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chapter 1:내가 세상에서 사라진 날.(3)
* * *
“.....아!”
갑작스레 느껴지는 하복부의 격통.
마치 전신을 꿰뚫리는 듯한 고통에 감겨있던 눈이 떠졌다.
은은한 전등이 비추는 천장은, 잘 익은 오렌지빛처럼 일렁거렸다.
아마 어떤 방 안에 들어온 것 같았다.
뒷머리와 등이 닫는 면적이 푹신한 것을 보면,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듯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소주를 들이키고 있었는데, 그 정도에 쓰러질 정도면 주량에도 변화가 생긴 듯 보였다.
그리고 느껴지는 숨소리.
숨소리?
아직 차리기 힘든 정신줄을 어떻게든 잡아가며, 나는 고개를 들어, 느껴지는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시야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점점 밝아오는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밝게 물들인 갈색 머리칼이었다.
“...박민...준?”
아마 소주를 먹고 꽐라가 되어 쓰러진 나를 챙긴 박민준인 것 같았다.
‘아...그래도 버리지는 않았구나.....근데...여긴 어디지...?’
그재서야 천천히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지만, 점점 시야가 뚜렷해지자, 점차 이상한 위화감이 온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어째서. 박민준은 옷을 벗고 있지?
나는 왜 알몸이지?
그리고, 왜 내 하반신 쪽에서 느껴지는 격통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지?
아. 설마.
“이...시...시발...!”
번뜩, 눈을 떠올린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곳은 박민준의 자취방도 뭣도 아니었다.
저 녀석은 뻗은 나를 곤히 침대에 눕힌 것이 아니었다.
“아...일어났네...?”
박민준은 벌게진 얼굴을 내 앞에 들이밀었다.
지독한 술의 향기, 흥분한 듯 핏줄이 선 동공.
그리고.
“이...미친 게이새끼....씨발...빼..! 이 개새끼야...!”
어느새 들어 올려진 내 다리를 들어 올리며, 지금은 허전해진 둔부의 공간에 자신을 물건을 들이밀고 있었다.
언제 벗겼는지도 모를 청바지는 방구석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악!! 아프다고!! 씨발..!”
앙다문 내 구멍에 성욕으로 둘러싸인 고깃덩어리를 문지르자, 끔찍한 이질감과 격통이 연달아 찾아왔다.
“뭐야? 처녀였냐? 시발, 이런 몸매면 남자 여럿이랑 떡쳐봤을 것 같은데, 내가 처음이야? 꼴리네...”
그런 내 반응에도 미동조차 없는 민준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지...지랄 말고 빨리 꺼져!”
“팬티도 입고 있지 않던 년이 무슨..”
현 상황에 따라가지 못하는 머리를 억지로 끄집어당긴 나는, 일단 이 녀석을 밀쳐내기 위해 두 손으로 민준의 얼굴을 최선을 다해 밀어내었다.
하지만, 술에 취해서인지, 아니면 몸이 이 꼬락서니가 돼서인지는 몰라도, 마치 어린아이가 어리광을 부리는 정도의 힘밖에 나지 않았다.
“가만히 좀 있어 봐!”
“아악..!”
그런 내 행동이 방해가 되는지, 민준은 내 두 팔을 거칠게 붙잡자,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되었다.
“아..시발. 못 참겠다. 넣는다.”
“자..잠만! 진..진짜 씨발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이 발정 난 개새끼야!!”
내 움직임을 봉쇄한 민준은 자신의 물건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밀어 넣기 시작했다.
“제발...아...아악...! 아아...!! 씨이..바알....!!”
내 안에, 물체가 들어오는 끔찍한 이질감, 미칠듯한 격통이 둔부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존나 조이네...진짜 처음이긴 한가 봐..?”
“다..닥치고...빼...!...빼라고....!”
이내, 민준의 물건이, 내 안에 모두, 깊숙이 파고들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코끝에서 맴돌았다.
이 냄새는 지금 깨물고 있는 입술에서 나는 냄새일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나는 것일까?
“하아...아..하아...”
“아..하아악..! 개...씨..발....아파..! 흐윽...아아..!”
민준은 내 안에 자신의 고깃덩어리를 꽂아 넣은 것으로 만족하지 않은 체, 허리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한번, 또 한 번 민준이 움직일 때마다, 전신을 꿰뚫는 격통이 잇달아 퍼져나갔다.
“이 개새끼야!....죽여 버리기 전에 빼...!..진짜 죽여 버린다...!”
분노.
“제..제발 빼줘....아프다..고..! 시발...부..탁할게...제바알...”
애원.
그리고.
“...........아...아윽...!아....하악...아..!”
체념.
일말의 반항도, 애원도 통하지 않자, 나는 그저, 시체처럼 축 늘어진 채로 민준이 찔러댈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에 자동 반사처럼 고통이 끓는 신음을 낼 수밖에 없었다.
이미 둔부는 타오르는 것처럼 감각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하...젖통 존나 크네 시발..!”
