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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봄을 팔고있다-45화 (45/91)

〈 45화 〉 chapter 4:우리가 춤추던 9월은, 분명 맑은 날 이었어요.(9)[Q&A]

* * *

“후....”

급하게 술을 들이켜서 그런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금방까지만 해도, 벤치 위에 있던 소주들 전부 비워버릴 생각으로 들이켰는데, 이젠 못 마실 것 같았다.

주머니는 비에 푹 젖었지만, 다행히 담배는 비닐을 전부 벗겨버리지 않고, 그대로 들고 다녔기에, 젖지 않았다.

담배를 한 모금 들이키니, 취기가 훅하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생각하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은 없다.

만약, 다시금 몸을 판다고 해도, 살고 있는 집도 없으니, 모텔을 뱅뱅 돌면서 숙박을 한다고 해도, 너무나도 단기적인 목표였다.

살 곳도 없다.

신분도 아직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 혼자서는 너무나도 무력하다는 것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무력하다...

그렇기에 사람에게 기대었다.

박 실장.

거칠고, 난폭하지만, 살 곳을 내어주고, 돈을 벌게 해준 사람.

그렇기에 믿었다.

그리고, 배신당했다.

아직도 그것을 생각하면 피가 역으로 샘솟고, 목이 콱 막혀왔다.

어째서, 나는 그에게 의심을 거두었던 걸까.

그때, 박 실장이 지하철까지 나를 태워줬을 때, 그가 아마 내 뒤를 따라와 내 돈의 위치와 비밀번호를 파악했던 것 같았다.

내가, 조금만 더 의심했다면.

아니, 차라리 그때의 촉을 믿고, 다른 락커로 바꾸거나, 아니면 비밀번호라도 바꿨다면, 이렇게 되었을까?

너무나도 후회되고, 화가 나지만, 이렇게 투덜거려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이제 어떻게 할까.

“......현수.”

차현수.

네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사람에게 배신당해놓고, 사람부터 떠올린다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나는 무력하고, 힘이 없었다.

사람에게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일단 가자.”

반쯤 남은 소주병을 남겨둔 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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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에요?!”

“아...그게....”

“세상에...몸이 너무 차가워요! 일단 몸부터 녹이세요!”

“아...으응.....고마워....”

현수는, 비에 젖은 내 모습을 보자마자 기겁하며 나를 샤워실로 밀어 넣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갑자기 찾아온 이유도 묻지 않은 그의 배려에 감사하며, 나는 물에 흠뻑 젖어 무거운 옷들을 벗어 던지고,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온수에 몸을 맡겼다.

하.

따뜻해.

포근하게 감싸오는 온기가, 차갑게 식은 몸을 데워 주었다.

그럼에도 차갑게 식어있는 마음은, 아직도 경직되어 풀리지 않았다.

현수가 거절하면 어떡하지.

당장 살 곳이 없다고 한 달만 살게 해달라고 싹싹 빌어볼까.

머리가 복잡해져 온다.

오늘 하루, 너무나도 여러 일이 많았다.

돈과 집이 사라지고.

죽으려고 마음먹고.

다시금 살기를 원하고.

지친다.

온종일 달렸던 다리가 후들거리고, 전신이 욱신거렸다.

눈은 자꾸만 졸려서 꿈뻑거리고, 올라오는 취기에 당장이라도 쓰러지고 싶었다.

“으앗..!”

그렇게 샤워를 끝내고 몸을 닦으려다가 순간 몸이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하아...하아....정신 차리자...”

이렇게 어이없게 비명횡사하려고 염치없게 여기까지 따라온 건 아니잖아.

그렇게 샤워를 마무리하고 현수가 앞에 내놓은 옷을 갈아입었다.

“이번엔 별모양이네...”

검은 바탕에 노란색 별이 가득한 티셔츠와...바지?

저번에는 현수의 바지가 몸에 맞질 않아, 그냥 안 입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어디서 사 온 건지, 실내에서 입기 편한 여성용 긴 내복 바지가 같이 나와 있었다.

지금 보니, 이 티셔츠도 남성용이 아닌 여성용, 내 사이즈와 비슷한 크기의 옷이었다.

“나를 위해 사 준 건가?”

아님, 다른 여자가 있는 걸지도 몰라.

“....그렇겠지? 자매? 아니면...애인?”

욱신.

아마 애인이겠지.

아무리 다리가 불편하다고 해도, 저렇게 상냥하고 멋진 녀석이 애인 하나 없을까.

욱신, 욱신.

“....?”

뭘까.

현수에게 여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구겨지는 것 같았다.

“....오늘 많이 지쳤나 보다...”

아마 자매나 애인이 있다면, 나를 이곳에 살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현수가 준비해 준 옷을 입고, 거실로 나왔다.

“아, 씻으셨어요? 커피 끓였는데, 드시겠어요?”

“....고마워, 네 커피가 마시고 싶었어.”

친절하기도 하지.

그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머그컵을 들고, 나에게 묻자, 나는 배시시 웃어 보였다.

그가 앉은 맞은편에 앉아, 커피를 홀짝거린다.

“....달다?”

언제나 마시는, 씁쓸한 맛의 커피가 아닌,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느껴졌다.

