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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봄을 팔고있다-84화 (84/91)

〈 84화 〉 chapter 7:행복한 신기루(10)

* * *

현수가 죽었다.

바로 내 눈앞에서.

미약해져가던 심박수가 0이 되는 것을 보았다.

의사들이 산소호흡기를 떼자, 그의 본 얼굴이 보였다.

“....월 24일…18시 25분. 차현수 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그의 몸에 청진기를 가져다 대던 의사가 무어라 중얼거리며 손에 들린 종이에 무어라고 끄적이는 것을 보았다.

“아니지…?”

벌컥.

“보…보호자분..!”

“아니지…? 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

중환자실의 문을 벌컥 열어재낀 나는 곧바로 그가 누워있는 침대로 달려나갔다.

갑작스러운 내 돌발행동에 간호사가 내 어깨를 붙잡았지만, 개의치 않고 곧바로 그의 곁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아니잖아…아직, 따뜻한데? 안 죽었잖아…그렇지?”

그렇잖아.

아직, 따뜻한걸?

온기가 있는 걸?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나에게 걱정했냐고 말해줄 거잖아.

그렇잖아.

그렇잖아!!!!!!!!!!!!!!!!!!!!

“간호사! 보호자 분 진정시켜!”

“보호자분! 진정하세요!!”

아.

망가진다.

모든 것이, 산산조각으로.

다시는 붙을 수 없게, 완전히.

*

장례식은, 딱 한 번 가본 적이 있었다.

어릴 적.

노환으로 인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장례식이었다.

무척이나 무겁고, 슬픈 분위기와 매캐한 향 냄새가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마치 하늘이 찢어질 것처럼 흐느꼈다.

언제나 근엄하고, 철두철미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한 남자의 아들이었던 아버지의 모습에, 어린 시절이었지만 나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때의 나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희박했기 때문에, 그저 장례식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치마폭에 들어가 움츠러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러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그때 마지막으로 떠올린 생각은,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 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현수의 장례식장에 와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검은 복장을 입고 환하게 웃는 현수의 사진 앞에서 절을 올렸다.

향의 냄새는 여전히 매캐했고, 불쾌했다.

염연히 말하자면 상주의 역할은 나였지만, 나 대신 현수의 매니저가 대신 맞아주었다.

이때 처음으로 현수의 매니저를 보았다.

동그란 안경에 살짝 날카로운 눈매의 그녀는 아주 질서 있게 척척 상주의 역할을 해주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왔고, 그중에는 나이 든 노인들 또한 있었다.

나중에 가서야 매니저가 그들이 현수의 고객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흘려가며 현수의 죽음을 슬퍼했다.

오열하고, 좌절하고, 안쓰러워했다.

기자들도 있었다.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현수는 상당히 권위 있는 예술가였기 때문에, 매스컴에서도 그의 죽음을 눈여겨본다고 했다.

그 들 중에서는 내가 현수와 무슨 관계인지 물으러 오는 일도 있었지만, 매니저가 막아주었다.

참 고마운 여성이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하염없이, 제사장 구석에 앉아서, 현수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저 사진, 내가 찍어줬던 건데.

이럴거면 좀 더 멋있게 찍어줄 걸 그랬다.

시간이 지나 현수의 시체를 화장할 때도, 나는 가지 않았다.

사진 앞에서 무릎을 꿇어 오열하지도 않았고,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내 안에서 무엇인가 끊어진 느낌이 들었다.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렇게 현수의 장례식이 끝났다.

*

“...영씨?”

“미영..씨?”

“.....”

“도착하셨어요.”

“.....”

“현수 씨가 투병생활 동안 그리신 그림은 잠시 저희가 맡아 드렸고, 곧 가져다 드릴게요.”

“.....”

“그리고 현수 씨 재산 말씀인데요,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미영 씨 앞으로 남기겠다. 고 남기셨어요.

유서에 대해 자세한 내용과 재산 부여에 대한 일은 나중에…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몸 좀 추스르시기를.”

“.........”

“.....많이 그리울 거에요. 저도.”

쿵.

그 말을 마지막으로 현관문이 닫혔다.

“.......”

집.

우리 집.

이제는 네가 없는 집.

가끔씩 거추장스럽다고 느끼던 네 특이한 수집품들.

언제나 깔끔하게 정돈된 주방.

다양한 종류의 원두들.

내 취향에 맞춰서 주문한 부드러운 촉감의 쇼파.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같은 집이지만, 우리는 여전하지 못했다.

“아.”

네가 없다.

문을 열면 반겨주던 네가.

언제나 커피를 타주던 네가.

내가 슬플 때면 어색하게 끌어안으며 위로해주던 네가.

자신도 평범한 사람이라는 듯이 펑펑 울던 네가.

그럼에도 다시금 웃어 보이는 네가.

없다.

영원히.

이젠 다시는, 너를 만나지 못하겠지.

툭.

