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의 아내-26화 (26/113)

26화.

그의 등을 감싸고 있던 해연의 팔이 거칠어진 움직임에 못 이겨 뚝 떨어졌다. 이현은 아예 상체를 세우고 해연의 무릎 안쪽을 잡아 벌렸다.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로 결합된 성기가 보였다. 이현은 귀두가 살짝 걸리는 정도까지 빼냈다가 다시 안으로 쳐올렸다. 두꺼운 성기가 안을 찔러 올릴 때마다 미끈한 물이 쏟아진다.

이현이 시선을 올리자 가장 먼저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는 하얀 젖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꼿꼿이 선 붉은 젖꼭지가 가슴이 흔들릴 때마다 큰 궤적을 그리며 출렁거렸다. 그 모습이 예뻐서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성기가 부풀었다.

“아, 아흣, 흣! 아, 너무, 흐앗!”

“유영이 누구예요 남자는, 아니죠 응”

“아, 아흣, 응, 잠깐만, 아앙, 여, 여자, 친한, 동생, 흐으!”

“앞으로는, 이런 거, 하아, 다른 사람한테는 하지 말아요. 여자여도 안 돼요.”

내 거야. 이현이 잡고 있던 다리를 제 허리에 감게 한 뒤 상체를 내려 해연의 젖가슴을 이로 깨물었다. 그리고 다시 허리를 거칠게 흔들었다.

“대답, 안 할 거예요 응”

“아니, 아흣, 으응! 그럴, 게요. 제발, 응, 천천히, 아!”

“정말요”

정신없이 몰아치던 이현의 움직임이 대답을 듣자마자 뚝 멈췄다. 하지만 해연의 하체는 여전히 덜덜 떨리고 있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칠던 움직임이 멈추자 남자의 성기를 머금은 아래가 전기에 오른 듯 파득 튀어서 오히려 아까보다 더 해연을 미치게 만들었다.

성기 모양을 그대로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아래가 남자를 물고 빨았다. 핥듯이 달라붙었다가 꽉 조이며 달라붙어 그가 주는 쾌감을 조른다. 분명 아무도 움직이고 있지 않은데 넘쳐흐를 듯이 흘러나온 애액이 무언가로 인해 마찰하는 음탕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있었다. 그 정도로 안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마치 몸에 성욕 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았다. 해연이 흐느끼듯 울며 그의 어깨를 뒤로 밀었다.

“너무, 읏, 흐응, 아, 싫어, 이거, 흐윽.”

“빼요”

정신없이 우는 해연의 모습에 당황한 이현이 삽입한 성기를 빼내려고 몸을 뒤로 움직일 때였다. 아주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해연이 비명 같은 신음을 터트리며 괴로워했다. 이현은 그 상태로 멈춰서 해연을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미친 듯이 성기를 빠는 여자의 안은 황홀할 정도였다. 이현은 반성은커녕 나른한 웃음을 흘리며 해연의 허리를 바짝 끌어당겼다. 살짝 틈이 있었던 공간이 다시 꽉 채워졌다. 조심히 움직였는데도 안이 난리가 났다.

“당신, 여기요. 날 정신없이 빨아요. 하아, 움직이지 않아도 쌀 거 같아.”

“아, 흣, 우, 움직이지, 마, 아흣! 히, 힘들, 아앗!”

“움직이는 건 당신이에요.”

정확히는 당신의 보지가요. 이현의 말이 음탕했다. 하지만 해연은 그의 말에 반박할 정신도 없었다. 이 감각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끊임없이 터지는 쾌감은 이제 고통스러울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제 마음도 모르고 이현은 연신 감탄 어린 말을 해 댔다.

“너무 좋아요. 아, 정말이지, 응, 계속 여기서 살고 싶어.”

“말, 하지 말라고, 흣, 움직, 흐앗!”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계속 가요.”

멈춰 있는다고 끝날 거 같지 않으니까. 해연의 안을 가만히 즐기고 있던 이현이 잘게 허리를 털었다.

안 그래도 예민한 속살이 뭉툭한 성기에 쓸리자 해연의 몸이 크게 튀었다. 이현이 움직일 때마다 절정에 올랐다. 물이 너무 많이 흘러서 아래에 깔린 시트가 모두 젖어 몸에 달라붙었다. 그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자극이었다. 해연이 그의 어깨를 밀며 도망치려고 했지만, 결합된 성기가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빠지긴커녕, 끝까지 안에 들어간 상태에서 흔드는 통에 까무러치기 직전이었다. 아니,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아, 안 돼, 흣, 흐앗, 응, 싫어, 싫, 흐으응! 아아!”

“하아, 응. 나도, 흣, 미치겠어요.”

짐짓 상냥하게 그녀를 끌어안았지만, 음부를 꿰뚫은 성기는 여전히 그녀를 힘껏 벌리고 있었다. 더는 안 된다고, 제발 그만해 달라고 애원하며 울자 이현이 짐승처럼 사납게 웃었다.

그 순간 성기가 꿈틀거리더니 뜨거운 액체를 분수처럼 쏟아졌다. 켜켜이 쌓이고 쌓이던 절정이 남자의 사정에 맞춰 크게 폭발하듯 터졌다. 해연이 이현의 어깨에 손톱을 박은 채 비명을 내질렀다.

