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거를 바꾸는 방법-75화 (75/76)

〈 75화 〉 #75. 해석 – 네 번째 과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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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해석 – 네 번째 과거 편

“…안녕하세요, 이유진입니다.”

“시작부터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셨나요. 애석하게도 정답이에요, 짜증이 한가득이거든요.

작가 씨와의 신뢰가 산산이 깨졌어요. 저는 작가 씨를 진심으로 믿었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세 번째 과거 편까진 돌아오겠죠.’

프롤로그 편 해석할 때, 제가 저런 말을 괜히 한 게 아니었어요.

작가 씨가 그랬거든요. 네 번째 과거 편만큼은 직접 해석해주겠다고요.

그래서 작가 씨가 네 번째 과거 편 퇴고 끝내도 모른 척 뻗대고 있었는데….

이 인간, 영영 안 쓸 분위기로 누워만 있어요.

저대로 죽었으면 좋겠다 싶네요.”

“최소한 이번 편 만큼은… 하… 이젠 나도 몰라, 진짜 대충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들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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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개체 – 38화~39화][#38. 목토시(1)][#39. 목토시(2)]

“아빠가 네 번째 과거로 향하기 위해 바친 물건은 목토시였어요.

그리고 목토시 편은 엄마의 모습이 단편적으로 담겼던 반지, 편지, 만년필 편과 크게 달랐고요.

목토시 속에는 엄마와 아빠가 함께였던 모습이 아주 선명하게 담겨있었어요.

어째서였을까요.

이건 네 번째 과거에서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었죠.

네 번째 과거는 아빠와 여자 친구 씨가 사귀기 이전이기에.

그렇기에 목토시 속에 담긴 이야기 또한 지워지지 않을 수 있던 게 아닐까 하고요.

38. 아빠의 소중한 물건들 속에 담긴 엄마의 모습.

그래도 이렇게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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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 40화~42화][#40. 네 번째 과거(1) ­ 엇갈린 봄의 기억]

“매개체 편에서 엄마와 아빠는 겨울을 마주했지만, 서로 다른 이유로 봄을 쫓기 시작했죠.

엄마를 위해 앞서 가야 했던 아빠.

그런 아빠를 따라가게 되는 엄마.

서로에게 호감이 있지만, 그것을 전할 상황도, 제대로 알아차린 상태도 아니었고요.

그리고 이번 편의 소제목은 엇갈린 봄의 기억.

엇갈렸다는 건, 서로 어긋나 만날 수 없게 됐다는 뜻이잖아요.

하지만 저희가 과거를 거닐며 마주한 엄마의 마음은 쭉 그대로였으니까.

즉, 아빠의 마음이 어떠한 계기 탓에, 엄마의 마음을 만날 수 없게 됐다는 뜻의 소제목인 거겠죠.”

“매개체 편에서 했던 짐작에 힘을 실어주는 건, 목토시 속에 담긴 엄마와 아빠의 모습만이 아니었어요.

이번 편 도입부, 외할머니 병실에서 목토시를 만드는 듯한 엄마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할머니랑 할아버지의 모습이 엄마랑 아빠의 모습과 대칭되는 건, 고백만이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눈치채셨겠죠.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시선 내리지 마요.

네, 대칭되는 건 고백만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곁을 먼저 떠났다는 점.

아빠가 엄마의 곁을 떠난 상태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죠.

아니, 이 정도쯤은 짐작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나도 아니라는 식의 얼굴로 외면하지도 말고요.”

[#41. 네 번째 과거(2) ­ 전해야 할 상처]

“사실, 저는 아빠가 사실상 재입대하게 된 부분을 조금 더 늘어지게 보고 싶긴 했어요.

뭐랄까… 감정적으로 무너진 와중에 군 생활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에 당황한 아빠의 얼굴이 조금 웃겼거든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희는 아빠 선, 후임 분들의 기억 속에서 의문점을 하나 짚어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건 저도 작가 씨한테 직접 물어봐야 했는데, 답이 조금 늘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작가 씨와 나눴던 대화를 들려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Q1. 병사분들의 기억이 달랐던 이유가 뭐예요.

“우선, 상혁이가 근무했던 부대를 조금 설명할게.

부대마다 다른데, 상혁이가 근무했던 부대는 사단 사령부라서 용사님들이 근무할 장소가 많았어.

막사 외에선 CCC 위병소랑 사령부 출입 위병소, 막사 내에선 불침번이랑 당직.

그리고 상혁이가 근무하던 참모소대에선 후임들이 CCC 위병소 근무를 섰고, 선임들은 당직을 섰지.

여기까지만 설명하고 시작할게.

자, 상혁이가 후임 병사들과 위병 근무를 섰던 시기는 네 번째 과거의 인근이잖아?

그런 과거에서 위병 근무를 서며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던 후임 병사들은 현지만을 기억하는 점.

그리고 상혁이랑 선임 병사들이 위병 근무를 설 때는 네 번째 과거보다 훨씬 깊은 시기이며, 그들이 윤서만을 기억한다는 점.

이 두 가지 점은 절대 이어질 수 없다는 게 당연한 생각이겠지.

그런데도 하나로 이어본다면, 저도 상혁이가 느끼던 이질감을 느낄 수 있게 될 거야.

즉, 이게 상혁이가 살아온 세상, 지금이라는 시간 선이 뒤엉켜있다는 걸 짐작하게 해주는 첫 번째 장치였어.”

