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에스퍼님, 나를 감금해도 돼 31화 (31/142)

오늘따라 운이 폭발한 심영원은 얼떨결에 S급 던전석을 주워버렸다.

그냥 새총이나 하나 만들어보려다가.

도롱.

[□□가 심영원에게 던전석의 취득을 알립니다]

영원은 한 손에는 악어가죽(주: 새총에 엮을 고무줄 역할)과 Y자 모양의 나뭇가지,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돌멩이 세 개를 쥔 채로 굳었다.

“…… 뭐?”

그러니까, 시간을 거슬러 5분 전쯤.

영원은 새총을 하나 만들기로 했다.

‘새들이 휙휙 날아다니고, 나뭇가지 있고, 돌멩이 굴러다니니까 딱 새총 제작각 아닙니까.’

영원은 잠시 S급 던전석 찾는 일을 멈추고, 새총을 만들며 쉬어가기로 했다.

S급 던전석이 안 나와서 쌓인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시간이 필요했다.

‘열심히 찾는데 대체 왜 안 나타나냐…….’

대제의 체면이 영 살지 않았다.

‘제일 아래층에 보스랑 던전석 둘 다 있다며!’

‘뭔가 X튜브 클립들 떠올려 보면, S급 던전석은 어마어마하게 무겁고, 막 반짝반짝 빛나고 그런 것들이었는데.’

영원이 가진 정보가 틀린 것은 아니었다.

특히 ‘보스와 던전석은 비슷한 곳에서 발견된다’는 것이 그랬다.

다만 영원은 특징이랄 게 하나도 없는 A급, S급 던전석도 흔하다는 걸 몰랐다.

지금 던전석이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건 사실 당연했다.

이곳의 S급 던전석은 ‘정말 진짜로 아무런 특징이 없는 돌멩이’였으니까.

그저, 던전 보스가 소환될 자리 근처에 있을 확률이 높을 뿐인 돌멩이.

‘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겠지.’

대제의 체면뿐 아니라 SSS급 버프를 받은 책빙의자의 체면도 살지 않는 느낌이었다.

영원은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던전 체질일 거라는 윤 교수님 말, 조금은 귀담아 들을 걸 그랬나?’

물론 고민과 후회는 잠시였다.

새총을 만들기로 했으니, 영원은 악어가죽을 재빨리 확보한 뒤 그에 걸어 날리기에 적합한 돌멩이나 열심히 물색했다.

그리고 세 개의 평범한 돌멩이를 거의 동시에 잡았을 때…….

도롱.

알람이 왔다.

[□□가 심영원에게 던전석의 취득을 알립니다]

영원은 영혼이 잠깐 나갔다가 돌아온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득……?”

악어가죽과 나뭇가지는 땅에 떨구었다. 왼손바닥 위에 돌멩이 세 개만 조심히 올렸다.

“얘들 중…….”

아무리 보고 또 보고, 톡톡 두드려 봐도 뭐가 S급 던전석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떤 게?”

관리자는 그에 대한 답을 주진 않았다.

영원은 바지 옆 주머니에 구멍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 다음, 돌멩이 세 개를 넣고 연금술로 입구를 막아버렸다.

“암튼 감사.”

영원은 어쩐지 이쪽 동네가 본인에게 꽤 친절하게 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관리자가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인가? 관리자가 나 편애하나?’

‘왜 이렇게 인생 불공평한 것 같지?’

‘이래도 되는 건가?’

잠시 후 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래도 되긴 하지.’

그다음에 영원은 가이딩 밴드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처음엔 S급 던전석 하나를 얻으면 여현을 호출할 계획이었다.

전담 가이드가 사라져 걱정하고 있을 것 같으니까.

가이딩 밴드는 던전이고 게이트고 가리지 않고 양방 소통이 된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밴드를 사용해 여현에게 연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쉽게 던전석을 얻어 버리고 나니 괜히 망설여졌다.

‘이 빠르기면 몇 개는 더 찾은 다음에 연락해도 되지 않나?’

