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하아, 하아, 하…….”
두 번이나 절정에 올랐는데 아직 가장 원하는 걸 갖지 못한 몸은 여전히 뜨거웠다. 해연은 시선을 내려 그의 성기를 찾았다. 배꼽에 닿을 듯이 힘껏 솟구친 남자의 성기 끝에서 하얀 액체가 뭉글뭉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해연은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았다. 그도 모자라 입안에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소리가 제게도 크게 들렸다. 해연은 자신이 한 행동이 부끄러워 황급히 시선을 위로 올리다가 이현과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군침을 삼킬 정도로 먹고 싶어요?”
“…….”
해연의 얼굴이 훅 달아올랐다. 그는 정욕이 물씬 담긴 얼굴로 웃었다. 그러고는 해연의 아랫입술을 엄지로 살짝 눌러 벌렸다. 힘없이 입이 벌어지고 붉은 혀가 드러났다. 이현은 새빨간 혀의 표면을 손가락으로 쓱 훑으며 말했다.
“이번엔 해연이 해 주세요.”
“네?”
“빨아 주세요.”
남자는 해연에게 애원했다. 까마귀 깃처럼 새까만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린 채 야한 눈으로 유혹한다. 해연은 그의 손가락에 눌린 혀 위로 침이 고이는 걸 느꼈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음탕한 용기가 치솟았다.
“얌전히, 있으면요.”
“그럴게요.”
이현이 냉큼 대답했다. 그녀의 혀를 만지고 있던 손도 뒤로 빼고 다리를 양쪽으로 벌려 앉았다. 지퍼만 내린 바지 사이로 울퉁한 성기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해연은 그의 성기를 조심스럽게 손으로 쓸어 올렸다.
“흐읏!”
한번 만졌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남자의 허리가 위로 퉁 튀어 올랐다. 완전히 발기한 성기의 끝에서 뿌연 액체가 튀어 해연의 입술에 묻었다. 해연은 남자의 성기를 가만히 바라보다 살짝 혀로 핥았다. 이현이 몸을 떨었다. 그는 뜸을 들이는 그녀를 향해 허리를 들이밀었다.
“빨아요. 제발 빨아 주세요.”
자신이 성욕에 못 이겨 애원할 때마다 그는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남자가 애원하는 게 좋았다. 또 묘한 정복감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아까까지 느껴졌던 거부감이 완전히 휘발되어 사라졌다. 머리가 몽롱했다. 숨을 들이켤 때마다 음탕하고 비릿한 냄새가 안으로 스며들어 이성을 모두 녹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남자의 성기는 너무 크고 두꺼웠지만, 해연은 최대한 입을 벌려 안으로 집어넣었다. 성기에 잔뜩 묻은 물컹한 정액이 비리고 야했다. 차마 맛있다고 입바른 말로도 할 수 없는 맛이었지만, 그의 반응이 너무 극적이어서 달게 느껴졌다.
남자의 성기를 빨아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음부를 빨았던 것보다 매우 적었다. 항상 그에게 휘둘려 억지로 물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주도적으로 움직였다. 자신감의 원천은 고작 입안을 조인 것만으로도, 혀를 움직여 기둥을 핥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그의 반응이었다.
해연은 입에서 그의 성기를 빼냈다. 그리고 기둥의 뿌리에서부터 귀두 끝까지 혀로 천천히 핥아 올렸다. 시선을 살짝 들어 올리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열감이 짙게 끓어오른 눈은 그녀에게 성기를 빨리고 있는 게 아니라 그녀를 범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치심과 미묘한 쾌감이 뒤섞인 감각에 해연은 다시 고개를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채 시선이 끊기기도 전에 그가 그녀의 턱을 손으로 들어 올렸다.
“계속, 그렇게 날 보면서 빨아요. 당신이 내 자지를 먹을 때마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봐요.”
제발. 해연은 그가 제발, 이라는 말을 붙일 때마다 그의 애원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의 애원을 거부하면 왠지 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고작 성기를 빨면서 할 생각은 아니었다. 해연은 그와 시선을 맞춘 채로 입을 크게 벌려 성기를 삼켰다.
