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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201)화 (201/224)

201화

금하는 이 일을 말할 수 있게 되어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를 끌어다 자리에 앉히고 웃으며 물었다.

“제가 정말 중요한 비밀이 생겼는데, 들으실래요?”

하지만 그녀의 비밀이란 그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육역은 심장의 고통을 느끼며 아무 말도 못한 채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다.

“대인도 제가 지금껏 친부모님 찾으려 했던 거 아시잖아요. 결국은 친부모님이 누구인지 알게 됐어요!”

금하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게다가 제게 정말 정말 많은 친척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렇게 많은 이들이 전부 죽었고, 전 그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금하의 눈가는 말을 하는 사이 미미하게 붉어졌다. 그러나 빠르게 정신을 차린 그녀는 육역에게 웃어 보였다.

“대인도 정말 생각지 못하셨을 거예요. 제가 심 부인을 계속 ‘이모’라 불렀잖아요. 그런데 그분이 정말로 제 친 이모였어요! 그분 언니가 바로 제 어머니래요.”

역시 금하도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육역은 지독히 어렵사리 숨을 들이켜고는 가까스로 웃어 보였다.

“그래. 이렇게나 공교로운 일이 있구나.”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것이 더 있어요. 제 아버지는 하장청이고, 제 조부가 바로 하언이시래요.”

금하는 계속 고개를 저었다.

“전 이런 건 정말 생각도 못 했어요. 제가 전 재상과 이런 관계가 있다니요. 게다가 제 외가는 영천부의 유명한 의원 집안이었대요. 자주 무료로 진료하고, 약도 나눠 주시고. 심 부인의 의술이 저렇게 훌륭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어요.”

“……응.”

“참, 엄숭은 정말 제 원수였어요. 당시 심 부인은 엄세번을 암살하려했던 적이 있으셨대요. 안타깝게도 성공 직전에 실패하고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다행히 개숙이 그때 구해주셔서…….”

돌연 육역이 금하의 손을 와락 붙잡았다. 그의 눈동자는 불안하게 떨렸다.

“내게 약속해. 얼마나 큰 원한이든, 원수가 누구이든, 넌 절대 경거망동하지 마. 모든 일은 내가 다 할 거야!”

“네?”

금하는 그에게 잡히고서야 그의 손이 지극히 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살짝 놀란 그녀가 물었다.

“날 위해 무슨 일을 하려고요?”

“넌 절대 심 부인처럼 하지 마!”

육역은 깊게 숨을 들이켠 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분이 네게 꼭 복수해야 한다고 하셨나?”

“아니요.”

“그럼 됐어. 엄가의 세력은 네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네 신분도 절대 비밀로 지켜져야 해. 절대 이렇게 아무한테나 함부로 말해선 안 돼.”

“대인은 아무나가 아니잖아요.”

그를 바라보던 금하는 당연하다는 뜻으로 입을 열었다.

살짝 멈칫했던 육역이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래. 하지만 이일은 지금의 네 부모님께도 말씀드려선 안 돼. 알겠지?”

부모님은 어디까지나 시정의 일반 사람들이다. 이 일을 듣는 것만으로도 아마 그분들은 걱정거리가 느실 터였다.

생각에 잠겼던 금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육역은 그녀의 손을 단단히 감싸 쥐고, 다시 진지하게 그녀에게 당부했다.

“기억하렴. 원수가 누구든, 넌 이일 전부를 내게 맡겨. 내가 반드시 널 위해 결말을 내줄게.”

그의 말이 어딘지 이상하게 들렸으나, 금하는 그가 자신이 경솔히 행동할까 걱정하는 것으로만 짐작했다. 금하도 모호하고 혼란스러웠지만, 그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요. 엄숭이 저리 높은 자리에 있는데, 내가 그를 이가 갈리게 증오해도, 난 그의 근처에도 못가요.”

육역은 이제야 그녀의 손을 살짝 놓았으나, 눈빛은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 마음에는 끝도 없는 근심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근데 어디 갔다 오셨어요? 많이 피곤해보이…….”

금하의 말은 더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그의 두 손이 그녀의 얼굴을 부여잡고 그대로 입술을 부딪쳐 온 탓이었다.

새벽이슬을 머금은 듯 차갑고 거칠던 입술은 단숨에 뜨거운 열기로 변했다. 하지만 더욱 간절하고 급박함이 느껴져 그녀도 그의 어깨를 부여잡을 뿐이었다.

* * *

짭짤하게 입맛을 당기는 무말랭이를 다진 고기와 함께 잘게 썰어 볶았다. 새우껍질 위에는 향식초를 조금 뿌렸고, 쌀죽은 뜨끈뜨끈하게 잘 끓였다. 노르스름하고 바삭하게 잘 구운 생선까지 곁들였는데, 이건 전부 양정만이 평소 집에서 늘 먹던 것으로, 양악은 아버지께 드리려고 세심한 준비를 마쳤다.

금하가 자신의 조카딸임을 확인한 심 부인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후련하였다. 그녀는 금하를 영천으로 데리고 가 고향의 면면을 보여주고 싶어 했고, 개숙은 당연히 이견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양정만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양정만 또한 반대하지 않았다.

“제가 그 아이 대신 육선문에 휴가를 내주면 됩니다.”

“참.”

심 부인이 그와 무언가를 상의하고자 했다.

