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들었다 놨다
2017.08.31.
옛 시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때처럼 애정이 담긴 손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지후가 나루의 허리를 슬며시 밀어내며 품에서 빠져나왔을 때는, 그만큼 허전함이 크게 느껴졌다.
‘아아, 그렇지. 이렇게 끌어안고 그럴 사이가 아니지. 내가 상처를 받을까 봐 조심스럽게 밀어내려고 했을 뿐이겠지.’
가슴이 시렸다.
갈무리하지 못한 표정을 들킬까 봐, 나루는 고개를 숙였다. 구겨 신은 지후의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대단하다, 너. 못 맞출 줄 알았는데.”
“있어 보라고 했잖아.”
지후가 우쭐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참 대단하네. 그런데 내가 돈 낸 거거든.”
“인형은 너 줄게.”
“당연히 나 줘야지. 내가 낸 돈으로 쏜 건데.”
“되게 돈돈거리네.”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직 몇 발 남았어. 인형 하나 더 뽑아 줘.”
나루가 말했다.
“그래, 있어 봐.”
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늘 그랬듯, 나루는 있어 보았다.
하지만 한 발 맞춘 것은 요행이었는지, 남은 몇 발은 전부 빗나갔다.
* * *
손바닥만 한 크기의 토끼 인형을 손에 들고 집을 향해 걸었다.
“그런데 이런 시간에 어쩐 일이야?”
나루가 물었다.
“산책 좀 하고 있었어. 그러는 넌?”
“나도 산책.”
“여자 혼자 이런 시간에 다니는 거 위험하다.”
“그러는 넌?”
“난 남자잖아.”
“남자는 무슨.”
“남자지. 보여 줄까?”
“아니, 됐어. 사양할게.”
나루가 황급히 거절하자 지후가 후, 하고 웃었다.
‘아, 어쩌지?’
후, 하고 바람이 불듯이 웃는 그의 모습을 몹시도 사랑했다.
사귄 지 몇 년이 지났을 때도, 그 웃음을 보면 항상 두근거렸다.
지금도 그렇다.
그의 얼굴을 좇는 시선을 황급히 옆으로 비켰다.
“아까.”
지후가 입을 열었다.
“윤명진이랑은 왜 같이 나간 거야?”
“네가 윤명진을 어떻게 알아?”
“그 이후에 수업에 들어왔으니까. 대리 출석을 한 게 아니라면 걔가 윤명진이겠지.”
“아아.”
“그러는 넌? 윤명진을 어떻게 아는데?”
“아는 건 아니고. 그냥 좀 신기해서.”
오늘의 일에 대해 누군가 물었을 때 대답할 말을 생각해 둬서 다행이었다.
“뭐가 신기한데?”
“몇 주나 학교에 안 나와서 누군지 궁금했었거든. 그런데 아까 딱 강의실 들어오는 걸 봤는데, 헤어스타일이 대박이더라. 멋지더라고.”
“흐응.”
“나, 그 뭐라더라. 레게 머리? 그거 한 번 해 보고 싶었거든. 그래서 그랬던 거야.”
구차한 변명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것 외에는 딱히 그 일을 포장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흘끗 지후의 얼굴을 훔쳐봤더니, 그는 여전히 미심쩍다는 눈빛으로 나루를 보고 있었다.
한동안 말없이 걷던 지후는, 자취하는 빌라가 보일 무렵 입을 열었다.
“차라리 아는 사람이랑 착각했다는 말이 더 그럴싸하겠다.”
* * *
집에 들어온 나루는 침대 위에 토끼 인형을 올려놓고, 침대 옆 바닥에 앉았다.
“지후가 한 말, 무슨 의미일까?”
토끼 인형에게 물었다.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원래 윤명진을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걸까? 아니면 날 떠보려고 한 소리일까? 아니, 어쩌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일지도 몰라. 내가 한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니까. 그렇지?”
토끼 인형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나루는 손을 뻗어 토끼 인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토순아. 그거 알아? 나는 여기에 친구가 없어. 물론 중, 고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면 다들 반갑게 받아 주겠지. 하지만 내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걸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없어. 내 진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는, 아마 앞으로도 평생 생기지 않을 거야.”
