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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60화 (60/93)

60화. 내가 널 좋아하게 된 이유

2018.01.25.

소리를 친 인물이 너무 의외인지라, 다들 숨을 삼키고 그녀를 돌아봤다.

윤영이었다.

윤영은 책상을 두 손으로 짚고 일어나 있었다.

“다들 어떻게들 된 거 아냐? 연나루가 정말 미쳐서 횡단보도에 뛰어들었을 것 같아? 왜 다들 뉴스만 보고 떠들어 대? 그 상황, 다들 제대로 보지도 못했잖아.”

“뭐야, 김윤영. 그럼 넌 봤냐?”

“못 봤어. 그런데 뉴스만 보고 멋대로 상상하지도 않아. 어제 축제라서 사람 많았잖아. 누구한테 떠밀렸거나 발이 걸리기라도 했겠지. 연나루도 지 위험한 거 알 텐데, 차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 무단 횡단을 하려고 했겠어? 그 도로가 짧은 것도 아니고.”

옳은 말이었기에,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리고 정말 쟤가 무단 횡단하려다가 일어난 사건이면, 여기 와서 저러고 앉아 있겠어? 진짜 다들 사람 하나 왕따 시키는 것도 아니고, 확인되지도 않은 걸로 너무들 하네.”

“야, 너 진짜 웃긴다. 너도 연나루 싫어해서 뒤에서 욕하고 다니잖아.”

누군가의 지적에 윤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윤영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말했다.

“그래, 나 연나루 싫어. 내가 민지후 좋아하는데, 민지후는 연나루가 좋대. 그래서 연나루 싫어. 그런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나 혼자 싫어하는 거랑 단체로 욕을 해대는 건 다르잖아. 날조해서 사람 한 명 살인자 만드는 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몇몇 학생들이 구시렁거리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엮이고 싶지 않은 듯 입을 다물었다.

윤영은 학생들을 노려보다가 나루와 눈이 딱 마주쳤다.

가슴이 지끈 아파왔다.

어젯밤 꿈이 생생하게 떠올라, 또 눈물을 흘릴 뻔했다.

도울 생각은 없었다.

욕먹는 나루가 꼴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도카니 앉아 그 욕을 다 받아들이는 나루를 보니, 가슴이 아파서 속이 상해서 모르는 척할 수가 없었다.

‘나도 미쳤지.’

윤영은 신경질적으로 나루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진짜 나도 미쳤지. 쟤 욕먹으면 좋은 건데, 미쳤다고 쟤를 도와? 하, 진짜. 난 대체 어떻게 되먹은 멍청이인 거야?’

도저히 강의를 들을 기분이 아니었다.

또 출석을 하지 않으면 위험할 것 같지만, 윤영은 그대로 가방을 집어 들고 강의실에서 나왔다.

도망치듯 빠르게 복도를 걷는데, 뒤에서 나루가 따라왔다.

“윤영아.”

이럴 줄 알았다.

윤영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걸었다.

달려온 나루가 윤영의 손목을 잡았다.

“윤영아.”

“이거 놔.”

“고마워.”

“널 도우려고 그런 거 아니야. 그냥 그 꼴들이 지긋지긋해서 그런 거지.”

“응, 그래도 고마워.”

윤영은 계속 걸었고, 나루는 윤영의 손목을 잡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왜일까.

잡힌 손목을 빼내고 싶지 않았다.

간밤에 꾼 꿈, 그 아릿한 광경 속에 파묻힌 나루가 지금의 나루와 겹쳐졌다.

홀로 소리 없이 울던 그 여자가 내 손목을 잡고 있는 것만 같아서, 도무지 뿌리칠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혼자 울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이 손목을 잡은 걸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내 기분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싫었다.

꿈은 꿈일 뿐인데. 그 연나루와 이 연나루는 다른데.

지금 이 연나루는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가진, 모든 것을 다 가진 행복한 여자인데.

오히려 내가 더 비참하고 내가 더 외로운데.

울고 싶은 건 나인데.

“네가 싫어.”

