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의 아내-9화 (9/113)

9화.

몇 시간이 지난 걸까. 해연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언제 정신을 잃었는지 알 수 없었다. 간혹 기억이 나는 것은 끊임없이 안을 파고드는 남자의 성기와 그녀를 결박한 단단한 팔, 그리고 미친 듯이 울부짖었던 자신의 비명뿐이었다. 제발 그만해 달라고 빌어도 그는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를 달래듯 저의 등을 토닥였다.

다정한 것은 목소리와 손만 그랬다. 울지 말라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아프지 않게 조심하겠다며 달콤하게 속삭이는 주제에 자신의 아래를 헤집는 남자의 성기는 더욱 거칠어졌다.

자신이 우는 소리를 낼수록 남자가 더 흥분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모든 것을 놔 버렸다. 아무리 애원해 봤자 들어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남아 있는 힘도 없었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특히 허리 아래는 감각이 없었다. 남자는 평생 단 한 번도 섹스를 해 본 적이 없는 것처럼 끊임없이 달려들었다. 정작 처음은 자신인데…….

처음 경험한 섹스는 단순히 상상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흔히 보았던 영상이나 글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단 한 순간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는 열정적이고 광적인 것이었다.

다들 이런 느낌이었던 걸까. 이렇게 노골적이고, 밀접한, 또 미친 듯한 쾌감을 모두 알았던 걸까. 단단한 남자의 육체가 제 몸을 뒤덮었던 감각이 되살아나자 해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처음 보는 남자와 섹스를 하다니. 후회해야 마땅한 일임에도 후회가 되지 않는다. 그와 닿는 것만으로도 근래 이상할 정도로 예민하게 곤두섰던 신경이 안정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정신이 들어요”

특유의 느릿한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서 울렸다.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던 해연은 자신의 허리를 감싸는 팔에 의해 다시 침대로 쓰러졌다.

“아파요”

남자는 자신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처럼 뻔뻔하게 물었다. 가랑이 사이로 그의 것이 파고들었다. 말도 안 돼. 어제 그렇게 해 놓고도 부족한 건지 남자의 성기는 여전히 단단했다.

느리게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오가는 성기의 선단이 퉁퉁 부은 음부의 표피를 파헤쳤다. 허벅지가 벌어질 정도로 커다란 것이 당장이라도 뚫고 들어올 것 같아 그녀의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단단한 손이 밤새 물고 빨려 이빨 자국과 붉은 멍으로 도배된 가슴을 부드럽게 만졌다.

아픈데, 정말 온몸이 아픈데…… 그의 손길이 닿으니 다시 열이 올랐다. 해연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섹스라는 게 이렇게 미칠 것 같은 줄 몰랐어요.”

처음이라 그런가. 남자가 열기를 품은 목소리로 나른하게 말했다. 처음이라고

“왜 거짓말을 해요”

“거짓말이요”

“당신이 처음이라니…….”

그렇게 능숙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남자는 어딘가 미묘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높게 평가해 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내가 능숙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경험이 많았어요”

“네”

“그렇죠. 당신은 매력적인 여자니까……. 그래요, 이해할 수 있어요.”

멀쩡한 눈을 달고 있는 남자라면 당신에게 빠지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남자는 사뭇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멍한 눈동자로 천장을 바라보던 그는 다시 해연에게 시선을 내렸다. 그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이해하기 싫으면 어떡해요”

“……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해연은 네 라는 말밖에 모르는 것처럼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치졸하게 굴기 싫은데, 좀 짜증 나요.”

“…….”

해연은 연신 기분 나쁜 티를 내는 남자의 말에 당황했다. 어린 소년처럼 치대는 남자가 귀엽게 느껴진다면 이상한 걸까. 해연이 다시 물었다.

“정말, 처음이었어요”

자신의 질문이 여자의 처녀성에 집착하는 구질구질한 남자들의 추궁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는 자신을 향해 매력적이라고 했지만, 정말 매력적인 사람은 그였다. 결 좋은 검은색 머리카락과 검은 눈, 완벽한 조합을 이루는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조각 같은 몸은 시선을 떼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에 비한다면 자신은 평범한 외모에 속했다.

“……처음 아니에요.”

남자는 토라진 것처럼 부루퉁하게 대답했다. 허벅지 사이를 파고들었던 성기가 빠져나갔지만, 해연을 안은 팔에는 단단하게 힘이 들어갔다. 그의 팔에 몸이 조여져 아팠음에도 해연이 피식 웃었다. 정말 처음이었나 보다.

자신 역시 처음이었다고, 그의 오해를 풀려던 찰나였다. 해연의 아래에서 울컥하고 진득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이게 뭐지 남자의 품에 안긴 채 몇 번 눈을 깜박이던 해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자, 잠깐 놔 줘요.”

“왜요”

“그게…….”

남자는 놓아주기는커녕 더 강하게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자연스럽게 하체가 그에게 딸려 갔다. 남자는 그도 부족하다는 듯 자신의 다리를 그녀의 다리 사이에 집어넣으려 했다. 안 돼. 그러다가 그가 알아챌 거다. 해연은 딱 달라붙은 그의 어깨를 양손으로 밀었다. 그녀가 자꾸 떨어지려 하자 남자의 심기가 더 틀어졌다.

