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신후는 손바닥을 하늘로 향한 채 손가락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질 내벽을 긁기 시작했다.
“손은 왜 넣어?!”
“이렇게 자극해야 빨리 가지. 할머니 오실 때까지 빨기만 해?”
뜨겁고 좁은 질 안의 느낌에 삽입 느낌도 동기화되면 좋으련만.
이미 아는 맛을 즐기지 못한 아쉬움은 생각보다 컸다.
브리프 안에서 쿠퍼 액으로 엉망이 된 좆이 찡하고 신호를 보냈다.
그래 봤자 어쩔 도리가 없다.
지금 바지를 내렸다가는 아마 이것도 못 하고 쫓겨날 게 뻔했다.
대신 신후는 다시 숨어 들어가는 유두 한쪽을 손가락 집게로 잡아당기며 질구를 좀 더 집요하게 긁어댔다.
제 속을 몰라주는 초연이 야속해 애꿎은 클리토리스만 혀끝으로 뭉개고 쪽쪽 빨다가 입술에 끼고 눌러 괴롭혔다.
“으으으으.”
초연이 손등을 입으로 물었지만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찔꺽거리는 젖은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하아, 오빠. 오빠…….”
어느새 시트를 쥔 초연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잔뜩 힘을 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엉망으로 옷이 말린 채 허리를 트는 초연의 모습에 ‘존나 예쁘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평상시라면 욕하지 말라며 한마디 할 그녀였지만 쌕쌕거리며 오르가슴에 오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신후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손길을 느끼는 초연을 감상했다.
어서 넣어달라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저를 유혹하는 초연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게 한스러울 지경이었다.
유두를 만지던 손을 내려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꾹 누르고 마구 비볐다.
“오빠, 오빠. 그만……. 으읏. 나 갈 것…….”
초연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버둥거렸다.
“괜찮아. 가라고 하는 거잖아. 제대로 느껴야 얘도 커지지.”
어느새 아치 모양으로 등을 휘며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초연을 따라 그 역시 몸을 일으켰다.
허공중에 뜬 엉덩이를 꼭 붙잡은 채 음부를 쑤셨다.
어느 순간, 울컥, 초연이 뜨거운 물을 쏘았다.
재빨리 입을 갖다 대기는 했지만, 꽤 많은 양에 시트가 순식간에 젖었다.
“으으으으.”
덜덜 힘이 풀린 다리를 붙잡고 구멍에 입을 맞춘 후 나오는 물이란 물은 죄다 마셨다.
나오는 물을 다 마시고 입을 뗐을 때, 신후는 정신을 차린 초연을 마주해야 했다.
“시트 어쩔 거야?”
제법 매서운 표정이었지만 쾌감에 복숭아같이 붉게 익은 얼굴로 그래 봤자 귀여울 뿐이었다.
“내일 세탁기 돌리고 출근할게. 그래도 덕분에 좀 커졌잖아.”
신후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일어나며 입 주변에 묻은 애액을 손등으로 닦았다.
뻔뻔하기 그지없는 그의 발언이 초연은 의심스러웠다.
“근데 그거 진짜야?”
“사진이라도 찍어서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줘?”
“아니이!”
초연이 질겁하며 다리를 오므렸다.
신후가 무릎으로 기어가 책상 위에 있는 티슈를 몇 장 뽑아와 다시 초연의 다리를 벌렸다.
초연의 음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바지 앞섶이 팽팽할 정도로 발기해놓고, 성욕을 풀지 못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매일 새벽에 내가 방으로 와서 빨아줄까?”
겨우 며칠에 한 번 급한 불에 콩 구워 먹듯 섹스를 하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미쳤어. 그러다가 할머니 들으시면…….”
“잠귀 어두우시잖아. 너만 소리 참으면 될 것 같은데.”
신후가 대음순을 벌리고 고여있는 사이사이 물기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사실 그가 하도 빨아댄 덕에 뭐가 묻어있다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깨끗한 아래였다.
다만 닦는다며 휴지가 스칠 때마다 그녀의 클리토리스와 질구가 움찔거리는 게 귀여워서 그걸 보기 위한 수작이었다.
“휴지 이리 달라니까.”
“됐다니깐. 제 볼일만 보고 내팽개치는 양아치들이 얼마나 많은데. 신사 남친을 만나서 호강에 겨워서는.”
“신사는 무슨.”
