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깊숙한 각인-20화 (20/84)

〈20〉

귓바퀴를 더듬던 입술이 뺨을 타고 입술에 닿았다.

늘 못된 말만 내뱉으면서도 키스를 할 때만큼은 한없이 부드럽던 입술 그대로였다.

초연의 입술에 닿은 신후는 마치 그곳이 원래 제집인 양 익숙하게 움직였다.

혀끝으로 입술의 예민한 점막을 훑다가, 초연의 입술을 위, 아래 차례로 물고 천천히 빨았다.

조금씩 조금씩, 초연이 의식하지 못하게 입속을 파고들어 휘젓다가, 어느새 그녀의 혀를 낚아채 사탕처럼 제 입속에서 굴렸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깊은 산속에서의 밤.

신후는 느긋하게 그녀에게 키스했지만, 초연은 그럴 수 없었다.

이상했다. 기억을 잃어도 몸에 남은 습관은 그대로인 것일까.

키스하는 순서 역시 과거와 똑같았다.

그의 따뜻한 숨결과 익숙한 움직임에 심장은 더욱 터질 것 같았다.

아직 갈팡질팡하는 마음은 그를 밀어내고 싶다가도 선뜻 밀어낼 수가 없었다.

진짜 그가 자신을 사랑하고, 기억을 잃어도 본능으로 자신을 찾았다는 사실에 아까부터 심장이 뛰고 있었으니까.

복잡한 마음에 눈을 감아봤자 그의 향기와 숨소리가 코끝을 파고들었다.

단단하고 묵직한 신후의 몸이 오히려 성감을 자극했다.

아, 몰라.

초연은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그를 밀어내기란 거센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것 같은 힘이 필요했고, 초연에게는 더는 그를 밀어낼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초연이 그의 키스에 녹아내리는 사이, 그의 손이 부드럽게 몸을 더듬었다.

부드럽게 얼굴을 쓸던 손이 유두를 피한 채 눌린 가슴 옆 살을 뭉근하게 잡아 주무르거나 그녀가 약한 옆구리와 허벅지 안쪽을 쓸었다.

어느새 그녀의 커튼 옷은 풀어져 침대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였다.

원래 함몰 유두였던 초연의 젖꼭지는 신후를 만나고 솔이를 낳으면서 고쳐졌다.

이제는 작은 자극에도 바짝 서버린 유두 끝이 그가 움직일 때마다 단단한 가슴에 마구잡이로 쓸려 찌릿했다.

제일 예민한 곳을 일부러 피하며 쓸어내리는 손길에도 몸은 금방 달아올랐다.

마치 성능 좋은 냉동 기계에서 있다가 나온 것처럼 그의 손길이 주는 쾌감과 추억 속의 감각이 합쳐져 강한 자극으로 돌아왔다.

그저 키스하는 것만으로도 아래가 흠뻑 젖던 그 시절처럼 초연의 아래가 빠르게 젖어갔다.

모든 감각을 깨우는 자극에 초연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점점 초점을 잃어가며 뜨거워지는 눈빛에 신후가 살짝 자신의 상체를 들어 올린 채 봉긋한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하아…….”

허리를 휘며 옅은 탄성을 자아내는 입술이 매혹적이다.

홍조 띤 붉은 얼굴이 그를 기쁘게 했다.

그토록 차갑기만 한 여자의 안에 이렇게 뜨거운 본능이 숨어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었다.

차가운 외형 아래 이토록 뜨거운 열정이 있다는 걸 아니까 그토록 제 본능이 그녀를 찾았나 보지.

새어 나오는 신음을 감추기 위해 붉은 입술을 깨문 하얀 치아마저 자극적이다.

저 이에 성기가 긁히는 상상만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천천히 초연이 겁내지 않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은 저 멀리 사라졌다.

어서 빨리 이 여자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창문을 시끄럽게 두드리는 빗줄기 그림자가 그녀의 뽀얀 가슴 위에 영사기처럼 펼쳐졌다.

초연이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보지…… 마요.”

