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의 아내-10화 (10/113)

10화.

다시 깨어났을 때는 밤이었다. 이번에는 넓은 침실에 해연 혼자였다. 밤새 하고도 모자라 날이 밝아 올 때까지 했는데, 오히려 지금 몸 상태가 더 좋았다. 아까는 분명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였던 반면 지금은 몸을 일으켜 걸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몸은 깔끔했다. 어디 하나 찝찝한 구석이 없이 상쾌해 기분이 이상했다. 그가 씻긴 걸까. 해연은 얇고 부드러운 시트를 몸에 감고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던 피부에 검붉은 멍과 이빨 자국이 도배되어 있었다.

그가 닿지 않았던 곳이 없다. 해연은 풀어 내렸던 시트를 다시 꽁꽁 싸맸다. 왠지 부끄러워 제 눈으로도 확인하기 무서웠다. 조심스럽게 욕실을 나오는데 방문이 큰소리를 내며 벌컥 열렸다. 사나운 표정을 한 소년이었다. 해연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야. 그 고자 새끼랑 잔 여자가 너야”

“누구세요”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키가 훌쩍 큰 소년이 해연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다리가 길어 방이 굉장히 넓었음에도 얼마 되지 않아 해연의 앞에 멈춰 섰다. 탐색하는 시선이 불편했다. 해연은 주춤 몸을 뒤로 물렸다. 소년의 눈이 가늘어졌다.

소년은 해연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고 노골적으로 냄새를 맡았다. 그 무례한 행동에 해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진짜네. 그 새끼 냄새가 몸에서 진동해. 씨발, 아주 지 거라고 범벅을 해 놨네.”

“냄새”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해연은 고개를 숙여 제 목에 코를 박을 것처럼 얼굴을 들이민 소년의 말에 놀라 제 팔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부드러운 바디 워시 향만 옅게 날 뿐, 다른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해연의 행동에 무례한 소년이 코웃음을 쳤다.

“바보 아냐 인간이 그걸 어떻게 맡아. 근데 몸 괜찮아 그 새끼 좆이 정상 크기가 아니…….”

“윤시후!”

또 한 사람이 큰소리를 내며 방 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여자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너 미쳤어 여기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했잖아!”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들어온 여자는 해연을 발견하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죄송합니다. 급한 나머지 실례를 했습니다.”

“넌 네 약혼자랑 잔 여자한테 잘도 고개를 숙인다”

약혼자 빈정거리는 소년의 말에 해연이 깜짝 놀라 여자를 바라봤다. 여자는 그런 해연에게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남의 남자랑 붙어먹어서 좋았어”

“윤시후!”

“아, 내가 틀린 말을 했…… 으읍! 으으으으읍!”

여자는 소년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창백하게 질린 해연에게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믿지 말라고 말한 뒤, 고개를 꾸벅 숙이고 소년을 끌고 사라졌다. 잠깐 사이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멍하니 서 있는데, 그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돌아왔다. 나른하게 풀어진 눈과 마주쳤을 때, 해연은 정말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와 섹스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년을 끌고 나간 여자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약혼자와 남의 남자라는 말은 가시처럼 마음에 박힌 상태였다. 설사, 소년의 말이 정말 거짓이라 하더라도 대체 무슨 생각으로 처음 보는 남자와 섹스를 한 것일까. 만에 하나 유부남일 수도 있는 건데.

남자는 느린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

“언제 일어났어요”

“……조금 전에요.”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 알았으면 나가지 말 걸 그랬어요.”

해연은 자신을 안으려는 남자를 밀어내며 생각을 정리했다. 하나씩 차근차근. 너무 정신없이 몰아쳐서 천천히 정리해야 한다.

남자는 저를 밀어내는 해연의 행동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가 다시 웃었다. 예쁜 이목구비가 더욱 달콤해져 이성을 흐트러트렸다. 해연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입 안쪽의 볼살을 이빨로 깨물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이성은 자꾸 흐려졌다.

만난 지 고작 이틀째지만 그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이랬다. 그녀의 몸이 그의 품으로 당겨졌다. 꽁꽁 싸매고 있는 시트가 벗겨져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남자는 부드러운 살냄새와 그녀의 몸에 밴 자신의 냄새를 찾아 가녀린 목덜미에 얼굴을 박았다.

그의 몸에 안기자 아주 조금 남아 있던 이성도 산산이 부서졌다. 해연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려는 신음을 목 안으로 삼키고 또 삼켰다. 길고 선이 고운 손가락이 그녀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척추를 간지럽히는 짜릿한 열기에 아래가 젖고 있었다. 스스로도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음탕한 반응이었다.

“안, 안 돼요. 그만……!”

“왜요 또 아파서”

해연은 어느새 이현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 있었다. 다리가 벌어져 그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모양새에 해연이 발버둥을 쳤지만, 이현은 되려 그녀의 엉덩이를 잡아 더 가까이 붙였다.

“당신의 안은 너무 기분 좋아.”

대체 언제 성기를 꺼낸 것일까. 선단이 흠뻑 젖은 해연의 음부를 해치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래가 벌어지는 음탕한 감각에 해연의 몸이 파득 떨렸다. 아직 물어볼 것이 있었는데……, 그게 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천천히 안으로 파고드는 성기의 감촉은 음탕하고 야만적이어서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이현은 막 성욕을 깨우친 소년처럼 해연을 볼 때마다 몸을 붙였다. 해연의 안은 침입자를 반겼다. 부드럽게 풀린 내벽은 성기를 탐욕스럽게 빨았다.

