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사랑에 빠진 이유
2017.07.13.
나는 어찌하여 ‘왜 나를 좋아해?’라는, 연인들이 당연히 주고받는 질문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가!
자신의 무심함에 새삼스럽게 절망하며, 나루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난 진짜 못 쓰겠어. 머리가 좋으면 뭐해. 중요한 걸 기억 못 하는데!”
침대 위를 뒹굴뒹굴하면서 한참을 자책하다가 정신을 차렸다.
“아냐, 괜찮아. 할 수 있어. 기억해 내는 거야. 뭐가 됐든, 우리 사이에 있었던 큼지막한 사건들을 떠올리면, 그중 하나는 내가 너무 매력적인 순간이 있겠지. 그 순간에 나한테 반했을 거야.”
나루는 노트를 펼치고 대학 때의 추억을 더듬었다.
풋풋하고 달콤했던 수많은 추억이 흘러들어 왔지만, 대학 생활이 아닌 지후와의 추억이었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때, 첫 키스를 했을 때, 영화를 봤을 때, 처음 요리를 해 주었을 때.
그런 사소한 추억들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졌다.
이제 그의 체온을 오롯이 느끼는 순간은 없을 것이다.
그의 두껍고 단단한 팔을 베고 자는 일도, 힘들 때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위로를 받는 일도, 이제는 없을 것이다.
아니, 없어야만 한다.
‘아프다.’
나루는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와, 너무 아프다.’
윤영이라도 있었다면 끌어안고 펑펑 울었을 텐데, 윤영과는 아직 통성명도 못 한 상태였다.
‘진짜 미치겠네.’
나루는 노트에 간신히 끄집어낸 추억들을 하나, 하나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 적고 나니 생각보다 사건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 봐야 1, 2학년을 함께 보내고, 3, 4학년 때는 지후가 군대에 있었으니까.
대학 추억이 있는 기간은 2년이었다.
“3, 4학년 때는 지후가 군대에 갔었고, 제대를 하고 나서 나한테 고백을 했어. 그러니까 1, 2학년 때. 이 2년간 무슨 일인가가 벌어진 거야. 지후를 홀딱 빠지게 만든 무언가가.”
“내내 네 생각만 했어.”
군대에서 제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후는 나루에게 그렇게 말했다.
둘은 영화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상황이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고 시끄러운 그곳에서, 지후의 낮은 음성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군대에 있는 동안, 내내 네 생각만 했어. 불안하더라.”
지후는 나루를 돌아봤고, 나루도 지후를 올려다봤다.
둘의 눈동자가 마주했을 때, 지후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널 채갈까 봐.”
나루는 아마도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지후는 다시 정면을 응시했다.
잘못 들었나 싶을 무렵, 그의 커다란 손이 나루의 손을 감싸 쥐었다. 그렇게 손을 잡고 그는 말했다.
“좋아해.”
그다음에 지후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나루와 시선을 맞추고, 다짐하듯 말했다.
“아주 많이 좋아해.”
그날을 추억하며 나루는 눈을 감았다.
그의 다정한 음성과 맞잡은 손에서 전해지던 온기가 생생했다.
약간은 어두운 실내를 채운 고소한 팝콘 냄새도, 오가는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마치 그때의 그 영화관에 서 있는 듯 생생해서 가슴이 저려 왔다.
‘군대 내내 날 생각했다고 했어.’
나루는 가슴을 파고드는 그리움을 애써 밀어냈다.
‘그렇다는 건 그전에 날 좋아하게 됐다는 거야.’
나루는 눈을 뜨고 펜으로 1학년, 2학년에 동그라미를 쳤다.
“이 2년간, 뭔가 있어. 그리고 난 그 무언가를 하지 말거나 피해야 돼. 그러면…… 그러면…… 지후가 군대에 있는 내내 날 생각하는 일은 없을 거야.”
기억나는 큰 사건 중 첫 번째는, 조만간 있을 미생물학 실험이었다.
