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꽉 맞물리는 감각과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황홀했다.
찌걱찌걱 야한 소리와 음란한 냄새가 구멍이란 구멍은 다 타고 흘러들어와 그의 피를 뜨겁게 달궜다.
심장의 펌프질에 뜨거운 피가 팽창된 혈관을 타고 미친 듯이 돌았다.
온몸의 아드레날린이 그의 폭주 본능에 불을 붙였다.
이가 근질거리고 손끝, 좆 끝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무엇이든 쥐고 터트리고 뭉개고 싶었다.
초연을 반쯤 일으켜 급하게 가슴을 빨았다.
쭉쭉, 단단한 유두가 목젖을 때릴 때까지 거칠게 흡입했다. 초연의 사정 따위는 볼 여유가 없었다.
어느새 초연의 신음 역시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집 안을 가득 채웠다.
“하읏. 하아. 그, 그만, 나 갈…….”
어느 순간 초연이 다시 부르르 떨며 뜨거운 애액을 토해냈다.
“으흐흐흐……. 오빠 그만. 나 갔단 말이야…….”
초연이 울먹이며 애원했지만 신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질주했다.
한 번씩 오르가슴을 느낄 때마다 몸이 더 예민해지는 게 느껴졌다.
질구는 더욱 조이고, 몸은 건드리기만 해도 자지러졌다.
손끝만 스쳐도 부르르 떨며 반응하는 몸을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거친 마찰에 맞닿는 음부가 감각이 없어질 정도였다.
시뻘겋고 뜨겁게 열이 오른 음부를 타고 줄줄 흐르는 애액은 이제 두 사람의 허벅지 아래를 흠뻑 적실 정도였다.
그사이 두 사람 역시 땀에 젖어 온몸이 번들거렸다.
“아으……. 아으…….”
초연의 신음은 이제 거의 짐승의 그것이 되어갔다.
점점 정신을 잃는 초연의 가슴을 신후가 우악스럽게 잡고 비틀었다.
초연의 두 손을 제 목에 걸고 초연의 무릎 뒤로 손을 넣어 초연을 들어 올렸다.
초연이 다리를 벌린 채 그에게 매달린 꼴이 됐다.
신후가 초연의 엉덩이를 크게 들어 올렸다가 놨다.
“오, 오빠……. 이 자세는……!”
행여 떨어질까 버둥거리던 초연의 엉덩이가 크게 그의 페니스를 향해 돌진했다.
퍽.
엉덩이와 그의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스러웠다.
“아읏……. 으읏. 아아!”
어느새 이성이 날아가 버린 신후가 미친 듯이 초연의 엉덩이를 튕겨댔고, 어느 순간 여태 느껴보지 못한 강한 힘이 신후의 페니스를 밀어냈다.
“하으으으읏!”
그에게 매달린 초연이 부르르 떨면서 오르가슴에 도달했다.
동시에 그 역시 파정했다. 그녀의 밖에서 말이다.
이 무슨.
정신을 차리고 질구에 다시 페니스를 끼워 넣으려는데 아래에 뜨거운 물이 쏟아지는 게 느껴졌다.
제 페니스까지 힘차게 적시던 물이 금세 잦아들더니 졸졸 음부를 타고 흘렀다.
그에게 매달린 초연이 가늘게 떨며 남은 물을 털어냈다.
“흐흑……. 내가 하지 말랬잖아.”
민망함에 그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은 초연이 울먹거렸다.
신후는 흥건해진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더럽기는커녕 바닥에 쏟아버린 초연의 체액이 아까울 뿐이었다.
그녀의 아래 입을 대고 저 물을 마신다는 상상만으로 아래가 다시 섰다.
그러니.
“확실히 이 정도면 체위는 다양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
초연이 금세 눈을 흘겨 뜨며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때렸다.
그래 봤자 진이 빠진 손은 힘이 없었다.
“침실? 욕실? 선택권은 줄게.”
밥도 못 먹이는데 그 정도 아량은 베풀어야지.
스스로의 너그러움에 초연 역시 같은 감사함을 느끼길 바랐지만 실은 침실에서 유리창에 초연을 붙이고 하는 섹스도, 욕실에서 비누칠하며 하는 섹스도 모두 상관없다는 마음에서 나온 얄팍한 배려였다.
“또?”
“바깥에다가 싸서 임신을 어떻게 해. 네가 성모 마리아야?”
아직 가족계획을 세운 것 같지도 않은데.
초연은 밤이 새도록 그의 가족계획에 따라 그를 받아들여야 했다.
***
꿈속이었다.
신후가 스스로 꿈이라는 걸 자각할 수 있는 건 그가 책장 사이로 건너편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어느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 있었지.
꿈이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서재 건너편은 본가 2층이었고, 응접실 한가운데서 지은이 통화 중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녀의 등 뒤에서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완벽하게 편집된 꿈인가. 아니면 기억을 잃었던 시기의 장면인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창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때의 차림과 짧은 머리를 미루어보건대 만약 진짜 기억이라면, 오토바이 사고가 나기 전의 시기일 터였다.
잔뜩 웃음을 터트리는 지은과 점점 얼굴이 굳는 그.
무슨 내용이지?
한 발 다가섰지만, 통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통화 내용뿐만이 아니었다.
발걸음 소리, 지은이 내려놓는 찻잔의 소리.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왜 이래?
얼굴을 찌푸리며 귓구멍을 쑤셔봤지만 답답함은 그대로였다.