“조금 피곤하신 것 같아서, 우유와 설탕을 좀 넣어봤어요,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하하..”

“으응...아니, 맛있어, 고마워...”

이런 배려가, 너무나도 무서우면서, 달콤해서,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서....무슨 일이신가요...?”

한참동안 커피를 홀짝이던 현수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그...그러니까.....진짜, 진짜로 민폐라고 생각은 하는데 말이지.......나 딱 한 달만 이곳에 살면 안 될까?”

“.....네?”

갑작스러운 내 말에 다시금 재차 묻는 현수.

“아...아니 그게......내가 살던 집이 갑자기 사라져서....당분간 갈 곳이 없어졌어.....다...당장 기댈 곳이 너 밖에 생각이 나질 않아서.....아...아니야! 다른 곳도 있으니까! 부...부담은 가지지 말고, 네가 안 되면, 다른 곳에 갈 곳도 있으니까!...하하...!”

뻥이다.

갈 곳 따윈 없다.

현수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던 나는, 고개를 숙이고 횡설수설 말을 이어나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알겠어요.”

“....뭐?”

그리고, 대답이 들려왔다.

이곳에 잠시 지내도 된다는 현수의 대답.

“자...잠깐만...! 이렇게 부탁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괜찮아? 그.....네 애인은...? 괜찮대?”

“...네에?!?”

“아...아니....오늘 나한테 준 옷도 그렇고...같이 살고 있는 여자가 있지 않아...?”

고맙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시원하게 대답해 줄 줄은 몰랐다.

현수의 애인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인 걸까...?

“아...아니에요..!!!”

“히익...!”

그러자 현수는 갑자기 탁자를 탁! 하고 치며 소리쳤다.

“아....소리 지른 건 죄송하지만....저...정말 애인 같은 건 없어요..! 제 주제에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하...하지만, 오늘 준 이 옷을, 네가 입지는 않을 거 아냐...?”

“그...그건...미영 씨가 제 집에 자주 오시니까, 혹시나 같은 상황을 대비해서 사둔 것뿐이에요.....

그...그렇다고 이상한 마음은 없고! 그...그냥 순수하게...혹시나 해서...!”

“....그렇구나...? 그런 거였어...”

나를 위해.

나를 위해서 사둔 거였구나.

이상하다.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가, 내려갈 생각을 하질 않았다.

‘다행이야, 애인은 없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

‘뭐지, 어째서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거야?’

현수가 애인이 있는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뭐, 내가 여기 살 수 있어서 다행인 거겠지...’

“아...아무튼 고마워, 미안해....어떻게든 일을 해서 최대한 빨리....나가볼게....”

“일이라면....?”

“아...그게....원래 같이 일하던 실장이...돈을 가로채고 도망가는 바람에....집도 그렇게 사라졌거든.....미....미안해! 오늘 밤부터라도 어떻게는 해 볼테니까...!”

그래.

현수가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어서 돈을 모으자.

괜찮아, 3년이나 버텼어.

그러니까, 조금 늘어난다고 해도, 괜찮을 거야.

아직 얼굴이 못생겨지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대충 어플이나 sns에서 구해보면...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저...저기..”

“으..응?”

그렇게 당장 오늘 밤부터 남자들을 찾아볼 생각이었던 나에게, 현수가 말했다.

“그렇다면, 제 전속 모델이 되어 주실래요?”

“전속....모델?”

“도.....돈은 더 드릴테니까, 하루에 한번, 미영 씨를 그리게 해주세요!”

“아...하하...아니...이렇게 잠시 지낼 곳까지 마련해줬는데, 그림 정도는 공짜로 모델이 되어 줄게! 걱정하지 마.”

내 은인에게 그 정도도 못할까 봐?

현수라면, 그가 부탁만 한다면 누드모델도 충분히 해줄 수 있었다.

“아뇨, 그러니까, 밤에 나가지 말아 주세요.”

“....뭐?”

“다른 일 대신, 저와 일해주세요.”

하지만, 현수의 눈은 너무나도 진지하게, 나에게 말하는 듯 보였다.

내가 몸을 파는 게 싫어. 라고.

상기된 그의 얼굴.

살짝 떨리는 입술.

마치 용기를 쥐어 짜내서 말하는 듯한...

‘아....호준 그 녀석도 이랬는데.’

“....알았어, 알았으니까, 나 담배 한 대만 좀 피고 올게...”

결국 현수의 제안을 받아들인 나는, 대충 담뱃갑을 챙겨서 후다닥 베란다로 나왔다.

후.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마신다.

“......오해하게 되잖아....”

날 좋아할 리가 없는데.

심지어 나는 남자라고?

내가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싫어하겠지.

아마 혐오하게 될지도 몰라.

“아. 비 그쳤네.”

나는 하늘을 바라본다.

어두컴컴한 먹구름이 개고, 맑은 하늘과 반짝이는 태양.

그래.

9월의 하늘은 맑은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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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봄을 팔고있다.'를 언제나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싶습니다.

그런 독자님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Q&A를 진행해보려 합니다.

댓글에 질문을 남겨주신다면, 다음화나 그 다음화에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남기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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