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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봄을 팔고있다-27화 (27/91)

〈 27화 〉 chapter 3:사랑은, 은하수 다방 문 앞에서.(2)

* * *

“..음......아?”

나는, 어느 순간 내가 잠들어 버렸다는 것을 깨닫고는, 눈을 번쩍 떴다.

얼마나, 아니 언제부터 잠들어 버린 걸까.

분명 마지막 기억으로는, 항상 듣던 노래를 흥얼거리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아, 담요.”

일단 자세를 일으켜. 쇼파에서 일어나보니 아래로 털썩 떨어지는 담요가 있었다.

현수가 잠든 내 위에 덮어준 모양이었다.

“....진짜 센스 없네.”

다 좋은데 어째서 담요의 무늬가 아이폰 충전기 인 걸까.

바닥에 떨어진 담요를 들어 올리니, 의외로 감촉도 훌륭해서, 더더욱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래서 예술가란...

“그럼 현수씨는 어디에...”

일단 담요를 대충 개어, 쇼파에 올려놓고, 나를 고용하신 예술가분을 찾아 고개를 돌렸더니, 곧바로 찾을 수 있었다.

“아니 미친...! 몸도 안 좋은 사람이...!”

그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방바닥에서, 물감이나 페인트가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깔아놓은 신문지를 이불 삼아 잠들어 있었다.

“저...저기요?! 일어나봐요! 왜 여기서 주무시고 있으신 거예요?!”

“어...어어...으...”

그런 모습에 기겁하며 나는 후다닥 그의 곁으로 다가가 흔들어서 깨웠다.

다행이 그는 곧바로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미영...씨? 왜 미영씨가...?”

“일단 그 전에, 바닥에서 일어나서 침대로 가요.”

정신을 차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몽롱해 보이는 그를 침대로 이끌기 위해 그의 팔을 내 어깨에 올렸다.

그의 오른손은 연필에 많이 맞닿아 있었는지, 흑연으로 인해 새카매져 있었다.

“후....하나, 둘...흡!”

“어어..! 그...그러다 다쳐요! 제...제가 일어날게요!”

잠시 심호흡을 하곤, 힘을 모아 일어나려고 했음에도, 그의 몸을 전부 일으키지 못했다.

살짝 휘청거릴 뿐.

예전에 술집에서 친구들이랑 마실 때, 그놈들이 쓰러지면 곧장 일으켜주고는 했는데, 지금은 힘든 모양이다.

아니면 이 남자의 덩치가 엄청나게 커서 그런 거 거나.

“죄송합니다, 칠칠치 못한 꼴을 보였네요.”

결국 완전히 잠에서 깬 그가, 목발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카락이 딱딱한 방바닥에 눌려서, 완전 납작해진 모습은 그냥 넘기기로 하자.

“아뇨, 저도 잠이 들어서, 모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죄송하네요.”

생각해 보면, 나는 보통 일의 두 배 정도나 되는 돈을 받으며 모델 일을 하는 건데, 도중에 잠들어 버렸으니 돈을 깎아도 할 말이 없는 신세였다.

“괜찮아요, 충분히 도움이 많이 된걸요?”

“...네?”

“아, 저 죄송한데 화장실 좀...”

“아, 네.”

내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건네자,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목발을 짚고 작업방을 나섰다.

“....뭘 그린거지?”

그가 작업방을 나서고, 화장실의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은 나는, 그가 앉아있던 이젤로 향했다.

“........”

그곳에는, 담요를 덮은 체, 쇼파에 쪼그려 잠들어 있는, 나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게, 나인가....’

남자라고 부를 수 없는 왜소한 몸, 갸름한 턱선과 담요를 덮었음에도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는 두 덩어리.

“하....담배나 한 대 피울까.”

멍하니 그 그림을 보던 나는, 호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뱃갑과 라이터가 있는 것을 확인하곤, 발코니로 향했다.

드르륵 하고 열리는 발코니에는, 내가 여기서 담배를 자주 피운다는 것을 아는 현수가 이미 재떨이를 가져다 놓았다.

이미 수북하게 쌓인 꽁초를 바라보던 나는, 적어도 가기 전에 치우는 건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인다.