“경험이 없다고 하니까 식었어요”

“그, 그런 게 아니라…….”

“그럼 왜 밀어내지”

길게 늘어지던 말투가 바짝 조여졌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사실대로 말을 하기에는 해연의 경험치가 너무 낮았다. 하지만 이대로 대답을 안 하고 있으면 남자의 오해가 더 심각해질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한 번 흐르기 시작한 것은 그 줄기를 따라 허벅지를 타고 더 많은 양을 쏟아 냈다.

“흐, 흘러서…….”

“흘러”

“당신…… 저, 정액이…….”

해연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수치심으로 얼굴에 열이 올랐다. 잠시 굳어 있던 남자는 천천히 그녀를 품에서 놓아 주었다. 드디어 풀려났다는 안도와 함께 빨리 화장실에 가기 위해 상체를 일으키려다 자신의 다리를 벌려 들어 올리는 남자의 행동에 기겁했다.

“뭐, 뭐 하는……!”

“…….”

어제처럼 정신을 놓은 것도 아닌, 제정신인 상태에서 다리를 활짝 벌리고 음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해연이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허벅지를 고정한 남자의 손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딘가 넋을 뺀 얼굴로 멍하게 그녀의 아래를 보고 있던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해연을 바라봤다.

“많이 아파요”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느렸다. 원래도 느릿한 말투였지만 지금은 유독 심했다. 바닥을 질질 끄는 갈라진 목소리에 서린 날카로운 욕망에 해연은 덜컥 겁을 집어먹었다.

“아, 아파요.”

“한 번만 더 하면 안 돼요”

“…….”

“한 번만요.”

그는 어제도 계속 한 번만 더 하겠다며 계속 그녀의 안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믿지 말아야 하는 걸 아는데, 거절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해연은 부르튼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어쩌지…….

“여기서 나오는 게 내 정액만이 아니란 걸 알아요.”

“흣!”

그녀의 가슴부터 타고 내려온 손이 가랑이를 벌리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매끄럽게 젖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손가락이 내벽을 휘저었다.

성기가 움직이는 것처럼 노골적인 성애의 행위에 내부에 꽉 차 있던 정액이 울컥 아래로 쏟아졌다. 덩어리가 진 액체가 빠져나가는 감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흥분한 해연의 액이 쏟아져 나왔다.

미묘하게 다른 액체를 재빠르게 알아챈 남자가 위험하게 웃었다. 본능적인 쾌감에 해연의 다리가 허락하는 것처럼 살짝 벌어졌다. 그러자 곧바로 엉덩이가 끌려가 깊숙이 박혔다.

“아아아!

“……당신 안은, 읏, 너무 좁아.”

“아흣! 으응! 처, 천천…… 천천히……아!”

반듯이 누워 있던 해연의 몸이 아래로 향했다. 침대에 엎드려 엉덩이만 들어 올려진 채로 짐승처럼 그에게 흔들렸다.

두꺼운 성기가 구멍 안쪽을 찌르고 문지를 때마다 밤새 그가 부어 넣었던 정액과 그녀가 새로 흘린 애액으로 시트가 질척였다. 꼭 침대에 소변을 보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수치심에 해연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많이 하다 보면 늘 거예요. 당신이 내 좆을 먹고 싶어서 안달할 때까지…….”

완벽하게 길들이겠다며 그가 해연의 귀에 속삭였다. 정욕으로 가라앉은 소리가 바람처럼 귀 안을 파고들어 뇌까지 범했다. 해연의 아래가 바짝 오그라들었다. 완전히 발기한 성기가 여자의 안에서 제멋대로 짓눌렸다. 여자는 남자가 달다는 듯 욕심껏 빨고 있었다.

“하아…….”

짙은 신음을 흘리는 남자의 단단한 가슴이 해연의 등에 맞닿았다. 빈틈없이 맞붙은 몸이 가늘게 경련했다.

말도 안 돼. 그는 어제보다 더 능숙하게 그녀의 몸을 들쑤셨다. 성기가 안쪽으로 들어와 선단으로 어딘가를 짓누르면 눈앞이 번쩍였다. 감당할 수 없는 쾌락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아흑, 흐읏! 아, 제발…….”

“울어요 아픈 것 같지는 않은데.”

아래가 이렇게 좋아서 달라붙는데 정말 아픈 거냐며 그가 집요하게 물었다. 단숨에 안쪽을 퍽― 하고 꿰뚫어 올리자 해연이 울부짖었다.

“아흐으응! 응! 으읏! 아, 안 돼…… 아아!”

몇 번이고 안을 범하던 성기의 끝에서 무언가가 쏟아져 나왔다. 해연은 와글거리는 배를 감싸 안았다. 배가 뜨거웠다. 사람의 정액이 이렇게 뜨거울 리가 없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아는데도 그가 여전히 쏟아붓고 있는 것은 너무 뜨거웠다.

발가락이 곱아 시트를 잡고 허우적거리던 해연의 시야가 가물가물 좁아졌다. 남자의 품에서 느끼는 해방감과 안온함에 빠져 정신을 놓았다. 의식 마지막에 이런 쾌감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쳤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