초연이 입을 삐죽거렸다.
고개를 처박고 꼼꼼하게 닦아내는 게 얼마나 민망한데.
새초롬한 초연의 표정에 신후가 다시 한번 클리토리스를 혀로 강하게 핥았다.
“으읏, 뭐 하는 짓이야?”
초연이 움찔거리며 다리를 조였다.
“미안. 휴지 쪼가리가 붙어서. 손으로 떼니 잘 안 떼지네.”
말도 안 되는 핑계였지만 확인할 길이 없으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뗐으면 그만 일어나.”
“어? 빨았더니 또 물 나오는데?”
그렇게 초연은 할머니가 오실 때까지 그에게 빨리고, 휴지로 닦이길 반복해야 했다.
***
근래 할머니의 낮 외출이 잦아졌다.
봄이 오면 산으로 들로 뜯을 게 많다고 나가니, 초연에게는 할머니의 낮 외출이 잦아지는 게 봄의 신호였다.
그렇게 낮에 한창 뜯어온 쑥이며 달래로 저녁상은 풍성해졌지만, 초연은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콜록콜록.”
외할머니의 기침 소리가 맑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딘가 구멍이 뚫린 사람처럼 바람 새는 듯한 기침 소리를 들을 때마다 초연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찬바람 쐬니까 기침 더 심해지지. 나가지 말라니깐.”
“목에 스카프 단디 둘렀다. 그만 잔소리하고 밥 무라.”
“약은. 다 잘 먹고 있는 거야?”
“하모. 다 잘 묵는다. 홍삼이랑 배도라지즙도 잘 묵는다.”
“먹는데 왜 안 낫지? 옷 만드느라고 먼지 많이 먹어서 그런가? 할머니 일 좀 줄이자.”
“됐다. 내 알아서 한다.”
항상 초연을 챙기던 건 순례의 몫이었다.
그새 얼마나 컸다고 자신을 챙기는지.
고맙기도 하지만 괜히 어린 손녀에게 제 걱정만 끼치는 것 같아 순례는 영 마음이 좋지 않았다.
됐다고 손을 내젓는 그녀의 행동에 초연이 울컥했다.
“그럼 밖이라도 나가지 마.”
“하이구마. 내가 살믄 을매나 산다꼬. 내 앞으로 볼 봄날이 을마 안 남았다. 내 억수로 보고 다닐끼다.”
웃으며 농담 삼아 하는 투정이었는데 초연의 두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남들은 독하다고 혀를 내두르지만 순해 빠지가꼬. 내 죽으면 저걸 어쩌나 싶어 순례는 속이 금세 시끄러워졌다.
“됐다. 신소리 그만하고 밥이나 무라.”
자신 역시 눈가가 시큰해져 순례가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오늘 야근이 있어 늦어진다는 신후를 빼고 오랜만에 할머니와 초연 단둘이 동그란 소반을 사이에 두고 저녁밥을 먹었다.
“우욱.”
“야가 와이라노.”
“으응. 먹다가 젓가락이 목젖 건드려서.”
사실 목젖을 건드렸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순간 올라오는 강한 쑥 향과 생선 비린내에 속이 울렁거렸기 때문이다.
요 며칠 생리가 늦어져 가뜩이나 예민해진 상태라 초연은 퍼뜩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천천히 먹으래이. 누가 안 잡아간다.”
“오늘 도다리쑥국이 맛있네.”
초연은 국그릇에 얼굴을 박은 채 아무렇지 않은 듯 대꾸했다.
“옆집 김씨가 오늘 도다리 많이 잡았다고 몇 마리 주고 갔다 아이가. 니 잘 묵으면 또 끓여줄 텐께 천천히 무라.”
“그래? 근데 비린내 나서 찬영 오빠는 별로 안 좋아할걸? 그냥 생선 구워 먹자.”
“그를까? 내 그 생각을 몬 했네. 육지 아는 이런 거 비리가 못 묵겠지?”
“그치.”
초연은 메슥거리는 속을 참고 태연한 얼굴로 밥을 먹었다.
밥을 먹는 와중에도 불길한 기분을 숨길 수는 없었다.
설마 아니겠지. 아니겠지.
딱 한 번 피임하지 않고 관계했다.
딱 한 번.
설마 하늘도 그리 무심하지는 않을 거라 기도하고 기도했다.
***
하지만 그녀의 바람은 무참히도 깨졌다.