“왜. 함몰 유두라 부끄러워서?”

초연의 유두는 유륜 사이에 납작하게 몸을 숨겨 보이지 않았다.

동그란 주름 사이 일자로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초연의 모습에 신후는 함몰 유두가 그녀의 콤플렉스라는 걸 깨달았다.

“고쳐줄게요, 내가.”

자신이 이 단어를 어디서 들었을까.

또 이렇게 생긴 유두가 함몰 유두라는 어떻게 알았을까.

신기했지만 어디선가 들었나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신후가 손가락으로 긁어 유두를 끄집어내려 애썼다.

“승부욕 돋게 하네 얘가.”

난데없는 신후의 집착에 초연은 수치스러움을 어쩌지 못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의 유두에 집착하는 신후의 모습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한동안 신후가 매일같이 빨아주고, 솔이를 낳았을 때까지만 해도 항상 돌출되어 괜찮았다.

하지만 솔이가 모유를 끊으면서 자극을 줄 일이 없자 그녀의 유두 역시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유륜 옆 젖살을 누르고 구멍을 몇 번 후비던 신후가 그대로 입을 대고 강하게 쪽, 빨았다.

“아읏!”

유두가 당겨지며 동시에 아래쪽 질구도 아래로 확 잡아당긴 것처럼 조여들었다.

그녀의 신음에 신후의 움직임이 더욱 집요해졌다.

풍만한 가슴을 눌러 안에서부터 압력을 줘서 밀어 올리려고 하면서 동시에 혀끝으로 구멍을 후비고 조금 튀어나온 유두는 이로 잡아 잘근잘근 씹고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그녀의 유두가 빨갛게 독이 올라 바짝 섰다.

“거봐요. 세운다고 했잖습니까.”

행여 간신히 세운 유두가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갈까, 손가락 사이에 끼고 살살 비비고 돌리는 신후의 표정은 자신만만 그 자체였다.

“기가 막혀.”

자신의 가슴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모습이 어이없다가도 그의 애무에 아래가 흠뻑 젖어버린 자신이 더 어이없었다.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아, 다른 쪽을 안 빼줘서 그런가?”

“됐, 됐어요…… 읏!”

그녀가 말리기도 전 신후가 다른 쪽 가슴을 입에 물었다.

한 번 해봤다고 혀로 유두를 후비고 쪽쪽 빨면서 더욱 능수능란하게 유두를 세웠다.

어느새 작은 앵두만 한 유두가 그의 앞니에 걸렸다.

입 안 가득 차도록 크면 얼마나 좋을까.

겨우 새끼손톱 반만 한 크기가 아쉽기 그지없다.

젖살까지 한 움큼 더 베어 물고 혀로 천장 가득 눌러 비비며 쪽쪽 빨았다.

강하게 흡입할 때마다 단단한 유두가 입천장 중간에서 목젖까지 긁으며 입 안 가득 들어차는 게 느껴졌다.

“으응…….”

두 가슴의 강한 애무로 이미 초연의 아래는 흠뻑 젖어버렸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어쩌지 못하고 초연의 다리가 저절로 베베 꼬였다.

그의 시선을 잡아끄는 늘씬한 다리의 꼬임에 신후는 미칠 것 같았다.

그의 성기 역시 그녀에게 빨리듯 저릿저릿 쿠퍼 액을 흘렸다.

온몸이 간질거리고 미친 듯이 달리고 싶은 폭주 본능이 그를 미치게 몰아갔다.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경주마처럼 그의 엉덩이 근육이 조였다가 풀어졌다.

내달리고 싶은 충동에 신후가 그녀의 다른 쪽 가슴을 터질 것처럼 쥐고 비틀었다.

“하읏……. 읍!”

갑작스러운 고통에 초연이 얼굴을 찡그리며 입술을 물었다.

성질 급한 신후의 자제력이 이제 끝났다는 신호였다.

처음엔 부드럽다가도 꼭 흥분하면 거칠어지는 그였다.

달라진 게 있다면 자신의 몸.

