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사랑해도 돼
2017.10.02.
지후의 제안을 받은 후에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래서는 안 돼.’
미련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아니, 난 그냥 들어갈래. 다녀와.”
“그래, 그럼.”
다행히 지후는 두 번 제안하지 않았다.
펜션으로 들어갔더니 술자리가 한창이었다.
어울리지 못할 줄 알았던 명진까지도 얼굴이 빨개져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루는 슬그머니 윤영의 옆에 앉았다.
“어, 나루 왔어?”
윤영이 반갑게 맞으며 소주잔을 내밀었다.
“술, 잘 마셔? 그러고 보니 너랑 같이 술 마신 적이 없네.”
“술은 그냥 적당히 마셔. 신입생 환영회 때 가긴 했었는데.”
“아, 그때 재경이가.”
거기까지 말한 윤영이 입을 다물었다.
이 자리에 재경을 좋아하는 선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더라. 하지민. 그 오빠, 진짜 진상이었지.”
윤영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 형, 나쁜 형은 아닌데 술만 마시면 그러더라.”
“예쁜 여자, 진짜 좋아하더라고. 뭐, 나루는 예쁘니까. 좀 특이하긴 하지만.”
“내가 그렇게 특이한가?”
“특이하지, 그럼. 그걸 여태 몰랐단 말이야?”
다들 술을 마셔서 그런지, 나루를 대하는 데에 거침이 없었다. 나루도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꼈다.
술을 사러 갔던 지후가 돌아왔고, 술자리는 점점 무르익어 갔다.
나루는 술 마시는 속도를 조절했다.
술에 취하면 이성이 약해진다. 지후를 향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상황이 와서는 안 됐다.
친구들이 웃고 떠드는 동안, 나루는 조용히 일어나 펜션을 빠져나왔다.
오랜만에 술을 마셨더니, 속도를 조절했는데도 벌써 술기운이 올라왔다. 잠깐 바람 좀 쐬면 괜찮아질 것이다.
펜션 주위를 걷고 있을 때였다.
“연나루. 어디 있어?”
어둠 속에서 명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여기.”
나루는 걸음을 멈추고 명진이 오기를 기다렸다.
나루의 앞에 멈춘 명진이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말했다.
“난 생각 정리 끝났어.”
“벌써? 술 마셨잖아.”
“나, 술 세.”
“얼굴은 빨간데?”
“원래 얼굴만 빨개져. 체질이거든. 저쪽으로 가자.”
명진이 가리킨 곳은, 펜션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지만 둘의 대화가 들리지 않을 만한 곳이었다. 그곳이라면 펜션에서 누가 나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평평한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나란히 앉았다.
“지후를 살리기 위해, 걔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
명진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응. 여기로 돌아왔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 어떻게 해야 지후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했어. 지후랑 멀어지려면 휴학을 하거나 자퇴를 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안 돼.”
명진이 고개를 저었다.
확신에 찬 어조였다.
“사람이 시간을 돌아왔어. 보통은 꿈에서나 있을 불가능한 일인데 실제로 벌어진 거야. 그렇다는 건, 세상에는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일들이 실재하는 경우가 있는 거겠지. 그중 하나가 인연이야.”
“인연…….”
“지후 때문에 네가 시간을 돌아올 정도라면, 너와 지후의 인연은 깊은 거겠지. 네가 휴학이나 자퇴를 해도, 너와 지후는 연결될 거야. 그건 오히려 위험해.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까.”
나루도 막연히 그런 생각은 했었다.
그와 대학 생활을 함께하면서 그를 사랑하지 않기는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휴학을 할 수 없었던 것은, 나중에 나루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지후를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나도 그런 생각 때문에 휴학을 하지는 않았어. 하지만 너처럼 딱 정의 내리지는 못했는데. 너, 생각보다 훨씬 머리가 좋구나.”
“과 수석만 하겠어?”
“하아. 그놈의 과 수석. 과 수석이면 뭐해? 지후를 어떻게 살려야 할지 감도 못 잡겠는데.”
“보통 그런 건 감을 못 잡지. 누가 그런 걸 생각하면서 살겠어?”