건물 밖으로 나온 윤영은 걸음을 멈추고 나루를 돌아봤다.

“난 정말 네가 싫어. 넌 나를 비참하게 만들거든. 그래서 네가 싫어. 그런데 연나루, 자꾸 네 꿈을 꿔.”

“내 꿈을?”

“그래. 너,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짓을 했기에, 자꾸 내 꿈에 나오는 거야? 너란 애, 정말 싫은데,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데, 그냥 따돌림 당하고 학교 그만둬 버렸으면 좋겠는데, 죽어 버렸으면 좋겠는데.”

“윤영아.”

“그런데 왜 자꾸 내 꿈에 나와서 날 미치게 만들어?”

“무슨 꿈을 꾸는데 그래?”

“너는 꿈에서…….”

거기까지 말한 윤영은 입을 다물었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이런 말을 해 봐야 미친 여자로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나루에게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끔찍해, 정말. 나한테 아는 체하지 마. 오늘 이 일은 그냥 내가 성격이 더러워서,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네 욕 하는 꼴 못 보겠어서 한 일이니까. 나는 착하지도 않고…….”

“착해.”

나루가 윤영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너는 항상 착해. 늘 착해. 앞으로도 착할 거고.”

“지랄하네. 네가 나에 대해 아는 게 있기나 해?”

순간 나루의 얼굴에 번진 미소를, 윤영은 똑똑히 목격했다.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애달프고 다정한 미소. 언젠가 어디선가 보았던 미소였다.

“응,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를 훨씬 더 잘 알아. 그래서 네가 착하다는 것도, 그 성격 탓에 나를 도와줬다는 것도 알아.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어지고, 남을 뒤에서 욕하는 게 성미에 안 맞는다는 것도 알아.”

나루의 담담한 음성을 들으며, 윤영은 이 미소를 어디서 목격했는지 깨달았다.

예전에 지후가 지었던 미소였다.

―글쎄. 12년 후쯤.

자신이 나루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걸, 언젠가 윤영도 알게 될 거라고 말하며, 지후는 이런 표정을 지었다.

오싹―

소름이 돋았다.

윤영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니들 뭐야?”

“응?”

“니들 뭔데 그렇게…….”

똑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는 거야?

그 질문을 꿀꺽 삼켰다.

더는 나루와, 그리고 지후와 연결되고 싶지 않았다.

나루와 지후에게 무언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우리와 다르다.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다르다.

그리고 나는 이 두 사람과 연결될수록 미쳐 간다.

“오늘 일이 나한테 고맙다면, 더 이상 나한테 접근하지 마. 나는 이제 너랑 연관되고 싶지 않아. 너도, 지후도, 이제 끔찍해.”

윤영은 휙 돌아서서 달려갔다.

나루는 윤영을 잡을 수 없었다.

마지막 순간, 윤영의 눈에는 분명 공포가 떠올라 있었다.

나루를 싫어한다기보다는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왜지?’

이해하기 힘든 반응이었다.

‘윤영이는 대체 무슨 꿈을 꾸는 거지?’

* * *

시간은 흘러갔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 경찰이 나루를 호출했다.

나루를 누군가 미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몇 명 있다고 했다.

“그런데 누군지는 파악할 수가 없대. 증언이 좀 갈리나 봐.”

지후와 손을 잡고 한강 둔치를 걸으며, 나루가 경찰에게 들은 것을 설명했다.

“20대 남자 같다는 사람도 있고, 중년 남자 같다는 사람도 있대. 아, 그런데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거기에 후드까지 덮어쓰고 있었다는 증언은 동일한가 봐.”

“남자이긴 하다는 건가?”

“그런데 그것도 확실하지가 않대. 얼굴이 안 보여서. 그냥 체구랑 키, 이런 것 때문에 남자일 거라고 생각만 하고 있나 봐.”

“아직도 짐작 가는 사람은 없는 거지?”

“전혀.”

잠시 대화가 끊겼다.

해가 지고 있었다.

강물이 주홍빛으로 물들어 가는 장면을, 지후와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나루와 지후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걸음을 멈췄다.

