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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봄을 팔고있다-54화 (54/91)

〈 54화 〉 chapter 5:두 번째 봄을 팔다.(3)

* * *

이 일을 시작하고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마약의 구매자들이었다.

처음 본 손님.

온몸에 가득한 문신과 험악한 인상, 누가 봐도 뒷세계 사람처럼 보이는, 그런 사람.

마약을 사는 사람들은 죄다 그런 사람들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아주 철저하게 박살 났다.

마약을 하는 사람들은, 아주 다양했다.

아기와 가정이 있으면서도 마약에 손을 대는 40대 가정주부.

어린 치기에 마약을 찾는 20대 청년.

오늘만 해도 열심히 돌아다닌 자신을 감싼 와이셔츠를 벗겨낸 손목에 주삿바늘이 가득한 30대 회사원 등.

정말 거리에서도 볼 수 있고, 평범한 사람들 주변에 있을법한 사람들도, 마약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소름이 끼침과 동시에, 나는 정말로 좁은 세계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세상 바로 옆에, 조금만 발을 내딛어도, 이런 세상이 나왔다.

너무나도 슬픈 것은, 이 모든 것은 영화가 아닌 실제로 벌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

이걸로 몇 번째일까.

나는 오늘도 검은 승용차를 타고, 짙은 어둠이 드리우는 도시를 달렸다.

이젠 수 차례나 겪는 일이지만, 어째 적응이 되질 않는다.

특히, 오늘은 더더욱.

거대한 육교를 지나, 신호등의 신호를 기다려, 오른쪽으로 꺾으면 언제나 거래하는 무인식 모텔이 나온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마약을 거래하기 위해 아무 모텔이나 찾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 모텔은 하린이 있는 마약 조직이 돈으로 매수한 모텔이었다.

모텔의 주인은 뒷주머니로 돈을 받아먹고, 장소를 제공한다.

그렇다고 그 모텔 한 곳에서만 일을 벌였다가는, 꼬리를 잡힐 수도 있기에 조직은 일정한 기간을 거쳐 계속해서 거래 장소를 바꿔왔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창가로 우뚝 선 낡은 모텔이 보였다.

하지만, 나를 태운 승용차는 그곳에 도착하지 않았다.

원래라면 갓길에 새워, 나를 내리게 하겠지만, 차는 그대로 도로를 가로질러, 모텔을 지나칠 뿐.

오늘은, 이곳에서 봄을 팔지 않는다.

*

오늘 오전, 언제나처럼 연락을 취해오던 하린의 목소리는 조금, 경직되어 있었다.

[오늘 장사는 조금 다른 곳으로 갈거야.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출장, 출장이라는 말이 맞겠어.]

"....예?"

출장.

나는 출장이라는 소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금 되물었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정해진 구역에서만 물건을 팔아.

그게 제일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지.

하지만 가끔, 주제도 모르고 자기를 낳아준 부모의 돈주머니를 들고 찡찡대는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들도 우리 물건을 바랄 때가 있거든.

오늘은 그 애송이 도련님한테 물건 좀 팔아줘야겠어.]

"어디에서요?"

[주소는, 언제나처럼 오늘 팔 물건이 담긴 가방에 들어있을 거야.

아, 종이에 적힌 가격은 신경 쓰지 마. 말했잖아?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이라고.

특히 이름만 들어도 아~하는 양반들 자식들은 금전 감각이라는 게 박살이 나버린 종자들 뿐이거든?

빨아먹어야지, 아주 쪽. 쪽.]

그렇게 말하며 하린은 욕망이 가득 들어찬 웃음을 내었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종이에 적힌 가격은 평상시의 두세 배는 될 정도의 비용이 적혀있었다.

그렇기에 오늘은 그녀가 말한 대로, 출장 장사였다.

*

조금 더 시간을 들여 달려가니, 어느새 화려한 네온사인과 시끌벅적한 인파들이 모인 거리가 보였다.

거리에는 젊은 남녀들이 자신의 옆을 책임질 사람들을 찾으며 돌아다녔고, 술집에는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런 거리를 가로질러, 한 건물 앞에서 멈췄다.

분명 건물 밖인데도 감출 수 없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총 5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은 조명이란 조명을 죄다 때려 박았는지 분명 밤인데도 대낮에 떠 있는 태양처럼 밝은 빛을 내뿜었다.

사람들은 그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 아주 긴 줄을 서고 있었고, 모두 들뜬 표정이었다.

