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재회(5)
'편안해.'
굽 낮은, 아니. 굽이 아예 없는 구두는 무척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아주 편안했다.
'카펫이 이렇게 푹신푹신했나? 발가 락이 아프지 않아! 갑갑하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아. 세상에, 신화 속 신들이 신는 날개 달린 신발이 꼭 이런 느낌일까?'
엘리자베스는 처음으로 그동안 신었던 구두가 얼마나 갑갑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방 안을 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꾹 참아야 했다.
우아한 레이디는 어떤 순간에도 경망스럽게 행동해선 안 된다고 배웠다.
오늘은 황태자 전하와 정원에서 티타임을 가질 거라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굽 높은 구두로 정원의 딱딱한 벽돌 길을 걷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편안한 신발이라면 조금 다르지 않을까?
레온하르트는 엘리자베스의 옆얼굴을 흘낏 훔쳐보았다.
평범한 하얀 융단을 그녀는 마치 구름이라도 밟는 것처럼 가벼운 걸음걸이로 걷고 있었다.
날씨는 화창한 봄이었다.
구름을 한 조각 떼어 초록 물감을 적셔 겨우내 갈색이었던 땅 위로 툭툭 두드려 낸 듯 정원 곳곳에 파릇파릇한 잔디가 자라고 있었다.
"어린애는 어린애답게 노는 게 좋은데. 미련한 양반 같으니라고.”
“네?”
정원으로 나서기 직전, 금방이라도 볕아래를 걷고 싶어 어쩔 줄 몰라 하는 걸 꾹 참고 있는 게 얼굴에 전부 드러나는 엘리자베스를 보며 레온하르트는 중얼 거렸다.
바스락.
잔디밭 위로 발을 디딘 엘리자베스는 처음 들어보는 낯선 소리에 뒤로 반걸음 물러났다.
바스락.
그러자 조금 전 들렸던 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엘리자베스는 뒤늦게 그것이 제 발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굽 높은 신발을 신을 때면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레이디가 이렇게 큰 발소리를 내다니! 전하께서 실망하시면 어쩌지?
보드라운 잔디밭의 감촉을 충분히 즐기기도 전에 덜컥 걱정부터 몰려왔다.
엘리자베스는 가능한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땅바닥만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걸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조금 더 이 낯선 느낌을 만끽하고 싶었다.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날 때마다 몸을 눕혔다 다시 일으키는 키 작은 잔디가 신기했다.
발바닥 아래로 따스한 봄볕에 녹아내린 폭신한 흙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흙길은 잘 포장된 벽돌길보다 걷기 불편한 줄로만 알았는데!'
봄의 흙은 자신의 방에 깔린 하얀 카펫보다 훨씬 부드럽고 처음 맡아 보는 냄새가 나는 신기한 것이었다.
레온하르트는 굳이 잘 다져진 산책로 대신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길 잘했다 생각하며 뿌듯해했다.
이 모습을 공작가의 정원사가 봤다면 조금 슬퍼하겠지만 그런 사정 따위, 제 알 바 아니었다.
두 사람을 위해 준비된 테이블이 멀리 보였다.
레온하르트는 부러 엘리자베스의 손을 놓고 성큼성큼 걸어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홀로 남겨진 엘리자베스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가만히 멈춰 서 있었다.
“뭐 해? 어서 오지 않고."
퉁명스러운 레온하르트의 말에 그제야 엘리자베스가 허겁지겁 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온하르트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부터 기껏 굽 없는 신발을 신겼는데도 발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굳이 까치발로 걷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던 참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어머니께서 아 면 분명 혼이 날 거야. 하지만....’
자박, 자박, 자박, 귓가를 간질이는 발소리가 꼭 개울물이 흘러가는 소리처럼 듣기 좋았다.
발바닥 전체로 밟는 잔디밭은 까치발로 걸을 때보다 훨씬 푹신푹신했다.
종종 겨울을 버틴 잔디가 발목을 스칠 때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찔하고 간질거리는 감각이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조금 더 걷고 싶다.'
혼자서 걸을 수 있게 된 이후로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걷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이대로 하루 온종일 잔디밭을 걸으라면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완전히 푹 빠졌군.'
레온하르트는 턱을 괴며 테이블 너머 엘리자베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어린애 입맛에 딱 맞는 달달한 과자 대신 입 안 가득 특유의 알싸한 맛이 훅 퍼지는 계피 과자가 그리웠다.
그러나 지금 어려진 몸으로 그런 걸 먹었다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레온하르트는 얌전히 설탕이 듬뿍 들어간 쿠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엘리자베스는 눈앞에 상대를 두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얼마나 실례되는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너머의 상대가 레온하르트라면 단순히 실례를 넘어 불경죄에 해당한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잔디밭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 도저히 티타임에 집중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작은 찻잔을 내려놓고 남몰래 테이블 아래에서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던 엘리자베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재미없지?”
엄지손톱끼리 서로 긁으며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참던 엘리자베스가 번쩍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이 꼭 수풀 속에서 몸을 일으킨 토끼 같아 레온하르트는 저도 모르게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엘리자베스는 레온하르트가 더 이상 슬픈 눈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그는 웃고 있었다.
