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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아내-51화 (51/113)

51화.

이미 충분할 만큼 주었음에도 해연은 더 욕심을 내며 그의 혀를 빨았다. 점차 멎어가는 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아득 깨물어 다시 상처를 냈다. 이현은 눈가를 살짝 찌푸렸지만, 굳이 혀를 빼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해 보라는 듯이 혀를 더 깊게 밀어 넣기까지 했다.

이 여자는 알고 있을까. 그의 체액을 받아먹을수록 자신이 점점 그와 비슷해진다는 것을. 하긴 그의 손에 잡힌 순간부터 이미 괴물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토록 혐오하던 저와 똑같은 괴물이.

그의 독이 여자의 안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육체가 동했다. 처음 여자를 잡아먹었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다.

처음 해연을 먹었던 날을 떠올린 이현은 피식 웃었다. 여자의 피와 살이 너무 달아서 모두 먹어 버릴 뻔했다. 아슬아슬했지.

관리가 까다롭지만, 그래서 더없이 달콤한 내 것. 이 몸의 구성을 모두 그가 했다. 여자의 아주 작은 세포조차도 그의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

그는 여자의 다리를 삼킨 후, 제 살과 피를 잘라 여자의 몸에 이식했다. 그리고 체액과 피를 끊임없이 부어 몸속까지 그의 기운을 퍼부었다. 그래야 청혈이 움직이지 않게 막을 수 있었다.

정사는 그에게 수단에 불과했기 때문에 쾌락이라는 것까지 기대하지 않았다. 그는 단 한 번도 청혈을 성애의 대상으로 본 적이 없었다. 해연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안에 들어간 뒤엔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한번 성욕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욕망은 끝도 없이 부풀어 지금은 이 황홀한 쾌락에 온몸이 녹아 영원히 여자의 안에 살고 싶을 정도로 중독이 되어 버렸다.

“음…….”

이현의 눈가가 살짝 찌푸려졌다. 해연이 피가 부족했는지 혀를 세게 깨문 것이다. 해연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피를 빨지 않고 망설이자 이현이 입술을 길게 늘이며 채근했다.

“괜찮아요. 먹어도 돼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원하는 대로 먹어요.”

먹으면 먹을수록 당신의 안에 내 영역이 넓어지는 거니까. 그러니 괜찮아요. 이현이 나긋나긋 속삭였다. 해연은 그와 입을 맞춘 채로 웅얼거렸다.

“아, 아프지 않아요?”

“전혀요. 오히려 좆이 서서 문제예요. 당신이 너무 맛있게 빨아서 환장하겠어요.”

이현은 나른하게 웃으며 아직도 주저하고 있는 해연을 부추겼다. 그의 표정을 살피고 있던 해연은 살짝 안도한 표정으로 다시 그의 혀를 빨았다. 하지만 작은 부위에 난 상처는 금방 아물어 피가 점차 멎어 가고 있었다.

해연은 그의 혀를 빨다 더 이상 피가 나오지 않자 입술을 떼고 그를 바라봤다. 아직 부족한 얼굴이었다. 이현은 자신의 피와 타액으로 엉망이 된 해연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살짝 훑으며 물었다. 해연은 그의 손가락에 묻은 피를 혀로 살금살금 핥았다.

“맛있었어요?”

“……네.”

“더 줄까요?”

이현이 해연의 얼굴을 제 목에 이끌었다. 창백한 피부 위로 손톱이 살짝 움직이자 피가 배어 나왔다. 손가락이나 혀에서 나던 피보다 더 많은 양이 흘러내리자 해연이 숨을 헐떡이며 그의 목에 입술을 묻었다.

이현은 가장 먼저 혀를 복구한 뒤 제 손가락을 가만히 바라봤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살이 벌어진 채였다. 하지만 순식간에 원래대로 봉합됐다. 피는커녕 상처도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자 이현은 그 손으로 해연의 엉덩이를 쓸었다.

