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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봄을 팔고있다-46화 (46/91)

〈 46화 〉 chapter 4:우리가 춤추던 9월은, 분명 맑은 날 이었어요.(10)

* * *

아침이 개운하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각일까.

포근하게 덮여 오는 이불과, 푹신한 배게.

약간 선선한 아침 바람과 들려오는 자동차 배기음.

어제의 피로가 풀리고,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는 아침.

3년 만에 느껴보는 이 감각이, 너무나도 좋아서, 나는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쓰고,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억눌렀다.

아.

좋은 아침이야.

*

현수가 나를 위해 준비해 준, 작은 방.

작은 침대와 배게, 탁자와 옷장밖에 없어서, 약간 휑한 느낌이 드는 방이다.

원래는 그의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었지만, 나를 위해서 창고 방으로 옮긴 모양이다.

애초에 예전에 살던 집에서도 가구 같은 걸 사지도 않았고, 여기로 올 때도 빨간 파우치 백과 입고 있던 옷만 입은 채 찾아왔기에, 이곳에 내 물건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걸 입고 그대로 자버렸네...”

별 무늬가 그려진 티셔츠.

그가 사준, 옷.

“....일단 나갈까.”

이대로 방에만 박혀있기도 뭐 했던 나는, 태양 빛에 밝게 비치는 창문을 다시금 암막 커튼으로 덮어두고, 방 밖으로 나왔다.

딱히 그가 나에게 부탁한 일은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바깥을 극도로 피하는 그의 성격을 배려한 행동이었다.

거실로 나오자, 살짝 싸늘한 방바닥의 온기가 발바닥을 통해 올라왔다.

그런가, 이제 9월이구나.

곧 가을이 시작될 계절이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주방에서 새어 나오자, 나는 천천히 걸어 주방으로 향했다.

“조...좋은 아침?”

“아, 일어나셨어요? 좋은 아침이네요.”

주방의 벽 사이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건네자, 그는 막 잡고 있던 프라이팬을 놓고, 나를 향해 돌아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아침...하는 거야?”

다리도 불편할 텐데, 그는 요령 좋게 프라이팬을 뒤적거리며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요리를 하고 있었다.

“네, 아침은 드시는 편이신가요?”

“아....주면, 감사히 먹는 편?”

“하하, 같이 드시겠어요?”

“그래도 돼...? 괜히 고생 시키는 건 아냐?”

“아뇨, 저야 언제나 홀로 아침을 먹는 게 적적했는데, 이렇게 말동무가 생겨서 기쁜걸요?”

“그...그럼 맛있게 먹을게...”

“네~ 커피는 어떻게 하실래요? 아침에는 우유를 넣은 카페라떼가 맛있어요.”

“그럼 그걸로...”

“네~ 잠시 식탁에 앉으시겠어요?”

“....응.”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터벅터벅 걸어가, 식탁에 앉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아....저런 식으로 움직이는 거구나...’

자세히 그를 관찰하니, 주방에는 그의 허리에 위치한 철봉이 이곳저곳 설치되어 있어서, 그가 움직일 때마다 그 철봉을 잡으며 중심을 잡고 있었다.

“.....”

치이익 하고 피어오르는 연기.

그 안에 새어있는, 고소한 커피의 향기.

그리고, 묵묵히 요리를 해내는 너의 뒷모습.

나는 그저 현수의 등을 바라보며 이 순간을 즐기게 되었다.

*

“간단하게 만들었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하하.”

“이게...간단?”

그는 자신이 만든 요리를 접시에 담아 식탁에 가져오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에그 스크렘블에 버터가 올라간 크로아상, 지글거리는 소시지와 딸기잼, 그리고 따뜻한 카페라떼.

이게 간단한 거면 나는 뭐지...?

“빠...빵을 만든거야?”

그것보다도 갓 구운 신선한 빵이 접시 위에 올라왔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제빵도 할 줄 알았던 걸까?

“그랬다면 좋겠지만, 이건 단순히 파는 생지를 해동시키고, 오븐에 구워낸 것뿐이에요, 간편하고 맛있죠. 물론 빵집에서 파는 것과 직접 만든 것보다는 맛이 떨어지지만, 아침 식사로는 잘 어울려요.”

“그...그렇구나...”

생지? 그게 뭐지? 오븐에 굽는다는 건 알겠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나에게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것이 요리였다.

“그...그럼 잘 먹겠습니다.”

“네, 맛있게 드세요.”

계속 바라만 보니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던 나는, 그가 건넨 포크와 나이프(젓가락과 숟가락이 아니라서 한 번 더 놀랐다.)를 양손에 쥐고, 소세지를 잘랐다.