더 이상, 내가 반항의 제스처를 표하지 않는 알아챈 민준은 내 팔을 붙잡은 손을 떼고, 내 가슴을 잡고 문지르며, 이빨로 깨물기 시작했다.
민준이 젖꼭지를 건드릴 때마다 마치 전류가 통하는 것처럼 짜릿했지만, 이것은 결코 쾌락의 감각이 아니었다.
나는. 지금.
여자가 되어, 내가 생각했던 가장 친한 친구에게 강간당하고 있었다.
이것이 지독한 악몽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하...하하...”
실없는 웃음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오...이제 좀 즐길 생각이 들어...?”
그런 내 웃음을 들은 민준은 능글맞게 웃으며 물었다.
“지랄..하고 있네..미..친 강간마 새..끼가...큭...”
나는, 민준에게 경멸의 표정을 지으며 그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시발련이..”
“악!!....아..아파...!”
내 대답에 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지던 민준이 개처럼 박아대던 허리의 속도를 올렸다.
“아...아아...!”
“.....! 자...잠만.....! 너 콘돔 안꼇.....씨발아! 이거 빼!! 빼라고!!!”
그리고 나는, 저 행동의 이유를 알아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축 처진 전신을 버둥거렸다.
서슬 퍼런 소리를 질러도, 그의 허리는 더욱더 빠르게 움직일 뿐이었다.
“아...간다...! 간다....!!”
“하.....하지 마...! 내..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빼줘!!”
사정.
민준은 내 안에 자신의 욕망을 배출하려고 하고 있다.
끔찍했다.
가늘게 올라갔던 내 입은, 미칠 듯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것만은 싫었다.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손톱을 새워 민준의 팔뚝을 연신 긁어내렸다.
그런 그의 팔뚝에는 핏방울이 맺힌 선이 그어졌지만, 민준은 멈추지 않았다.
전력을 다해, 민준을 밀어내려 해도, 힘이 빠진 팔은 자꾸만 밀어내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아...! 아아!! 간다...!..!!..!..!!!..!!”
“아...아아...”
연신 쑤셔대던 고깃덩어리가 이내 내 구멍에 가장 깊숙한 곳에 박히더니, 뜨거운 욕정을 배출했다.
꿀럭꿀럭하고 느껴지는, 역겨운 액체가, 지금 내 배 안에 들어있다.
“하.....좋았다...”
“흐..흐윽..!”
이내 사정을 끝낸 민준이 상쾌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물건을 꺼내자, 그 끝에는 희끄무래한 것이 마치 거미줄처럼 내 구멍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개...새끼...흐윽...흐..하...”
가쁜 숨을 고르지도 못하며, 온몸이 산소를 갈구했다.
눈에서는 투명한 눈물이 마치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제발, 제발 이 끔찍한 시간이 이제는 끝나기를.
나는 간절함을 담아, 마음속으로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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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하아..”
“아...아아...앗....크...”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두 사람의 신음이 울려 퍼졌다.
민준은 한번 내 몸에 자신의 욕정을 부어 넣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허리를 흔들었다.
이미 통증은 사라지고, 마치 마취 주사를 맞은 것처럼, 둔부에 감각이 없었다.
민준의 허리가 쑤실 때마다, 자동적으로 가슴이 흔들렸다.
내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엉망진창이 되었다.
입에서는 조건반사로 나오는 신음만이 아닌, 침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읏...! 크으...또 싼다...!”
“........아...”
민준의 정액이 다시금 내 질 안에 채워졌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세는 것도 그만둔 지 오래.
처음 사정할 때의 상황처럼, 더 이상 발버둥 칠 힘도 없었다.
그저, 체념한 상태로 나는 그대로 그의 정액을 받아들였다.
“하....좀 빨아봐...”
민준은 자신의 정액과 피가 섞인 고깃덩어리를, 내 입 앞으로 들이밀었다.
“......하움...하...”
그런 물건을 나는, 입을 천천히 열어, 입속으로 물었다.
빨갛게 부어오른 뺨이 따끔거렸다.
이미 몇 번은 거절했던 요구에 주먹으로 응답한 민준에게, 나는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반항을 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폭력과 고통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순순히 민준의 말을 들었다.
비릿한 쇠 맛과 짜고 쓴 정액의 맛이 느껴졌다.
역겹다.
당장이라도 위장에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 버리고 싶었다.
“혀 좀 써서 좀 핥아봐...아...그치...그렇게....”
하지만 나는 그저, 민준의 말대로 혀를 굴릴 뿐.
여기에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빙긋 웃을 수 있었던 듬직한 남자, 김상국은 없었다.
폭력과 고통에 두려움에 떨고, 동공의 총기를 잃었으며, 작고 왜소한 여자가 남아 있었다.
나는 지금, 그 여자였다.
이것이 현실이다.
어떻게든 두 눈을 가리고, 뒤돌아도, 이 끔찍하고 어두운 현실은 내 눈에 자신의 존재감을 들이대었다.
이름도 모를 허름한 모텔.
그곳에서 나는, 꿈이라는 몽상에서 벗어나, 이 끔찍한 현실의 끝도 모를 어두운 웅덩이에 발을 담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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