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혼인신고는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섹스를 하는 건 더 어려워졌다.
한 번은 솔이 쳐들어와서. 또 다른 날은 솔이 깰까 봐.
다른 부부들은 도대체 애를 낳고 어떻게 섹스를 하고 사나.
그런 상황이니 성식이 솔이를 데리고 자겠다는 말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실은 성식의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아랫도리가 반응했다.
이깟 밥 안 먹어도 그만이지만 초연을 위해 먹어주는 척을 하려 했다.
아무래도 신사 노릇 하는 게 영 쉽지 않았다.
“우리 첫 섹스는 만나고 얼마 만이었지? 원나잇? 아니면 한 달쯤? 설마 몇 달씩 걸리진 않았을 테고.”
얼굴을 바짝 붙인 신후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녀의 입술이 아닌 표정에서 답을 찾는 사람처럼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아무리 수백 번 초연이 말해준다고 한들 기억이 없는 둘 사이의 시간은 늘 궁금증을 자아냈다.
초연이 설명해주어도 그뿐.
그 이후는. 그다음은 어떻게 됐나.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특히 오토바이 사고 이후 초연의 집에 같이 살게 된 건 알게 됐는데 그러다가 어떻게 눈이 맞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언제 사귀었는지부터……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름의 항의를 하는 초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제야 신후는 초연이 긴장하거나 당황하면 오히려 따지고 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모습에 초연이 약오른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좁혔다.
신후는 초연의 대거리를 막을 만한 질문을 던졌다.
“섹스가 부끄러우면 첫 키스부터 말해봐. 그건 언제 했지?”
얼굴을 바짝 붙인 신후가 입술을 가까이 댔다.
닿을락 말락. 두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서로의 입술에 닿았다.
답을 하지 않으면 입을 맞출 거라는 경고.
초연은 살짝 몸을 뒤로 무르며 대답했다.
“우리 집에 살고 두 달 반쯤 있다가요.”
신후가 그녀를 번쩍 들어 조리대에 앉혔다.
무릎 사이를 가르고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 초연의 치마가 말려 올라가며 다리가 V자로 벌어졌다.
“신후 씨!”
당황한 초연이 그를 밀어냈지만 신후는 단번에 그녀의 팬티를 벗겨버렸다.
그리고는 당장이라도 아래를 빨 것처럼 허리를 굽혀 그녀의 음부에 얼굴을 갖다 댔다.
사실 지금 당장 아래를 입 안 가득 넣고 마구 먹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궁금한 것이 더 많았다.
뭐가 자신을 초연의 집으로 이끌고 그것도 모자라 사귀게 했나.
첫눈에 반했나? 지금처럼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 몸이 반응했을까?
어릴 때부터 그의 주변에는 늘 그에게 호의와 관심을 보이는 여자들이 많았다.
아마 그가 아버지 때문에 여자에 대한 혐오만 안 생겼더라도 질릴 만큼 여자를 안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부인이 죽은 지 1년도 안 되어 배다른 동생을 달고 온 아버지 덕에 그는 성욕보다 혐오가 먼저였다.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러면 이초연이라는 여자한테 휘둘렸나?
“누가 먼저 덮쳤어? 네가?”
질문을 하면서도 그의 시선은 초연의 음부를 떠나지 않았다.
팬티를 괜히 벗겼다. 벗겨놓으니 더 몸이 뜨거워졌다.
신후는 당장 넣고 달리고 싶은 충동을 애써 누르며 초연에게 답을 요구했다. 오늘 밤은 충분히 기니까.
아쉬움에 엄지를 가로로 눕혀 아래부터 위로 길게 쓸어 올리며 물었다.
그녀에겐 협박. 그에겐 고문.
“아니거든요!”
그의 어깨에 올린 초연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얼굴 역시 더는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불타는 중이었다. 그녀의 속살처럼.
“다행이네. 난 또 병신같이 너한테 뺏겼을 줄 알았지.”
협박이 끝난 신후가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초연은 그가 그녀가 먼저 덮쳤다고 놀리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자신에게 스킨십의 선수를 빼앗겼을까 봐 걱정해서 한 말이었을 뿐이었다.