그사이 통화를 끊은 지은이 일어서다 그를 발견했다.
차마 못 볼 것을 본 듯 허옇게 질린 얼굴과 한 대 칠 기세로 달려들어 손을 올리는 그.
‘꺄악.’
지은의 날카로운 비명에 귀가 조금 트였다.
그래 봤자 물속에서 바깥소리를 듣는 것처럼 웅얼거리는 울림 정도였다.
‘잘못했어.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줘. 모두 지나간 일이잖아. 제발.’
무릎을 꿇고 양손을 싹싹 비는 지은의 입 모양을 보고 간신히 지은이 하는 말을 유추했다.
뭘 잘못했다는 거지?
뭘 용서해달라는 거야?
중요한 내용을 듣지 못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다시 한번 귀를 귀 기울여보았지만 이미 지나간 말이 들릴 리 없었다.
둘 사이에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빠르게 쏟아지는 웅얼거림을 전부 알아듣기 어려웠다.
한창 퍼부어대던 그가 치켜들고 있던 손을 내린 후 집을 뛰쳐나갔다.
이상했다.
자신의 표정 하나 볼 수 없는데 건너편 자신의 분노가 고스란히 전이됐다.
씨발 씨발.
입에서는 끊임없이 욕이 나오고 속이 답답해 터질 것만 같았다.
어느새 그의 몸은 오토바이 위였다.
헬멧 아래로 눈물이 흐르고 손이 떨렸다.
어디로 가야 하지?
아버지?
아버지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 텐데 자신이 간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오토바이 핸들을 한 번 틀었다.
그러면 할아버지?
그것도 안 된다.
제가 입을 여는 순간 집안은 풍비박산이 될 것이 뻔했다.
지은을 향한 분노와, 그럼에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절망감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그를 덮쳤다.
결국, 그는 그를 덮치는 모든 불안과 미움, 절망을 피하기 위해 있는 대로 오토바이 엑셀 그립을 잡아당겼다.
부앙.
미친 듯이 달려도, 달려도 그의 답답함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퍽!
눈앞에 별이 보였고, 온몸이 허공에 떴다가 딱딱한 바닥에 부딪혔다.
돌로 온몸을 두드려 맞는 듯한 충격이 아프면서도 좋았다.
씨발.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려라.
그딴 더러운 피 다시는 내 몸에 넣지 않게.
‘괜찮으세요?’
정신을 놓는 그를 누군가 끊임없이 불렀다.
누구일까.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이렇게 걱정해줄 사람은 없을 텐데.
간신히 눈을 떴을 때 그가 마주한 건 걱정스레 저를 내려다보는 앳된 얼굴의 초연.
괜찮다고 해야 하는데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으으.”
신후의 소리를 내려 용을 썼지만 꽉 막힌 기도는 뚫리지 않았다.
저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졌다.
“……씨.”
아픈 자신의 몸을 마구 흔드는 손길.
“신후 씨 괜찮아요?”
이상하지.
분명 초연은 사고 당시 내 이름을 몰랐는데.
문득 신후는 이 모든 게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 누가 누른 것처럼 꼼짝하지 않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하아 하아.”
몸을 일으킨 신후가 막혔던 숨을 몰아쉬었다.
심장이 100m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미친 듯이 뛰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찌푸렸다.
새벽녘에 자긴 했지만 이 정도 해가 뜬 거로 봐서는 못 자도 두세 시간 이상은 잔 듯싶었다.
“신후 씨. 괜찮아요? 땀 봐. 왜요? 또 꿈꿨어요?”
목을 조르는 넥타이를 풀려 습관적으로 목에 가져간 손이 주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초연이 그의 헛손질을 보고 얼른 물잔을 건넸다.
가득 찬 물 한잔을 깨끗이 비운 뒤에야 신후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제야 자신을 걱정스레 보는 초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초연은 샤워까지 끝내고 그의 아침 준비 중인지 앞치마에 한 손엔 주걱까지 들고 있었다.
“혹시 자다가 내가 비명이라도 질렀어? 가위눌린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신후가 그녀를 달래려는데 초연이 이불 사이에 파묻혀있던 핸드폰을 들어 그에게 내밀었다.
“그게 아니라. 신후 씨. 이것 좀 봐요.”
초연이 건넨 핸드폰을 보는 그의 눈매가 금세 날카로워졌다.
〈〈MJ 인터내셔널〉 민신후 이사 희소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최근 부인과 아이가 있다고 밝힌 〈MJ 인터내셔널〉의 민신후 이사가 실은 혈우병 D형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신후 이사가 다니고 있는 〈K 병원〉의 관계자에 따르면 민 이사가 앓는 혈우병 D형은 일반적인 혈우병과는 달리 그 예방과 치료가 몹시 어려워, 이 병을 앓고 있는 경우 평균 수명이 사십 세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고위험군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민 이사의 투병 사실은 회사 내 최측근에게까지도 비밀에 부쳐졌으나, 최근 민 이사의 아들 민 모 군이 〈K 병원〉에 내원하며 검사를 받는 바람에 민 이사의 투병 사실 역시 함께 밝혀져 관계자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현재 〈MJ 인터내셔널〉의 경영권은 민신후 이사 1인 지배 구조로 만약 민신후 이사가 흔들린다면 〈MJ 인터내셔널〉은 망망대해에서 선장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꼴.
이에 따라 〈MJ 인터내셔널〉 내부에서는 민신후 이사의 1인 지배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