왜지? 오늘 자신이 한 일은 불경한 데다 레이디로서 하면 안 되는 일뿐이었는데?
"엘리시움 영애, 아니.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다시 곧게 펴고 앉았다.
혹시 황태자 전하께서 나를 질타하시려는 걸까?
엘리자베스는 덜컥 겁부터 먹으며 긴장했다.
레온하르트는 이름 한 번 불렀을 뿐인데 겁먹은 토끼 같은 표정을 짓는 엘리자베스를 보며 입 안에 다시 쓴맛이 감도는 것을 느꼈다.
공작은 충고를 받아들여 그녀의 방에 흰색이 아닌 색깔의 물건들을 들여놓았다.
공작 부인 또한 공작으로부터 무슨 말을 전해 들었는지 오늘 그녀가 입은 드레스는 상당히 편안해 보이는 드레스였다.
그리고 그가 직접 신겨 준, 그녀가 신고 있는 구두는 빼꼼 매달린 작은 리본 장식과 자수가 고작인 굽 없는 구두였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어딘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원하는 것이 있어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네, 황태자 전하.”
저 침착한 모습이 대체 어딜 봐서 여덟 살짜리 어린애야.
저것 또한 그렇게 회초리로 훈육해가며 가르쳤나?
그렇게 생각하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영애는 평소 무엇을 하며 놀지?"
"놀이... 말씀이십니까?"
갑작스러운 레온하르트의 말에 엘리자베스는 푸른 눈을 열심히 깜빡이며 머릿속에서 '놀이'에 대한 것을 찾아보았다.
“자수를 놓고, 시를 읽고,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건 배우는 거지 놀이가 아니잖아. 뭔가 하면서 즐겁다고 느낀 적 없어?"
즐거움...?
태어난 지 여덟 해밖에 되지 않는 어린 영애는 처음 듣는 말인 양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을 본 레온하르트는 테이블에 이마를 박고 싶어졌다.
그러나 처음으로 공작저에 방문하던 날 이마에 붙였던 반창고를 엊그제 겨우 떼어 낸 참이었던지라 그는 테이블에 머리를 박는 대신 뜨거운 차를 한입에 마시고 가까스로 마음을 다스렸다.
문득 레온하르트는 엘리자베스의 고개가 어느새 꽃밭을 향해 돌아간 것을 눈치챘다.
그러고 보니 황궁의 모든 꽃 장식도 그녀가 했었지.
꽃에 관한 것도 황후 수업으로 배웠던 걸까?
"꽃밭에 앉아 본 적 있나?"
"그... 그런 망측한 짓은 레이디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흠, 그런가.”
레온하르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꽃밭으로 향했다.
눈으로 보는 것과 달리 꽃밭까진 어린애의 짧은 다리로 걷기엔 제법 거리가 있었다.
결국 마지막엔 허공으로 소리 없는 욕설을 내뱉으며 달리다시피 해 꽃밭에 도착한 레온하르트는 그때까지도 멍하니 앉아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엘리자베스를 손짓으로 불러왔다.
"빨리 와!"
혹시 그녀가 조금 전처럼 까치발로 종종걸음을 걸을까 뛰어오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도 잊지 않으며.
갑작스레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서더니 그 길로 꽃밭을 향해 달려가 풀썩 앉아 버린 황태자의 기행을 엘리자베스는 입을 벌리고 지켜만 보고 있었다.
빨리 오라는 레온하르트의 명령을 따라야 했지만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걱정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래도 오라 하시니 가야지 어쩌겠어.
엘리자베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잔디밭을 가로질러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보드라워.
얇은 가죽 밑창 아래로 흙과 잔디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지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엘리자베스는 천천히 그 감각을 음미하며 걷다가 핫, 하고 명령대로 레온하르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린다는 건 막연히 상상했던 일보다 훨씬 즐거운 경험이었다.
속도를 내면 봄빛 달콤한 바람이 그녀의 은빛 머리칼을 마구 헤집으며 잘했다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숨이 턱까지 몰려와 조금 겁이 났지만 싫지 않았다.
다시 테이블이 있는 곳까지 단숨에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황태자가 먼저 한 망측한 짓이야. 그러니 괜찮아. 영애도 앉아."
“화... 하악... 하아... 황태자... 하아... 전하...?"
달음박질로 상기된 엘리자베스의 얼굴에 혈색이 돌자 갸름한 얼굴이 꽃처럼 피어났다.
그 모습에 레온하르트는 가슴 한쪽이 찌르르한 것을 느꼈다.
엘리자베스는 한참을 주저하더니 결국 레온하르트의 곁에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레온하르트는 그녀의 곁에 앉아 열심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무얼 하시는 걸까?
엘리자베스가 슬쩍 고개를 기울이자 그것을 눈치챈 레온하르트가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책에서 본 적 있는 토끼풀이란 꽃이 둥글게 말려 고정되어 있었다.
“와아, 무척 아름답습니다. 어떻게 하신 건가요?"