“그러게.”
이런 일 따위, 평생 모르고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네가 지후를 사랑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지후가 널 지키다가 죽었기 때문인 거지?”
“응. 지후가 날 사랑하지 않으면, 나를 지키려고 하지도 않을 거야. 그러면 지후는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거고.”
“하지만 그 부분 말이야. 난 그 부분이 미심쩍어.”
“어떤 부분이?”
“너 때문이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나 때문이 아니라고?”
“그래. 너 때문인 게 아니라, 그저 지후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다가 죽는 운명을 타고난 것일지도 모르잖아.”
나루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럴 리가…… 없어.”
“아니, 없지 않아. 생각해 봐. 네가 시간을 되돌아왔어. 그렇다는 건, 어쩌면 타고난 운명이라는 것도 존재한다는 거야. 지후의 운명이 ‘연나루 때문에 죽는다.’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다가 죽는다.’가 될 수도 있다는 거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루가 과거로 돌아온 이 시점에서 ‘말도 안 되는 일’는 없었다. 모든 상황을 ‘있을 수 있는 일’로 가정해야 했다.
“네가 세운 계획을 정확하게 말해봐 봐. 어떤 식으로 가려고 했어?”
“지후를 사랑하지 않으려고 했어. 이 대학에 다니는 동안, 지후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려고 했어. 그러면 내가 먼저 졸업을 할 거고, 동문회 같은 데 나가지 않을 거고. 친구들에게 간혹 지후의 소식을 들을 거고, 그러면 나는 지후와 마주칠 만한 곳을 가지 않을 거고. 그렇게 32살이 되었을 때, 내가 했던 연구를 완성시키지 않을 거고. 그럼 나도 위험에 처하지 않을 거고, 지후도 죽지 않겠지.”
“연구, 대체 어떤 연구기에 그래?”
“그건…… 말할 수 없어. 다만 그 연구의 결과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어. 그걸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저지를 만한 사람들도. 모두가 원하는 연구를 완성시킨다는 게 그렇게 위험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어. 그래서 그걸 완성시키지 않을 생각이야. 어차피 그 연구 과정은 내 머릿속에만 있으니까.”
“그럼 지후는 살아남을 것이다?”
“응.”
“아냐, 그렇게 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나는 아무래도 지후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죽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가정을 버릴 수가 없어.”
“하지만…….”
“물론 연구를 완성한 연나루를 지키다가 죽는다, 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확신할 수는 없잖아.”
“그렇지.”
명진은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나루가 말을 이었다.
“예전에 어떤 영화를 본 적이 있어. 비행기 사고가 나는데, 어떤 애가 꿈으로 그 광경을 본 거야. 그래서 그 아이는 소란을 피우고, 그에 휘말려서 몇 사람이 비행기에서 내리지. 원래는 다 죽기로 되어 있었던 사람들이었어.”
“결국 예정된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데스티네이션 말이지?”
“아, 너도 봤어?”
“어, 봤어. 그렇다면 나도 죽겠군. 오토바이를 타든, 타지 않든.”
“…….”
“만약 오토바이를 타지 않고 내가 좀 조심해서 내년에 죽지 않는다면, 지후도 구할 수 있다는 뜻이겠지. 예정된 죽음은 없다, 혹은 운명도 바꿀 수 있다, 쯤이 되려나?”
“응.”
명진과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항상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결론을 내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 결론에 확신을 가질 수 없어서 불안했다.
의견을 나눌 상대가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안심이 되는 일이었다.
“일단 우리가 생각한 모든 것을 진실이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지후를 살릴 방법이 하나 있어.”
명진이 말했다.
나루는 눈을 크게 뜨고 명진을 응시했다.
“네가 지후의 연인이 되는 거야.”
명진이 덧붙인 말에, 나루는 힘이 빠졌다.
“그건 안 된다니까. 나는 지후에게 있어서 죽음의 비행기야.”
“아니. 지금 난 모든 가정을 진실로 두자고 했어. 그렇다는 건, 지후의 운명을 ‘연나루 때문에 죽는다.’와 ‘사랑하는 이를 지키다가 죽는다.’ 두 개 전부로 보자는 말이야.”
