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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에스퍼님, 나를 감금해도 돼 140화 (140/142)

그다음부터 영원은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수준의 헤븐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다.

‘원래부터 내가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오기는 했지만…….’

‘내 인생…… 이렇게 개꿀이어도 되는 걸까?’

천국 같은 일상이 며칠째 이어졌다.

물론 영원은 일은 안 하고 팽팽 놀기만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다.

이래도 되는 건지 의문을 품었던 시간은 아주 잠깐이었다.

영원은 최선을 다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다가, 잠시 쇼핑에 대한 열정이 생겼다 싶으면 무한도 블랙카드를 긁었고, 시간이 좀 무료하게 흘러간다 싶으면 K-콘텐츠를 열심히 돌려보았다.

‘진짜로 이 세상의 21세기는 나 같은 잉여에게 너무 친절한 것 같아.’

‘보고 또 봐도 볼 게 너무 많아.’

‘그래서 매우 환상적.’

그레이가 난리를 치고 다니는 동안 많은 콘텐츠의 제작 활동이 중단되기는 했다. 그러나 과거에 제작되었지만 아직 못 본 드라마, 영화, 만화, 소설, 게임만도 무궁무진했다.

‘시간이 너무나 많은데, 할 수 있는 건 더 많아.’

영원은 한정 없이 주어진 잉여 시간을 즐기며, 쉬기와 놀기만을 반복했다.

쉴 때든 놀 때든 침대와 소파를 벗어나지 않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영원에게 있는 건 무한한 시간과 무한도 카드만이 아니었다. 영원에게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어 하는 여현까지 곁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영원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잉여 생활이 너무나 호화로워지기까지 했다.

며칠 전, 영원은 여현과 저녁을 먹다가 과거에 3D로 개봉했지만 영화관에 갈 열정은 없기에 2D로만 본 영화 얘기를 했다.

특별한 의도가 담긴 이야기는 아니었다. 영원은 그냥 날씨 얘기를 하듯 떠든 것과 같은 잡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여현이 3D도 아니고 4D 관람이 가능한 장치를 펜트하우스 1층에 설치해주었다.

‘여기서 보세요.’

‘…….’

‘다른 필요한 거 생기시면 바로 말씀해주시고요.’

수천만 원짜리 템X 침대도 오로지 영화 관람만을 위해 그 옆에 설치되었다.

강남 어디 영화관의 템X 특별관마저도 여현이 펜트하우스 안으로 옮겨준 것이다.

영원은 약간의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여현이 퍼주려고 하는 모든 걸 거부 없이 감사히 받았다.

콘텐츠뿐 아니라 맛있는 음식의 라인업도 더 엄청나졌다.

여현이 이제는 간까지 보면서 해주는 음식도 음식이었지만, 그에 많은 것들이 추가되었다.

여현은 세계 각국의 국경을 넘어 다니며 독특한 디저트를 사 오기도 했고, 심지어는 오로지 영원을 위해 각국의 셰프들을 섭외하기까지 했다.

저녁마다 파인 다이닝, 디저트까지 완벽한 풀코스가 세팅되었다. 집에서 나갈 필요도 없이, 펜트하우스 안에서.

모든 음식이 하나하나 다 너무나 맛있었다. 메인부터 디저트까지 전부.

어제는 프랑스에서 온 밀푀유를 먹었다. 갓 만들어 크림이 조금도 녹지 않아 완벽했다. 그제는 같은 동네에서 온 마카롱이었다.

그 전날에는 런던의 셰프가 펜트하우스 1층에 와 풀코스 요리를 해 주었다. 아주 자발적인 방문이었다.

그 외에도 영원을 위해 오겠다는 대기 줄에 선 셰프들이 수십 트럭이었다.

―저희 영원 님께서 원하신다고요! 그렇다면 피렌체에서 바로 무조건 튀어가겠습니다!

―언제 도쿄에서 인천행 비행기 끊으면 되나요?

―당장 재료 챙겨 가겠습니다. 여기서는 서울에 가는 비행기 직항이 없는데, 전용기 띄울까요?

최근의 사건으로, 세상 곳곳에는 심영원의 덕이 되어버린 이들이 너무 많았다.

여현 외에도 영원에게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셰프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 덕분에 영원은 다른 이들이 그녀에게 베풀려는 호의를 거의 폭우처럼 맞게 되었다.

역삼 본부 멤버들도 과거보다 더 영원을 챙기려고 작정한 듯했다.

―영원, 일단은 푹 쉬어요. 꼭 확인해야 하는 사항을 담은 질문지를 보내기는 할 텐데, 급한 건 아니니까 천천히 작성해서 줘도 돼요.

이전에는 어떻게든 영원을 센터에 출근시키려고 했던 윤희유 교수는 영원을 배려하여 모든 편의를 봐주려고 했다.

―문서 작성이 어려우면 구두로 녹음해서 보내줘도 좋아요.