노을이 지고 강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봤다.

지후가 허리를 굽혀 나루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나루가 고개를 들자, 지후는 싱긋 웃으며 나루의 이마에도 키스를 했다.

둘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잠시 미소를 짓다가, 다시 걸었다.

“내가 그 유전자를 찾아내고 나서, 누군가가 그 연구 결과를 밖으로 흘렸어. 아마 나랑 같이 연구한 사람들 중 한 명이겠지.”

“연구원 중에 그 결과에 대해 확실하게 아는 사람이 있었어?”

“아니. 그건 내가 잘 감춰 두고 있었으니까. 다들 내가 그 연구를 하고 있고, 좋은 성과를 거뒀다, 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 논문을 정리해서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그 전에 유출이 된 거야.”

“그리고 너한테 제의가 들어왔지.”

“응. 여러 연구소랑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어. 물론 정중하게 제안한 쪽이 많긴 하지만, 간혹 과격한 업체도 있었어. 자기네로 오지 않으면 위험해질 거라는 둥, 어떻다는 둥. 그리고.”

나루는 인상을 찡그렸다.

“협박하는 단체도 있었지. 이 연구를 계속하는 건 신의 뜻에 반하는 거라고, 당장 그만두라고, 그러지 않으면.”

“죽일 거라고.”

“응. 연구실로도, 집으로도 협박 편지나 전화가 오기 시작했어.”

변조한 음성으로 ‘당장 연구를 그만두지 않으면 널 죽이겠다.’라는 전화가 빈번하게 걸려 왔다.

나루는 그 사실을 지후에게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지후도 전화를 받았다.

[당신의 애인이 위험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 연구를 그만두게 만들어라. 그러지 않으면 당신도, 당신의 애인도, 그리고 그 가족들도 위험해질 것이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지후가 나루에게 사정을 물었고, 나루는 순순히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때부터 지후는 나루의 보디가드처럼 나루를 따라다녔다.

나루는 별일 아닐 거라고, 원래 이런 연구를 하다 보면 협박을 받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님도 옛날에 유전자 변형 연구할 때, 엄청 협박 받았었대. 하지만 아직 무사하시잖아.

최 교수에게 상담을 받고 온 나루가 시원스럽게 말했지만, 지후는 불안함을 거둘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날, 그 일이 벌어졌다.

“내가 그 협박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더라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 나 때문에 네가 죽고, 이 시간으로 돌아와서도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죽었어.”

“네 탓이 아냐.”

“그래, 내 탓이 아니지. 그래도 내가 관계된 일인 건 분명해. 그러니까 반드시 날 죽이려는 사람을 찾아내야 돼.”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경찰은 나루를 민 범인에 대해 감도 잡지 못했고, 그건 나루도 마찬가지였다.

옛 시간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기에, 자신을 협박하는 무리가 누구인지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혼자서 하려고 하지 마. 뭔가 알아내면 꼭 나한테 말해 주고. 알겠지?”

지후의 말에 나루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후는 알고 있었다.

나루가 무언가를 알아내더라도, 자신에게 알려 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녀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리라는 것을.

* * *

축제가 끝나자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왔다.

대학에 갓 입학해 중간고사를 얼떨떨하게 봤던 신입생들도 기말고사 기간이 되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성적 관리에 들어갔다.

다들 족보를 받네, 도서관에 자리를 맡네, 바쁜 와중에 나루의 신경은 오로지 윤영에게 가 있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시작되는 여름 방학. 그때에 윤영의 동생이 죽는다.

몇 주 전, 윤영이 겁에 질린 듯 나루를 피한 이후로, 윤영은 조금씩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갔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그들 사이에서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이제 윤영은 나루와 지후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모르는 척 피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기는 했지만, 윤영이 그녀 특유의 밝음을 되찾았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시간을 돌아온 민지후와 나. 우리 둘과 관련되면서 윤영이는 변했던 거였어. 우리와 떨어지니까 다시 원래 모습을 찾았고. 그렇다면…… 나는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게 좋은 걸까?’