성기는 너무 컸다. 해연은 고작해야 삼분의 일 정도만 간신히 입안에 담을 수 있었다. 귀두가 목젖을 쳐서 그 이상은 힘들었다.
입을 과도하게 벌리고 있어서인지 생리적인 눈물이 흘러나왔다. 눈동자에 물기가 번져 그와 시선을 맞추고 있는 게 힘들었다. 해연이 눈을 깜박거릴 때마다 이현이 그녀의 눈가를 손으로 닦아 주었다. 하지만 이내 허리를 움직여 성기를 더 깊게 집어넣었다. 그래서 해연의 눈물은 마르기는커녕 더 많이 흘러내렸다.
해연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성기 아래에 눌린 혀를 들어 기둥을 핥자 이현의 눈이 나른하게 풀렸다. 만족한 듯이, 혹은 더 깊은 갈증을 느끼듯이 혀를 내밀어 아랫입술을 핥았다. 그 순간에도 그의 시선은 제 성기를 빨고 있는 해연에게 향하고 있었다.
“힘들어요?”
“으읏, 흡, 응……!”
해연은 힘드냐는 질문과 달리 더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성기에 신음하며 목구멍을 조였다. 입안은 물론 턱 아래까지 그녀의 침과 성기에서 흘러나온 뿌연 선액으로 범벅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이현의 눈이 더욱 깊어졌다. 해연이 저로 인해 더럽혀지는 게 좋았다. 더, 더 많이 더러워졌으면 했다. 아주 많이 더러워져서 그와 같아지길 바랐다.
순식간에 치솟은 욕망에 그는 해연의 입에서 성기를 빼냈다. 꽉 조였던 구멍에서 빠져나온 성기의 끝에서 희뿌연 정액이 터져 나왔다. 눈물이 흐르고 있는 젖은 눈과 하얀 피부, 붉은 입술과 채 다물지 못해 드러난 혀 위로 정액이 쏟아졌다. 머리카락과 가슴에도 그의 정액이 묻었다.
이현은 멍한 얼굴로 숨을 헐떡이고 있는 해연에게 달려들어 입을 맞췄다.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 * *
다리를 벌리고 안으로 파고드는 성기가 주는 쾌감에 해연의 아랫배가 움칫움칫 떨렸다. 이현은 뭉근하게 성기를 움직이며 해연의 배를 손으로 만졌다. 배를 덮은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가자 해연이 아래를 조였다.
“아응, 읏!”
“내가 당신 안에 있는 게 느껴져요?”
“아! 으응, 네에, 아, 잠깐, 하윽!”
살짝 뒤로 갔던 성기가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해연은 자궁경부에 닿는 두툼한 귀두에 앓는 소리를 냈다. 너무 깊었다. 이현이 느리게 움직여서 안이 더 예민하게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해연이 발끝을 들어 엉덩이를 위로 밀어 올리자 이현이 그녀의 허리 아래에 도톰한 베개를 넣어 받쳐 주었다.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성기는 사정 직전까지 부풀어 있는데 그의 얼굴은 지금 섹스 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말끔했다. 해연은 집요하게 그녀의 배를 만지는 이현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보챘다.
“빠, 빨리, 읏, 너무 느려서. 아아!”
“잠시만, 조금 더 벌어져야 해요.”
“뭐, 뭐가……. 으응!”
해연은 꿈틀거리는 내벽을 꾹꾹 누르는 성기에 하던 말도 잊고 등을 바짝 휘었다. 안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남성을 조이고 빨아들였다. 흥분으로 흘러나온 미끈한 물이 추잡한 소리를 냈다. 그게 혼자만 흥분한 증거 같아서 해연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왈칵 붉어졌다.
해연의 배와 결합한 부위만 집중해서 보고 있던 이현은 입술을 질끈 깨문 해연에게 사과하듯 상체를 내려 입술을 비볐다.
“화났어요?”
“자꾸, 애태우니까…….”
