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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봄을 팔고있다-29화 (29/91)

〈 29화 〉 chapter 3:사랑은, 은하수 다방 문 앞에서.(4)

* * *

“하.....”

좆됐네.

그것이 내가 오늘 손님을 만나러 모텔방의 문을 열었을 때의 감정이었다.

“아아....왔어어어...?”

불그스름한 얼굴.

바닥에 나뒹구는 수많은 술병.

그리고 손에 들린 종이컵.

누가 봐도 지금 내 앞에 있는 남성은 거하게 취한 상태였다.

그는 마치 갓 태어난 아기처럼 나체를 선호하는지, 이미 홀딱 벗고는, 팬티 바람으로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이빨 사이는 누렇고, 검게 변해있었고,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머리를 대부분 덮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바로 옆에 있는 의자에는 마치 허물처럼 널브러진 옷가지들이 즐비해 있었다.

“왔으면 어서 와봐...!”

“네....에....저는 일단 씻고 오겠습니다.”

동공이 거의 풀린 듯 보이는 남성이 나에게 손짓하며 어서 오라고 재촉하자, 나는 먼저 몸을 씻는다는 핑계를 대며, 곧장 화장실로 들어왔다.

“하...시발, 재수도 없지....”

가끔, 손님들을 만나다 보면, 거하게 취한 손님들도 가끔 보게 된다.

보통 분위기에 취해 한 두어 잔 걸치거나, 술자리를 가지고 더 긴 밤을 보내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었지만, 저렇게까지 곤드레만드레 취해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일단 긴급연락을...”

잠시 크게 한숨을 내쉬던 나는, 긴급연락용 휴대폰을 꺼내, 박 실장에게 보낼 문자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약 10분 뒤에 모텔 앞으로 와달라는 것과 그 상태로 5분이 지날 때까지 별다른 연락이 없다면, 곧바로 내가 있는 모텔방으로 찾아오라는 문자였다.

저렇게 제정신이 아닌 사람은, 어떤 짓을 벌일지 몰랐다.

술에 취하면 판단 능력이 흐트러지고, 곧바로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드러내는 자들이 많았다.

그가 술에 취해있어도,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상관없으나, 내가 보기에 저건 글렀다.

오늘치 돈을 날리는 것과 손님의 악평을 들을지는 몰라도, 자칫하면 사고가 날지도 모르는 자와 있는 것보다는, 그쪽이 나았다.

살짝 삐걱거리는 폴더폰의 버튼을 연신 눌러, 문자를 발송한 나는, 다시금 화장실을 나왔다.

“어어...다 씻었나...? 좋아....! 좋아...! 읏차...!”

“손님, 일단 선금부터, 받겠습니다.”

다시금 돌아온 나를 본 그가, 술병을 탁자에 올려두고는,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자, 일단 항상 고정적으로 내뱉는 말을 꺼내 주었다.

“선그으음...? 아....그래 그래...줘야지....선금을 받아야아..! 일을 하지..!”

그는 선금을 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무언가 떠올린 것처럼 손뼉을 치더니 다시금 탁자로 돌아가, 무언가를 주섬주섬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저렇게 보여도, 제정신인 걸까?

멀쩡해 보이면 일단 박 실장에게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한 나에게.

“자! 내가 조금 넉넉히 넣어뒀어!....좋지?”

“아...하하...”

그는 모텔에 비치되어 있던 곽 휴지의 휴지들을 뭉텅 뽑아와, 나에게 건네고 있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자, 돈은 받았지...! 그...그럼...일단...벗을까...!”

“손님, 죄송하지만...잠시...”

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내뱉으며 나에게 끼쳐오는 손들을 뿌리친 나는,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모텔 방을 나설 준비를 했다.

그러자.

“어...어디 가!! ㄷ..도돈 줬잖아!!!”

“아악..!”

슬그머니 방을 빠져나가려는 나를 보던 그는, 거칠게 내 손목을 끌어당기며 자신의 쪽으로 끌고 오기 시작했다.