차에서 내린 나는, 그 건물로 가까이 다가가, 사람들이 가득한 정문 대신 건물 뒤쪽으로 돌아갔다.

어두컴컴한 골목으로 들어가니, 우중충한 철문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그 문으로 천천히 다가가, 문을 두들겼다.

탕탕하는 거친 소리와 함께, 철컥하며 부릅떠진 눈을 보이는 작은 창이 열렸다.

"....뭐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나를 보던 그는 사나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пещера(페셰라).]

나는 그런 그에게 하린이 말해준 암호를 그대로 말했다.

“.....”

내 암호를 들은 그는 잠시 침묵하며 작은 창을 닫더니,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을 열었다.

“VIP은 지하 3층 5호관이다.”

“아, 네에…”

그의 손짓에 나는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천천히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

암호라니?

정말 구시대적이면서도, 믿기지 않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나는 자꾸만 가슴이 뛰었다.

말 그대로 이곳이 영화와도 같은 상황이라면, 나 같은 게 잘못 들어갔다간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뚜벅뚜벅.

철컹 철컹.

사이사이가 너무 벌어져 자칫하면 떨어질 것만 같은 계단을 타고 내려간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서서히 울려 퍼지던 노래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지하 3층.

비상구 위에 적힌 층수를 확인한 나는 문을 열었다.

[...!!!....!!....!!!!....!...!!]

쾅.

“.....아오…..귀아파….!”

두터운 비상구 문에 갇혀 있던 소리가 문을 열자마자 내 귀를 막막하게 때려오자, 나는 순간적으로 문을 닫아버렸다.

“...후...가자.”

한 차례 심호흡을 마친 나는, 다시금 비상구 문을 열어 발을 내딛었다.

둥. 둥. 둥. 둥.

시끄러운 리듬과 반짝거리는 미러볼.

사람들은 모두 리듬에 맞추어 몸을 흔들고, 열정을 내뿜는다.

어수선하고 시끌벅적한 클럽 속에서, 나만이 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듣기만 해도 먹먹해지는 귀를 부여잡은 나는 인파에 가려진 5호관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폴짝 뛰어가며 발버둥을 한 결과.

저 멀리 조그마하게 5호관이라고 적힌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잠시만요….! 지, 지나갈게요!”

사람으로 이루어진 벽을 어떻게든 뚫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노래와 분위기에 심취한 그들은 내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결국,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내 꼴은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간신히 인파를 뚫고 지나, 나는 5호관이 적힌 방문 앞으로 올 수 있었다.

그곳에는 아까 뒷문으로 들어왔던 것처럼 한 사내가 서 있었다.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

이런 곳에서 선글라스를 쓰면 보이기는 한 걸까?

아니, 차라리 이렇게 번쩍거리는 곳이니까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쪽으로.”

“ㅇ...예?”

그는 숨을 고르며 걸어온 나를 발견하더니, 무어라 말하기 시작했지만, 주변 소리에 묻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이쪽으로 오시죠,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예예…”

무슨 말이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보던 그는 나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가 꽁꽁 감싸던 문이 열리고, 나를 밀어 넣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며 금방까지 소란스러웠던 것들이 전부 환각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요해졌다.

“와…”

분명 같은 건물, 같은 층일 텐데, 너무나도 달랐다.

소돔과 고모라 같던 클럽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도, 노래와 분위기에 심취한 사람들도 없었다.

그 대신, 주변은 반짝거리고 화려한 가구들과 거꾸로 물을 타는 신기한 폭포가 졸졸거리는 소리를 제외하면, 잔잔하고 고급스러운 멜로디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금방 그 상황을 보지 않고, 그대로 이곳으로 왔다면, 여기가 마치 고급 호텔의 로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내가 얼빠진 소리를 내며 주위를 돌아볼 정도로,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집중. 집중하자.”

그렇게 잠깐의 감상 시간이 끝나고, 나는 제정신을 차리기 위해 양 뺨을 가볍게 때리고는, 눈을 돌렸다.

1호관, 2호관.

그렇게 이어진 방 끝에 적힌 5호관이라는 문구.

천천히 걸어가 보니, 마치 영화관 입구처럼 거대한 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안에, 손님이 있었다.

한 손으로 문을 열려다가 문이 무거웠기에 결국 두 손으로 끙끙대며 문을 열었다.

“...그래서….뭐야?”

어두컴컴한 방에 갑작스레 새어 들어온 불빛에 살짝 눈을 찡그리는 사내.

그가 바로 도련님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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