“아흣! 응……! 아아아!”

“야해요. 안에 더 세게 박아 달라고 애교부리는 거 같아.”

“흐윽! 아, 아니…… 앗! 아흐윽!”

“당신만 보면 박고 싶어서 자지가 서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정액을 이 음탕한 구멍 안에 쏟아붓고 싶어요. 또 먹어 줄래요 응 남자는 아이처럼 계속 보챘다. 그러면서 허리는 짐승처럼 움직였다. 해연이 도저히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몰아치는 해일에 전복되어 끊임없이 흔들리고 또 흔들렸다.

어느새 등이 침대에 닿고 양다리가 그의 손에 잡혀 위로 올라갔다. 이현은 마치 아래로 내리꽂듯이 해연을 범했다.

“으으응! 아, 그만! 흣! 아, 아파……!”

“아프다고 이렇게 쭉쭉 물고 빨면서 박아 줄 때마다 좋아서 안이 경련하고 있는데 정말 아파요”

“읏! 아아! 흐으으응.”

“흐읏.”

남자의 성기가 부풀어 오르더니 분수처럼 그녀의 안에 정액을 쏟아부었다. 몇 번이고 느끼는 거지만, 그의 정액은 비정상적으로 양이 많았다. 해연이 알고 있는 성인 남자의 정액의 양은 이 정도가 아니다. 이건 너무…….

“아, 아아아……!”

“그렇게 좋아요”

남자의 정액을 받으면서 가다니. 이현이 바들바들 떠는 그녀의 귓가에 음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해연은 조금 전에 이미 절정에 달해 놓고 그가 사정하자 다시 절정에 달했다. 이현의 흉악할 정도로 거대한 성기를 받아 문 내벽이 달라붙어 쭉쭉 빨았다. 아직 부족하다고, 더 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야하게 굴었다. 마지막까지 빨아 먹고 나서야 배가 부른 것처럼 그를 놓아 줬다.

한 번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욕구가 다시 솟아올라 지쳐서 헐떡거리는 여자의 하체를 갈랐다. 달큼하게 떨어지는 애액이 그가 뿜어낸 정액과 뒤섞여 음탕한 소리를 냈다. 귀를 달구는 소리였다. 짐승이 입을 크게 벌려 여자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섹스는 짧았지만,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탐욕스럽고 진득했다. 이현의 품에 안겨 숨을 헐떡대던 해연은 한참 뒤에야 이현의 약혼자에 대해 물을 수 있었다.

“약혼 누가요”

“이현, 당신이…….”

이상한 것을 들었다는 남자의 반응에 해연의 고개가 갸웃 기울어졌다. 이현은 해연을 끌어안고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졸린 눈을 하고 있었다. 일부러 회피하려는 반응은 아닌 것 같았다. 정말 졸음이 그득한 눈은 거의 감기기 직전이었다.

“누가 그런 소릴 했어요”

“키가 크고 노란색에 가까운 갈색 머리의 남자아이였어요. 정말 몰라요”

“목소리가…… 컸겠군요.”

“네. 그리고 그다음에 들어온 여자가 당신 약혼자라고, 그 아이가 그랬는데…….”

해연의 심장이 불안하게 떨렸다. 잠에 거의 빠져들었던 이현이 불쑥 해연의 유두를 세게 깨물었다.

“흣!”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자요. 내일 제대로 해명해 줄 테니까.”

이현의 말이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늘어졌다. 해연은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든 남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 * *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이현을 앞에 둔 윤시후는 무척 당당했다. 안주희가 기겁하며 윤시후의 귀를 잡아당겼다.

“제발 목소리 좀 낮춰. 누구 앞이라고 이렇게 망아지처럼 굴어”

“맞잖아. 어른들이 누나를 주인의 여자로 내정한 거 모르는 사람 있어”

“그 어른들이 누구지”

이현이 조용히 끼어들었다. 정말로 궁금하다는 이현의 말에 안주희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소년만 눈치 없이 굴었다.

“우리 아, 으읍!”

“정말 조용히 안 하니 다 죽자는 거야”

안주희는 필사적으로 소년의 입을 막았다. 그러고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시후가 아직 어려서 철없이 구는 걸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약혼 이야기는 아주 잠깐 나왔다가 사라진 이야기,”

“그러니까 그 약혼 이야기를 꺼낸 어른들의 이름을 말하라는 거예요.”

“…….”

“내 의사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약혼이라니. 제법 간 크게 놀았네요.”

그동안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얼마나 재미를 봤는지도 잘 알겠어요. 웃음기가 서린 이현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 차게 느껴졌다. 안주희는 그의 앞에 엎드려 바짝 몸을 숙였다. 처음에는 제법 제멋대로 굴던 윤시후도 그제야 상황이 안 좋다는 걸 깨닫고 어깨를 움츠렸다. 윤시후는 주춤거리며 안주희를 따라 이현 앞에 몸을 숙였다.

어린 짐승의 사리분간 못하는 치기를 그가 굳이 이해해 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피를 보기에는 날이 좋은 편이었다.

“요즘 내 기분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내 여자가 있는 곳에서 험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이현이 나른히 웃었다. 얼굴을 바닥에 바짝 대고 있던 윤시후는 인간 여자 몸에 냄새가 잔뜩 밸 정도로 싸 댔는데 기분이 나쁜 게 더 이상한 거라고 속으로 이죽댔다. 당연하게도 입 밖으로 꺼낼 용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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