“ㅇ...어! 너..너도! 내가 드..등신같아!!? 어? 내가 씨발..! 노...노가다 한다고 그딴 눈으로 쳐다보냔 말이야! 이 창년아!”

“아으....!”

어느새 나를 침대 위로 던진 그가, 횡설수설 욕지거리를 난발하면서 난폭하게 내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너..너도 씨발..! 돈 주면 가랑이나 벌리는 창년이...! 시...씨발..!”

우악스럽게 내 유방을 움켜쥐는 그 손이, 너무나도 아팠다.

꿈틀대는 그의 욕망이, 내 전신을 훑어내고 있었다.

“........”

“하아...그치? 역시 너...너도 할 말 없지....? 응?!”

그런 그에게 나는,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침묵을 고수했다.

이런 제정신이 아닌 남자에게, 허튼 저항이라도 했다가는, 더 큰 폭력이 돌아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아는 나는, 그저 무기력하게 힘을 빼고, 인형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씨...씨발련이..! 지..진작에 이럴 것이지...! 괜히 ㅎ힘이나 빼고 말이야...!”

내가 그 어떤 저항도 하지 않는 것을 보던 그는, 내가 입고 있는 후드티를 벗겨내고, 맨 살의 가슴을 움켜쥐며 부산스럽게 자신이 입고 있던 속옷을 아래로 재꼈다.

꿉꿉하고 껄떡거리는 욕망이, 알몸인 내 허벅지에 닿았다.

“햐...이 년 꼴리네...!”

“...!”

어느새 알몸이 되어버린 내 모습을 바라보던 그가, 내 두 다리를 들어 앙 하고 다문 음부를 만지작거렸다.

‘..녹색.’

주황.

녹색.

천장의 타일을 바라본다.

마름모꼴의 두 사각형이 한데 엉키고 섞여,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으하...! 존나 쪼이네에...!”

“으큭....!”

내 음부에 자신의 물건을 가져다 대던 그가, 어떤 예고도 없이 무작정 깊숙이 찔러넣었다.

러브젤도, 어떠한 애무도 없었기에, 뻑뻑한 내 질부는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심지어 이 남자, 콘돔조차 쓰지 않았다.

“자...잠시만!! 콘돔..! 콘돔은 써 주셔야..!”

“닥쳐봐..! 하아...하아...아!!”

“으큽..! 으븝...!”

그 지경에 기겁하던 내가 제발 콘돔만이라도 껴달라 애원했지만, 그는 투박하고 거친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고는,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아.....진짜 좆같네...’

매일같이 피임약을 먹고는 있으니까, 아마 임신 걱정은 없을 것이다.

배란 시기도 아니니까, 괜찮을 거야.

그래, 천장을 바라보자.

녹색.

주황.

녹색.

주황.

이대로 마음을 죽이고.

그저 천장을 바라보자.

괜찮아. 이미 익숙해져 있으니까.

이대로, 그냥, 기다리자.

“흐으...흐으....아...좋아...아..아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음부의 격통이 자꾸만 욱신거리는데도, 거침없이 허리를 흔들던 남자의 속도라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윽...!”

“으...!”

울컥울컥.

불쾌하고 끈적한 정액이, 내 질 안으로 들어차기 시작했다.

역겨워.

“하...좋아....아아....!”

사정을 끝낸 그는, 그 이후의 여운을 즐기며 내 몸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유방을 만지작거렸다.

그때.

철컥.

“ㅁ...뭐야..!”

미리 내가 잠금을 풀어둔 모텔방의 현관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다.

“....얼씨구, 참 개지랄을 해뒀네.”

시야가 보이는지 걱정이 될 정도의 진한 선글라스.

어째서인지 늘 입고 다니는 검은 양복.

박 실장, 이었다.

“누...누구..!”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던 박 실장은,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어서, 탁자 위에 고이 올려두고는, 천천히 침대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가려져 있던 짙은 흉터와 자신보다 두 배나 되어 보이는 거대한 덩치에 기겁하던 그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일단 한 대.”