조교는 실험에 사용할 미생물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고 했고, 조끼리 근처 호수나 강에 가서 물을 채집해 오라고 했다.
실험에 쓸 물을 채집하다가 그 일이 벌어졌었다.
‘그래, 그때의 난 섹시했을 거야. 물에 젖은 여자는 섹시한 법이니까.’
나루가 용기에 물을 담다가 발을 헛디뎌서 얕은 강에 빠진 것이다.
‘그때 반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물에 젖는 일이 없어야만 한다.
‘한 번 경험했던 일이고, 내가 조심만 하면 되니까 피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그나저나.’
불현듯 며칠 전의 일이 떠올랐다.
과거로 돌아왔던 날, 늦은 밤.
빌라의 복도 끝에 가만히 서 있던 지후의 모습.
어둠에 감싸여 미동조차 하지 않고, 이쪽 어딘가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그의 모습.
‘그때, 지후는 왜 그러고 있었던 거지?’
슬픔과 혼란에 젖어 그 일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대체 뭘 보고 있었던 거지?’
그냥 서 있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었다.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에이,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겠지. 혼자 고민한다고 지후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루는 침대에서 내려와 시간을 확인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나루에게 폴더폰은 무척이나 불편하고 쓸모없는 기계로 느껴졌다.
묵직한 휴대폰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다가 피식 웃었다.
“와, 이걸 다시 쓰게 될 줄이야. 휴대폰 회사에 취직해서 곧바로 스마트폰을 개발해 버릴까? 그럼 나 좀 유명해질 것 같은데. 또 뭘 하면 유명해지려나. 아, 주식. 주식도 좀 사 둘까? 이럴 줄 알았으면 로또 당첨 번호라도 몇 개 외우고 있을걸.”
그런 생각을 하며 나갈 준비를 했다.
헝클어진 머리를 빗고 제대로 된 옷을 꺼냈다.
30대의 나루에게는 촌스러워 보이는 옷이지만, 대학 때는 이런 옷을 입고 다녔었다.
통이 넓은 일자 면바지와 인디핑크 니트가 그나마 나아 보였다. 화장을 하려고 했는데 색조 화장품이 하나도 없었다.
‘아, 나 어릴 땐 화장 안 했었지.’
화장을 시작한 건 30대가 되면서부터였다.
하얀 피부와 큰 눈, 빨간 입술을 가진 나루는 화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았었다.
어쩌면 매일 예쁘다, 예쁘다 해 주는 지후가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대학 입학 기념으로 엄마가 사 준 회색 코트를 걸치고 집에서 나왔다.
아직 수업이 하나 남아 있었다.
되돌아온 시간을 흘러가는 대로 놔둘 거라면, 수업을 하나쯤은 제대로 들어야 했다.
그래야 친구들도 생기고, 계속 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이번에는 교정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와, 진짜 오랜만이다. 뭔가 되게 그립네. 저기 앉아서 샌드위치 자주 먹었었는데.’
10년 전의 패션으로 교정을 거니는 학생들을 지켜보는 기분이 묘했다.
과거로 돌아온 느낌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과거로 돌아온 게 맞았다.
‘신기해. 이런 경험을 다 하다니.’
오랜만이라 강의실이 어디였는지 잊어버렸다. 예전에는 재경과 지후가 나루를 챙겨서 데리고 다녔었다.
휴대폰으로 검색을 하려다가, 그럴 수 있을 만큼 유용한 휴대폰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도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눈에 익은 건물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아는 얼굴을 발견했다. 선미와 지영이었다.
‘그래, 쟤네 둘은 OT 때 친해졌다고 들었어. 그 후에 엄청 싸워서 절교하게 되지만.’
나루와는 썩 좋은 사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또다시 나쁜 사이일 필요는 없겠지.
“저기, 얘들아.”
나루는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건물에 들어가려던 선미와 지영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나루의 얼굴을 확인한 두 사람은 동시에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곧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뭐야, 아까랑 분위기가 완전 다르네. 아깐 왜 그렇게 입고 왔던 거야?”