눈물이 나왔다.

그가 죽고 나서 단 한 번도 흐르지 않던 눈물이, 바닥을 적셨다.

“아…아하하…하…”

눈물이 자꾸만 꾸역꾸역 흘러넘쳤다.

나는 그럼에도 눈물을 닦지 않고, 하염없이 흘려보낸다.

마치 이 집 안을 전부 눈물 속으로 잠겨버릴 것 처럼, 하염없이 흐른다.

네가 없다.

지금까지 부정해오던 사실이, 이제서야 나에게 와닿았다.

“아아…”

보고 싶어.

네가 보고 싶어.

네 뺨을 어루만져주고 싶어.

같이 누워서 즐겁게 웃고 싶어.

너와 키스하고 싶어.

너와 함께이고 싶어.

그의 유골함을 매만진다.

원래라면 장례식이 끝나고 납골당에 안치되어야 했지만, 그는 죽기 전에 자신의 유골을 나에게 맡겼다.

그래.

언제까지고, 같이 있자.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서 있었던 주방을 거쳐.

그가 나를 보며 웃던 복도를 지나쳐.

아침이 되면 언제나 나를 깨우러 오던 내 방으로 들어왔다.

다른 방은 모르지만, 내 방은 잡동사니로 상당히 어질러져 있었다.

하지만 치우질 못했다.

나는 유골함을 소중하게 들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 뒤, 곧바로 몸을 돌려, 옷장을 열었다.

그 안으로 손을 뻗어, 그것을 쥐었다.

“.....”

밧줄.

처음 매만졌을 때는 상당히 투박하고, 거칠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상당히 손에 익었다.

그가 입원하고 내가 자살할 결심을 한 이후로 매일같이 매듭을 짓는 연습을 해서일까.

내 목에 걸 밧줄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싶었다.

이제 다른 건 필요 없겠지.

나는 이제 이 밧줄과 유골함을 들고 뒷산으로 향할 것이다.

인적이 드문 숲 속에 있는 튼튼해 보이는 나뭇가지에 밧줄을 걸고, 작은 유언과 유골함을 나무 밑동에 놔둘 것이다.

그리고, 목을 매겠지.

잠시동안은 고통스럽겠지만, 이내 편안해질 것이다.

그러면, 나는 더는 이 세상에서 없어지겠지.

네가 없는 이 세상에서.

계기는 충분하고, 이미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두었다.

뒷처리를 위해 그의 모든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유서 또한 미리 준비해 두었다.

이제 가자.

그렇게 마지막 결심을 마치고 옷장을 닫으려던 찰나.

툭.

“.....이건….?”

그 찰나의 시간에, 무언가가 옷장에서 떨어져 나왔다.

“아.”

난 이걸 잘 안다.

아니, 너무 잘 알아서 일부러 보이지 않는 곳에 박아넣고 잊어버렸다.

보라색의 크로스 백.

내가 마약을 팔 때 쓰던 가방이다.

그랬지.

그날, 신분을 얻었던 날 밤에 집에 돌아와서 보이지 않게 옷장 사이에 숨겨두고, 나중에 처분하려고 마음먹었다가, 그대로 잊어버린 모양이다.

“.....”

나는, 나도 모르게 허리를 굽혀, 크로스백을 주웠다.

지이익. 하고 지퍼를 열어, 그 내부를 살펴보았다.

“......있네…”

의료용 주사기 다발.

튜브 끈.

작은 지퍼백 여러 개.

그리고, 그 지퍼백에 담긴 분홍빛 가루.

봄.

그 크로스백에는봄이 담겨있었다.

아마 그 남자를 쏘았을 당시, 나를 데리고 가던 그 남자가 이 방에서 마약을 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방에 있던 것들을 대충 쓸어담아 넣어둔 모양이다.

어째서 하필, 이 순간에 이 크로스백이 떨어진 걸까.

그리고 나는 어째서 그 가방을 열어본 걸까.

그리고 어째서, 나는 이 가방을 도로 넣어놓지 않는 걸까.

글쎄.

나도 모르겠어.

나는 담배를 한 개비 물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마약을 하는 법은, 잘 알고있다.

알기 싫어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대로 주방으로 천천히 걸어가, 생수통과 숟가락을 들고 다시금 돌아왔다.

지퍼팩을 꺼내, 분홍빛 가루를 숟가락에 조금 붓고, 물을 부어 주사기 바늘로 휘휘 저어준다.

숟가락 밑둥에 라이터로 불을 지지자, 열을 받은 액체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잘 녹아든 가루를 품은 액체를, 주사기 안에 넣었다.

나는 팔뚝을 걷어, 튜브 끈으로 혈관이 잘 보이도록 팔 안쪽을 묶고, 주사기를 손에 들었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하긴, 알 바 아닌가.

압박을 받아 튀어나온 동맥이 두근거린다.

나는 그대로 주사기를 동맥에 꽂아 넣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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