소중한 친구였던 윤영을 잃게 되는 건 슬픈 일이지만, 나 때문에 윤영이 변하는 건 더 싫었다.

윤영을 위해서라면 거리를 두는 편이 옳다. 그건 괜찮았다. 모든 것을 전부 옛 시간처럼 가져갈 수는 없으니까.

다만.

‘윤영이 동생은…….’

윤영에게 있어서 평생의 아픔이 될 것이다.

대학 시절 내내, 윤영이 힘들어했던 것이 떠올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동생을 떠올리며 우는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나루는 윤영의 동생에 대해 잊게 되었다.

하지만 아마도 윤영의 가슴에는 아픔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나루에게 드러내지 않았을 뿐.

그것이 신경 쓰여서, 혹시나 이 시간에서는 그 아픔을 없애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나루는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나루는 도서관에 가지 않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에 돌아온 터였다.

나루를 피하는 윤영을 배려해서, 최근에는 학교 안에 있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중이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루의 노트에는 ‘김윤영’과 ‘동생’, ‘어떡하지?’라는 단어가 수선스럽게 적혀 있었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누구세요?”

“나야.”

지후였다.

나루는 반갑게 문을 열었다.

지후의 손에는 비닐 봉투가 들려 있었다.

“이게 뭐야?”

“저녁 해 줄게.”

“우와, 진짜?”

“그럼 가짜일까. 우리 집으로 가자. 이따 명진이랑 재경이도 온다고 했어.”

“응.”

나루는 슬리퍼를 신으려고 고개를 숙였다.

지후는 운동화를 구겨 신고 있었다.

“너, 운동화 구겨 신는 버릇 좀 고쳐. 옛날에는 안 그러더니.”

“그러게, 고쳐야 하는데. 이것 때문에 너한테 내가 시간을 돌아왔다는 걸 들켰지.”

“꼭 이것 때문은 아니거든.”

“아니긴. 내가 담배를 피우고, 총을 잘 쏘고, 그러는데도 눈치 못 챘으면서.”

“아냐, 눈치채고 있었어.”

“거짓말쟁이. 넌 얼굴에 다 드러나.”

지후와 재경의 집에 방문하는 건 오랜만이었다.

아무도 없지만 나루는 “실례합니다.”라고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 시간으로 돌아와서 하나 안심이었던 건, 네가 눈치채지 못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어. 생각보다 빨리 눈치채서 얼마나 놀랍던지.”

“나 눈치 있거든?”

“없어.”

“있어.”

“내가 널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도 모르잖아. 왜 좋아했는지도 모르고.”

“으으. 그건 말해 주지 않았으니까!”

“보통은 눈치챈다고.”

“그럼 넌 내가 언제부터 널 좋아하게 됐는지 알기나 해?”

“알지.”

“어떻게?”

나루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실 나루는 자기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지후를 좋아하게 됐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후가 비닐봉지를 식탁 위에 올려놓으며 나루를 돌아봤다. 나루의 표정을 본 지후의 눈이 가늘어졌다.

“넌 알아?”

“뭘?”

“네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날 좋아하게 됐는지.”

“다, 당연히 알지! 내 사랑인데 모를 리가 없잖아.”

“흐응. 그래? 그럼 말해 봐.”

“네가 먼저 말해 봐.”

“모르지?”

“알거든.”

“모르잖아. 은근슬쩍 날 떠보려고 하는 거지?”

“아니라니까. 내가 널 좋아하게 된 이유를, 내 자신이 모를 리가 없잖아. 그건 너무 바보지.”

“그러게, 자기가 왜 좋아하게 됐는지도 잊었으면 진짜 바보인 건데. 완전 바보. 완전 멍청이. 세계 최고 미련퉁이.”

“야, 그건 말이 좀 심했다.”

“말이 심하다니. 네 이야기 하는 거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나루가 입술을 비쭉 내밀었다.

지후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잠시 지켜보다가 말했다.

“그럼 완전 바보, 멍청이, 미련퉁이가 아닌 연나루 씨. 말해 보시지요. 날 왜 좋아하게 됐는지,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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