“꾸억...!”

꽉 쥐은 박 실장의 주먹이, 그의 콧등에 정확히 꽂혔다.

순식간에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그가 콧등을 부여잡으며 고통을 신음했다.

“아으...으..아...우...!”

새빨개진 코에서 시커먼 코피가 줄줄 흐르는 것을 보던 그가 영문도 모른 채 자꾸만 뒤로 도망가려고 했지만, 피에 물든 손이 자꾸만 미끄러져, 바닥에서 허우적대는 꼴이 되었다.

“야, 일단 옷 갈아입고, 저 새끼 지갑이나 찾아봐.”

“...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나를 흘낏 바라보던 박 실장이 시키는 대로, 바닥에 내팽개쳐진 옷들을 주섬주섬 입고는, 그가 의자에 걸터 놓았던 옷가지의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아...이건가..?”

그의 청바지의 주머니에 불룩 튀어나온 곳을 뒤적거리자, 너덜너덜한 가죽 지갑을 찾을 수 있었다.

“아악...! 으아..! 카아악..!”

“막아? 막으면 그건 니 팔 아니냐?”

내가 지갑을 찾는 그사이에도 박 실장은 마치 신명 나게 그를 마구잡이로 두들겨 패고 있었다.

“여...여기요.”

“하아....그래.....하 시발 이 거지새끼, 돈도 좆도 없는 새끼가....”

나에게 지갑을 건네받은 박 실장이 지갑을 열어봤지만, 그곳에 있는 거라고는 수많은 영수증뿐. 돈이라고는 만 원짜리 세 장과, 잡다한 잔돈뿐.

“후....나는 일단 뒤처리를 해야 하니까, 먼저 이거 받아서 택시를 타고 가든가 해.”

“으우...우우...”

박 실장은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널브러진 그의 얼굴을 구둣발로 짓밟으며 말했다.

그는 이미 피떡이 돼서 고작 앓는 소리를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입막음도 해야 하고, 잡다하게 할 일이 있으니까, 어서 나가.”

“...네.”

박 실장이 그의 지갑에 있던 3만 원을 건네자, 그것을 받아들인 나는 곧장 모텔방을 나섰다.

더는 저런 광경을 보고 싶지도 않거니와, 어서 돌아가고 싶었다.

대충 옷매무새를 다듬은 나는, 그들을 뒤로한 체 모텔 건물을 나왔다.

어두운 길가에는 박 실장이 세워둔 검은 밴과 가끔 돌아다니는 택시만이 보였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매캐한 담배 연기를 후, 하고 내뱉자, 새하얀 연기가 잠시 허공을 맴돌다가, 이내 흩어져 버렸다.

담배를 피우는 둥, 마는 둥, 길가의 앞에서 서성거리자, 택시 한 대가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결국 절반이나 남은 담배를 대충 땅바닥에 내던지는 나는, 택시의 뒷좌석의 문을 열어 탑승했다.

“어서 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그, XX동의 XX빌ㄹ...”

사근사근하게 나를 반기는 중년의 택시 기사가 나에게 목적지를 묻자, 나는 곧바로 내가 사는 집의 위치를 말하려다가, 순간 멈칫거렸다.

돌아가야 한다.

어두컴컴하고, 그 누구도 반기지 않는.

내가 사는 곳으로.

“손님?”

집에 가서, 대충 몸을 씻고, 냉장고에 차갑게 식혀진 소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다 보면, 오늘의 일도 다 잊히겠지.

그래, 그러면 돼.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손님? XX빌라 맞으신가요?”

커피.

커피가 마시고 싶다.

씁쓸하지만, 따뜻한 커피.

그리고, 이런 나에게 그런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는.....

“손님?”

“....아뇨, 거기 말고, XX아파트 단지로....네...거기로 가 주세요.”

커피.

네가 내려주는 커피가 너무나 맛있어서.

마시고 싶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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