“당신이 보채는 게 너무 좋았어요. 이렇게, 보지가 자꾸 내 좆을 빨아서요.”
이현이 허리를 추켜올렸다. 성기를 감싸고 있던 내벽이 출렁거리며 흔들렸다. 갓이 툭 튀어나온 귀두의 테두리가 오돌토돌한 질을 주욱 밀자 해연이 손톱을 바짝 세우고 이현의 어깨를 긁었다. 날카로운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순식간에 절정으로 치달았다. 보지가 충격으로 벌렁거렸다.
“아아아아! 자, 잠깐, 아앙, 읏, 으응!”
“가요. 많이, 더 많이. 응?”
“아, 안 돼, 싫, 아응, 흐아아!”
느리게 쌓여 가던 쾌감이 갑작스레 폭발하자 이현의 허리를 꽉 잡고 있던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그녀가 쏟아 낸 애액으로 시트뿐 아니라 그 아래의 매트리스까지 젖었다. 꼭 소변을 보는 것처럼 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이현은 해연의 허리를 꽉 잡고 결합이 풀어지지 않도록 지탱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성기를 느리게, 또 깊게 밀어 넣었다. 흥건하게 흐른 물로 인해 찌걱거리는 소리가 음탕하게 울렸다. 하지만 이현의 표정은 여전히 진지했다. 해연이 긴 절정과 함께 의식을 잃자 그의 시선은 다시 움칫거리는 하얀 배로 향했다.
납작했던 배는 급격한 절정으로 살짝 부풀어 올랐다가 내려가길 반복했다. 좁았던 해연의 안이 충분히 풀어진 것을 느끼자 이현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와 함께 해연의 질 안에 있던 성기가 조금씩 부피를 키웠다. 몇 번의 절정으로 유연해진 살점은 부풀어 오르는 성기를 따라 팽창했다.
천천히. 연약한 내벽이 상처 입지 않게 속도를 조절하며 성기를 부풀리고 있는 그의 등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움푹 들어간 척추의 골을 따라 흘러내린 땀방울이 툭 떨어져 허리에 감긴 해연의 다리에 닿았을 때, 끊임없이 크기를 키우던 성기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하아…….”
긴 한숨을 내쉰 뒤, 이현은 살짝 허리를 흔들었다. 기괴할 정도로 부풀어 오른 성기로 인해 아무리 몸을 뒤로 밀어도 결합이 풀어지지 않았다.
해연의 납작했던 배가 꼭 임신한 것처럼 부풀어 오른 것을 본 그의 입술이 만족감으로 길게 휘었다. 그와 함께 사정했다. 짐승의 성기 끝에서 정액이 물줄기처럼 쏟아졌다. 이현의 사정으로 인해 안 그래도 부풀었던 배가 더 봉긋 솟았다.
해연이 의식을 잃은 와중에도 몸을 움찔거리며 상체를 웅크렸다.
“아파, 이상해, 배가…….”
“조금만, 조금만. 곧 끝나니까.”
이현은 해연의 등을 끌어안고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며 조금만 버티면 끝난다고 거짓말했다. 성기는 해연이 임신하게 될 때까지 빠지지 않는다. 몇 시간은 이렇게 있어야 할 터였다.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그는 짐승의 교미 방식을 선택했다. 막아 두었던 해연의 배란을 촉진시킨 뒤 정액에 그의 근원을 심어 해연의 자궁 안으로 쏟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다섯 시간에 걸쳐 세 번의 사정을 한 이현의 몸에서 땀이 빗물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가물거리는 눈을 몇 번 깜박인 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해연의 배를 보고 웃었다. 소중한 사람에게 이런 짓까지 하는 자신이 구역질 나서 웃음이 나왔다.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오는 와중에도 그는 해연의 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도리어 더 깊이 들어가려고 아래를 밀어붙였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게 느껴졌다. 이 여자의 몸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조금만, 제발 조금만 더…….’
단 일 분이라도 더 내 곁에 있어 줘.
하지만 운명은 언제나 그렇듯 그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