“저희도 갈 수 있나요?"
엘리자베스가 반색을 하며 사내에게 물었다. 사내는 안경을 고쳐 쓰며 당연하단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시계탑의 보물은 누구나 볼 수 있답니다.”
“정말로요? 잘됐다! 그치, 레온?"
"그... 그러게... 무척... 잘됐다.”
엘리자베스는 다시 눈을 빛내며 환하게 웃었다.
역시 레온하르트는 대단했다. 황태자인 그가 지금까지 가지 못한 곳은 없었다. 그리고 황궁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무척 많았다.
앞으로도 그의 곁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다시 간질거렸다.
레온하르트는 굉장히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레온?"
엘리자베스가 의아해하며 레온하르트의 소맷자락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설마 레온, 물 무서워해?"
“그럴 리가! 내가 수영을 얼마나 잘하는데!”
“그러면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 혹시 레온은 저 탑이 싫어?"
"으으음....”
레온하르트는 한참을 고민했다. 이미 저 안에 보물이 있다고 말해 버려서 무시무시한 괴물이 있다고 다시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모처럼 엘리자베스가 제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해 부탁한 일을 거절해서 그녀를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리지.”
결국 레온하르트는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빌고 또 빌며 엘리자베스의 손을 잡고 검은 로브의 무리들과 함께 나룻배에 올라탔다.
한쪽에선 깨달음을 얻은 현자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운 미소를 짓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갈 곳 잃은 분노에 금방이라도 배를 뒤집을 것처럼 으르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엘리자베스와 레온하르트는 완벽한 이방인이었다.
로브를 입은 사람들은 탑에 가까워질수록 저마다 알 수 없는 언어를 중얼거리거나 신의 이름을 부르짖기 시작했다.
마침내 배가 탑이 서 있는 작은 섬에 도착하고, 레온하르트와 엘리자베스를 필두로 하나둘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은 탑에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왜 저렇게 무서워하는 걸까?"
“...그러게... 왜일까?"
레온하르트는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우어어, 그어어, 제발 졸업만 시켜 주세요 등등 불분명한 발음으로 중얼거리는 사람 중 그나마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던 사람을 붙잡았다.
"오늘 시곗바늘은 몇 시를 가리키지?"
"아홉 시 십삼 분입니다.”
"고맙네. 통과하길 빌지.”
“허허허... 통과하고 말고는 시계탑의 주인에게 달려 있을 뿐....”
그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와.”
"하여간 진작 좀 제출하라니깐."
“제출?"
"아, 아무것도 아니야. 혹시 모르니까 내 손 꼭 잡고 있어.”
“응!"
검은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점점 더 몰려오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레온하르트의 손을 꼭 붙잡고 그의 뒤를 쫓아 탑으로 들어갔다.
* * *
"도서관....?"
탑 안에 가득 늘어선 것은 아버지의 서재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서가였다.
처음 보는 글자로 적힌 제목들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살펴보던 엘리자베스는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무것도 없자 금방 흥미를 잃고 다시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바깥에서 볼 때는 굉장히 좁아 보였는데, 안은 엄청 넓다. 그지?"
"그러게. 윽, 리지. 이쪽으로 와. 저 사람들이 좀 지나가야 탑을 나갈 수 있겠다."
"방금 들어왔는데? 레온 아까부터 이상해. 혹시 숨기는 것 있어?"
“숨... 숨기는 것이라니...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여긴... 그러니까... 아! 저기 저 방에서 기다리면 되겠다.”
레온하르트는 엘리자베스의 손을 잡고 막무가내로 끌어당겼다.
엘리자베스는 순순히 그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얼마나 귀한 보물이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리하고, 레온도 보여주지 않으려는 걸까?'
검은 로브를 입은 자들을 가까스로 제치고 방으로 들어온 레온하르트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시계탑의 마법사들은 그렇지 않아도 괴짜들이 많기로 악평이 자자했다.
자신은 황태자니 그들의 몹쓸 장난에 휘말릴 가능성이 그나마 낮다지만 엘리자베스는....
'절대 시계탑의 마법사들이 리지에게 흥미를 보여선 안 돼!'
장담하건대 그들은 황태자의 태중 혼약을 한 공작 영애란 귀하신 신분보다 천사의 후예라는 '엘리시움의 피'에 더 관심을 보이고 엘리자베스를 연구하려 들 것이 분명했다.
레온하르트가 단단히 문을 잠그는 사이 엘리자베스는 천천히 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여덟 명은 충분히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책상 위엔 잉크와 펜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비어 있는 책꽂이와 볕이 잘드는 창문 아래에 놓인 협탁이 하나가 방 안에 있는 가구의 전부였다.
협탁 위에는 꽃병과 시계가 놓여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협탁으로 다가가 꽃병과 시계를 살펴보았다.
꽃병에는 아무것도 꽂혀 있지 않았다.
시계에는 바늘이 없었다.
'이상하네. 왜 이 시계는 바늘이 없지?'
의아하게 여긴 엘리자베스는 레온하르트에게 물어보았다. 레온하르트라면 이유를 알고 있을 것 같았다.
"레온, 이 시계는 왜 시곗바늘이 없어?"
레온하르트는 문에 귀를 대고 바깥의 상황을 확인하는 데 집중하느라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그냥 고장 난 시계일 거야."
"그럼 나 이거 가지고 놀아도 돼?"
레온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로 추측하건대 사람들이 빠져나가려면 한참은 걸릴 듯했다.
그사이 엘리자베스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가지고 놀 장난감이 있어서 다행.... 잠깐만, 뭘 가지고 논다고?