“그럼 더더욱 내가 지후를 사랑하면 안 되는 거잖아.”
“생각해 봐, 연나루. 네가 지후를 사랑하지 않고 지후에게 너 아닌 다른 연인이 생길 경우를. 만약 그 연인을 지키려다가 지후가 죽게 되면, 넌 손을 쓸 수가 없어.”
“…….”
“사랑도 하지 않고, 졸업 후에 잘 만나지도 않던 동창이 찾아와서 ‘너 죽을지도 몰라.’라고 말해 봐야, 미쳤다는 소리만 들을 뿐이야. 하지만 네가 지후의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면? 그때는 달라져.”
심장이 쿵, 쿵 뛰기 시작했다.
“지후가 연나루를 지키다가 죽든, 사랑하는 이를 지키다가 죽든, 넌 지후 곁에 있을 거고 대처할 방법이 생긴다는 거야. 만약 내가 죽지 않으면, 나도 널 도울 거고.”
“아…….”
“만화나 영화 같은 걸 봐 봐. 과거로 돌아간 사람이 많은 걸 바꾸려고 하면 더 엉망이 되고, 더 안 좋은 결과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어쩌면 오늘 지후가 죽을 뻔했던 것도, 네가 지후를 사랑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일지도 몰라. 잘 생각해 봐. 너의 옛 시간에서도 여길 왔었어? 이런 일이 있었어?”
“응. 왔었어.”
“오늘 지후가 물에 빠진 그 시간에, 옛 시간에서는 뭘 하고 있었어?”
나루는 기억을 더듬었다.
“내가.”
나루는 눈을 감았다.
“내가 채집용 용기를 안 가지고 와서 다시 펜션으로 돌아갔었어. 지후가 같이 가 줬고.”
“그래, 바로 그거야. 오늘은 그 일이 없었어. 그래서 지후는 물가에 있었고, 물에 빠져서 죽을 뻔한 거야.”
나루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정말 그럴까?”
“난 그렇다고 봐.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네가 지후를 사랑하지 않는 건 답이 아냐. 너는 지후를 사랑하고, 다시 한 번 그 연구를 완성시켜야 돼. 그리고 또다시 위험이 닥쳐서 지후가 죽을 뻔한 그 상황이 되었을 때.”
“그때, 지후를 구한다.”
“응. 바로 그 시점이, 지후를 구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봐.”
나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흐른 눈물이 얼굴을 덮은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럼 나, 지후를 사랑해도 되는 거야?”
명진이 쓰게 웃었다.
“이미 사랑하고 있잖아.”
“하지만…… 잘못되면 어쩌지?”
“이미 잘못되고 있잖아. 오늘 지후는 죽을 뻔했어.”
“그래, 그렇지.”
이 시간으로 돌아와 지후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그의 사랑을 받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아프고 고독한 시간이겠지만 견뎌내겠다고, 세뇌시키듯 다짐했다.
그런데 지금 지후를 마음껏 사랑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이 오히려 지후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란다.
“나는 걱정이 돼. 내가 나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려는 걸까 봐.”
“이게 왜 네가 좋은 쪽이야? 이건 네가 좋은 쪽 아냐.”
명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지후를 사랑하고, 네가 그 연구를 완성시키면, 네게는 위험이 닥쳐와. 너는 지후를 구하려고 할 거고, 그 과정에서 네가 죽을 수도 있어. 이건 네게 좋은 방법이 아냐. 그래서 말할까 말까 망설였고.”
“아니.”
나루는 고개를 저었다.
“좋은 방법이야. 나는 지후가 살아가기를 바라니까. 지후만 구할 수 있다면 내 삶은 어찌되든 상관없으니까.”
갈라진 목소리로 말하는 나루를, 명진은 물끄러미 응시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네가 죽으면 지후는 지후가 죽었을 때 네가 느낀 그 감정을 똑같이 느끼게 될 거야.’