Q2. 그렇다면 지금은 여자 친구 씨가 일으킨 변화로 새롭게 창조된 세상인가요.

“이건 네 번째 과거에서 해석할 내용이 아니니까, 짧게 설명할게.

우선, 유진이 네가 노신사 할아버지한테 들었던 말을 떠올려야 해.

‘시간은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어요.’

그리고 제가 일으킨 변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해야 했던 현지가 끝끝내 자살했다는 점,

그런 세상과 유진이 네가 존재할 미래가 이어져 있다는 점까지.

이게 충분한 답이 될 거 같은데, 조금 더 힌트를 준다면….

그래, 상혁이랑 현지가 동거했던 집에 윤서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 존재한다는 점까지 합쳐서 생각하면 되겠다.”

Q3. 이렇게 답할 수 있으면서, 직접 해석하려 들지 않는 이유는­

“갑자기 어딜­ 하, 진짜 죽일까.”

[#42. 네 번째 과거(3) ­ 잊혀진 기억, 잊혀질 소녀]

“…아빠가 여자 친구 씨의 고백을 거절했고, 그와 동시에 목토시가 펼치던 과거도 막을 내리기 시작했네요.

그리고 아빠는 여자 친구 씨가 서 있던, 세상에서 지워진 것 같은 장소를 끌어안았고, 그곳에서 낯선 누군가를 품에 안게 됐죠.

그런 사이에 하루가 흘렀다는 점이 목토시를 완성하고 부랴부랴 찾아왔던 엄마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고요.

물론, 지워져 있었고, 아빠 또한 알아챌 수 없었지만요.”

“그리고 제가 등장하네요. 네, 뭐… 등장하고 끝났어요.

별거 없었어요. 해석할 게 없으니 넘어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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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 43화~45화][#43. 이유진(1)][#44. 이유진(2)][#45. 이유진(3)]

“차라리 못 본 척하세요. 그렇게 음흉한 미소 짓고 있으면 독자님들이라도 예뻐하긴 힘드니까.

부끄러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 짜증 나서 그러는 거라고요. 진짜로….”

“아무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데, 감정까지 흐릿해서, 저렇게 무뚝뚝했던 거예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걸리는 병 같은 게 아니라, 원래 조금 무뚝뚝한 성격이라고요.

그리고 작가 씨랑 노신사 할아버지가 되게 제멋대로 해석해서 제 마음이랍시고 써놓으셨던데,

타인의 기억에 남아있길 바랐을 마음?

최소한 아빠의 기억 속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선명한 색으로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

하나도 아니거든요? 그냥 아빠 골려준 거거든요?

그리고 그런 밉고 짜증 나는 마음이라서 선명해진 거지, 뭘 저렇게 확대해석을 해요.

그리고 또! 어차피 사라질 마당에, 아빠 좀 도와줄 수도 있지. 결국, 아무것도 못 떠올렸는데, 부모의 사랑을 되찾았을 리가 없잖아요.

아… 몰라, 제가 그렇다면 그런 거예요. 제가 그랬다는데 어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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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 46화~47화][#46. 네 번째 과거(4) ­ 이별][#47. 이어지는 길]

“와, 제가 아빠랑 이별했네요. 참으로 안타까운 장면 잘 봤고요,

아빠가 과거에서 더 깊은 과거를 마주하게 되네요, 그래서 이어지는 길인 거구나. 와, 대단해.”

“…뭐요. 이별은 또 왜 넘어가냐는 얼굴인데, 그 정도는 직접 해석하세요. 이별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바보는 아닐 거잖아.

설마… 사전을 볼 줄 모르는 바보인 건 아니겠죠.

그냥 사전 펴고, 작별과 이별의 차이점 정도만 알아보면 되는 회차였어요. 이만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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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여태까지의 의문점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끝내도록 할게요.

~변경~

‘변경할 게 하나도 없다.’

와, 변경할 건 없고 새롭게 추가된 의문점이 한 가지 정도 뿐이네요.

해석을 대충 진행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말할 것 같은데, 진짜예요.

네 번째 과거랑 다음 과거는 이어져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희는 네 번째 과거에서 여태까지의 의문점들이 무엇인지를 되새기고, 그것이 해소될 준비를 앞뒀다는 걸 예상해 볼 뿐이었고요.

~프롤로그 편~

‘아빠는 호색한’

~첫 번째 과거 편~

‘아빠는 심장 위치를 모르는 변태’

~두 번째 과거 편~

‘아빠는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하는 나쁜 남자’

~세 번째 과거 편~

‘아빠는 딸바보에 팔불출’

~네 번째 과거 편~

‘차와 관련된 아빠의 트라우마’

‘아빠의 두통과 시간이 사라지는 이유’

‘헤어진 이유를 모르는 여자 친구 씨’

‘여자 친구 씨의 자살, 눈물을 흘린 이유’

‘유진이 말한 마지막 방법’

‘부모의 사랑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아빠에게 소중한 물건들 속에 담긴 엄마의 모습’

즉, 이렇게 모아두기만 하면 다음 과거에서 쉽게 정리할 수 있다는 되겠죠.”

“다음 진행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또 제가 하게 된다면…

그때는 뭐, 다시 원래대로, 지금처럼 밝게 진행하도록 할게요.

…오늘따라 독자님들의 시선이 불쾌했지만, 학생인 제가 참아볼게요.”

“자, 그럼 다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고, 되도록 집에 박혀있도록 하세요.

걱정하는 게 아니라, 저도 그러고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야 합당한 거예요.

이만 갈게요.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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