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래서 나는, 봄을 팔고있다-1화 (1/91)

* * *

〈 1화 〉 prologue:천장의 무늬.

* * *

빨강.

검정.

빨강.

검정.

두 가지 색의 네모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 했지만, 어느새 내 시야는 천장의 끝으로 가게 되었다.

그러면 나는 다시금 눈을 돌려, 처음부터 천장의 타일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빨강.

검정.

빨강.

검정.

샤워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

빨강.

검정.

“기다렸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연신 털어내는 남자가 나에게 물었다.

기다린다면 기다린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결코 좋은 감정은 아닐 것이다.

남성은 이미 정수리가 허전한 자신의 머리를 조심스레 드라이기로 말렸다.

희끗희끗한 흰 머리가 반짝거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땀이 많이 흘려서 씻는 데 오래 걸렸네, 내가 깔끔한 성격이거든~”

아무리 그가 젊어 보이려고 노력해도, 내 눈앞에 남자는 그저, 아내의 몸에 성욕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가 추잡하게 젊은 여성의 신체를 핧아보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역겨운 생명체로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더더욱 견디기 힘든 것은.

“.....긴 밤 21만 원입니다.”

이런 남성들이 존재하기에, 나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거참 나중에 줄게! 내가 돈 떼먹고 튄대?”

추잡스러운 행위 이전에 돈을 먼저 요구하는 내 말에 그는 싱긋 웃었던 얼굴을 팍 구기더니, 이윽고 발끈 화를 내었다.

이미 처녀 시절 몸매는 사라지고, 잔주름과 늘어진 살이 덕지덕지 붙은 아내 대신,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며 나를 사던 그의 기분이, 단숨에 이것이 단순한 하룻밤의 놀이라는 현실로 끌어당겨 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는 무조건 선금을 받고 나서 일합니다.”

“애미 시발.....쯧...자!”

그럼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던 내 말에 신경질을 내던 그는 탁자에 올려두었던 지갑을 들어, 지폐를 꺼내더니, 내가 앉아있는 침대 위로 던졌다.

구겨 떨어진 지폐를 나는 아주 정성스럽게 주워 담아, 들고 왔던 파우치 백에 꼼꼼히 금액을 확인하고는 고이 넣었다.

“감사합니다.”

“줬으니까 이제 가랑이나 벌려 썅년아.”

그는 자신이 걸첬던 목욕가운의 허리끈을 풀며, 나를 거칠게 밀어 넘어뜨렸다.

이미 즐겁게 하룻밤을 보내려던 그의 마음은 이내, 자신의 앞에서 천한 창녀 짓이나 하면서 손님의 마음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는 내 모습에 분개하는 마음과 그런 나를 마구잡이로 다뤄 쾌감을 가지려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꼭꼭 닫아두었던 다리를 벌려, 그에게 보인다.

이미 수치스럽다는 감정은 사라진 지 오래.

남자는 그의 성욕만큼이나 서 있는 고깃덩어리를 내 음부에 문지른다.

“빨강.”

나는 다시금, 천장으로 시선을 옮겨 타일의 패턴을 중얼거렸다.

검정.

빨강.

점점 가빠오는 남자의 숨소리.

검정.

빨강.

제발.

이 시간이 금방 지나가기를.

나는 이럴 때면 언제나 떠올리는 생각을 중얼거리며, 허름한 모텔의 천장 타일의 패턴에 몰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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