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거를 바꾸는 방법-74화 (74/76)

〈 74화 〉 #74. 해석 – 세 번째 과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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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해석 – 세 번째 과거 편

“안녕하세요. 이유진입니다.”

“세 번째 과거 편의 퇴고도 드디어 끝났네요.

절반을 달려온 것 같지만, 퇴고도 해석도 지금부터가 시작이에요.”

“…아무튼, 희소식 같은 비보 하나 전해드리면서 해석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4일, 작가 씨가 월급을 받았다.

그래서 표지 및 삽화 외주 의뢰를 넣었다.

이번 달도, 다음 달도 열심히 일해서 삽화 비용 벌어오겠다.

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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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개체 – 31화][#31. 만년필]

“다들 아실 테지만, 세 번째 과거부터는 해석하기가 엄청 복잡해요.

그래서 제 말이 두서없게 느껴질 수 있으니 최대한 집중해서 들어주세요.”

“세 번째 과거의 매개체는 만년필이었어요. 이것부터 천천히 짚어보죠.”

“우선, 만년필이 낯익게 느껴진다면, 그건 아빠가 서재에서 종종 사용한 연필이 이것인 탓이에요.

그리고 소중한 추억이 담겨야 할, 정확히 말하자면 여자 친구 씨와의 추억이 담겨있어야 할 물건들.

청혼 반지, 편지, 만년필.

독자님들은 이것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눈치채셨나요.”

“청혼 반지와 편지는 아빠가 직접 준비했고, 일단은 여자 친구 씨에게 선물했다 기억하는 물건이죠.

그리고 만년필은 아빠가 등단 기념으로 여자 친구 씨에게 선물 받았다 기억하는 물건이고요.”

“아빠가 직접 선물했던 물건을 바쳐 향한 과거, 첫 번째 과거와 두 번째 과거는 아주 선명했어요.

첫 번째 과거는 여자 친구 씨의 모습이 아침 햇살을 머금어 눈부시도록 밝게 그려졌고,

두 번째 과거는 엄마를 죽게 했다는 좌절감 탓에 쌀쌀한 겨울의 풍경이 날카롭게 그려졌죠.

하지만 세 번째 과거는 달랐어요.

‘상혁은 원래부터 뜨고 있던 두 눈에 이곳의 풍경이라는 의미 없는 색감을 덧칠할 수 있었다.’

인생에 있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장소에서 의미 없는 색감이 덧칠해지며 시작되는 과거.

그리고 그런 32화의 소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색감이었어요.

이게 과연 소중한 물건이 펼쳐준 과거의 첫 장면으로 알맞을까요.

세 번째 과거에서 가장 눈여겨볼 건 ‘색감’이라 기억하고 의문점을 정리하도록 하죠.

31­1. 여자 친구 씨에게 선물하고 받았을 물건.

31­2. 그것들에 담긴 건 엄마의 모습.

32­1. 분명한 색감이 그려졌던 과거.

32­2. 의미 없는 색감으로 덧칠해진 과거.

만년필이 펼쳐준 과거는 가장 쉽게 떠올려야 할 색감부터가 덧칠해져 있었어요.

이게 누군가의 추억이 덧칠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건 저뿐만이 아니겠죠.”

“매개체 편은 여기서 넘어가도록 할게요.

엄마가 아빠를 생각하며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든지,

미리 준비했던 선물을 가져가지 못한 탓에 세 번째 과거가 짧아졌다든지,

엄마가 작가에게 상징적인 선물을 선택했다든지.

이런 것들은 제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해석할 수 있을 부분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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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 32화~34화][#32. 세 번째 과거(1) ­ 색감]

“32화의 제목과 첫 장면은 정리했으니 빠르게 살펴볼게요.

‘상혁의 세 번째 과거를 펼쳐줄 물건, 만년필에 소중한 마음이 담기기 시작한 것일까.’

이미 선물을 준비했던 여자 친구 씨, 새로 선물을 준비해야 했던 엄마.

만년필을 누가 골랐는지 알아차릴 수 없었더라도, 소중한 마음이 담기기 시작한 시간은 정답을 알려주고 있었어요.

만년필엔 엄마의 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을요.”

“그 뒤로 아빠는 해야 할 일이 계획되어 있었기에 곧장 경찰서로 향했어요.

거기서 제 목소리를 되새기며 엄마의 모습을 떠올린 건 칭찬할­ 아니, 무척 바보 같네요.