그런 상투적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루는 시간을 돌아왔고, 가야 할 길을 모르는 상태로 혼자서 고군분투해 왔다.
그녀는 자신이 걷는 길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확신이 없지만, 사랑하는 이를 지켜야만 한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왔다.
이 시점에서 ‘너도 죽으면 안 돼.’라는 말을 해 봐야, 그녀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나루가 이 방법을 받아들이는 거야.’
명진이 생각하기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나루가 휴학을 하거나 해외로 떠난다고 해서, 지후가 무사하리라는 법은 없었다.
지후의 운명이 ‘사랑하는 이를 지키다가 죽는 것’이라면, 그 사랑하는 이가 연나루가 되는 편이 나았다.
그래야 나루와 명진이 지후를 곁에서 지켜보며, 적절하게 대처할 수가 있다.
‘뭐, 그것도 내가 내년 봄 이후로 살아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 * *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보니 침대 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너는 지후를 사랑하고, 다시 한 번 그 연구를 완성시켜야 돼.
그렇게 말하는 명진의 음성은 단호했다.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루가 생각해도, 그것 이외의 방법은 없었다.
‘그래,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다가 죽는 운명이라면, 내가 그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거야.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지후를 구하는 거지.’
뿌옇기만 했던 앞길에서 안개가 걷혀가는 느낌이었다.
‘그럼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민지후가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
나루는 손을 뻗어, 지후가 뽑아 준 토끼 인형을 집어 들었다.
품에 안기에는 조금 작은 그 인형을 끌어안았다.
“큰일이야. 재경이가 나를 사랑하는 지금, 지후가 날 사랑하게 만들기는 더 어려울 텐데.”
* * *
짐정리를 하고 있는데, 거실에 누워 있던 지후가 물었다.
“어젯밤에 왜 나루랑 같이 안 나갔어?”
“어?”
“술 마시다가 나루 나갔잖아. 왜 안 따라 나갔어?”
“아아, 그거. 그냥.”
네가 죽을 뻔한 순간에도 널 질투하고 있었으니까. 여자 때문에 친구를 등한시했으니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 말은 할 수 없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창피한 감정이었다.
“나루는 어차피 나한테 관심도 없는 것 같고, 윤명진이랑 어울리는 걸 보면 걔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더라고. 포기하려고.”
“포기라니.”
지후가 몸을 일으켰다.
“너, 나루 많이 좋아하잖아.”
“그랬나?”
“고작 그 정도 감정이었냐?”
“그런가 보지.”
건성으로 대꾸하는 재경을, 지후는 가만히 노려보다가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루랑 무슨 일 있었어?”
“왜 그래, 너? 남의 연애사에 그렇게 관심 많은 놈이었냐?”
“친구 연애사에는 관심이 많아.”
“나루한테 고백했었는데 차였어. 나랑 사귀기 싫대. 그럼 끝난 거지, 뭐.”
“그 정도로 포기할 감정이었어?”
“그 정도라니. 한 번 고백했다가 까였으면 말 다 한 거 아냐? 이 이상 들러붙으면 집착이야, 집착.”
“성재경.”
“그러니까 난 됐어.”
“아니, 안 됐어.”
지후가 다가와 재경의 손목을 잡았다.
“나는 네가 나루랑 연애하는 걸 보고 싶다.”
“뭐래. 됐다니까 그러네. 그렇게 연애하는 걸 보고 싶으면 네가 나루랑 연애하든가.”
“난 연나루 안 좋아하잖아.”
“그럼 앞으로 좋아하도록 해 봐. 나루, 괜찮잖아. 예쁘고 똑똑하고.”
“내 취향 아냐.”
“뭐, 이젠 내 취향도 아냐.”
재경은 지후에게 잡힌 손을 슬며시 빼냈다.
“나는 이제 관둘 거야. 짝사랑하는 거, 나랑 안 어울리잖아.”
“재경아.”
“나 좋다는 여자나 실컷 만나야지.”
그 편이 나았다.
여자에게 미쳐서 친구를 질투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 마음은 아마 계속되겠지만.’
그래도 힘껏 노력하리라.
연나루를 사랑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