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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69화 (69/93)

69화 연나루의 시간

2018.02.26.

머리를 쓰다듬던 그의 손이 멈췄다.

지후는 무슨 말이냐는 듯 나루를 내려다봤다.

그의 눈동자만 보아도, 나루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이제는 정말로 죽음을 받아들였음을.

12년 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음을.

명진이 죽음을 받아들이듯, 지후 역시 그렇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루 또한 그랬다.

이제 12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옛 시간에서는 영원할 줄 알고 흘려보냈던 시간을, 이 시간에서는 농밀하게 보내야만 했다.

단 1분 1초도 허투루 보낼 수는 없었다.

나루는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지후를 올려다봤다.

“너한테 안기고 싶어.”

“그런 건 24살 이후로 할 거라며?”

지후가 옅게 웃으며 나루의 볼을 어루만졌다.

나루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응, 그러려고 했는데…… 지금 너한테 안기고 싶어졌어.”

“후회 안 하겠어?”

“후회할 게 뭐가 있어? 우린 원래 그런 사이였는데.”

지후가 작게 웃었다.

“그래, 우린 원래 그런 사이였지.”

지후의 몸이 나루의 위로 기울어졌다.

그의 뜨거운 입김이 나루의 귓가에 머물렀다.

지후의 입술이 나루의 귓불을 지분거렸다.

나루는 두 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지후는 나루의 온몸 구석구석을 알고 있었다.

어떨 때에 그녀가 좋아하는지, 강렬하게 자극받는지 전부 알고 있었다.

그의 느릿한 입맞춤이 나루의 귀에서 볼로, 입술에서 목덜미로, 목덜미에서 좀 더 아래로, 이어졌다.

숨과 숨이 부딪치고, 체온과 체온이 섞였다.

뜨거운 열기가 겹쳐진 연인 주위를 에워쌌다.

조용하고 서글픈 공간 속에서, 나루와 지후는 사랑을 나눴다.

침대의 삐걱거림도, 이불의 바스락거림도, 둘에게는 들려오지 않았다.

둘의 청각을 자극하는 것은 오롯이 서로의 육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뿐이었다.

언제나 둘 사이에 존재하던 분홍빛 공기가 짙은 와인색으로 물들어 갔다.

격렬하고 농밀한 행위가 끝난 후, 둘은 서로를 꼭 끌어안고 누워 숨을 헐떡거렸다.

언제나 그랬듯, 지후는 나루를 안고 그녀의 머리와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행위가 끝난 후에도 이어지는 그의 손길을, 나루는 늘 사랑했다.

땀에 젖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의 체취를 한껏 들이마셨다.

이제야 내 시간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건 내 시간이야. 죽음의 것도, 운명의 것도 아니야. 내 거야.’

나루는 그의 넓은 등을 끌어안았다.

‘나는 이 시간을 그저 울면서 보내지 않을 거야. 아주 잘 사용해 주겠어.’

* * *

부스럭거리는 느낌에 잠에서 깨어났다.

지후가 침대에서 내려가려고 하고 있었다.

“어디 가?”

나루의 질문에 지후가 뒤를 돌아봤다.

“아, 이제 아침이라서.”

20살 지후의 알몸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침대 끝에 걸터앉은 그의 넓은 어깨와 단단한 등, 잘록한 허리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지후가 쑥스러운 듯 이불을 끌어다가 몸을 가렸다.

“뭘 그렇게 봐.”

“수줍어하긴.”

“그만 좀 봐.”

“좀 보면 어때? 내 건데.”

“왠지 창피하다.”

“응, 나도.”

지후가 침대 옆에 떨어진 옷가지를 챙겨 입는 동안, 나루는 누워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튼실한 상체와 길쭉한 다리가 옷 아래로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다.

“몸은 좀 어때?”

지후가 물었다.

“머리랑 목이 좀 아파. 편도선이 부은 것 같아.”

“약 좀 사다줄까?”

“아니, 그냥 비타민 챙겨먹고 한숨 더 잘래. 학교 다녀와.”

“이따 끝나고 밥 해주러 올게. 자고 있어. 괜한 생각하지 말고.”