그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랬다.

박의총 가이드는 영원이 명시적으로 기증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S급 던전석을 영원에게 반환할 수 있는 만큼 반환하겠다고 했다.

―직접 기증하신 수량 외에는 최대한 돌려드리고, 저희가 값을 치르고 매입한 던전석은 더 높은 가격에 매수하는 쪽으로 재계약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배려해 주려고 애쓸 필요는 없는데?’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그리 악착같이 센터에서 돈을 뜯어내려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또 주겠다는데 받지 않을 필요는 없기도 했다.

“네.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러니 고맙게 받기로 했다.

정말 하루하루가 즐거이 이어졌다.

팡!

영원은 천국 같은 시간 속에서 오후가 되면 종종 한강 뷰를 보며 샴페인을 땄다.

‘진짜 천국.’

펜트하우스에 와서 감금 생활을 즐기겠다는 몇 달 전의 계획이 이렇게 완벽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역시, 내 계획은 완벽했어.’

‘나 최고.’

영원은 손을 위로 들어 허공에 건배하고는, 편안한 표정으로 샴페인을 홀짝 마셨다. 그리고는 바삭한 칩 위에 캐비아를 듬뿍 얹어 입에 넣었다.

와그작.

맛있는 것이 입 안에 가득 퍼졌다.

와작.

‘너무 좋아.’

샴페인에 안주까지 더하면 정말로 어마어마한 가격대의 호화로운 낮술이었다.

물론 영원은 가격 걱정은 안 했다.

[저녁 시간 맞춰서 퇴근할게요]

영원은 가이딩 밴드에 뜨는 여현의 메시지를 확인한 다음에, 여현이 퇴근할 때까지의 일정을 계획해보았다.

샴페인 한 잔과 캐비아를 마저 끝낸 뒤에, 게임방(주: 2층에 여현이 새로 하나 만들어 주었다)에 가서 어제 못 깬 게임을 엔딩까지 봐줄 생각이었다.

‘좋아, 좋아. 오늘의 스케줄도 완벽해.’

팡.

영원은 행복한 표정으로 소파에 드러누웠다.

***

그레이가 남기고 떠난 흔적을 지우는 작업은 꾸준히 계속되었다.

가담자가 워낙 많으니 고작 몇 주만으로 다 끝날 일은 아니지만, 차근차근히 단계를 밟아나갔다.

또한, 어느 정도 과거 청산이 진척되고 나자, 과거를 청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에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하자는 목소리도 커졌다.

특히 목소리를 내는 데에 열성적인 건 서시용이었다.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종류의 역사도 있습니다.

그의 딸들을 위한 드래곤 레어를 오래도록 안전히 유지하겠다는 목적이 가장 크기는 했지만, 어쨌든 서시용의 말에 덧입혀진 포장지는 꽤 그럴싸했다.

―우리는 결국 정의가 승리하리라는 것을 알기 위해, 너무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모두가 과거의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한 건 아니었지만, 모두의 하루하루는 완벽히 평화로워졌다.

역삼 본부의 S급 던전석 연구원들은 이제 안전한 환경에서 그들이 해보고자 했던 실험을 다시 시작했다. 특히 의총은 일부 던전석 기기를 개량하여 막대한 경제적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모델을 찾아냈다.

장제권은 역삼 본부의 최연소 부장으로 승진하여 이창결이 과거에 하던 업무를 넘겨받았다.

이창결은 그레이에게 가담한 자들을 청산하는 임시 국제기구에서 열정적으로 일했다. 그는 매체 앞에서 여러 번 그에게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해낼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제가 기억력이 좀 좋은 편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도, 저는 절대 그때 벌어졌던 사건을 잊지 않을 거고, 그 청산 작업을 놓아버리지도 않을 겁니다.

―두려우신 분들은, 제가 찾아뵐 때까지 계속 두려워하시면서 떨고 계시면 됩니다.

백율 부장과 화연은 같은 국제기구에서 신종교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은밀하게 남아 있는 그들의 모든 활동을 뿌리까지 뽑아내야만 했다.

그 외에, 센터 밖에 있는 보통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도 회복되었다.

그들 중 일부는 영원에게 완전히 치여서 영원을 앓는 글을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올려댔지만, 안타깝게도 영원이 그들의 부름에 답할 일은 없었다.

명성이나 팬서비스는 영원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영원은 여현을 제외하면 가까운 사람들 몇 명만을 신경 쓰는 것도 벅찼다.

―영원아. 지금은 바빠서 어렵기는 한데, 시간 나면 화연이랑 맛있는 거 들고 펜트하우스 놀러 갈게!

가끔 연락하는 요련이 주는 관심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 좋아. 여현이한테 말해봐야겠다.”

―응, 응. 다음에 봐!

영원이 마음을 내어주는 상대는 소수뿐이었다. 그에 다른 사람들을 더 추가할 필요는 없었다.

영원은 지금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이대로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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