엘리자베스는 얼마 전 황태자궁의 유모가 가르쳐 준 노래를 흥얼거리며 시곗바늘이 없는 시계를 가져왔다.
식겁한 표정으로 레온하르트가 뒤를 돌아보았다.
엘리자베스는 시곗바늘이 없는 시계에 잉크를 흠뻑 적신 펜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리지! 그거 건드리면 안 돼!"
레온하르트가 다급한 목소리로 엘리자베스를 만류했다.
엘리자베스가 당황한 얼굴로 자신을 돌아보며 시계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시계에는 이미 삐뚤빼뚤한 선 세 개가 일직선으로 그어져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처음 듣는 레온하르트의 큰 목소리에 당황하며 다급히 시계를 내려놓았다.
“....어?"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엘리자베스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펴보았다.
조금 전까지 방 안에 있던 책장와 책상, 협탁, 꽃이 없던 빈 화병 대신 마구잡이로 책이 꽂혀 있는 책장/책꽂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리병이 놓여 있는 협탁,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이 시든 채 꽂혀 있는 화병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어디지?'
"어라? 이게 누구야! 반가운 손님이 왔네.”
“누, 누, 누구세요?"
엘리자베스는 겁에 질린 토끼처럼 바짝 긴장하며 뒷걸음질 쳤다. 등 뒤로 툭 하며 뭔가 닿아 반사적으로 돌아본 엘리자베스는 제 몸에 부딪힌 것이 사람의 해골 모형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기절할 듯 놀라 뒤로 나자빠지듯 주저앉았다.
"미안해, 리지! 저건 금방 치울게. 크흠, 흠... 나는 시계탑의 마녀란다.”
한달음에 달려와 엘리자베스를 일으켜 주며 시계탑의 마녀는 자신을 소개 했다.
“제... 제 이름을 아세요? 마녀? 여긴 어디예요? 레온은 어디 있어요?"
잔뜩 겁에 질린 엘리자베스가 오들오들 떨면서도 가능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질문했다.
눈시울이 뜨끈뜨끈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엘리자베스가 읽었던 책 속에서 등장하던 마녀는 늘 사악한 짓을 일삼고 착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아주아주 못되고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그러나 눈앞의 마녀는 전혀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불꽃처럼 멋대로 휘날리는 붉은 머리카락과 안경 너머 고양이처럼 새초롬하게 눈꼬리가 올라간 초록색 눈, 그리고 석고상처럼 새하얀 피부를 가진 마녀는 책에서 본 적이 없었다.
"시계탑의 마녀는 뭐든 알고 있단다. 여기는 시계탑의 꼭대기 층이고, 레온은 아마 너를 찾고 있을 거야.”
그리고 마녀가 슬픈 표정으로 웃는다는 말은 더더욱 들어본 적 없었다.
마녀가 허공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주위에 어질러져 있던 물건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그 대신 하얀 레이스 테이블보가 깔린 테이블과 커다란 의자 하나, 엘리자베스의 체격에 맞는 작은 의자 하나와 정갈하게 차려진 티 파티 세트가 나타났다.
“차... 아니다, 아직 어리니까 우유가 좋겠구나. 우유라도 마시고 갈래? 장미 마카롱 좋아하지?”
“헉! 어떻게 알았어요?"
장미 향이 나는 마카롱 사이에 필링과 함께 열대 과일을 넣고 라즈베리로 장식한 장미 마카롱은 엘리자베스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였다.
'아직 황궁에 있는 사람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데!'
"시계탑의 마녀는 뭐든 알고 있으니깐.”
시계탑의 마녀는 그렇게 말하며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자! 어서 오렴. 시간이 얼마 없단다.”
엘리자베스는 잠시 고민했다.
눈앞의 테이블 위엔 잘 우러난 홍차와 꿀을 넣어 달달하게 데운 우유, 그리고 장미 꽃잎을 올린 마카롱이 있었다.
“저를 살찌워서 잡아먹을 거예요?"
엘리자베스는 의자까지 한 걸음 정도를 남겨 놓고 다시 자리에 멈춰 섰다.
물론 여긴 녹인 설탕으로 만든 창문도, 생강쿠키로 만든 굴뚝도, 알록달록 한 색의 사탕으로 만든 벽돌 난로도 없었지만 매사 신중을 기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어휴, 하여튼 동화가 애들을 다 망쳐 놓았다니깐. 리지, 괜찮아. 나는 네 친구란다. 얼마든지 와서 먹으렴."
“.....정말요?"
시계탑의 마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미심쩍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마녀를 마주 보고 앉았다.
'절대, 절대 이야기만 하고 갈 거야!! 아무리 저 마카롱이 맛있다고 해도 절대 먹지 않을 거야!'
엘리자베스의 결연한 표정에서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읽은 시계 탑의 마녀는 빙긋 웃었다.
"정말로 안 먹을 거야? 그럼 그냥 치울까?"
"앗, 잠시만요! 조금만 더 생각을... 아앗!"
눈앞에서 마카롱이 안개처럼 흐려지기 시작했다. 엘리자베스는 울상을 지으며 발만 동동 굴렀다.
"머... 먹을게요! 먹을래요!"
'모처럼 손님을 생각해서 대접해 주셨는데, 그 성의를 무시하는 것도 예법에 어긋나. 그러니까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곤 반짝반짝 윤이 나는 분홍빛 마카롱이 다시 사라지기 전에 손잡이 끄트머리에 리본이 달린 앙증맞은 은제 식기를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