사담인데, 요즘은 딸 바보보다 딸 천재가 대세라던데… 뭐, 그것보단 낫기야 하겠지만요.”

[#33. 세 번째 과거(2) ­ 끝과 시작]

“끝과 시작은 이번 회차를 한 마디로 표현한 소제목이었어요.

일란성쌍생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 주저앉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교훈.

산부인과 원장 선생님은 괴짜 느낌이 물씬했지만, 아빠를 정신 차리게 해줬­

아, 잠시 노신사 할아버지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려 보라고 하네요.

프롤로그 편에서 남긴 의문… 아니, 그럴 거면 직접 하셔도 된다고 했잖­”

“…네, 네. 그냥 힘들어 죽으셔도 아무 상관 없는데 말이죠.”

“프롤로그 편에서 남긴 의문 ‘철학적 대화와 실존주의’와 함께 살펴보래요.

1화를 살펴보면 파스칼의 말이 인용되어있는데, 그건 파스칼이 아빠 처지를 알고 있듯 말했어서…

‘과거는 지나간 것이니, 미래를 지향하는 건 당연한 거겠죠.’

‘상혁은 자신의 현재를 부정하고, 살아있는 자신과 죽은 현지를 멀어지게 하는 말들을 이어나갔다.’

‘파스칼은 수학자이자, 실존주의자였기에­’

철학을 좋아하는 아빠가 모를 리 없는 말…

하지만 아빠는 1화에선 그런 말과 대조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빠가 이중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건 누군가에 의해 지워진 과거 탓…

그렇기에 첫 장면에 실존주의, 개인의 주체성을 언급하려 했다…

이어서 과거가 아닌 내일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며, 주저앉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까지…

노신사 할아버지와 원장 선생님의 대화는 이어진다…

과거를 놓아주지 못했던 아빠, 그것을 제 입으로 말하게 한 노신사 할아버지,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하는 원장 선생님…

이게 작가 씨가 아빠의 인생을 통해 독자님들께 전하고 싶었던 주제였고,

부모의 사랑이 발판이 되어줄 거라는 말은 아직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네요.”

“…짜증 나지만,

33­1. 부모의 사랑이 우리를 움직이게 했다.

이건 저도 분명하게 느꼈던 부분이고, 중요한 복선이 된다는 걸 저도 알고 있으니 적어놓고 넘어가도록 하죠.”

[#34. 두 번째 과거(3) ­ 진실]

“진실은 이미 전부 나와 있지만, 당시엔 아빠도, 독자님들도.

소제목의 뜻이 ‘일란성쌍생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 친구 씨도 과거를 바꿨다.’라는 부분에 초점이 강제되어 있었죠.

그건 작가 씨가 장치한 분위기 탓일 테지만, 그래도 당시 독자님들 반응을 보면… 참 귀엽네요.”

“각설하고, 34화에선 여러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었어요.

‘여자 친구 씨에 대한 할아버지의 반응’

할아버지는 여자 친구 씨를 알고 있었고, 여자 친구 씨 또한 과거를 바꿨다는 심증.

이것 또한 1화, 프롤로그 편에서 장치된 복선이었고요.”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건, 아빠가 단편적으로나마 진실에 다가섰다는 점이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건 아까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던 ‘색감’이죠.

이건 마찬가지로 프롤로그 편의 의문, ‘색감과 네온사인’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아빠가 여자 친구 씨를 만나기 위해 향한 장소.

만년필이 마지막으로 펼쳐준 과거, 그곳에서 아빠는 엄마를 만났어요.

32­1. 분명한 색감이 그려졌던 과거.

32­2. 의미 없는 색감으로 덧칠해진 과거.

‘상혁의 시야는 윤서를 마주한 것과 동시에 색감을 잃은 것처럼 투명해졌지만,

그런 식으로 흐릿해진 세상 속에서도 윤서만큼은 또렷하게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인지.’

번화가 거리에 가득할 네온사인, 그것조차 알아볼 수 없었던 아빠가 엄마만큼은 또렷하게 알아봤죠.

세 번째 과거에 덧칠해진 의미 없는 색감이 엄마의 손목에 걸린 만년필과 함께 사라졌지만,

그런 세상을 바라본 아빠의 두 눈엔 엄마만큼은 분명한 색감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그 색감은 덧칠해질 수 없었던 마음, 엄마의 사랑이 되겠죠.”

“다만, 여자 친구 씨가 등장하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엄마와 아빠를 비추던 네온사인이 가려졌어요.

그와 동시에 아빠가 사라지기 시작했고요.