혹시라도 여현의 소화기관을 치료하는 중에 던전석이 깨질 가능성(주: 강화 바르는 게임 폐인 시절이 남기고 간 피해망상)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기도 했다.

‘딱 한 시간만 더 뒤져보자.’

아무튼 영원은 다시 힘차게 보스 서식지 근처를 누볐다.

‘암튼 좋은 거 겟!’

최상의 컨디션.

상쾌한 기분에 몸이 가뿐했다.

***

비슷한 시간, 던전 위쪽 반대편.

파직.

콰과광!

S급 물리계 에스퍼가 반경 10km 내의 모든 몹을 즉사시켰다.

툭, 툭.

여현은 동요 없는 표정으로 저벅저벅 이 던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섰다.

S급 던전 내 최상부. 그곳은 아마존보다 거대한 계단 우림’을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였다.

비록 구름에 가려진 늪지, 겹쳐진 땅에 가려진 사각지대가 무수히 많기는 했지만.

“…….”

S급 던전은 에너지 밀도가 끔찍하게 높을 뿐 아니라, 레이더를 교란하는 기류까지 넘실댔다.

하방으로 갈수록 그런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그래서 여현은 그곳에 서서도, 저 아래 정확히 어디에 그의 전담 가이드가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레이더의 영역이 한계에 도달해 확장을 멈추었다.

성과는 없었다.

콰쾅!

“…….”

여현은 탐색 과정에서 발견된 몹들을 또다시 쓸어버렸다.

반경 50km 내의 모든 몹이 사라졌다.

“현아.”

이창결이 말없는 여현을 불렀다.

여현은 답하지 않았다. 시선도 먼 곳만을 향했다.

“…….”

다만 뒤편을 향해서도 뻗은 레이더를 통해 함께 던전에 들어온 네 명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단 사실을 파악했을 뿐이었다.

센터 역삼 본부의 에이스들.

이창결, 백율, 강화연, 장제권.

이창결, (대외적으로는) A급 에스퍼, 타이틀 ‘윤리의 집행자’.

백율, S급 에스퍼, 타이틀 ‘꽃밭의 마술사’.

강화연, S급 가이드, 타이틀 ‘청진기의 주인’.

장제권, S급 가이드, 타이틀 ‘묵언 속 보호자’.

여현의 분위기가 그를 제외한 네 명의 각성자를 숨 막히게 했다.

“현아.”

“…….”

“심영원…… 가이드님 말이지.”

이창결은 침을 한번 삼키고는 덧붙였다.

“지금 살아 있는 것만은 확실해.”

그는 바람이 아니라 확신을 담아 말했다.

“분명히, 관리자의 눈에 적어도 앞으로 46시간은 살아 있을 상태로 보이고 있는 거야.”

[목표달성▶ 48시간 내 심영원 5m 근처로 접근]

[퀘스트 종료까지 잔여 시간 46시간/48시간]

이들도 모두 영원을 찾는 내용의 퀘스트를 부여받은 상태였다.

“알잖아. 관리자는 달성할 수 없다고 예측되는 퀘스트를 부여하지는 않아.”

이창결이 거기까지 말을 하자, 백율이 끼어들었다.

“그리고 가이드님을 찾으라는 퀘스트가 부여된 걸 보면, 어떤 식으로든 심 가이드님이 그레이 딘하우스의 끄나풀들 옆에서 도망쳤을 확률도 높겠지.”

타박, 타박.

백율은 여현의 옆에 다가와 멈추었다.

쌍꺼풀 없는 큰 눈의 시선도 먼 아래를 향했다.

저 멀리 뭉쳐있는 녹색 구름 일부는 그보다 먼 아래로 스콜을 내리고 있었다.

쏴아아-

비가 내린 곳이 녹아내렸다.

연기가 나고, 여현이 처치한 몹의 잔해가 형체를 잃었다.

산성비였다.

염산이 쏟아지는 것만 같은, 그야말로 산성의 비.

