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신후는 가만히 초연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궁금함과 불안함이 혼재된 눈빛이었다.
생각지 못한 타이밍이긴 했지만 당연한 질문이었다.
여태껏 저를 생각해서 묻지 않은 것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작년 여름, 신후는 가출했다.
그의 모친이 죽자마자 부친은 기다렸다는 듯이 지은을 본가로 데리고 들어왔다.
부친도 지은도 싫었지만, 이미 낳은 배다른 제 동생까지 내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 집안에서 가족으로 산 게 20여 년이었다.
좋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게 피를 주는 사람이니 적당히 넘어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제대를 하고 돌아온 집에서 신후는 뜻밖의 사실을 알았다.
모친이 부친과 지은의 바람으로 속을 끓이다가 병세가 악화되어 죽은 정도가 아니라 지은이 자신의 집안을 이용해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하게 막아 죽게 내버려 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그의 부친 역시 알고 있었다는 것.
모친을 죽음으로 내몬 지은도, 그걸 뻔히 알면서도 지은을 집에 불러들인 부친도 용서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더러운 지은의 피를 20여 년간 수혈받으며 그래도 생명의 은인이라고 조금은 고마워했던 자신이 가장 역겨웠다.
모든 걸 뒤엎어버리고 복수하고 싶었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게다가 복수랍시고 부친과 지은을 내쫓아내고 〈MJ 인터내셔널〉을 물려받아봤자, 제 부친이 가장 바라는 일을 제 손으로 하는 것일 뿐이었다.
차라리 그가 〈MJ 인터내셔널〉을 물려받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게 제 부친에게는 가장 가혹한 처벌이라는 걸 신후는 알았다.
해서 모든 걸 버리고 집을 떠났다.
다시는 민신후라는 이름으로 살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아니, 어쩌면 그 더러운 피로 가득 채워진 이 몸뚱어리. 죽어도 그만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초연을 만나고, 이곳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이제 한평생 초연과 함께 살려면 어느 정도 사실을 밝힐 필요는 있었다.
“가족은?”
“없어.”
모친은 죽었고, 부친은 이제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에게 더는 가족은 없다.
“앞으로 뭐 하고 살 건지는 생각해봤어?”
“경영학 전공. 1년 남았어. 학교 돌아갈지…… 안 그래도 고민 중이라 말하려고 했어.”
말하려 했다는 신후의 말에 초연의 얼굴이 조금 펴졌다.
사실 신후에게 돈이야 외가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도 있었고, 모친의 유산과 어릴 적부터 하던 주식으로 불린 돈도 꽤 됐다.
솔직히 말해 그가 평생 일하지 않고 놀고먹어도 충분할 정도였다.
하지만 사람이 평생 놀 수는 없었다.
남들은 재벌이라고 하면 놀고먹을 생각으로 가득 찬 줄 알지만 오히려 그의 주변에는 워커홀릭이 대부분이었다.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사람들이었고, 신후 역시 노동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대학 졸업장도 없이 막노동하며 평생 살 수도 없었다.
적어도 대학을 졸업하면, 〈MJ 인터내셔널〉과 상관없는 회사에 취업해 보통의 삶을 살 수 있으리라.
“근데 어디에 있는…… 대학이야?”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듯 새침하게, 그러나 궁금증을 숨기지 못한 초롱초롱한 초연의 눈망울에 신후가 피식 웃었다.
“왜. 후진 대학 나오면 너랑 결혼하기 수준 떨어져?”
반쯤은 놀리려고 한 말이었다.
그간 초연과 지내면서 신후는 초연이 얼마나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인지 느꼈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모으고, 그걸 쪼개어 할머니와 자신에게 쓰면서도 다음엔 또 어떻게 돈을 모을까 궁리했다.
서울에서 쫓기듯 내려왔다고 신세 한탄하지 않고, 할머니 밑에서 한복을 배우며 또 살아갈 궁리를 했다.
물론 당장 꿈을 펼칠 수는 없지만 언젠간 초연이 제 꿈을 펼칠 거라는 데 의심한 적이 없다.
그런 똑 부러지는 초연이기에, 그녀의 질문들이 자신과의 미래를 위해 하나하나 그려보기 위한 질문이라는 걸 그 역시 알았다.
