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후기
책을 파고들던 어린 시절.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대부분이 어릴 적 책읽기를 좋아했을 것이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어릴 적 거리에 아이들에게 전문적으로 책을 빌려주는 가게가 있었고, 그곳 벽에는 온통 아이들 책이 가득해서 눈도 떼지 못할 정도였다. 옆에는 맨질맨질한 긴 걸상이 있어 몇 몇 아이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그들은 온통 책에 몰두하여 손에 든 책에서 눈을 떼지도 못했다.
아버지가 밖에서 일을 보실 때면, 나를 서점에 데려다 놓으시고, 손에 몇 푼을 쥐어 주셨다. 그럼 나는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기다릴 수 있었다.
서점 입구에는 늘 행상이 있었고, 소금에 절인 흰 무가 유년 시절 최고의 진미였다. 기억 속에서 그 무와 동화책의 느낌은 함께 혼재되어, 두 개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글자를 알 만큼 조금 더 커서는 아버지는 아주 두꺼운 ‘조화朝花’, ‘천일야화’ 같은 걸 빌려 오셨다. 그건 한 번 손에 들기 시작하면, 오후 내내 보게 되고, 식구들이 밥 먹으라고 부르고서야 너무너무 아쉬워하며 페이지 사이에 사탕종이를 끼워 넣어 두었다가 밥 먹고 바로 돌아와 계속 읽었다. 그때 남은 후유증은 매우 오랫동안 나는 국왕이 천하의 가장 한가한 사람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온종일 어디에나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무협에 제일 먼저 눈을 뜨게 해 줬던 것은 ‘사조영웅전’으로, 이것 역시 아버지가 빌려주신 것이었다. 검붉은 색의 약간 바랜 겉표지에 상하의 두 권, 나는 잠시도 쉬지 않고 한 번 다 읽고서는 그것으로는 흡족하지 않아, 머리맡에 두었고, 밤에 또 몰래 손전등을 켜고 보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중상 입은 황용이 곽정의 등에서 조용히 노래 부르는 부분을 읽었다.
<살아도 넌 날 업고 살고, 죽어도 넌 날 업고 죽어!>
그때 내 마음도 크게 두근거려, 한순간 나도 그 운무가 휘도는 암석 위에 도착한 것 같았다.
그 후 나는 또 일개미마냥 김용, 고룡, 진청운, 류잔양 등 무협 대가들의 책을 전부 집으로 부지런히 옮겨 왔고, 집에서 그 글자 사이를 충분히 누비고 다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사실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른다고, 그때 나는 내게 음미할 수 있는 여유를 주어야 했다.
인상이 매우 깊었던 것은 아주 낡은 책을 빌린 적이 있었다. 대략 마두가 자신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산에 오르는 이야기로, 산에는 그를 죽이려는 이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전편을 통해 마두가 어찌 집요하게 얻어맞는지에 대해 쓴 것인데, 정말 미칠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책의 마지막 몇 장이 찢어져 있어서 나는 지금까지도 그 마두가 대체 죽었는지 어땠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의 아들은 또 어떻게 됐을까?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마두의 모습은 사실 매우 깊은 인상으로 남아 이 일은 내게 아주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았다. 안타깝게 후에 더는 이 책을 찾을 수는 없었다. 나는 내가 마음이 두근거린 순간, 그것들과 엉킨 그 순간, 내가 무협이라는 이 문으로 들어선 걸로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 ‘금의지하’는 금의위와 포쾌가 강호상의 녹림호걸들과 극의 전개상으로 호방한 감정과 애정에서 서로 떨어질 수 없게 인물을 설정했는데, 아마도 이건 내 자신의 선호 때문일 것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