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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에게 사육당하다-38화 (38/43)

38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해의 몸이 침대에 홱 눕혔다.

“아!”

기온이 드리운 그림자가 윤해의 몸 전부를 옭아맸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그의 눈동자에 윤해는 각오한 듯 입술을 굳게 닫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온이 그녀의 턱을 붙잡아 올렸고, 그녀의 입술은 서서히 벌어졌다.

“너 못지않게 몸이 미쳐 버렸거든.”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고요하지만 격정을 꽉 눌러 담은 입맞춤이었다. 힘 있게 미끄러져 들어온 혀가 거듭 휘감길 때마다 윤해는 뇌가 녹아 버리는 것 같았다. 문득 37 기지에서의 키스가 떠올랐다. 달빛의 영향을 받아 이성을 잃고 했던 그 키스. 숨과 함께 영혼마저 옭아매려는 듯 지독한 탐욕이 느껴지던 그의 키스.

“……좋은데, 무서워.”

“귀여워 죽겠네. 좋은데 무섭다니.”

그의 예리한 눈빛을 보자 온몸의 신경이 짜릿하게 곤두섰다. 이 밤, 그는 얼마나 욕망으로 거칠어질까? 하지만 애초에 간절히 바랐기 때문에 도발했다. 자꾸 밀어 내서 서운했는데, 지금 그의 키스에 서운함 감정이 다 사라졌다.

다시 그의 입술을 찾았다. 한층 격정적인 키스가 이어졌다. 그의 숨소리는 점점 짐승의 성마른 호흡을 닮아 갔다. 고개를 내린 그가 혀를 길게 빼 목을 핥아 내렸다. 그러고도 입술이 점점 내려갔다. 목과 어깨가 이어지는 부분에 잔 키스를 퍼붓자 윤해는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기온은 윤해의 어깨를 모조리 삼킬 듯 입에 머금고 핥다가, 입술을 더 내려 가슴 위를 빨아들였다. 빨아들인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도 잊고 있었던 야성이 나오는지 이로 살을 긁고 있었다. 미미한 아픔을 느낀 윤해는 이미 소리를 터뜨린 뒤였다.

“아!”

“미안.”

기온은 사과했다. 하지만 실은 윤해의 신음에 흥분하는 자신을 느끼며 더 고양되고 있었다. 괴물 새끼, 발정난 놈, 스스로에게 욕을 하면서도 몸이 움직여졌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팔에 입 맞추다 말했다.

“난 정말 변탠가 봐. 아니면 원래 그렇게 만들어졌거나.”

“뭐든 좋아. 너니까 좋은 거야.”

그 대답에 안도했다. 기온은 그녀의 따뜻한 가슴을 핥았다. 고양이가 물을 핥는 것처럼 핥다가 유두를 물었다. 단단하게 솟는 유두에서 야하고 사랑스러운 기분이 물처럼 퍼졌다. 중독된 듯 빨아들이니 윤해가 온몸을 움찔움찔 비틀었다. 달래듯 다른 쪽 가슴도 물었지만, 역효과였다. 입술, 혀의 움직임이 다정하고 사근사근해질수록 그녀의 호흡은 거세졌다.

“으응…… 기온.”

어느새 상체 여기저기에 붉은 꽃이 피어났다. 숨을 내쉴 때마다 들썩이는 그녀의 몸을 보면, 기온은 배 속이 뜨겁고 성기가 찌릿해졌다. 아슬아슬했다. 속에서 사악한 본능이 꿈틀거리다가 팍 터지고 나올 것 같았다. 37 기지에서 단순하게 욕정을 느낄 때와는 다른 자극이었다.

세계를 마주하고, 인간의 금기를 알아 가며, 그 금기를 깨지 않으려고 어린 몸의 윤해를 몇 년이나 안지 않았다. 윤해의 몸이 어른의 몸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더는 금기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면 짐승처럼 해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인내의 끝에 비로소 마주한 자극이었다. 이젠 얼마든지 짐승이 되어도 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스스로도 이 흥분이 무서웠다.

‘안 돼.’

그는 잔뜩 서 있는 성기를 스스로 달래듯 만졌다. 아직은 아니었다. 더 준비를 해야 했다. 그녀는 처음과 같을 테니까.

“안 해?”

“할 거야. 그런데…… 좀 더 준비를 해야 해. 필요할 것 같아.”

“어디서 섹스 교육이라도 받은 거야?”

“교육으로 될 게 아니야. 널 좋아하니까. 아끼니까.”

“기온.”

기온은 엷은 미소를 흘리며 윤해의 두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허벅지 사이를 서서히 벌렸다. 몇 년 간은 금기였던 문을 마주 보기가 쉽지 않았다. 죄를 짓는 기분을 가까스로 떨쳐 내고 마주 보았다. 비로소 흐트러짐이 없는 욕망의 시선이 그녀의 가장 깊은 곳의 입구를 직시했다.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갈증과 비슷한 기분에 침이 저절로 삼켜졌다. 목소리가 끓어오를 듯 갈라졌다.

“핥아 줄게.”

“너…… 읏!”

그의 입술이 살짝 벌어져 축축이 젖은 살 틈으로 향했다.

“아, 기온!…… 으응…….”