“응.”

지후가 나가고 나서 나루는 멍하니 누워, 연구에 대해 알고 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기 시작했다.

* * *

윤영은 수업이 다 끝난 후에도 멍하니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재경은 뒤쪽에 앉아 윤영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윤영이 일어나면 같이 나루의 병문안을 갈 생각이었는데, 윤영은 도통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재경이 먼저 일어나 윤영에게 다가갔다.

“집에 안 갈 거냐?”

어깨를 툭 치는 손길에, 윤영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깜짝 놀랐네.”

“뭔 생각을 하기에 그렇게 놀라?”

“나루를 죽이려는 게 누군지 좀 생각하고 있었거든.”

“흐응, 그래?”

재경이 윤영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답 좀 나왔어?”

“나올 리가 있니? 미래를 살다 온 나루랑 지후도 못 찾는 답인데.”

“그러게. 우리가 도울 방법이 없지, 그 부분은. 나루나 지후가 누군지 감이라도 잡아야 뭐든 해 볼 텐데.”

“그러게 말이야.”

윤영이 정말 걱정스럽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아직 볼살이 통통한, 귀여운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보며 재경이 말했다.

“그나저나 의외다, 너.”

“내가 왜?”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루랑 지후 일에 개입할 줄은 몰랐거든.”

“어쩔 수 없잖아. 이 시간의 주인공이 연나루인데.”

“이 시간의 주인공?”

“생각해 봐. 나는 나루의 시간에서 나루와 가장 친한 친구였대. 그런데 이 시간에서는 나루를 싫어했어. 그랬더니 꿈을 꾸기 시작했지. 마치 나루를 향한 내 마음을 바꾸려는 듯이.”

“아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나루가 미워지면 미워질수록 자주. 그리고 결국 나는 나루에 대한 미움을 버렸고, 이런 사이가 되었어. 이 시간은 나루를 위한 시간이야.”

윤영은 그렇게 확신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시간을 움직이고 있는지 생각할 수밖에 없어. 신이라고 해도 좋고, 신과 같은 힘을 가진 어떠한 존재라고 해도 좋아. 누군가가 나루를 이 시간으로 보냈어. 이유 없이 보내진 않았겠지. 분명 지후를 살리라고 보냈을 거야. 나루의 소망은 그것뿐이니까. 그렇다면.”

윤영이 재경과 눈을 맞췄다.

“방법이 있는 거야. 나루도, 지후도 죽지 않을 방법. 안 그래?”

“하지만 네 동생은…….”

“나루가 구하고 싶다고 해서 전부 구할 수 있는 게 아니겠지. 나루가 원하는 걸 모조리 이뤄주면 세상이 엉망진창이 되지 않겠어? 나루가 원한 건 지후를 살리는 거였고, 그 때문에 이 시간으로 돌아온 거니까 다른 사람들을 전부 구하는 건 무리일지도 몰라. 내 동생은 죽었고, 명진이도 죽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후를 살릴 방법은 분명히 있을 거야.”

확신에 찬 윤영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였나?’

재경은 나루를 싫어하는 윤영이 싫었었다. 나루가 왜 그렇게 윤영을 감싸고도는지, 좋은 애라고 말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나루를 위해 움직이려는 윤영은 거침이 없었다.

윤영은 나루를 손톱만큼도 의심하지 않았고, 최근 모든 생각이 나루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얘가 정말 나루를 시기, 질투하던 그 애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옛 시간의 우리 가족을, 꿈에서 봤어.”

재경과 윤영은 함께 강의실을 나왔다.

“옛 시간의 네 가족?”

“응, 지완이가 죽은 후의 우리 가족. 정말 엉망진창이었어.”

“그래.”

“엄마랑 아빠는 서로를 비난하고, 욕하고, 가끔 나를 욕하기도 하고. 그러면 나도 소리를 지르면서 엄마랑 아빠한테 대들고. 진짜 엉망이었어.”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됐다.

갑자기 자식을 잃은 부부는 슬픔과 죄책감을 털어놓을 곳을 찾다가, 결국 서로를 비난하게 된다.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어도 힘들 시간에 싸우고 다투다가, 결국 가정은 파탄이 난다.