“금하는 그래도 아가씨예요. 비록 영리하긴 하나, 육선문에서 매일 때리고 죽이고 하면서 지내는 건 그 아이에 대한 절대 좋은 해법은 아니라 봐요. 그리고 지금은 어리지도 않아요. 나는 그 아이의 혼인에 대한 것도 고려해서 여러모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양정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금하와 악이가 어릴 때부터 함께 커서, 서로 속내를 다 알고 성격도 잘 맞지. 괜찮으면, 택일하여 아이들의 일을 진행합시다.”

양악은 문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이 말에 그의 넋이 나갔을 뿐 아니라, 함께 그릇을 들고 오던 순우민까지도 입구에서 걸음을 멈췄다.

“아버지……, 무슨 그런 생각을 하세요? 왜 제게는 한 마디도 묻지 않으십니까?”

양악이 급하게 말했다.

양정만의 얼굴은 깊은 물처럼 고요히 가라앉았다.

“혼인은 인륜지대사로 당연히 부모의 명을 듣는 것이지. 너는 내 말을 들으면 돼.”

“아버지! 분명히 아시잖아요. 금하는 육 대인과…….”

“걔와 육 대인은 안 돼!”

양정만이 그의 말을 자르고, 연이어 무겁게 말했다.

“육 대인이 금하를 아내로 원한다고 하면, 이거야말로 좋은 일이잖아요. 어째서 안 된다고만 하세요?”

양악은 아버지가 이일을 왜 꼭 저렇게 막고자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때 심 부인도 입을 열었다.

“양 오라버니, 금하와 육 대인의 일은 저도 알고 있어요. 전 이렇게 생각했어요. 육 대인이 그래도 육병의 장자이니, 그가 만약 금하를 아내로 맞이한다면, 그의 신분으로 금하를 보호해 줄 수 있고…….”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양정만은 여전히 단호하게 거부했다.

금하도 마침 그때 육역의 팔짱을 끼고 문 앞에 도착했다. 안에서 양정만이 하는 말을 듣고는 그녀 역시 참지 못하여 물었다.

“도대체 왜 안 된다고 하세요?”

소리를 들은 양정만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육역과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보고는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꾸짖었다.

“금하 넌 이리 와!”

고개를 저은 금하는 육역에게 더 가까이 붙었다.

“다시 여쭐게요. 대체 왜 안 된다고만 하세요? 대장은 제게 이유를 알려주셔야 해요.”

양정만은 금하가 설득되지 않자, 육역을 향해 깊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물었다.

“육 대인, 금하가 자신의 신분에 대해 대인께 전부 얘기했습니까?”

육역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인도 분명 아시겠지요. 대인과 저 아이의 신분으로는 아예 처음부터 함께 있어선 안 되었던 겁니다!”

금하는 육역이 대답하는 대신 자신이 먼저 다급히 말했다.

“대장, 대인은 친부모님과 관련된 제 신분이나 지금의 상황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제가 앞으로 평온히 지내기를 바랄 뿐이에요. 심지어 제가 복수할 필요 없이 자신이 대신하겠다 말해줬어요. 저도 대인과 문제없이 함께 있고 싶어요. 대장, 제발요. 저희 허락해 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저는 대인에게 시집갈 거예요. 제가 이 말은 대인한테도 얘기 안했지만, 저 스스로는 몇 번이나 다짐했던 말이에요.”

함께 잡고 있던 금하의 손이 바들바들 떨었다. 분명 마음속 불안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육역은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쥐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심장에서는 뜨거운 피가 거침없이 들끓었고, 마음이 아파 대체 어떻게 해야 그녀의 이 마음을 보답해 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대장…….”

금하는 애원의 눈빛으로 양정만을 바라봤다.

“양 오라버니.”

심 부인이 금하를 거들어 나섰다.

“두 아이가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이상, 얘들을 맺어주도록 하지요. 당시 오라버니와 언니도 우리 어머니가 반대하셔서 어쩔 수 없이 헤어지셨잖아요. 역지사지로 오라버니가 금하를 더 많이 생각해줘야 맞을 듯해요.”

긴 한숨을 내쉰 그가 일어서 금하에게 말했다.

“좋아. 내가 대체 왜 안 되는지 말해 줄 테니, 넌 날 따라오너라. 심 부인도 와요.”

심 부인은 이해할 수 없어하며 그를 따라 나섰다.

육역의 손을 꼭 쥔 금하는 입술을 짓깨물었다.

“괜찮아요. 대장이 무슨 말을 하시든,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나 기다려 줘요!”

그러나 육역은 알고 있다. 그녀가 지금 그를 따라 나가면, 두 사람 사이에는 이제 만장 높이의 벽이 생기리라는 걸.

육역의 마음은 더할 수 없이 처참해졌다. 그렇다 해도 그는 그녀의 손을 겹쳐 잡고 조용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너도 내가 한 말 기억해.”

고개를 끄덕인 금하가 그의 손을 놓고 양정만을 따라갔다.

육역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안에 남은 그녀의 온기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 * *

심 부인과 금하가 방으로 들어온 후, 양정만이 금하에게 문을 잘 닫으라 눈짓했다.

“대장. 말씀해 주세요. 대체 무슨 이유예요?”

심 부인도 양정만을 바라보며 그가 진정한 이유를 털어놓길 기다렸다.

“너는 알지. 하언을 정말로 사지로 몬 것이 사실 구경의 그 상주서라는 것을.”

양정만이 금하를 바라보았다.

“누가 구경에게 그 상주서를 쓰게 했는지, 금하 너는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금하는 깊은 생각도 할 것 없이 바로 말했다.

“당연히 엄숭이죠.”

양정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이 엄숭이 가장 큰 축이었지만, 당시 그는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직접 옥으로 가 구경을 꺼내고, 그에게 그 상주서를 쓰게 한 이는 바로 육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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