행여 동네 약국에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샀다가 동네에 소문이 날까, 다음 날 아침 일찍 부산 시내 약국을 뒤져 임테기를 샀다.
적은 나이도 아니지만, 결혼도 하지 않은 상황에 임테기를 사려니 이상하게 죄를 지은 것처럼 주눅이 들고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그 불안감은 지속됐다.
가방 안, 검은 비닐 안에 든 임테기를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괜히 지나가는 사람들과 시선을 맞추기 껄끄러웠다.
버스가 시장을 지날 때는 괜히 그 애미에 그 딸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것 같아 일부러 눈을 감고 이어폰을 꼈다.
그렇게 어렵사리 집에 도착해 할머니가 없는 걸 몇 번이나 확인한 후 화장실로 갔다.
아침 첫 소변이 정확하다는 설명서 내용에 지금은 오후라 한 줄이 뜰 수도 있으니, 한 줄이라고 안심하지 말고 내일 아침 다시 해봐야지.
결심이 무색하게도 모든 임테기에서 두 줄 반응이 나왔다.
신후에게 말을 해야 하는데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할머니까지 계시니 신후에게 말을 걸 타이밍도 마땅치 않았다.
그렇게 밤을 새우고 초연은 에라 모르겠다, 라는 마음으로 신후의 방으로 갔다.
며칠 제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하자니 하필 오늘이 신후가 서울로 볼일을 보러 올라가야 하는 날이었다.
복학을 앞두고 서울에서 지낼 자취방을 계약하기 위함이었다.
자취방은 후배의 소개로 벌써 결정된 상태라 계약서에 사인만 하고 온다고 했다.
당일치기로 서울에 갔다 올 생각에 신후는 아침부터 서둘러 옷을 입는 중이었다.
초연은 가죽 재킷을 입는 신후를 불러세웠다.
“찬영 오빠. 나 할 말이 있어.”
처음 만났을 때처럼 청바지에 오토바이 차림의 신후는 어디론가로 훌쩍 떠날 사람처럼 낯설었다.
“뭔데?”
대수롭지 않게 묻던 신후가 초연이 대답이 없자 상체만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꽤 심각해 보이는 초연의 표정에 신후가 아예 초연 쪽으로 다가와 물었다.
“왜 이렇게 심각해? 나 서울 간다니까 그새 보고 싶어서 그러나?”
초연의 양 볼에 손을 대고 꾹 눌렀다. 볼이 눌리고 입술이 새 부리처럼 튀어나왔다.
평상시라면 금세 골난 표정을 할 텐데도 별 반응이 없었다.
왜 반응이 없냐고 눈으로 묻는 신후를 보며 초연이 차분히 말했다.
“나……. 임신했어.”
순간 신후의 얼굴이 확 굳었다.
머리가 멍했다. 저절로 그의 손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싫다기보다는 아직 그에게는 임신이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확실해?”
“아직 병원 간 건 아니지만 테스트기 몇 번이나 확인했어. 틀림…… 없을 거야.”
초연이 내민 다섯 개의 테스트기는 모두 선명한 빨간색 두 줄이었다.
신후는 테스트기를 볼 줄 몰랐지만 적어도 다섯 번에 걸쳐 초연이 확인했으니 착각은 아니리라 생각했다.
그제야 임신이라는 게 실감 났다.
그에게 임신이란 결혼을 하고,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그 이후에나 생각해볼 법한 단어였다.
그러다가 떨떠름한 초연의 표정을 보고 아차 싶었다.
혹시 초연은 임신이 달갑지 않은 거 아닐까?
그래서 임신 테스트기를 여러 번 하면서까지 임신이 아니길 바랐던 거 아닐까?
이제 겨우 25살의 초연은 스스로의 미래에 대해 계획한 게 있을 것이다.
괜히 자신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신후가 조심스레 물었다.
“낳을 생각이지?”
“응? 으응.”
생각지도 못했던 신후의 질문에 초연이 얼결에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신후가 초연을 품에 안고 등을 다독였다.
초연은 그의 어깨에 턱을 얹은 채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전 떨떠름한 신후의 표정과 낳을 거냐는 질문이 자꾸 생각났다.
괜히 내가 오해한 거겠지.
임신해서 예민해진 거겠지.
그의 품에 안겼지만, 처음으로 마음이 불안하게 뛰는 초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