윤해의 흥분을 도울 행동이라 생각했는데, 반대였다. 자신이 더 걷잡을 수 없이 흥분하고 있었다. 너무나 오랜만에 본 그녀의 문은 그 자체로 마약 같았다. 혀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다디달아서 어떤 작은 틈도 놓치지 않고 모두 탐식하고 싶었다. 혀끝으로 벌리고 헤집고 문질렀다. 중독된 듯 탐닉하다 보니 숨겨져 있던 싹이 고개를 내민 걸 느꼈다.

“아!”

기온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것을 깊게 빨아들였다.

“아…… 으응.”

윤해는 머릿속이 전율하는 걸 느끼며 골반을 들썩였다. 손이 아플 정도로 시트를 꾹 붙잡아 뜯었고, 호흡이 끊어질 듯 아슬아슬해졌다. 은밀한 안쪽은 이미 흠뻑 젖어서 투명한 액체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 모든 모습이 기온에겐 신비로운 갈망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는 입술에 묻은 액체를 핥았다.

윤해가 그에게 손을 뻗으며 보챘다.

“얼른 와……. 응?”

하지만 기온은 듣지 않았다. 안쪽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을 뿐이었다.

“아!”

삽입의 짜릿함에 윤해의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안쪽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손가락을 느끼자 온몸의 감각과 피가 그쪽으로 쏠리는 듯했다. 하복부에 힘이 잔뜩 들어간 그녀가 몸을 바르르 떨며 비틀자 그가 물었다.

“괜찮아?”

그러고는 달래듯 클리토리스를 부드럽게 핥았다. 그럴수록 안쪽이 손가락을 꽉 조였다.

기온은 묘하다고 느꼈다.

이것은 더는 침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일까.

아니면 놔주기 싫어서 꽉 물고 있는 건지도?

“괜찮을까? 들어가도 되는지 모르겠어. 너무, 너무 오랜만인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성기는 터질 지경이었다. 몸을 일으켜 그녀의 허벅지를 들어 올린 다음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축축이 젖은 부분끼리 맞닿자 눈이 감기고 숨이 턱 막혔다.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은 흥분을 심호흡하며 다스렸다.

“있잖아, 윤해야.”

“응.”

“힘들거나 아프면 때려도 좋아. 하지만 알지? 나, 시작하면 물러날 수 없다는 거.”

“응…… 아!”

윤해의 몸을 꽉 가둬 안으며 단번에 들어섰다. 버거운 크기가 아픔을 자아낸 모양이었다. 그녀가 고통스러워하며 입을 꾹 다무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기온은 멈출 수 없었다. 삽입과 함께 견딜 수 없는 충만함이 온몸을 전율케 했다. 허리가 저절로 사납게 움직였다. 합쳐진 부분이 쾌감으로 불에 타는 것 같았다. 숨소리에서도 쾌감이 폭풍처럼 새어 나왔다.

“하아, 좋으냐고 묻진 못하겠어.”

윤해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괜찮아. 좋아. 기다린 보람이 있어.”

기온은 흥분하는 중에도 그 말에 웃고 말았다. 그의 몸 아래에서 흔들리면서도 윤해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있지. 내가, 내가 기온 너한테 큰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러자 기온이 그녀의 머리에 가득 키스를 퍼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작 위로라니.”

“하아, 응?”

“그런 존재가 아니야. 알잖아. 윽…… 넌, 내 유일한 이상이야. 처음,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내가 인간으로 살고 싶은 한, 어쩌면 영원히.

“이상이라니, 과찬인…… 아아!”

신음하는 윤해의 안으로 그는 모든 것을 퍼부었다. 설렘, 본능적인 욕구, 그동안 그녀를 생각하며 느꼈던 그리움과 기쁨, 또 여기까지 이르면서 마지못해 걸어야 했던 37 기지라는 지옥에서의 기억.

김윤해라는 존재는 그 모든 것을 다 따뜻하게 녹여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거대한 빛이었다.

* * *

기온은 윤해를 안은 채로 눈을 떴다.

지난 밤, 얼마나 몸을 겹쳤는지 몰랐다. 윤해가 자신인지, 자신이 윤해인지, 헷갈릴 정도로 몸을 뒤섞고 또 탐했다.

섹스는 마법 그 자체였다. 군에서 품었던 어둡고 칙칙한 생각이 다 사라지는 듯했다. 가슴에 밝은 빛이 태어났다. 이렇게 매일 윤해를 안고 자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빛 덩어리가 될 것만 같았다.

“좋아. 좋아해.”

낮게 중얼거리며 그녀를 더 세차게 안았다. 과했던 걸까. 숨쉬기 버거운지 그녀는 몸을 비틀었다. 기온은 윤해를 옆으로 돌려 눕히고 등을 껴안았다. 이러면 숨쉬기가 한결 편해질 것이다.

“이렇게만 살자. 평생.”

기온은 말하면서 벅차오르는 애틋함에 어쩔 줄 몰랐다. 윤해의 목덜미와 어깨 그리고 등에 입 맞추기 시작했다. 야릇하고 간지러운 자극이 퍼부어지자, 윤해는 엷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요리조리 피했다. 그러자 기온의 입맞춤이 더 짓궂어졌다. 그는 윤해의 허리를 꽉 잡은 채로 입술을 엉덩이까지 내렸다.

“으아!”

놀란 윤해가 침대 밖으로 뛰쳐나갔다.

“뭐 하는 거야!”

얼굴이 빨개진 채 외치는 그녀를 보고 기온은 조금 시무룩하게 입술을 샐쭉거렸다.

“뭐 하는 거긴. 어제 하던 거 마저 하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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