잘 익은 바삭한 껍질은 나이프를 가져다 대자, 이내 톡! 하는 소리와 함께 잘려 나가 육즙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음!...맛있다....!”

짭짤하고 고소한 소세지가, 탱글하게 씹히면서 굶주린 위장을 기름지게 만들어 준다.

에그 스크렘블은 부드럽고 풍미 있으며, 딸기잼에 찍은 버터 바른 크로아상은 달콤하고 따끈했다.

우유가 들어간 카페라떼는 커피 특유의 향은 있으면서, 우유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들어 깊은 맛을 내었다.

“맛있어....맛있다...”

“그렇게 맛있게 먹어주니 정말 기쁘.....미영 씨?”

“맛있어...진짜....흑....너무 맛있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요리일까.

편의점에서 사 온 식은 삼각김밥.

대충 때우는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돈을 내고 사 먹는 식당.

근 3년간, 그 누가 나를 위해 만들어 주는 음식은, 이게 처음이었다.

자꾸만 눈물이 나왔지만, 나는 음식을 집어 먹는 걸 멈추지 않았다.

“.....오늘 저녁은 뭘 해볼까요..?”

“ㄱ...김치찌개가 먹고싶...어...”

“그래요, 맛있게 끓여줄게요.”

그렇게 말한 그는, 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

아침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도우려다가 저지당한 나는, 털레털레 배란다로 와서, 담배를 한 개비 물었다.

“하....”

쪽팔린다.

“거기서 왜 울고 지랄이야 나는...!”

분명 맛있기는 했지만, 갑자기 거기서 울었던 내 모습이 자꾸만 떠올리며 괴로워졌다.

그것보다도 현수한테 미안했다.

기껏 맛있게 만들어 줬는데, 거기서 울어버리다니...

“...나를 조현병 환자로 보면 어쩌지...?”

요즘 들어서, 자꾸만 감정이 울컥울컥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근 3년 동안 죽어가던 감정들이 살아나는 부작용인지, 너무나도 뜬금없이 화가 나고, 울음이 나고,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것도 끊어야 하나....”

나는 아직 남아있는 담뱃갑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기야 이젠 남아있던 돈들도 날아가 버렸는데, 펴봤자 좋을 것 하나 없는 담배도 끊어버릴까...?

“....아직은 못하겠다.”

아직은, 이게 필요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피던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볐다.

*

사각사각.

연필심이 캔버스에 닿으며, 흰 바탕에 회색 선들이 이어나간다.

“..........”

“..........”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슥슥 선들을 이어져 나가게 만드는 현수의 손을 그저 멍하니 바라본다.

지금은, 그가 나에게 말했던 것 중 하나인 그림의 모델을 서는 중이었다.

그래봐야 푹신한 쇼파에 앉아, 그가 잘 볼 수 있도록 전신을 응시하는 일이지만.

이런데도 돈을 받는다는 것에 양심이 아파지기는 하지만, 워낙 간절히 부탁하는 바람에, 나는 하루에 한 번, 모델을 서주며 돈을 받았다.

하지만 가격을 조금 낮춰서.

아무리 그래도 하루 50은 좀....

그래서 결국 그의 절반 가격인 25만 원으로 협의를 봤다.

나는 이 시간이 좋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다.

우리 둘만이 있는 이 작업장이, 마음에 든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안정감이 나는 이 공간이, 나는 마음에 든다.

그가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리고 만다.

그렇게, 현수와의 첫날이 흘러가고 있었다,

*

저번 화에 올렸던 Q&A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입니다.

Q: 주인공이랑 주인공 부모님과 유전자 검사를 하면, 다르게 나오나요?

A:지문은 성별이 바뀌는 바람에 원래의 지문과 달라졌지만, 유전자 자체는 주인공 부모님의 유전자이기에, 일치하게 나옵니다.

Q: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정해두셨나요?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는데.

A:현재는, 해피도, 새드도 아닌 그저, 한 여성의 이야기를 정해두고 있습니다.

Q:주인공은 군필? 그리고 주인공의 신체 나이는 대략 몇 살인가요?

A:주인공은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을 휴학하는 상태에서 여자가 되었습니다.

막 여자가 된 3년 전 신체나이는 18세, 현재 시점은 19세 입니다.

성장이 일반인보다 느리게 진행된다는 설정입니다.

Q:현수가 자살하거나 그런 건 아니죠?

A:현수는,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청년입니다. 그런 생각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Q:하루 99연참씩 7일 속성 완결할 생각 있으신가요?

A:아쉽게도, 제 능력의 미숙함 덕분에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독자님들의 질문을 모아, 답변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댓글에 질문을 달아주신다면, 따로 모아서 답변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독자님들께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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