토끼 인형은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나루는 토끼 인형을 손에 쥐고 침대에 볼을 대고 엎드렸다.
“그게 너무 무섭고 고독해. 정말로.”
* * *
미생물학 실험은 한 조에 6명이었다.
나루의 조는 지후, 재경, 명진, 윤영, 선미.
이렇게 6명으로 결정되었다.
‘왜지?’
조가 결정된 날, 나루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옛 시간에서 윤영이는 우리 조가 아니었는데.’
원래는 선미와 지영이 나루의 조였었다.
‘큰 틀은 비슷하게 가는 줄 알았는데, 뭐가 바뀐 거지? 이런 식으로 바뀌어도 괜찮은 건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윤영을 빤히 보고 있노라니, 윤영이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렇게 봐?”
질문하는 목소리에 가시가 돋아 있었다.
옛 시간에서와 달리, 윤영이 내게 질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 친했던 친구의 날카로운 말투는 가슴이 아프다.
“아니, 그냥. 같은 조가 된 게 반가워서.”
나루는 아픈 마음을 감추고 말했다.
기분 탓일까?
윤영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윤영이 옆으로 시선을 피했다.
“반갑긴, 무슨. 친하지도 않으면서.”
따끔―
역시 저런 식의 말은 아프다.
나루는 쓴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웃는 나루를, 윤영은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원래 윤영은 다른 조였다.
어제 꽤 친해진 미생물학 조교와 저녁을 먹으면서 조원은 어떻게 나눌 건지 물어봤더니, 입학 성적과 이름 순서 등을 고려해서 정해 놨다고 했다.
원래 이 조에는 지영이 있었는데, 윤영이 바꿔 달라고 조교를 졸랐다.
사람 좋은 조교는 윤영의 애교 섞인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는지, 조를 바꿔 주었던 것이다.
그건 조교와 윤영, 둘만의 비밀이었기 때문에 나루가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그런데 왜일까.
빤히 응시하는 나루의 시선이,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불안했다.
‘조교가 말해 줬나?’
그럴 리 없다.
나루는 조교뿐 아니라, 학과 사람들 누구와도 친하지 않았다.
재경과 지후를 제외하면, 나루와 어울리는 사람은 전무하다고 봐야 했다.
‘내가 예민하게 생각하는 거겠지?’
윤영은 며칠 전, 나루의 뒤를 따라 걷던 지후의 모습을 목격한 이후로 나루를 향한 감정이 점점 어둡고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남자 때문에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에게 휘둘리는 삶은 이제 질색이다.
하지만 마음이 멋대로 흘러가는 걸 막기가 힘들었다.
‘미워하지 말자. 연나루는 죄가 없잖아. 그날도 지후가 혼자서 나루 뒤를 따라간 것뿐인걸. 남자 때문에 여자를 질투하는, 그런 여자가 되지 말자. 싫잖아, 그런 여자. 추하잖아, 그런 여자.’
조를 바꿔 달라고 한 것은, 지후와 같은 조가 되고 싶기도 했지만, 나루를 향한 감정을 정리하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아직 연나루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벌써부터 미워하면 안 돼.’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리다가, 지후와 눈이 마주쳤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짙은 눈썹 아래에 자리 잡은, 검고 깊은 눈동자가 날카롭게 윤영을 주시하고 있었다.
윤영이 품은 생각을 다 안다는 듯이. 나루를 향한 추한 질투를 눈치챘다는 듯이.
윤영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지후의 눈동자는 그런 적 없다는 듯 윤영을 비켜 나갔다.
하지만 윤영은 확신했다.
‘민지후가 날 보고 있었어. 쟤는 눈치챈 거야.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그래서 연나루를 질투한다는 걸. 그렇다면.’
윤영은 나루를 흘긋 돌아봤다.
나루는 턱을 괴고 앉아, 지루한 표정으로 조교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봉긋한 이마에서부터 부드럽게 이어지는 코와 도톰한 입술, 뽀얀 피부.