“아아, 잠이 덜 깨서. 아침에 좀 약하거든.”
“너, 아까 진짜 이상해 보였던 거 알아?”
지영이 까르르 웃었다.
“좀 그랬지? 아하하. 우리 강의실이 어딘지 확인을 못 해서. 같이 들어가자.”
“그래, 여기 2층일 거야.”
그들과 함께 건물로 들어갔다.
눈에 익은 면면이 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가끔 만났던 친구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연락이 끊긴 친구들.
그들이 어린 시절의 모습 그대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너, OT 때는 왜 안 온 거야? 다들 되게 궁금해 했었는데.”
선미의 질문에 나루는 말문이 막혔다.
OT 참가를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이유가 잘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감기 때문에?”
“푸하하하. 아마, 는 또 뭐야? 네 일인데.”
“그러게. 아하하.”
“너 좀 특이하다는 소리 많이 듣지?”
그런 소리는 들어 본 적도 없지만, 앞으로는 좀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응, 그랬던 것 같아.”
“OT도 안 왔는데 재경이랑은 어떻게 알아? 원래 알던 사이야?”
지영이 은근한 눈빛을 보내왔다. 선미도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나루의 대답을 기다렸다.
나루는 그제야 이 두 사람이 싸워서 절교하게 된 이유가 재경 때문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아니, 그냥. 자취하는 건물이 같은 건물이라서 어제 마주쳤었어.”
“우와, 진짜? 뭐야, 좋겠다.”
“다음에 너네 집에 놀러가도 돼?”
재경을 만나러 오겠다는 속셈이 빤하지만, 나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
2층에 있는 강의실 안에 들어서는 순간, 지후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그를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그를 사랑한다.
이 마음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라, 내 눈은 여전히 그를 찾아냈다.
어디에 있어도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러겠지.
그리고 발견할 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겠지.
나루는 슬며시 주먹을 움켜쥐고 구석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선미와 지영은 앞자리에 앉았고, 강의실은 앞자리부터 하나둘씩 채워졌다.
아직은 학생들이 수업에 열정을 가지고 참가할 시기였다.
한 달쯤 지나면 공부 열심히 하는 친구들 빼고는 다들 뒷자리를 경쟁하게 될 것이다.
스윽―
아직 앞자리가 남았는데, 옆에 누군가가 앉았다.
“오, 수업 안 들어올 줄 알았는데 왔네.”
경쾌한 음성은 재경의 것이었다.
작은 목소리라서,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지후가 뒤를 돌아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응, 제대로 들어야지. 비싼 등록금 내고 다니는데.”
“아까랑 분위기가 다른데?”
“응, 아깐 잠이 덜 깼었거든.”
“오오. 동지. 나도 아침잠이 많아.”
재경이 악수를 하자는 의미로 손을 내밀었다.
나루는 가지런하고 예쁜 손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잡았다.
바로 그때였다. 지후가 고개를 돌린 것은.
눈이 마주쳤다.
지금 나와 재경의 모습이 지후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유독 친한 두 사람으로 보일까, 서로에게 호감을 품은 남녀로 보일까.
지후는 무표정했고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지후가 다시 고개를 돌린 후에야, 나루는 재경과 잡았던 손을 떼어 냈다.
“이따 우리 과 신입생 환영회 한다더라. 너도 갈 거지?”
재경이 책을 꺼내며 물었다.
“글쎄.”
신입생 환영회에서 특별한 일이 있었던가.
나루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때, 선배들이 주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엄청 토했던 것 같다. 대단한 사건은 없었다.
“같이 가자. 집에 가 봐야 할 일도 없잖아. 너, OT도 안 왔으니까 이왕이면 애들이랑 안면 좀 트는 게 좋지 않겠어?”
“옛날부터 생각했지만, 넌 진짜 오지랖이 넓은 것 같아.”
“응? 옛날부터?”
