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절대 그녀의 질에 잡히지 않을 거처럼 빠르게 쑤시고 빠지는 움직임에 질구와 페니스 모두 달아올랐다.
“하읏. 나, 갈, 갈 것……!”
울컥, 기어이 허리가 휘며 투명한 물이 터져 나왔지만, 초연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오르가슴의 초입일 뿐, 완전히 도달한 상태는 아니었다.
신후는 젖은 시트를 피해 초연을 옆쪽으로 살짝 옮긴 다음 다시 피치를 올렸다.
단단한 턱 근육이 움찔거렸고, 성기 끝은 매 찜질을 당한 것처럼 얼얼하고 뜨겁게 열이 올랐다.
그녀의 구멍과 그의 성기 끝은 이미 허연 거품으로 엉망이었다.
퍽퍽. 질척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더니,
“아아아읏!”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연이 싸며 느껴버렸다.
뜨끈한 물이 제 페니스를 다 적시는데도 아랑곳없이 쑤셔 박던 신후도 어느 순간 엉덩이 근육을 잔뜩 조이며 그녀의 안에 파정했다.
질이 경련으로 좆을 쥐어짜는 감각에 신후 역시 그녀의 안에서 몇 번이나 사정을 이어갔다.
그때마다 초연은 ‘으으으…….’ 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강렬한 쾌감과 함께 찾아온 시원한 느낌.
신후는 그대로 옆으로 누우며 초연을 제 몸 위로 올렸다.
뜨거워진 몸에 뇌까지 익은 듯 머리가 녹아내렸다.
온몸에 남은 쾌락의 잔상에 신후는 눈을 감았다. 맞닿은 가슴이 쿵쿵 울렸다. 가슴뿐만이 아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쿵쿵 뛰었다.
아직 그녀의 질 안에 남아 있는 성기를 초연이 부드럽게 조물거렸다.
이토록 강렬한 느낌은 아마 죽어서도 잊을 수 없으리라.
그의 위에서 한참 휴식을 취한 초연이 힘겹게 눈을 떴다. 꿈틀거리는 움직임에 그녀의 질 안에 있던 성기가 빠졌다.
그 바람에 안에 고여있던 정액이 주르륵, 그의 음모와 아랫배로 후두둑 떨어졌다.
“놔줘요. 나 더러워요.”
“시트 다 젖어서 찝찝할 거야. 그냥 있어.”
신후는 부끄러움에 새빨개진 초연의 엉덩이를 잡고 쭈물거리며 자신의 아랫배 위에서 둥그렇게 돌렸다.
마치 그의 배 위에 떨어진 애액들이 둘의 접착제라도 되길 바라는 양. 그녀의 아랫배와 음모에 애액들을 덧발랐다.
자신만 민망한 것인지. 초연은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정작 태연한 신후가 얄미웠다.
새치름히 그를 노려보다가 맨가슴을 때렸다.
‘어어?’ 하며 눈을 치켜뜬 신후가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렸다.
엄포를 놓는 듯한 표정이 제법 무서울 법도 한데 초연은 그게 신후의 장난임을 단번에 눈치챘다.
장난이 통하지 않자 피식 웃은 신후가 그녀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아 벌리고는 허리를 움직였다.
“그러면 당신도 때렸으니 이번엔 나도 때려도 되는 건가?”
이미 단단하게 선 성기 끝이 구멍을 찾는 움직임에 초연이 경악했다.
“또요?”
“맞으니까 흥분돼서 말이지.”
엉덩이를 움켜쥐었던 손이 부드럽게 등을 타고 올라 목덜미를 감쌌다.
그녀의 귀 쪽으로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린 신후가 초연의 귀에 느른하게 속삭였다.
“당신처럼.”
계속되는 장난에 날을 세우고 한마디 하고 싶은데. 초연은 귓바퀴에 스치는 그의 숨결에 그저 솜털만 세울 뿐이었다.
초연이 부르르 잘게 떠는 사이, 신후가 귀두 끝으로 음부를 쭉 훑었다.
쫀득한 질구가 블랙홀처럼 그를 빨아들였다.
귀두 끝이 다시 매끄러운 질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에 신후가 ‘아.’ 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초연이 신후의 어깨를 바짝 잡으며 몸을 위로 올렸다.
“그만이요. 신후 씨 내일 일찍 내려가 봐야 하지 않아요?”
그 바람에 들어갈 구멍을 놓친 귀두가 애처롭게 허벅지를 쿡쿡 찔렀다.
“한 번만 더하면 잠을 푹 잘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예전부터 많이 듣던 수작이었다.
쉽게 넘어갈 초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깊어진 신후의 눈빛에 초연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요? 원래…….”
원래 안 그랬잖아요. 물으려던 초연은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 신후는 의심하지 않았다.
“원래 불면증이 있어. 악몽도 꾸는 편이고.”
“어떤 악몽인데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트럭이 덮치는 장면이 아직 생생해.”
신후의 눈빛에 스치는 상처에 초연은 자신과 부산에 있다가 서울로 올라갈 때 난 사고구나, 직감했다.
자신이 힘들었던 것만큼 그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해야 하는 건가 싶어 초연이 입을 달싹였다.
“신후 씨…….”
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의 눈빛에 초연은 뒷말을 삼켰다.
지금 말했다가는 이 분위기를 깰지도 모른다.
그 사실이 싫었다.
적어도 하루쯤은 그와 싸우지 않고 평온한 밤을 갖고 싶다.