나루의 옆모습은 정성껏 빚은 조각상 같았다.
‘지후는 역시 나루를 좋아하는 걸까?’
* * *
“우리, 점심 같이 먹자.”
미생물학 실험이 끝나자마자 재경이 말했다.
‘얘는 왜 이렇게 밥 같이 먹는 걸 좋아할까?’
나루는 재경을 보며 생각했다.
“이왕 같은 조가 된 거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 실험 표본 어떻게 구할지도 정할 겸.”
재경이 변명하듯 덧붙였다.
“응, 좋아.”
“나도.”
윤영과 선미가 곧바로 대답했고, 지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나루와 명진의 대답만 남았다.
나루가 알겠다고 대답하려는데, 명진이 선수를 쳤다.
“난 됐다. 결정되면 알려 줘.”
툭 내뱉듯 말하고 돌아서는 명진의 손목을, 나루가 붙잡았다.
명진이 놀란 표정으로 나루를 돌아봤다.
나루의 얼굴을 향했던 명진의 눈동자가 그녀에게 붙잡힌 손목으로 내려갔다.
“뭐야?”
“점심 같이 먹자.”
“난 됐다고 했잖아.”
“점심, 같이 먹자.”
나루가 집요하게 말했다.
명진을 혼자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명진과 친해져야만 한다. 그래야 앞으로 그에게 닥칠 사건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윤명진은 내년 이맘때쯤 죽는다.
‘만약 내 힘으로 막을 수 없다면…….’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명진의 얼굴을, 나루는 물끄러미 응시했다.
‘적어도 이 애를 모두가 기억할 수 있게 해 줄 거야. 그리고 이 애도 좋은 추억들을 안고 갈 수 있도록 해 줄 거야.’
그런 각오를 했다.
명진에 대해서도, 지후에 대해서도.
지후와 재경은 의아하다는 듯 나루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나루와 가까워지고 싶어 했던 그들에게는 벽을 치고 있던 나루가, 명진에게는 먼저 다가가고 있다.
그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일 것이다.
어쩌면 나루가 명진을 좋아한다고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야, 너. 사람 진짜 귀찮게 한다?”
명진이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응, 맞아. 난 사람을 귀찮게 해. 그러니까 더 귀찮아지고 싶지 않으면, 같이 점심 먹어.”
나루가 명진과 눈을 똑바로 맞추고 말했다.
명진은 난처한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야, 싫다잖아. 그냥 우리끼리 결정해서 알려 주면 되지.”
보다 못한 선미가 끼어들었다.
“아니, 다 같이 먹기로 했으니까 명진이도 같이 먹었으면 좋겠어.”
“너도 과 모임 잘 안 나오면서 뭘 그래?”
윤영의 목소리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지만 나루는 무시했다.
오히려 명진이 윤영을 흘긋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같이 점심 먹자. 뭐, 얼마나 대단한 걸 먹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재경은 뒤에서 나란히 걸어오고 있을 나루와 명진이 신경 쓰였다.
돌아보고 싶은데 돌아볼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저 둘, 대체 무슨 사이인 거지? 나루랑 명진이는 원래 알던 사이인가?’
그동안 학교에 안 나와 모두의 관심을 끌었던 윤명진. 그가 첫 출석을 했을 때부터 나루의 행동은 남달랐다.
아무래도 둘 사이에 무언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아냐. 원래 아는 사이인 것 같지는 않아. 대체 무슨 사이지?’
둘의 관계를 고민하느라 선미와 나란히 걷고 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선미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앞쪽에는 지후와 윤영이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커플 데이트도 아니고.’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표본을 어떤 식으로 구해야 잘 구했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 좀 하고 있었어.”
그리 웃긴 농담도 아닌데 선미가 까르르 웃었다.
“재경이 너는 의외로 성실한 것 같아. 출석도 제대로 하고.”
“의외라니. 난 원래 성실해.”
“생긴 건 좀 놀게 생겼는걸. 너, 여자관계도 복잡하고 그러지?”