그냥 적당히 놀다가 버리려는 게 아니라 자신과 미래를 생각하니 과거가 궁금하고, 계획이 궁금한 거겠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난 그냥 오빠가 다시 학교 다니느라 멀리 떨어질까 봐…… 읍!”
발끈하는 초연이 너무 귀여워 신후가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성질을 건드리면 꽤 톡톡 쏘아붙여 아프지만 건드릴 때마다 반응이 너무 귀여워 참기가 어렵다.
쾅쾅. 초연이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때리는 걸 무시하고 만족스러울 때까지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그러면 허락해주는 거지?”
초연을 제 품 가득 끌어안은 신후가 가볍게 이마를 부딪치며 속삭였다.
신후의 매끈한 콧잔등이 초연의 콧잔등에 비벼졌다.
“뭐가?”
“너 지금 내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만지지도 못하게 한 거잖아.”
신후의 손이 다시 그녀의 니트 속으로 사라졌다.
매번 할머니가 계시기에 집에서 초연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쉽지 않았다.
간만의 기회인데 이런 식으로 시간을 다 써버리니 속이 탈 지경이었다.
신후의 손이 어느새 초연의 치마를 들어 올렸다.
하얀 허벅지를 타고 올라간 손이 팬티 속으로 사라졌다.
매끈하고 따뜻한 애액이 그의 손을 적셨다.
손끝에 걸리는 클리토리스에 그의 성기 역시 바짝 몸을 키웠다.
마치 두 사람의 성기가 동기화된 것처럼 젖은 초연의 아래에 그의 페니스 역시 불끈거렸다.
“아니, 흐응. 이름. 이름 말 안 했잖아. 설마 진짜 이름이 주남이 일리는 없잖아. 으응.”
초연이 그를 밀어내며 투덜거렸다.
신후는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잡으며 팬티 속의 손을 사수했다.
“아래가 이렇게 젖었는데 궁금한 건 다 묻는 걸 보니 넌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살아남겠다.”
“이름. 흐응.”
초연이 그를 샐쭉하게 쳐다보다가 그의 손장난에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무너졌다.
“강찬영.”
초연의 귀에 속삭이며 그녀를 방 쪽으로 밀었다.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린 초연이 그의 걸음걸이에 따라 한 발씩 뒷걸음을 쳤다.
“강…… 찬…… 영.”
그가 손끝으로 클리토리스를 비빌 때마다 파르르 몸을 떨면서도 초연은 조심스레 그 이름을 천천히 불렀다.
자신의 진짜 이름이 아니기에 미안했지만, 이것만은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제 이름을 알았다가 초연이 자신의 실종 신고를 보기라도 하면.
아니면 누군가 초연이 자신을 부르는 이름을 듣고, 본가에 신고라도 한다면.
그는 꼼짝없이 집으로 잡혀 들어갈 것이다.
다시는 그 집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영원히 민신후로 살 일은 없다.
앞으로는 평생, 강찬영으로 초연의 옆에서 살 것이다.
털썩, 초연이 침대에 눕혀졌다.
“할머니 오셔.”
니트 안을 파고드는 신후의 손목을 잡으며 초연이 걱정스레 말했다.
“옷은 안 벗길게. 그냥 일어나서 나가도 티 안 나.”
그녀의 손을 손목에 달고, 신후가 연보라색 니트를 그녀의 목 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브래지어 위쪽으로 그녀의 가슴을 꺼냈다.
가뜩이나 큰 가슴이 브래지어 때문에 가운데골이 패일 만큼 모였다.
저 사이에 성기를 넣고 쑤시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지만, 초연이 기겁한 전적이 있어 입 밖에 다시 꺼내지는 않았다.
대신 볼록하게 산을 이룬 가슴골 사이 손날을 세워 박을 타다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날씬한 몸에는 좀 과하다 싶게 큰 가슴.
그에 비해 빈약하기 그지없게 작은 젖꼭지.
신후가 검지를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오돌토돌 돌기가 난 유륜 중심을 긁었다.
“함몰 유두는 자주 빨아줘야 한다니까. 이것 봐. 벌써 들어갔잖아.”
“으응. 그제 빨았잖아.”
아직 유두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초연이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그걸로는 안되지. 이 정도면 매일 빨아야 해.”