"엘리자베스.”
“네, 황태자 전하.”
“...둘만 있을 땐 그냥 레온이라고 불러줘.”
“전하?"
레온하르트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녀는 평생 황태자 전하, 또는 황제 폐하. 두 가지 호칭으로 그를 불렀다.
이왕 시간을 되돌렸으니 이 정도는 욕심내도 괜찮지 않을까.
레온하르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엘리자베스를 재촉했다.
“어서. 레온, 하고 불러 보면 이걸 줄게. 아니다,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줄까?"
엘리자베스는 한참을 고민했다.
정말 괜찮은 걸까? 어머니께서, 아니 아버지께서 황태자 전하와 함께 나를 시험하시려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의 손바닥에 놓인 꽃 고리가 가지고 싶었다.
그리고 레온하르트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다.
“레... 레온....”
"잘했어.”
레온하르트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엘리자베스의 손을 들어 올렸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손에 그의 손이 닿는 순간 아주 잠깐 흠칫하며 몸을 사렸다.
대체 공작 내외는 딸을 어떻게 키운 거야?
레온하르트는 속으로 역정을 내며 조심스럽게 엘리자베스의 왼손을 잡고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은 겨우 꽃반지지만... 리지 네가 원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황실 대대로 내려오는 반지를 가져올게. 그러니 엘리자베스 이졸데 폰 엘리시움, 내 반려가 되어 주겠어?"
엘리자베스는 자신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머니, 저도 언젠가 왕자님이 청혼하러 오실까요?'
'이졸데. 너는 태어나길 황후가 되기로 정해져 있단다. 그러니 황태자 전하께서 너에게 굳이 청혼을 하는 일은 없을 거야. 누군가 청혼을 하는 일도 절대 없을 거니 쓸데없는 상상 하지 말고 어서 가서 예법 공부나 하렴.'
동화책 속 왕자님의 청혼 장면을 읽고 언젠가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있을 거냐는 질문에 어머니는 늘 자신이 황후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그러니 누군가에게 청혼을 받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것도 황태자 본인으로부터 청혼을 받다니!
그가 공작저에 들린 날부터 마법 같 은 일이 끝없이 이어졌다.
당장 코르셋과 굽 낮은 구두도 그렇고, 이젠 청혼까지 받았다.
분명 기뻐해야 할 일투성이인데 왜 눈물이 나려는 걸까?
"흐어엉... 레, 레온, 레온... 이 반지 받으면, 훌쩍. 저는... 흐아앙... 레온의 반려가 되는 건가요?"
겨우 꽃반지를 주며 하는 청혼이니 당연히 거절할 거라 레온하르트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엘리자베스는 진심으로 받아들였나 보다.
레온하르트는 당황한 기색을 억지로 숨기며 엘리자베스를 달래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그러니 울지 말고... 손수건, 손수건 여기 있으니 코 풀고. 리지, 엘리자베스. 흥!”
“흥!”
한참 뒤에야 엘리자베스는 눈물을 그치고 진정할 수 있었다.
동화책 속에서 왕자님의 청혼을 받던 공주님들은 늘 아름다웠는데.
거울을 보지 않아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흉한 꼴을 하고 있을지 알 수 있었다.
부끄러움에 어딘가로 숨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런 엘리자베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온하르트는 더없이 정중한 태도로 그녀의 작고 하얀 왼손 약지에 토끼풀로 만든 꽃반지를 끼워주었다.
"이젠 네가 끼워 줘.”
레온하르트의 말에 엘리자베스는 그가 했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황태자의 왼손 약지에 꽃반지를 끼워 주었다.
유난히 따스한 봄날이었다.
하늘을 흘러가는 구름은 천사의 깃털처럼 부드럽게 흩어지고 있었다.
땅에선 겨우내 자취를 감추었던 온갖 색들이 저마다 꽃송이 하나씩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사방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였다.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느 소리는 이곳이 그림이나 꿈속의 한 장면이 아닌 현실이란 것을 알려 주는 도우미였다.
그런 아름다운 날 엘리자베스는 가슴 한구석이 쿡쿡 욱신거리고 간질간질한 것을 느꼈다.
혹시 병에 걸린 걸까? 덜컥 겁이 났다. 죽을병이면 어쩌지?
“왜 그래, 리지?"
“어... 어쩌면 좋지요, 레온? 나... 나 죽을병에 걸렸나 봐요.”
“뭐?"
엘리자베스의 커다란 눈망울이 다시 눈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여기가, 여기가 아픕니다. 쿡쿡 쑤십니다. 간질간질하고 또, 막....”
"엘리자베스.”
레온하르트는 덥석 엘리자베스를 끌어안았다.
그것 말고 마땅히 그녀를 달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 이유 말고도, 그녀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그 또한 똑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는 것을.
“네가 허락해 준다면, 내가 너를 사랑해도 될까? 약속할게. 평생 너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맞닿은 가슴 사이로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엘리자베스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사랑이 뭔지는 잘 몰라도, 그가 자신을 사랑해 준다면 이렇게 마법처럼 신기하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날이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