“그래 보여?”
재경은 고개를 돌려 선미와 눈을 맞췄다.
“내가 그렇게 여자관계가 복잡해 보여?”
시선을 고정시키고 진지하게 묻는 재경의 모습에, 선미가 얼굴을 붉혔다.
“아, 아니. 아니, 뭐.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나는 여자관계 복잡하지 않아. 지금 내 가슴 안에 있는 건.”
재경의 눈동자가 흘긋, 나루 쪽을 향했다가 다시 선미에게 고정되었다.
“단 한 사람뿐이야.”
* * *
오전 11시.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학생 식당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각자 식권을 사서 오늘의 점심을 받아 들고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나루가 8인용 식탁의 가장자리에 앉으려고 했는데, 뒤따라온 명진이 나루를 슬쩍 밀었다.
“여자는 가장자리에 앉는 거 아냐.”
나루가 명진을 올려다봤다.
“왜 그렇게 봐?”
“네가 이렇게 배려 돋는 애인 줄은 몰랐어.”
“나에 대해 대단히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모르진 않지. 한 달이나 출석을 거부한 반항아.”
“출석을 거부한 게 아니라 그런 사정이 있었던 거거든?”
“그게 얼마나 대단한 사정인지 궁금하네.”
티격태격하는 나루와 명진의 모습을, 재경이 지켜봤다.
지후가 재경의 어깨를 툭 쳤다.
“너무 신경 쓸 거 없어.”
“신경 안 써.”
“그래? 내 눈엔 엄청 쓰는 걸로 보인다만.”
“내가 뭐 허구한 날 질투나 해 대는 줄 알아?”
“그런 줄 알았는데.”
지후가 씩 웃는 모습에, 재경은 마음이 좀 풀렸다.
지후가 ‘신경 쓸 거 없어.’라고 하면, 정말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재경에게 있어서 지후는 늘 옳은 말만 하는, 신뢰하는 친구였다.
다들 자리를 잡고 앉자 재경이 말했다.
“음식을 앞에 두니까 배고프네. 일단 먹으면서 얘기하자.”
“저 친구는 사회자를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구만.”
명진이 나루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루가 웃었다.
사회자.
옛 시간에서도 재경은 그런 이미지였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을 때 리드를 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
그래서 20대 후반에 접어들 무렵부터는, 친구들의 결혼식 사회자로 여기저기 불려 다녔다.
―사례로 받은 정장만 10벌이 넘는다. 니들은 결혼할 때 정장은 선물로 주지 마라. 그냥 돈으로 줘, 돈!
재경이 그렇게 말한 건, 지후가 죽기 한 달쯤 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지후가 죽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끈―
불현듯 피를 흘리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이 시간에 적응하느라, 그가 죽던 광경을 잠시 잊고 있었다.
―쉿.
그의 마지막 속삭임.
―쉿.
그는 나루를 품에 안고 죽어가며 그렇게 말했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그는 나루를 지킬 생각뿐이었다.
달콤하고 애절한 사랑의 언어는 없었지만, ‘쉿.’이라는 그 짧은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그리웠다.
지후가 눈앞에 있음에도, 나를 사랑했던 그가 그리워 가슴이 아팠다.
꾸욱―
명진이 검지로 나루의 볼을 누르는 바람에, 나루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명진을 돌아봤다.
“너, 표정이 왜 그래?”
“내 표정이 왜?”
“곧 죽을 사람 같은 표정을 하고 있잖아.”
곧 죽을 사람.
그래, 맞아. 이건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영혼이 죽어 버린 사람의 표정이야.
당연히 그런 말은 할 수 없었다.
“돈가스가 먹고 싶었어.”
“어?”
“돈가스. 식권을 잘못 샀어.”
오늘은 A 식권이 돈가스, B 식권이 우동과 볶음밥이었다. 나루는 B 식권을 골랐다.
한껏 분위기를 잡더니 한다는 소리가 “식권 잘못 뽑았어.”라니.
명진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나루를 응시하다가, 피식 웃었다.
“이 여자는 아주 그냥,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