그의 피를 빨며 흥분한 건지 흘러내린 음액이 손을 적셨다. 그는 부드러운 살을 손바닥 전체로 천천히 쓸다 갈라진 틈새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해연의 혀가, 입술이 그의 목덜미를 탐욕스럽게 빠는 것만큼 음부 안으로 들어간 그의 손가락도 함께 탐욕스럽게 움직였다.

“으응, 아, 하아…….”

수없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아무리 좁다 해도 그의 손가락 하나 정도는 능숙하게 받아들였다. 해연은 그의 목에 입술을 묻고 세차게 빨면서 엉덩이를 들썩였다.

“그렇게 좋아요? 하나 더 넣어 줄까요?”

“으응, 아!”

“목이 아니라 좆을 물려줄 걸 그랬어요. 그럼 피와 정액을 한 번에 받아먹을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열정적으로 빨면 금방 싸 줬을 거라고 남자는 나긋한 목소리로 상스러운 말을 했다. 하지만 여자는 ‘식사’하는데 정신이 팔려 대꾸조차 없었다.

그는 해연에게 목을 내어 준 상태로 물이 흥건히 나오는 음부를 손가락으로 살짝 벌렸다. 그러자 안이 바들바들 떨리며 물을 더 많이 흘렸다.

“흐으응.”

해연이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 단단하게 부푼 가슴을 그의 가슴에 문질렀다. 온몸에 열이 올랐다. 내장 안쪽부터 뜨거운 열이 차올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달아. 너무 달아. 그녀는 결국 이현의 벌어진 살점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상처가 벌어지자 남자의 목덜미에선 더 많은 피가 흘러나왔다. 해연은 다디단 액체를 정신없이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그녀가 먹는 속도보다 피가 쏟아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해연은 남자의 움푹 들어간 쇄골 안에 고인 검붉은 피를 혀로 길게 핥았다.

먹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그가 자신을 안은 자세를 바꾸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가 이끄는 대로 가랑이를 활짝 벌려 그의 허리를 양다리로 끌어안고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현은 해연을 제 위에 올린 상태로 성기를 밀어 넣었다.

“하읏, 으응, 아아!”

“하아…….”

짙은 한숨을 뱉자 해연의 몸이 파들거리며 떨렸다. 좁은 안을 파헤치고 들어가니 해연이 숨을 헐떡헐떡 내쉬었다. 야릇한 교성이 그의 성기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잠깐일 뿐이었다. 그녀는 더욱 탐욕적으로 이현의 목덜미와 어깨를 물었고, 피를 받아먹었다. 그녀의 안을 채운 성기는 ‘식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해연이 만족할 만큼 배를 채웠을 때는 그녀의 질 안도 이현이 쏟아 낸 정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현은 해연이 탐욕스럽게 그의 목을 물고 빨 때마다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절정에 올랐다. 해연의 내장 안으로 제 피가 들어간다는 건 끔찍할 만큼의 쾌감이었다.

하지만 쾌락은 그에게 상흔을 남겼다. 해연이 헤집은 목부터 어깨까지 멀쩡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

한 번에 많은 피가 빠져나간 탓인지 시야가 드문드문 끊겼다. 아무리 이현이 가진 힘이 강하다 한들 인간의 육체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 육신을 갉아 내 해연에게 가장 알맞은 것을 맞추고 또 그 상태로 피까지 먹였으니 그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살이 크게 헤진 어깨는 꽤 통증이 있었지만, 이현은 바로 복구하지 않았다. 해연에게 먹혔던 감각을 조금 더 음미하기 위해서였다. 멀쩡한 다른 팔로 만족한 얼굴로 잠든 해연의 얼굴을 더듬으며 입을 맞췄다. 그 혼자만의 후희였다.

