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chapter 3:사랑은, 은하수 다방 문 앞에서.(3)
* * *
“니가 왜 여기 있어?”
분명.
분명 그때 한번 만난 이후로는, 다시는 접전이 없을 줄 알았던 사람이,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걸까.
“여...여기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거든요...”
“아아....”
그런가, 아르바이트인가.
하긴, 저 정도 나이면 아르바이트 정도는 하겠지.
“실례.”
“아...! 자..잠시만요!”
나는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몸을 돌려, 카페를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저번에 그렇게 말하고, 다시는 안 볼 사이처럼 헤어졌는데, 이렇게 만나면 너무 어색하고 답답했다.
그런데.
“아....미친...”
더워.
금방까지 시원한 카페에 있어서 그런지, 후덥지근한 열기가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
마치 뜨거운 아스팔트가 지글거리는 것이, 달걀 하나만 깨도 순식간에 익어버릴 것만 같았다.
집에서 물도 안 마시고 나와서, 목은 바싹 마르고, 근처에는 다른 카페나 편의점은 보이지 않았다.
“.....아아 진짜.....!”
어찌할 줄 몰라 발만 동동거리던 나는 결국, 다시금 그 녀석이 있는 카페로 들어서고 말았다.
지금 상황에 자존심을 내세워 봤자, 바짝 마른오징어 신세일 뿐이었다.
“하...시원하긴 하네...”
다시금 느끼는 시원한 공기는, 순식간에 내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아, 다시 오셨네요?”
“진짜 저것만 아니면 참 좋을 텐데...”
다시금 들어온 내 모습을 보던 그는, 누가 봐도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듯이, 마치 입가가 귀에 걸린 것처럼 웃고 있었다.
짜증나.
“.....에스프레소 하나, 줘.”
나는 최대한, 불쾌하다는 얼굴을 억지로 숨기며,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아메리카노 같은 커피는 이제 무언가 밍밍하게 느껴져서 먹기가 싫었다.
이 더운 날씨에 뜨거운 커피라니 싶지만, 충분히 카페는 시원하니 괜찮겠다 싶었다.
“네에~ 에스프레소 맞으시죠?”
“어.”
“통신사 할인 카드나, 포인트 카드는 있으신가요?”
“아니.”
“쿠폰은 있으신가요?”
“아니, 그냥 현금으로 계산 할 테니 그냥 주기나 해.”
“현금 영수증 필요하신가요?”
“아니, 그냥 좀, 계산 좀 해줘.”
무슨 커피 하나 사는데 이렇게 꼬치꼬치 묻는 게 많은 건지, 결국 약하게 화를 내고는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한 장을 들이밀었다.
“감사합니다~ 여기 이거 들고 가시고, 울리면 커피 받으러 와 주세요~”
“.......”
나는 그 녀석이 건네는 넓적하고 둥근, 햄버거 가게에서도 보이던 검은색의 무언가를 받아들고 돌아섰다.
대충 둘러보고, 푹신해 보이는 쇼파가 있는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바로 옆에 흡연실이 있다는 점도 좋았다.
지금 보니 카페에도 흡연실이 있구나....
자리에 앉은 체, 주변을 둘러본다.
나를 제외한 손님이라고는, 저 멀리서 노트북을 두들기면서 커피를 마시는 젊은 여성뿐.
한가하고, 고요한 카페였다.
그리고 카운터를 바라본다.
내 주문을 받은 그는 윙윙거리는 커피추출기의 앞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그 말고는 다른 알바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저 녀석, 일은 잘하는데 자꾸만 나를 보고 웃는 꼴이 자꾸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위잉~위잉~!
“힉!”
그렇게 잠시 멍을 때리며 허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울리는 진동벨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내 커피가 나온 모양이었다.
내 손에 들린 진동벨을 가지고, 카운터 앞으로 가서, 위에 올려두었다.
“주문하신 에스프레소 나왔습니다~”
“....”
나를 보며 방긋 웃는 녀석의 얼굴을 무시하며, 커피만 받은 체 획 돌아서 다시금 자리로 돌아왔다.