신후는 익숙한 듯 유륜 주변을 한입 크게 베어 물고 혀로 비비며 유두를 자극했다.
풍만한 가슴 가득 느껴지는 살 냄새가 그의 코를 파고들었다.
단단한 콧날을 부드러운 가슴에 일부러 비비며 집요하게 유두를 애무했다.
키스하고도 한동안 더 깊은 스킨십은 막아서던 초연이었다.
그저 경계심이 강해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천하의 이초연이 함몰 유두에 콤플렉스가 있어 스킨십을 주저했을 줄이야.
누가 믿을까 싶었다.
하지만 초연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미지의 땅처럼 발달하지 않은 유두가 얼마나 그의 정복욕을 자극하는지.
흔적도 없이 몸을 숨기고 있는 유두가 흥분하면 발딱 서서 빨갛게 맺히는 게 얼마나 성취감을 주는지.
혀끝으로 살짝 튀어나오는 유두를 비비고 이로 당기길 반복하자 초연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으…….”
반쯤 선 유두를 이번엔 혀끝으로 구멍 안으로 쑤셔 넣으며 괴롭혔다.
그의 어깨 위에 올려진 초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유두 주변에 바짝 입을 대고 쭙쭙 빨거나, 이로 깨물어 잡아 빼는 그의 움직임에도 힘이 들어갔다.
“아흐흐…….”
어느새 그의 타액으로 흠뻑 젖은 유두가 꼿꼿하게 몸을 세웠다.
유륜과 달리 안쪽에 박혀있던 유두는 연분홍색이었다가 금세 새빨간 색으로 변해 그의 식욕을 자극했다.
이번엔 다른 쪽 가슴으로 고개를 옮겨 유두를 자극했다.
이미 반대편을 자극하느라 반쯤 몸을 세웠던 유두는 금세 빨갛게 발기됐다.
“으읏!”
한쪽 가슴을 빨며, 다른 쪽은 연신 손으로 지분대는 손길에 초연은 그의 어깨를 부여잡고 부르르 떨었다.
겨우 가슴만으로 간 게 부끄러웠지만, 차라리 할머니가 오시기 전에 끝낸 게 다행이다 싶었다.
“됐지? 그만 일어나.”
그를 밀치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신후가 그녀를 다시 눕혔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버버 하는 초연을 보며 신후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아래도 빨아야 해. 너 클리토리스도 완전 작은 거 알아?”
“거짓말!”
새빨개진 얼굴로 초연이 소리쳤다.
신후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단번에 치마 속 팬티를 벗겨버렸다.
무겁고 야한 냄새에 자동으로 입 안 가득 침이 고였다.
팬티에 눌린 성기가 뻐근하고 답답했지만, 그 역시 할머니가 오실까 차마 섹스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삽입이 아니더라도 맛은 볼 수 있는 거니까.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 왼쪽 팔로 그녀의 골반 위를 가로질러 누르며 음부 아래에서부터 위로 길게 혀로 핥았다.
“으응……!”
씨발, 달다는 욕이 절로 나왔다.
초연이 다리를 오므렸다.
덕분에 그의 얼굴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 더욱 깊게 가둬졌다.
습한 기운이 그의 얼굴을 덮치자 묘하게 꼴렸다.
신후는 그녀의 음부에 일부러 콧날을 문대며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거짓말은 무슨. 너 다른 사람 거랑 비교해봤어?”
사실 그 역시 다른 여자의 것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초연의 클리토리스가 얇은 표피에 둘러싸여 있다가 발기하면 동그란 음핵을 드러낸다는 걸 안다.
실제 클리토리스가 표피에 둘러싸여 있어야 일상생활이 가능하지, 평상시에도 늘 발기해있으면 걷기 불편하겠지만.
제가 제 몸을 몰라 이깟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걸 누굴 탓할까.
“흐읏. 정말…… 나 거기도 이상해?”
걱정스러운 듯한 초연의 질문에 신후도 꽤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
“유두처럼 계속 빨아주면 여기도 괜찮아지겠지.”
마치 연구원처럼 소음순을 벌리고 정성스레 클리토리스를 핥으며 진단을 내리는 신후의 혀끝에 초연은 아랫입술을 꼭 깨물며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