세상에 그런 걸 가지고 승부욕을 부리는 사람이 민신후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어이없어하는 그녀를 보며 신후가 그녀의 엉덩이를 바투 당겨 안았다.
“첫 섹스는?”
그의 질문보다 자신 때문에 그의 바지 앞단이 젖어가는 게 신경 쓰였다.
한두 푼짜리 옷이 아니었다. 버릴 수가 없다.
게다가 그의 옷은 이제 그녀 소관일 터였다. 도저히 세탁소에 맡길 엄두도 나지 않았다.
“신후 씨 옷 망가져요.”
“역시 이런 거 걱정해주는 건 부인밖에 없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신후가 거침없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옷 걱정에 옷을 벗겠다고 한 건지, 핑계 삼아 옷을 벗은 건지 초연마저 헷갈릴 속도였다.
곧이어 탄탄한 그의 몸과 터질 듯하게 부푼 성기가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라고 한 말이 아니었는데.
주방의 선명한 형광등 아래 성기는 그 어느 때보다 위협적이었다.
귀두 끝의 벌름거림과 기둥을 휘감은 혈관의 미세 혈관까지 보일 정도였다.
“집?”
옷을 벗고 다시 몸을 바짝 붙여오는 신후 때문에 초연은 숨을 쉬기 곤란했다.
“…….”
아예 시계까지 푸르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그를 보며 초연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초연은 섹스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할지 고민했다.
진한 애무를 섹스라고 쳐야 하나, 아니면 삽입을 해야 섹스라고 할 수 있나.
빨리 답을 해줘야 살 것 같은데.
얇은 팬티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맞닿은 그의 성기의 존재감 때문에 머리가 빨리 돌아가지 않는다.
“아니면 모텔?”
그가 말할 때마다 따뜻한 숨결과 비누 냄새. 그리고 말하는 진동까지 그녀의 정신을 어지럽혔다.
초연은 입을 달싹이다가 다시 포기한 채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왜 말을 안 하지? 무척이나 섹스를 잘 한다고 평가한 걸 보면 기억도 안 날 만큼 형편없었던 건 아닐 테고.”
신후는 말을 하다가 무언가 떠올렸다.
“혹시 비 오는 날 차에서 했나?”
“그걸 어떻게? 뭔가 기억나요?”
초연의 대답에 신후는 첫날 그가 꾼 꿈이 그저 꿈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당신 청도 천연 염색 박물관 데려다줬다가 집으로 오던 길. 비가 잔뜩 와서 옷 닦으라고 수건 줘놓고 내가 놀랐던 거 기억해?”
초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이상한 꿈을 종종 꾸긴 했지. 바닷가 특유의 비린내나 알 수 없는 여자 목소리. 지금 생각해보니 당신 목소리였던 것 같아.”
생각만으로도 그날의 꿈이 다시 떠올랐다.
신후는 천천히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앞을 막아버린 앞치마 때문에 단추를 끝까지 풀 수 없었지만 신후는 앞치마를 벗기지는 않았다.
문득 초연이 알몸에 앞치마만 입은 채 섹스를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초연의 왼쪽 어깨가 드러나도록 블라우스를 내렸다.
작고 동그스름한 어깨가 불빛 아래 진주처럼 빛이 났다.
사람의 어깨가 이토록 야할 수 있나.
“근데 처음 청도에서 잔 날 꿈을 꿨어. 차 안이었고, 넌 옷을 갈아입고 있었지. 그리고 우리 둘이 눈이 맞았지.”
신후가 어깨의 볼록 튀어나온 살을 혀끝으로 굴렸다. 작고 단단한 게 꼭 초연의 발기한 유두와 닮았다.
하지만 이 사이에 살짝 깨물고 혀로 때리고 쪽쪽 빨고 괴롭히기엔 턱없이 작은 크기였다.
역시 입에 물고 갖고 놀기는 초연의 유두만 한 게 없었다. 생각만으로 입 안에 침이 고였다.
“키스하고, 여기를 만지고, 이렇게 나 때문에 젖고 신음을 흘리던 여자의 얼굴이 너로 바뀌더군.”