챕터 3

다음날, 해연은 열이 많이 올랐다. 의사가 왔다 가고 팔에는 링거 바늘이 꽂혔다. 수액이 똑똑 떨어지며 바늘을 따라 그녀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해연은 자신을 이 상태로 만든 이현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따끔한 시선에 그가 냉큼 사과했다.

“잘못했어요.”

“잘못을, 한 줄은 알긴, 아는, 거죠”

“당연하죠.”

천연덕스러운 대답이 얄미울 정도였다. 해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무리한 섹스에 몸살이라도 온 건지 온몸이 무거웠다. 조금이라도 몸을 뒤척이면 전신에 저릿한 통증이 내달렸다.

“읏,”

“많이 아파요”

“네, 당신 때문에요.”

해연의 목소리가 뾰족했다. 이현은 반성하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열심히 반성하는 표정을 만들고는 있지만, 본심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 남자가 정말.

“당분간, 내 몸 건드리지 마요.”

“그건,”

“몸이 나아도 마찬가지예요. 그만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지금도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잖아요.”

“반성하고 있어요. 정말이에요.”

“거짓말을 할 거면 웃지나 말든가요.”

배가 당겼다. 해연이 으윽, 신음을 흘리자 이현이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해연이 그 손을 찰싹 내쳤다.

“만지지 말라고 했어요.”

“……지금 아프잖아요.”

“그래도 만지지 마요. 나 정말 화났으니까.”

적당히 했어야지. 비정상적이었던 제 몸에 기가 막히기도 했고, 그만해 달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도 제멋대로 군 이현에게 화도 났다. 날이 밝으면 바로 집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럴 수도 없게 됐다. 모두 이현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제 곁을 떠나지 않고 간호를 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그는 계속 자신이 무리시켜서 아프게 했다고 사과했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아파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걱정하는 게 좋았기 때문에.

이것 봐. 이게 문제야. 이 남자에게만은 왜 이렇게 약해지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제가 아픈 원인은 모두 이 남자 때문인데.

잠시 대화한 것만으로도 기력이 다했는지 잠이 쏟아졌다. 아주 어릴 때를 제외하고 걸려 본 적이 없던 감기가 아주 지독하게 찾아왔다. 해연은 지친 얼굴로 눈을 감았다. 완전히 잠들기 전에 그가 조심스럽게 제 손을 잡는 게 느껴졌지만, 이 정도는 봐주기로 했다. 열이 오른 몸에 닿은 서늘한 체온이 기분 좋았기 때문에.

해연이 다시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뜨거울 정도로 열이 올랐던 몸이 움찔 경련하더니 체온이 순식간에 식기 시작했다. 이현이 벌떡 일어나 해연의 왼쪽 가슴에 손을 눌렀다. 조금 전까지 그토록 생생하게 움직이던 심장이 움직이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이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와, 천국이네.”

한해연의 빈집을 지키게 된 윤시후가 거실을 굴러다니며 비실거렸다. 집 곳곳에 한해연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주인의 냄새는 조금 거슬렸지만, 천국이 따로 없었다. 이건 벌이 아니라 휴가였다.

윤시후는 한해연에게 말실수를 한 뒤에 주인의 꽁무니를 쫓아다녀야 했다. 안주희는 말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간의 시중을 들어야 했고. 단 한 번도 이런 취급을 받은 적이 없던 윤시후는 처음으로 자존심이 무너지는 경험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처음만 그랬지,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한해연의 근처를 도는 게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인간의 집을 지키는 개 신세가 되었음에도 윤시후는 좋다고 행복해했다.

욕심 같아선 한해연의 침대에 올라가 뒹굴고 싶었지만, 거기까지 침범했다간 주인에게 목이 날아갈 것이 뻔해 거실로 만족했다. 지금은 주인을 이길 수 없으니까 몸을 사리는 게 좋다는 판단에서였다. 성인식만 치르면 두고 보자고 이를 갈았지만, 사실 거실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어느 곳에서든 한해연의 냄새가 폴폴 풍겨 나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윤시후는 거실 바닥에 깔린 러그 위를 뒹굴다가 숨을 깊게 들이켰다. 미치겠네. 바닥에 얼굴을 대고 엎드려 있던 윤시후의 엉덩이가 위로 들렸다. 어느새 풍성한 꼬리가 튀어나와 제멋대로 흔들리고 있었다.

대체 한해연의 정체가 뭘까 뭔데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지 요즘 인간은 대부분 냄새가 별로여서 후각이 발달한 일족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한해연은 달랐다. 이성이 나갈 정도로 달콤한 냄새가 난다. 엉덩이를 들어 올린 채 상체를 바닥에 비비고 있던 윤시후는 제 행동을 깨닫고 황급히 몸을 세웠다.

‘아무도 안 봤겠지’

윤시후는 조금 전에 했던 행동을 싹 잊은 것처럼 소파에 등을 세우고 제대로 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바로 몸이 무너져 소파에 몸을 길게 누웠다. 원래는 이런 좁은 공간 따위 질색하던 그였지만, 한해연의 집이라면 평생이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냄새가 끊이지 않고 나온다는 전제하에.

주인도 이런 점 때문에 인간 여자를 계속 살려 두고 있는 걸까 윤시후는 계속 이해할 수 없었던 주인의 행동을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참 뒹굴고 났더니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냉장고에서 뭐라도 꺼내 먹을까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거실 베란다 창의 두꺼운 유리가 소리도 없이 금이 가더니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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