예전에는 거칠어지는 그를 따라가지 못해 버거웠다.

6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가 주는 쾌감을 기억하는 몸이 그의 자극에 질구를 조이고 애액을 토해냈다.

신후가 다리 사이를 검지 쪽 손날로 쓸었다.

“으으읏.”

찌르르한 쾌감에 허벅지가 파르르 떨렸다.

벌려진 틈으로 고여있던 애액이 주르륵 흘렀다.

“거칠게 하는 게 취향입니까?”

질문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사람을 꼭 이렇게 민망하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까.

원망스레 노려보는 초연을 보고 신후가 조금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놀리려는 게 아니라 나랑 너무 잘 맞아서. 나도 거친 게 좋거든.”

마치 우리가 운명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의 눈앞에서 초연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신후가 천천히 몸을 내렸다.

움푹 들어간 배꼽을 혀끝으로 지분거리다가 순식간에 음부를 벌리고 얼굴을 박았다.

다리를 오므릴 사이도 없이 그의 혀가 단번에 질구부터 클리토리스 위 둔덕까지 핥았다.

잠자고 있던 모든 성감대를 일순간에 깨웠다. 엉덩이가 조여들고 질구가 파르르 떨렸다.

신후가 망설임 없이 클리토리스에 입술을 빈틈없이 붙이고 강하게 빨아들였다.

“아흣!”

갑작스러운 공격에 적응할 시간조차 없던 클리토리스가 자르르 울렸다.

“으읏! 하지 마…… 읏!”

허리를 뒤틀며 그를 거부했지만 집요한 혀끝의 움직임에 클리토리스는 곧 함락됐다.

강하게 괴롭힐 땐 언제고 부드럽게 혀로 굴리고 가볍게 흡입하는 힘에 잔뜩 조였던 허벅지가 풀어졌다.

금세 석류알처럼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를 혀끝으로 톡톡 치다가 누르고 비벼대는 자극에 발끝이 곱아들었다.

입술을 진득하게 붙이고 음부를 맛있게 먹어치우는 그의 움직임에 그를 떼어내고 싶다가도 더 강하게 그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그녀를 괴롭혔다.

쪽, 강하게 클리토리스를 빠는 흡입에 울컥하고 애액이 흘렀다.

질구에 바짝 입술을 댄 신후가 그 물을 그대로 받아 마셨다.

꿀꺽꿀꺽 저 들으라는 듯 일부러 크게 내는 소리에 민망함이 몰려왔다.

“그만 해요, 으읏……!”

그의 어깨를 발로 밀어내려 했지만 단단한 그의 몸은 움쩍도 안 했다.

오히려 엉덩이를 바짝 들어 올려 시선을 맞추며 애액을 핥아 먹었다.

만일 반항하면 더한 짓도 하겠다는 듯이.

결국, 초연은 그와 눈을 마주친 채 그의 입속에 애액을 싸야 했다.

꿀꺽꿀꺽 애액을 모두 마신 후에야 신후가 만족스러운 미소로 그녀의 엉덩이를 내려주었다.

“보기보다 아주 예민한 몸이네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면 내가 이쪽으로 소질이 있던가.”

어찌 되었건 초연이 반박할 여지는 없었다.

반쯤 자포자기한 사이 그의 손가락 두 개가 질구를 파고들었다.

“아흑!”

초연이 허리를 틀며 얼굴을 구겼다.

“아픕니까?”

“오랜만이라…….”

“다행히 안 선생 새끼랑은 아직 몸은 안 섞은 모양입니다.”

초연이 눈에 불을 켜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따위 말할 거면……. 으읏!”

신후가 태연한 얼굴로 손가락으로 질구를 쑤셨다.

가위처럼 두 손가락을 벌렸다, 오므렸다고 했다가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조금씩 방향을 바꿔 주름을 긁어댔다.

예민한 내벽이 그의 섬세한 자극에 자르르 떨다가 오물오물 그의 손을 씹었다.

그녀의 질구가 그의 손가락을 씹을 때마다 그의 복근이 바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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