‘지금이라는 과거가 윤서를 막아섰다면, 만년필이 펼쳐준 과거는 현지를 허락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저걸 할아버지나 작가 씨가 알기 쉽게 풀어서 썼다면,

‘덧칠해진 과거가 엄마를 막아섰다면, 만년필에 담긴 사랑은 현지를 허락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이런 느낌이 되겠죠.”

▶▶▶ ▶▶▶ [연결점 ­ 35화][#35. 변화(3)]

‘누구에게도 닿을 수 없었던 절실함이 어쩌면 가장 최악이라는 형태로.’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두통이라는 거부감과 함께 이어진 탓이었을까.’

“…스포일러 하고 싶어서 안달 난 어린아이인가요.

과거에서의 변화는 가장 위험한 순간에 아슬아슬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네요.

여자 친구 씨는 점점 좌절하게 되고, 엄마는 점점 희망을 품게 되고요.”

“그리고 연결점에선 제가 해석할 부분이 없어요.

여기서까지 괜한 복선을 장치했다면 작가 씨도, 할아버지도 글쓰기에 재능이 없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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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 36화~37화][#36. 놓아주는 길(1)]

“아빠가 첫 번째 과거에서 돌아왔을 땐 엄마의 죽음을 마주하는 모습이,

두 번째 과거에서 돌아왔을 땐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졌고,

세 번째 과거에서 돌아왔을 땐 엄마의 죽음이 반복된다는 말에 무너져, 여자 친구 씨에 대한 마음을 놓아주는 모습이 그려졌어요.”

“다만, 아빠는 오로지 죄책감 탓에 무너진 게 아니었죠.

‘과거로 향할수록, 소중했던 추억들은 잊고 싶은 새로운 기억들로 덧칠해졌다.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을 바쳐 과거로 향한다는 건,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해주는 물건만을 잃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소중한 물건과 함께, 그곳에 담긴 소중한 추억까지 잃게 되는 것이었다.’

아빠는 소중한 물건을 바쳐 과거로 향했지만, 새로운 추억을 만든 건 아니었어요.

단지, ‘엄마의 죽음을 반복시켰고, 여자 친구 씨는 되살려낼 수 없었다.’라는 결과만을 얻었죠.

즉, 소중한 추억을 잃고, 오히려 잊고 싶은 기억만 늘어나니 점점 무뎌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끝끝내 답할 수 없었지만, 두 번째 과거에서 남긴 의문이 하나 명확해졌어요.

‘?의 자살, 눈물을 흘린 이유’를‘여자 친구 씨의 자살, 눈물을 흘린 이유.’로 정정할게요.”

[#37. 놓아주는 길(2)]

“37화는 해석 안 하겠습니다. 궁금하시면 댓글에 이메일 적어주세요. 작가 씨가 알아서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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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왜요. 진짜 안 할 거예요.”

“아무튼, 세 번째 과거에선 많은 복선을 회수했고, 엄마의 정체나 여자 친구 씨가 숨겨온 진실 같은 것들을 알아챌 수 있었어요.

~변경~

(해소) ‘철학적 대화와 실존주의’

(해소) ‘색감과 네온사인’

(해소) ‘여자 친구 씨에 대한 할아버지의 반응’

(정정) ‘?의 자살, 눈물을 흘린 이유’

→ ‘여자 친구 씨의 자살, 눈물을 흘린 이유’

~프롤로그 편~

‘아빠는 호색한’

~첫 번째 과거 편~

‘차와 관련된 아빠의 트라우마’

‘아빠는 심장 위치를 모르는 변태’

~두 번째 과거 편~

‘아빠의 두통과 시간이 사라지는 이유’

‘헤어진 이유를 모르는 여자 친구 씨’

‘여자 친구 씨의 자살, 눈물을 흘린 이유’

‘유진이 말한 마지막 방법’

‘아빠는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하는 나쁜 남자’

~세 번째 과거 편~

‘부모의 사랑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아빠는 딸바보에 팔불출’

작가 씨의 능력이 불안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의문이 해소되었네요.”

“…하, 지금 본인이 무결점 작가라며 신이 난 누구누구 씨에게 얼른 자리를 넘겨야겠네요.

무결점 작가가 연재는 하지 않고, 퇴고만 몇 달째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죠.”

“아… 늦었지만,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요즘 엄마랑 아빠가 무슨 비축분 모은다고 서재에서 나오질 않더라고요.

그냥 그렇다고요.

그럼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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