상당히 작은 잔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에스프레소를 들어, 한 입 맛보았다.
“.....그럭...저럭 인가?”
분명, 진한 원두의 맛과, 씁쓸한 맛은 커피가 맞다.
그런데 무언가, 그곳에서 먹었던 커피보다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맛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2% 모자란 무언가가 자꾸만 거슬렸다.
그 사람이 결국, 내 혀에 달린 미뢰를 망가뜨려 버린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담배나 한 대 필까....”
한 절반 정도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은 나는, 바로 옆에 있는 흡연실에 설렁설렁 들어갔다.
“후우....”
웅웅 울리는 환풍기 소리와 산처럼 쌓인 담배꽁초가 박힌 재떨이.
지금 보니 재떨이에 무언가가 가득 차 있었는데, 아마 커피를 내리고 남은 찌꺼기처럼 보였다.
뭐든지 낭비하는 법이 없구나.
그렇게 카페의 절약 정신에 감탄하며,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할 때쯤.
“아.”
그 녀석이 흡연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아까는 인사를 못 드렸죠..? 오랜, 만이네요?”
“.....”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제가 일하는 곳에 누나가 올 줄은 상상도 못..”
“담배.”
“..네?”
“담배 안 필 거냐고, 그냥 나 보고 주저리 떠들려고 들어온 거냐?”
나를 보며 떠듬떠듬 계속해서 말을 붙이려고 하는 녀석에게, 강하게 쏘아붙였다.
애초에 이 녀석은 저번에 봤을 때도 담배는 전혀 피우지 않는 녀석이었는데, 굳이 나에게 이 말을 꺼내려고 흡연실로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하니, 거슬리기 짝에 없었다.
“아 네, 담배, 펴야죠, 네.”
내 말을 듣던 녀석은 머쓱한지 머리를 긁더니,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한 까치 입에 물었다.
어라, 분명 비흡연자였는데?
“....뭐야, 언제부터 폈어?”
“네? 아아, 얼마 안 됐어요.”
그런 모습에 놀란 내가 묻자, 그 녀석은 대충 말을 얼버무리고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잠시만.
지금 보니까, 저 녀석이 피고 있는 담배, 내가 지금 들고 있는 담배와 똑같은 담배였다.
아.
“.....나 때문에 담배 시작했냐?”
“네? 아..아뇨!? 그...그냥 친구들이 한번 펴 보라고 해서...”
“....끊어라, 그거 펴서 뭐 하려고.”
진짜 등신이었다.
펴봤자 좋을 거 하나 없는 담배를, 나 때문에 피다니.
“...그래도, 담배를 피워서, 누나랑 말 한마디는 나눴네요.”
“...뭐라는 거야, 닥치고 끊어.”
그러나, 이어지는 그 녀석의 말에, 듣다 못 한 나는 절반이나 남은 담배를 대충 짓이겨서 재떨이에 쑤셔 박고는, 흡연실을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호준.”
“.....뭐?”
“제 이름이에요, 한 호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는 그 녀석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새빨갛고, 무언가 결심을 한 듯 눈을 번쩍 뜨고 있지만, 담배가 들린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어쩌라는 건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언가 먹먹해져 오는 것이 느껴지던 나는, 다시금 획 돌아서 흡연실을 나왔다.
짜증나.
흡연실을 나와서, 내 자리로 돌아가니, 이내 차갑게 식은 에스프레소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마실 기분이 나질 않아서, 그냥 그대로 나가려고 했으나, 저 한 잔의 가격을 내고 놀랐던 내 모습이 생각이 나서, 그대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다 마신 커피잔을 들고, 카운터로 돌아가니, 이내 흡연실에서 황급히 나온 호준이 나를 반겼다.
“다음에 또 방문해 주세요~”
싱긋.
호준은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저 녀석은 도대체 내 어떤 부분에서 뭐가 그렇게 좋다고 웃는 걸까?
......모르겠다.
문고리에 손을 올리고 그걸 바라보던 나는, 이내 카페를 나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