“아…… 아니, 어제부터.”
다행히 재경은 나루의 말실수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예쁜 여자한테만 그래.”
“어?”
“예쁜 여자한테만 오지랖이 넓다고.”
재경이 나루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왕자처럼 화려한 얼굴에 황송할 만큼 예쁜 미소가 떠올랐다.
당혹스러웠다.
‘뭐지? 재경이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나? 아니, 없었어. 오히려 허구한 날 못난이 여우라고 놀렸었는데.’
뭐가 바뀐 걸까? 설마 오늘 아침에 이상하게 행동한 것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아니, 이런 한마디 때문에 당황할 필요는 없어. 일일이 놀라고 당황해서는 안 돼.’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과거로 돌아왔다.
미래를 살던 사람이 돌아왔으니 모든 과거가 똑같을 수는 없었다.
나누는 대화, 벌어지는 일들이 조금씩 다른 것은 당연했다.
“그래, 뭐. 내가 좀 예쁘긴 하지.”
“그럼 예쁜 과 수석 번호나 좀 알자.”
재경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번호를 교환하고 있을 때 교수가 들어왔다.
‘아, 최 교수님.’
유전공학의 최재철 교수는 대학 때부터 나루를 많이 아꼈고, 취업 활동을 할 때에도 도움을 많이 줬었다.
지후가 죽게 된 ‘그 사건’이 벌어지게 된 계기가 되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에, 나루가 상담을 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상의……해 보고 싶어. 이 상황에 대해서.’
나루에게는 또 다른 아버지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최 교수를 보자 굳게 다잡은 마음이 허물어지려 했다.
최 교수를 똑바로 보기가 힘들었다.
만약 눈이 마주치면, 예전처럼 ‘쌤.’ 하고 부르며 비밀을 다 털어놓게 될 것만 같았다.
최 교수가 자기소개를 끝낸 후 강의 계획을 설명하는 내내, 나루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슬쩍, 귓가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어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돌렸다.
재경이 흘러내린 나루의 머리카락을 살짝 걷어주고 있었다.
“나루, 너 괜찮아?”
“어?”
“아파 보인다, 너? 식은땀도 나고.”
재경이 엄지로 나루의 이마를 살짝 쓸어주었다.
원래 재경과는 남매처럼 지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스킨십은 스킨십 축에도 끼지 못했다.
아무 생각 없이 재경의 손길을 받고 있던 나루는, 뒤늦게 지금 이 상황이 전과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은 아니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재경과 서로를 걱정하고, 손길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 학생들이 이쪽을 향해 수상쩍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저 여자애는 뭐지? 누군데 성재경이랑 친한 척이야? 둘이 사귀는 건가?
그런 의문들이, 학생들의 눈에 묻어 있었다.
나루는 슬며시 재경의 손목을 밀어냈다.
“응, 나는 그냥…….”
“안 되겠다.”
라고 말한 재경이 말릴 새도 없이 벌떡 일어났다.
최 교수가 설명을 멈췄고, 앞자리의 학생들까지도 전부 뒤를 돌아봤다.
지후 역시 의아함이 담긴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교수님. 얘가 많이 아픈 것 같아서요. 첫 수업에 죄송하지만 얘 병원에 좀 데려다주고 오겠습니다.”
“아, 그래요? 어젯밤에 술을 많이 마셨나? 어차피 오늘은 수업을 안 하니까 굳이 돌아올 필요 없어요. 다음 시간에 건강한 모습으로 봐요.”
최 교수는 불쾌한 기색 없이 웃으며 허락했다.
최 교수의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재경이 나루의 손목을 붙잡았다.
“가자.”
“저기, 재경아.”
“가자. 걱정스러워서 안 되겠어.”
반강제적으로 재경에게 끌려 나가며, 나루는 뒤를 돌아봤다.
아직도 학생들은 이쪽을 보고 있었지만, 지후는 아니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는, 이쪽의 일에 관심 없다는 듯 다시 정면을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