윤영의 가족도 그 과정을 밟았었나 보다.

“옛 시간의 나는 굉장히 외로워해. 매일 혼자 울어. 지완이한테 죽어 버리라고 했던 것 때문에 죄책감도 있고, 한편으로는 엄마랑 아빠가 지완이의 죽음만 신경 써서 원망스럽기도 해. 그런 식으로 위험한 곳에 가서 빠져 죽은 지완이를 원망하다가, 지완이를 원망하는 내 자신을 경멸하지. 그러던 때에 나루가 나를 위로해 주기 시작한 거야.”

11월 말, 밤바람은 차가웠다.

윤영은 옷깃을 여몄다.

“그 꿈을 꿨기 때문에, 나는 위로를 받았어. 그리고 부모님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두 분 사이에서 중재를 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지. 지금 우리 가족은 꿈속의 가족들과 다르게 괜찮아. 아직 조금 위태롭긴 하지만, 난 이것도 잘 지나갈 거라고 확신해.”

희망적으로 말하는 윤영은 밝아 보였다.

“나루 덕분이야. 나루는 내가 나루를 미워하는 상황에서도 날 포기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이제 내가 움직일 거야. 포기하지 않고.”

* * *

한 해가 지나갔다.

연도가 바뀌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한 번 경험했던 연도. 두 번 다시 되돌아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젊은 나날.

그 시기를 거의 1년째 보내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창문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을 붙이고, 전기장판을 틀어야만 잠을 잘 수 있는 추위가 시작되었다.

1월의 추위는 매서워서, 환기를 시키기 위해 잠깐만 창문을 열어도 방 안의 온기를 모조리 빼앗아 갔다.

유독 추운 날, 나루는 창문을 열어놓고 침대에 앉아 있었다. 침대 옆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에 피부가 아팠지만,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서 하늘을 응시했다.

차가운 공기와 다르게 하늘은 쾌청했다.

새파란 하늘에 눈이 시렸다.

‘여름 방학 이후로 날 죽이려는 시도가 없었어.’

바다에서 빠져 죽을 뻔한 후로, 위험한 일은 없었다.

누군가에게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게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나루는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지만, 그게 바보처럼 느껴질 만큼 평온한 나날이 이어졌다.

‘날 죽이려는 걸 관둔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했던 걸까? 그저 누구에게나 벌어지는 사고를 가지고.’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나루는 생각을 고쳤다.

‘아니, 날 방심하게 하려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뭐라고?’

나루는 죽이려면 언제든 죽일 수 있을 만큼 힘이 없는 존재였다. 든든한 백도 없고, 보디가드를 고용할 만한 돈도 없었다.

지후가 24시간 지켜주는 것도 아니고, 설령 지켜준다 해도 지후 역시 평범한 민간인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날 죽이려는 사람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걸지도 모르지.’

보이지 않는 적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있는지 없는지도 확신할 수가 없기에, 하루하루 말라가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살이 많이 빠졌네.’

원래는 이렇게까지 마르지 않았었다.

평균 체중에서 조금 아래였는데, 이 시간으로 돌아온 후에 거의 5키로가 넘게 빠졌다.

어제는 엄마가 어디 아픈 거 아니냐며 걱정까지 했다.

‘살이 빠질 수밖에 없지.’

명진이 죽을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나루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른다.

12년 후에는 지후가 죽는다.

그런 여러 가지 생각들 때문에 식욕도 없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살이 찌면, 그야말로 병에 걸린 것이리라.

‘일단 연구를 흘렸을 것 같은 사람들 이름은 정리해 뒀어. 어쩌면 내가 잊고 있는 사람이 몇 명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음달부터는 그 사람들을 조사해서 만나 봐야겠어.’

이 시점에서 그들과 나루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갑자기 찾아온 나루가 이것저것 캐물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 틀림없지만, 어떻게 해서든 정보를 얻어야만 했다.

‘단체들에 대해서는 최 교수님한테 더 정확하게 묻고 싶은데.’