기이한 장면이었으나, 이곳은 S급 던전 안이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백율은 관리자가 부여한 퀘스트를 통해 영원의 현 상태를 추측했다.

“관리자들은 나름대로 기울어지지 않은 게임의 판을 짜고 싶어 하는 편이니까.”

“맞아. 그러니까, 이제 열심히 찾아보면 돼.”

이창결 역시 여현과 백율의 가까이로 다가섰다. 그의 시선 역시 아래를 향했다.

쏴아아-

계단 우림의 산성비는 멎지 앉고 있었다.

영원의 근처에 저런 비가 내린다면 큰일이었다.

“관리자는 가이드님이 40시간 넘게 안전할 거라 판단한 거잖아.”

“…….”

“어쨌든 저런 재해에 휩쓸리는 일 없이 안전한 장소에 계실 거야.”

이창결의 희망적인 말을 듣고도 여현은 무어라 답하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지금은 심 가이드님 의식이 없으실 확률이 크다는 게 아닐까요.”

이어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덧붙인 건 뒤쪽에 서 있는 강화연이었다.

긴 머리를 땋아 틀어 올린 그녀는 작고 가녀렸다.

“심 가이드님, 분명히 가이딩 밴드 차고 있으시잖아요.”

강화연은 여현, 이창결, 백율의 뒤에 서서 자신의 가이딩 밴드를 만지작거렸다.

“그레이로부터 멀어졌는데, 의식이 있으시다면 바로 호출하셨겠죠.”

그녀는 계속해서 논리를 전개해갔다.

“의식이 없는 채로, 그레이 딘하우스의 부하들로부터 떨어져 있다?”

“…….”

“희망적인 상황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어요.”

안 그래도 작던 목소리가, 끝으로 갈수록 더 작아졌다.

“아마, 계단 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혼자 떨어졌겠지?”

“그렇……겠죠?”

“그러면 딘하우스의 끄나풀들한테서 멀어진 것도, 의식을 잃은 것도 단번에 설명이 돼.”

백율이 덧붙인 말을 끝으로 모두가 조용해졌다.

우락부락한 몸을 가진 장제권은 입술을 조금도 열지 않고 가장 뒤에 서 있기만 했다.

어쨌거나 다들 같은 생각이었다.

지금 이 상황은 희망적이면서도, 희망적이지 않다고.

심영원이 죽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게 그녀가 온전히 멀쩡하게 살아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톡톡.

백율이 그녀의 전담 가이드인 강화연의 것과 세트인 밴드를 두드리고는 말했다.

“괜찮아. 어쨌거나, 목숨만 붙어 있으면 회복시킬 수 있어.”

“그래. 충격을 받아 어디가 부러진 건, 힘에 의해 다친 것보다 예후가 항상 좋아.”

“네. 뵙자마자 제가 바로 치료할 거예요.”

여현을 제외한 모두가 괜히 밝은 척 목소리 톤을 높여가며 말했다.

“……최하층.”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제야 먼 곳을 보고 있던 여현이 입을 연 것이었다.

“제일 아래. 최북단.”

레이더로 영원의 위치를 정확하게 짚어낸 건 아니었다.

반쯤은 순전한 감이었다. 믿음과 바람을 담은.

어쩐지 가장 멀리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이토록 흐릿한 느낌.

여현은 다시 입을 닫고, 산성비가 멎은 아래를 보았다.

“여기가 가장 남쪽이지?”

이창결이 옷매무새를 만지며 물었다.

“맞아요.”

화연도 머리를 매만지며 땅이 끝나는 곳으로 걸어 나왔다. 장제권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이가 결정한 거면, 그리로 가자.”

여현의 결정에 따라, 다섯 명은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산성비가 다시 내리꽂히는 늪지대 한복판에 떨어지는 걸 두려워하는 이는 없었다.

그들은 그저 빨리 이동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에너지의 밀도가 높아 이동속도를 높이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목적지가 정해졌다면, 출발은 빠를수록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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