예전처럼 서로에 대한 마음으로 충만한 하룻밤 정도는 갖고 싶었다.
게다가 그간 있었던 일은 한순간의 설명으로 받아들여질 일이 아니었다.
왜 그를 모르는 척했는지, 검사지를 속였는지.
오해하지 않도록 차근차근 설명해야 했다.
그가 화내지 않도록.
초연은 원래 하려던 말 대신 그의 목을 바짝 끌어당겼다.
“더 안아줘요. 당신 악몽 꾸지 않을 만큼.”
신후는 초연의 엉덩이를 벌이고 그 가운데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감당할 수 있겠어?”
질문이 아니라 각오를 다지게 하려는 말이었다.
“할 수 있어요.”
고개를 끄덕하는 초연의 허락에 신후는 초연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고 아래에서 위로 자신의 엉덩이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
다음 날 아침 일찍 신후는 부산으로 내려갔다.
찬영이 어제 프랑스에서 온 손님들을 데리고 천안 공장 견학을 마쳤으나 나머지 일정까지 그가 빠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스케줄은 부산 투어였다.
원래는 청도로 내려가 전통 염색 견학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솔이의 수혈 문제로 며칠 동안 초연이 서울에 있어야 했기에 청도 견학은 뒤로 밀었다.
대신 새롭게 아시아 패션쇼의 메카로 떠오르는 부산 투어를 넣었다.
최근 아시아 시장이 세계 패션 업계에서 급속도로 커지고, 그중에서 한국 패션이 아시아 패션계를 선도하는 만큼 그들의 관심 역시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해서 초연과 새벽까지 뜨거운 밤을 보내다가 해가 뜨기 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출장 준비를 했다.
혹시 솔이 깰까 봐 부산행 출발 시각보다 다소 이르게 움직였는데 이제 생각하니 후회가 됐다.
차라리 한 번 더 안고 올걸.
잠든 초연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어서 빨리 초연과 결혼해야 초연을 마음껏 안을 텐데.’
불현듯 ‘결혼’이라는 단어가 묵직하게 그의 가슴을 치고 갔다.
그저 글자로만 인식되는 단어가 아니라 솔이의 아버지로, 초연의 남편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결혼.
짧지만 어제 그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맛을 봤다.
자신이 지켜주고 아껴주고 싶은 사람들.
한평생 사람에 대한 별다른 정이 없던 그에게 솔이와 초연은 그런 존재들이었다.
사랑은 받는 게 좋다던데 신후에게는 자신이 마음껏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특별했다. 가슴 터질 듯하게 벅차올랐다.
부모에 대한 특별한 추억도 없이, 기억도 잃은 채 부평초처럼 떠돌던 인생에 뿌리 박을 수 있는 땅이 되어주는 초연과 솔.
‘함몰 유두는 자주 빨아줘야 한다니까. 이것 봐. 벌써 들어갔잖아.’
‘으응. 그제 빨았잖아.’
‘그걸로는 안되지. 이 정도면 매일 빨아야 해.’
갑자기 어젯밤 꿈이 생각났다.
선명한 초연의 목소리와 초연의 가슴과 꼭 닮은 가슴.
‘괜찮아. 가라고 하는 거잖아. 제대로 느껴야 얘도 커지지.’
‘으으으으. 시트 어찌할 거야?’
‘내일 세탁기 돌리고 출근할게. 그래도 덕분에 좀 커졌잖아.’
도저히 꿈이 아닌,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 조각같이 느껴지는 꿈.
하지만 이미 몇 번이나 초연에게 물었고, 초연은 아니라고 했다.
심지어 솔이의 혈액 검사지까지 보여주며 불쾌해했다.
그녀로서는 그럴 수 있다.
자신이 아닌 어떠한 환영을 보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 염려하고 걱정할 수 있다.
더는 초연을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꿈속에서 초연의 등장은 잃어버린 자신의 기억 조각들에 초연을 끼워 넣고 싶은 자신의 무의식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꿈을 꾸고 나면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며칠 동안 마음이 싱숭생숭했지만.
이제는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야 한다.
과거의 무엇이 튀어나오더라도 그와 초연과의 관계를 해칠 만한 건 없다.
“……사님? 이사님!”
“무슨 일이야?”
부산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 위.
생각에 잠겨 검은 세단의 창밖 풍경을 보던 신후는 찬영이 몇 번 부른 뒤에야 귀찮은 듯 고개를 돌렸다.
“덴마크 쪽과 접촉 성공했습니다. 일단 한번 만나자고 하십니다.”
덴마크라는 단어에 지루해하던 신후의 눈빛이 이채를 띄었다.
“알았어. 일정 조율하고 알려줘. 아 참, 계약 성사될 때까지 아무도 모르게 특별히 신경 쓰고.”
“네. 정 상무 귀에 안 들어가게 조심하겠습니다.”
“할아버지도.”
“조심한다고 조심이 되겠어요? 벌써 어제 체육대회 행사에서 있었던 일 다 아시던 눈치던데.”
“네가 말했어?”
“아니요! 새벽에 회장님 비서님께 전화가 왔어요. 전 그냥…….”
말끝을 늘어뜨리던 찬영은 어서 말해보는 듯한 신후의 턱짓에 천천히 사실을 토했다.
“제가 어린이집 체육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것만 말씀드렸죠. 네. 절대 이사님이 참가했다는 소리는 안 했습니다…….”
억울한 표정의 찬영을 보며 신후가 인상을 구겼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드르륵. 신후의 핸드폰이 울렸다.
짧게 한숨을 쉰 신후가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