보지도 않은 채 브래지어 안으로 손을 밀어 넣어 손끝으로 유두를 찾았다.
역시 꼭꼭 숨은 유두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손끝을 세워 고랑을 파는 호미처럼 세심하게 유두를 긁어 찾아냈다.
“만지기만 했지 삽입은 안 했어요.”
초연이 아, 하는 탄성 끝에 서둘러 대답했다.
“왜?”
그럴 리가.
그날 밤 꿈에서 느꼈던 감각이 아직 손끝에 생생했다.
자신에게 매달린 채 뜨거운 숨을 몰아쉬던 초연과 그녀의 안에서 질주하던 자신의 모습.
철석같이 사실이라고 믿었던 착각이었다니.
“그때 시장 주차장에 세워뒀던 거라……. 소나기가 그치니까 사람들이 보여서…….”
“꿈이 좀 섞였나 보네.”
실망하는 신후의 표정에 초연은 미안해졌다.
본인이 한 일을 본인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일까.
“미안해요. 그때 내가 사실대로 말했으면 이렇게 돌아오지는 않았을 텐데.”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말해봐. 그때 일 자세하게. 혹시 알아? 내 기억 찾는 데 도움이 될지.”
신후는 앞치마의 몸판을 손으로 잡아 쥐었다.
그 바람에 앞치마가 가슴골 사이 자리 잡으며 뽀얀 가슴이 드러났다.
맨몸일 때보다 분명 걸친 건 많아졌는데 더 야한 느낌이 만족스럽다.
손을 더 비틀어 앞치마를 Y자 모양으로 만든 후, 유륜까지 담뿍 머금고 젖꼭지를 빨기 시작했다.
“가슴은. 예전부터이랬어?”
자르르 퍼지는 쾌감에 초연이 몸을 떨었다.
“네…….”
“빨거나 자주 만져주면 나오기도 한다던데? 자주 안 빨아줬어?”
입으로는 오른쪽 가슴을 빨면서 뭉친 앞치마로 왔다 갔다 유두를 자극했다.
단단한 캔버스 천이 여린 피부를 자극하자 초연이 움찔거렸다.
“자주 빨아 줬어요. 으읏…….”
그러면서도 부끄러움을 참고 그가 잊고 있는 기억을 대신 떠올려주었다.
“얼마나 자주?”
“매일 밤이요. 신후 씨 그만.”
부르르 부르르 떨면서 대답하는 모습이란. 울상이 된 모습이 꽤 귀여웠다.
예전엔 초연이 그를 거부하거나 밀어내는 시늉만 해도 마음이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이젠 달랐다.
과거를 알아버린 덕인지, 아니면 혼인신고 도장을 찍은 탓인지.
제 것이라는 생각에 조급증은커녕 초연을 괴롭혀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진짜 미워서 괴롭히는 거 말고. 제 아래 느끼고 울고 싸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런 거.
“할머니가 계실 텐데 어떻게?”
“새벽에 신후 씨가 내 방에 와서…….”
“매일 빨아줬어?”
점점 노골적인 그의 질문에도 초연은 참으로 성실히 대답했다.
“어느 강도로? 이 정도?”
부드럽게 혀끝으로 잠자고 있는 유두를 뭉근히 깨우다가.
“아니면. 이 정도?”
조금 발기한 유두는 놓치지 않고 이로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로 가볍게 잘근잘근 씹고, 쪽쪽 빨고 때리며 어서 빨리 정신 차리라고 깨워댔다.
어느새 애액이 주륵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어느 강도로 얼마 정도 빨아주면 계속 나와 있지?”
“신후 씨……. 제발 말 안 하면 안 돼요? 아니면 우리 방으로 들어가서 해요.”
너무 밝은 형광등 아래 이토록 난잡한 섹스는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면 방에 들어가면 신후가 지금 하는 야한 말을 잊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초연이 식탁에서 내려와 안방으로 내달리려 할 때였다.
신후가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
“기억을 빨리 찾고 싶어.”
음부를 파고들어 정확히 클리토리스를 공략하는 손끝에 초연은 싱크대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