나루의 은사였고, 연구소에 입사할 때부터 쭉 도와줬던 최 교수는 올해 안식년이었다.

‘기억에 따르면 12월인가부터 해외로 나가 계셨지. 메일로라도 찾아뵙고 싶다고 연락을 넣어 둘까? 시간 나실 때 연락을 달라고 하고, 어디로든 찾아가면 되는 거니까.’

최 교수와도 아직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정보를 얻으려면 상대의 환심을 사야 하는데, 계획적으로 타인에게 접근해 본 적이 없기에 쉽지가 않았다.

코끝이 빨개질 때까지 창문을 열어놓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방문이 열리고 엄마가 들어왔다.

“나루야! 이 추운 날에 창문은 왜 열어놓고 있어?”

엄마에게 등짝을 맞았다.

“아파, 엄마.”

“아픈 건 아니? 추운 건 모르고?”

“환기시키고 있었어.”

“환기를 무슨 냉골이 될 때까지 시켜? 코 빨개진 것 좀 봐.”

나루를 혼내면서도 엄마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잠깐 졸았나 봐.”

“이 추운데 잠이 오니? 얼른 몸 좀 녹여. 어휴, 몸 차가워진 것 좀 봐라. 동상 걸리겠다, 얘.”

엄마가 창문을 닫고, 나루를 이불 속으로 밀어 넣었다.

전기장판까지 켜 준 엄마가 물었다.

“오늘은 지후 안 만나니?”

“응, 오늘은. 좀 피곤해.”

“겨울 방학에 어디 놀러 안 가고?”

“글쎄, 잘 모르겠어. 우리 가족은 어디 가게?”

“아빠가 바빠서 잘 모르겠네. 몸 녹이고 나와. 엄마가 칼국수 해 줄게.”

“응.”

전기장판에 따뜻하게 열이 올랐다.

차갑게 얼어 있던 몸이 갑작스러운 열기에 따끔따끔 아려왔다.

나루는 이불을 턱 아래까지 끌어당긴 채로, 아까 하던 생각을 계속하려고 했다.

그때, 베개 옆에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윤영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나루야, 나 너네 집 근처인데. 들어가도 돼?]

“어. 초인종 누르면 엄마가 문 열어줄 거야.”

겨울 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윤영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나루의 집에 놀러오곤 했다.

잠시 후 나루의 방문이 열렸다.

“으아, 추워. 네 방 왜 이렇게 추워?”

윤영이 두 팔로 몸을 감쌌다. 나루가 이불을 들추자, 윤영이 이불 안으로 들어왔다.

“뭘 하고 있었던 거야?”

“그냥 창문 열어놓고 하늘 구경 좀 하고 있었어.”

“하늘 두 번 구경하다가는 얼어 죽겠네.”

윤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둘은 방이 좀 따뜻해질 때까지 이불 안에 있었다.

“오늘 일정 없지?”

윤영이 물었다.

“응.”

“그럼 얼른 씻고 나갈 준비해. 우리, 명동에나 가자.”

“명동? 갑자기 명동은 왜?”

“놀아야지. 이대로 시간 낭비하기 아깝잖아. 가서 쇼핑하자.”

윤영의 등살에 떠밀려 욕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 동안, 옛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 무렵에 윤영이랑 같이 명동에 쇼핑하러 갔었지.’

그때는 먼저 쇼핑하러 가자고 청한 쪽이 나루였다.

집안의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 밖으로 나돌던 윤영에게, 여기저기 놀러 다니자고 제안을 하곤 했었다.

‘윤영이도 이때의 일을 꿈으로 꿨었나 보네.’

나루를 신경 써서 찾아와 준 윤영의 마음이 고마웠다.

‘그래. 오늘은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윤영이랑 놀아야지.’

마음가짐을 다잡고 나갈 준비를 했다.

윤영이 옆에서 이것저것 지적을 했다.

이걸 좀 발라 봐라, 눈 화장도 조금 하자, 머리는 고데기를 하자.

윤영의 잔소리를 들으며 나갈 준비를 마칠 때쯤에는, 하루 종일 쇼핑을 한 듯 지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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