어느새 어두웠던 밤이 지나, 어스름한 태양 빛이 천천히 빌딩 숲을 지나 밝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새어나온 빛 때문에 잠시 부셔, 눈을 찌푸리고는, 팔을 난간에 기대며 입에 물은 담배를 빨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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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르릉­

­따르르르..텁.­

언제나, 같은 시간에 울리는 알람을 울리자마자 꺼버린 나는, 언제나처럼 자그마한 알약을 하나 삼켰다.

현수의 집에서 잠이 들어서인지, 잠들지 못했다는 증거로 수북이 쌓인 꽁초가 담겨있던 종이컵을 보던 나는 그 더미에 또 하나의 꽁초를 얹어주기 위해 불을 붙였다.

“........나, 인가.”

그것.

현수가 그린 그 그림의 여자는 분명 나, 겠지.

앵두 같은 입술과 기다란 속눈썹.

조그만 손가락과 발.

그리고, 가슴도.

상국이었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여자의 몸.

처음에 여자로 변했던 날부터, 매춘을 시작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 몸을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역겹고, 추악하고, 마치 저주처럼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몸으로 변해버린 이후로부터, 내 인생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끝없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꼴이었으니, 그렇게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현수가 그린 내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예쁘다. 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혼란스럽다.

내 모습은 저런 모습인걸까.

“....그 사람의 눈에는, 내가 그렇게 보이는 건가.....라니 뭐래 시발...”

금방 중얼거린 혼잣말에 헛웃음을 짓던 나는, 다 피운 꽁초를 대충 종이컵에 쑤셔 박았다.

“.....커피, 마시고 싶네.”

커피.

왠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따라 커피가 자꾸 땡겼다.

허나, 현재 집에는 그 흔한 커피 믹스조차 없었다.

냉장고에는 그저, 대충 끼니를 때울 삼각 김밥과 나머지 공간을 채우는 값싼 소주뿐이었다.

“에라이, 그까짓 커피가 뭐라고, 그냥 잠이나 자야지.”

그래, 바깥도 더운데, 잠이나 자자.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대충 바닥에 굴러다니던 베개를 집어 들어, 머리에 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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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지 미쳤어.”

한여름의 대낮은, 너무나도 뜨거운 열기 때문에 숨쉬기만 해도 불쾌한 땀이 주룩주룩 나왔다.

그렇게 짜증 나는 날씨에, 나는 어째서, 밖으로 나온 걸까.

분명, 나는 그렇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게 다 현수 그 사람 때문이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나는, 어느 한 카페의 투명한 유리 벽 너머를 계속해서 기웃거렸다.

애초에 나는, 카페라는 곳에 가본 적이 없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실 돈이면, 피시방을 가거나 술을 마시는 성격이었기에, 이런 화기애애하고 뭔가....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를 꺼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몸이 되어서는, 사람이 많은 곳을 자연스럽게 꺼리게 되었기에, 지금 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 되어 있었다.

“사람은....별로 없나?”

한참을 유리 벽 너머로 기웃거려본 결과, 지금은 사람이 그닥 차 있지 않은 시간대 같았다.

“일...일단 더우니까, 들어가...볼까.”

그래도, 바깥은 너무나도 더웠고, 점차 등에도 땀이 차는 게 느껴지던 나는, 슬쩍슬쩍 눈치를 보다, 이내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시원하다...”

바깥과는 전혀 다른, 마치 폐 속까지 상쾌해지는 시원한 공기에 나는 팔을 쭉 펴며 이 공기를 최대한 만끽했다.

“일단 주문을 해야겠지....”

잠시 멍하니 서 있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주문하기 위해 직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기 주문이...”

“네~ 어서오세...”

그리고, 나는 나를 반기며 인사하는 직원의 얼굴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밝은 갈색 머리, 귀에는 여러 가지의 피어싱, 그리고 팔뚝에 슬며시 보이는 타투.

“네...네가 왜 여기에...?”

“누...나?”

저번에 만났던 하룻밤의 손님이, 손에 들린 컵을 닦는 것도 멈춘 체,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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