한참이 지난 후, 그는 해연의 안에서 성기를 빼냈다. 그렇게 쏟아 내고도 모자란 듯 성기는 여전히 단단한 상태였다. 이현은 손가락 두 개를 여자의 음부에 넣고 아직 나오지 않은 정액을 긁어냈다. 그러자 울컥, 뿌연 액체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붉은색의 구멍과 하얀 정액이 엉켜 있는 모습에 이현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마치 해연이 그의 피를 먹었던 것처럼, 그는 탐욕스럽게 해연의 아래를 혀로 핥았다. 음부 전체를 혀로 길게 핥았다가 질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그의 성기를 받아먹었던 질 안이 그의 혀마저 움찔거리며 조였다. 이현은 녹진하게 풀어진 안을 혀로 휘저었다. 그럴 때마다 여자는 달콤한 물을 흘렸다.

머리가 어지럽다. 이현은 바글바글 끓는 속을 어쩌지 못하고 해연의 아래에서 얼굴을 뗀 뒤, 성기를 잡았다. 다른 팔로는 하얀 다리를 잡고 그녀의 발가락을 빨면서 틈새 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다. 여자의 다리를 빨고 핥으며 약하게 살점을 깨물기도 하면서 뭉근한 정액이 새어 나오는 성기를 손으로 훑었다.

그렇게 했는데도 부족했다. 항상 여자의 옆에 있기만 하면 발정했다. 몸이 달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수없이 사정해도 성기는 또다시 여자를 더럽힐 정액을 토해 냈다.

그는 손에 쥔 여자의 종아리에 입술을 묻은 채 길게 갈라진 여자의 붉은 틈새를 향해 하얀 정액을 뿌렸다. 그도 모자라 그녀의 가슴과 다리, 얼굴에도 그의 체액을 쏟아 냈다. 여자의 몸 전체가 그의 것으로 엉망이 될 때까지.

“하아…….”

이현은 혼자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그사이 참혹하게 헤졌던 그의 목덜미와 어깨는 겉보기엔 멀쩡해졌다. 넓은 욕조에 물이 반 이상 차자 다시 침대로 가 해연을 안아 들고 욕실로 향했다. 마지막에 해연을 두고 자위를 하지 않았더라면 물에 적신 수건으로 적당히 닦아 냈을 텐데, 이젠 그런 걸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

함께 욕조에 들어간 이현은 해연의 얼굴부터 닦은 뒤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해연의 온몸을 구석구석 닦았다. 그럼에도 해연의 아래에선 그의 정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투명했던 물이 그의 정액으로 인해 뿌옇게 흐려지자 이현은 작게 혀를 찼다.

하지만 이번엔 더 건드리지 않고 닦는 것에만 집중했다. 정액과 체액으로 더러워진 물을 내리고 다시 깨끗한 물을 받은 뒤, 해연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리고 해연의 어깨에 턱을 괬다. 이 부드러운 살을, 살아 있는 게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를 어떻게 놓을 수 있을까.

“여행, 가자고 했었죠?”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해연의 의식을 깨웠다. 해연은 언제 잠이 들었냐는 듯 그의 말에 대답했다.

“……여행이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여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와 나눴던 대화마저 해연은 잊어버렸다. 그가 잊으라고 했기 때문에. 자신이 만든 결과인데 이상하게 가슴이 시렸다. 여자가 품 안에 있다는 사실이 미친 듯이 기쁘면서도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저 혼자라는 게 고통스럽다.

그래도 이 모든 고통을 그 혼자서만 감당할 수 있다는 게 위안이 된다. 이 지옥이 심장이 불타 없어질 것처럼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나는 절대로 당신을 놓을 생각이 없으니까. 그러니 익숙해져야지.

어떻게든.

이현은 떨리는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았다. 다행히 목소리는 평온하게 흘러나왔다.

“네, 여행이요. 사람이 별로 없고, 조용한 곳에서 우리 둘만 쉴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어요.”

당신이. 이현은 해연과 만난 지 얼마 안 됐던 때를 떠올리며 속삭였다.

“가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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