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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192)화 (192/224)

192화

이날 저녁이 가까워질 때 척 장군은 사람을 보내 육역과 만나기를 청했다.

금하는 할 일 없이 한가로웠고, 요즘 육역이 말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한참이나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잠복을 찾았다.

그녀는 부엌에서 대양이 지금 막 튀긴 탕수육을 잊지 않고 담아 챙겨서 잠복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 와요.”

잠복은 마침 방에서 잠수와 얘기 중이었다.

“맛있는 고기 냄새다!”

잠수는 금하를 보고도 전혀 이상히 여기지 않았다. 대신 제가 먼저 다가가 보기에도 뜨끈뜨끈한 고기 조각을 집었다.

“대양이 지금 막 튀긴 걸 들고 왔네. 행동 정말 빠르구나!”

“뜨거운 거 조심해요!”

금하는 빙그레 웃었다.

“잠 오라버니, 드셔보세요. 탕수육은 매일매일 먹는 게 아니에요. 대양이 아주 가끔 한 번씩 하는데, 오늘 한 건 전부 멀리 다녀온 오라버니를 위해서죠.”

그녀가 이 말을 하는 사이, 몇 점을 더 입안에 넣은 잠수가 혀 짧은소리를 냈다.

“그래도 고기가……, 맛있네. 형은 몰라, 얼마 전까지는……, 생선만 신물 나게 먹었어.”

잠복은 자신이 없던 사이, 동생이 성질을 못 눌러 금하와 싸울까 걱정했었다. 지금 두 사람이 이렇게 친숙한 건 잠복이 예상치 못한 바였다.

“형 먹어 봐!”

잠수가 그를 재촉했다.

“어.”

젓가락을 든 잠복이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씹을수록 맛이 좋죠?”

금하는 슬그머니 자리에 앉아 잠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잠 오라버니, 이번 경성에는 무슨 일로 갔어요?”

잠복은 금하가 탐문을 위해 이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웃을 뿐 무슨 말도 하지 않았다.

잠수도 그녀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우리 형은 나한테도 말 안 해. 뭔가 알아내겠다고 기대하지 마라.”

“말할 수 없어요?”

금하는 잠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오라버니가 말할 수 없는 건 당연히 대인의 명령을 따라야해서겠죠. 그런데 난 오라버니가 돌아온 후, 육 대인께 심상치 않은 일이 있는 것 같아요. 느낌이 안 좋아요. 무슨 곤란한 일이 생겼어요?”

잠복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여전히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럼 뭐 무슨 말을 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뭘 해야 그분께 도움이 되는지, 혹은 무슨 일은 절대 하면 안 되는지 정도는 우리한테도 얘기해줘야 해요.”

잠복은 북진무사 출신이었다. 심문이나 떠보는 수 등은 그녀보다 훨씬 능숙해서 그에게서 무언가 알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금하는 마음속에서 우러난 진실된 말을 할 수밖에 없었고, 잠복이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만을 바랐다.

다행히 잠수도 옆에서 거들었다.

“맞아, 형. 우리한테 얘기 좀 해 봐.”

잠복의 침묵은 길었고, 결국 입을 여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금하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잠 오라버니, 그럼 전 곤란하게 하지 않을게요. 이 탕수육은 꼭 뜨거울 때 드세요.”

금하는 바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방문을 나서기 전, 잠복의 목소리가 들렸다.

“좋아. 어느 정도는 나도 너희와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금하는 급하게 돌아서 재빨리 걸상에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그가 계속 말하기를 기다렸다.

“조정에 대공자가 뇌물을 받고 간당을 감싸준다고 탄핵한 이가 있어. 그래서 너희 일처리도 반드시 신중해야 하고, 절대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을 해서는 안 돼.”

“뇌물을 받고, 간당을 감싸요?”

금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뇌물이란 건 호종헌이 보내온 그 물건들을 가리키나요? 그럼 간당은 설마 호종헌을 가리켜요?”

잠수는 크게 화를 내며 펄펄 뛰었다.

“그 물건들은 대공자께서 진즉에 전부 돌려보냈잖아. 어떻게 감히 탄핵을 하는 사람이 있어? 성상께선 어찌 처리하셨는데?”

“성상께선 대공자를 결코 추궁하시려 않고, 어르신을 불러 몇 마디 물으셨을 뿐이야. 그러나 상주서를 올린 이도 추궁하지 않으셨어.”

잠복이 미간을 찡그렸다.

“어르신께서는 말씀하셨어. 이건 누군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속내를 떠보는 거고, 성상의 육가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는 거라고. 그러니 대공자는 반드시 조심하셔야 해.”

“육 대인을 추궁하지 않은 건 아마 호종헌의 죄명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간당이라 할 수도 없어서일 거예요. 하지만 호종헌이 파면되면, 그럼…….”

금하는 조금 초조해졌다. 육역은 성상이 호종헌을 높이 평가하게 할 방법이 있다고 말했었지만, 그녀는 그 말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천자의 기호란 원래부터 짐작이 어려운 것으로 만약 쉬운 일이었다면, 엄숭에게 이리 오랫동안 조정을 독점하게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너희 일처리는 반드시 조심하고 신중해야 해. 차라리 손해를 보더라도 남에게 이익을 보지 마. 호종헌의 사람과는 너무 가까워지지 말고.”

잠복이 당부했다.

“알았어.”

잠수도 대답하고, 금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무슨 말을 더 하지 못한 채 말없이 자리를 떴다.

* * *

밤이 점점 깊어갔으나, 침상의 육역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은 옷을 걸치고 일어났다.

그때 누군가 격자창을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 그는 창문 빗장을 내리고 문을 열었다.

창밖으로 유유자적하니 처마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남도행이 보였다. 부는 바람에 그의 옷자락이 표표히 날렸다.

“유대유 집안의 보검 건은 제가 잘 처리했습니다.”

가볍게 뛰어내린 남도행이 창틀에 걸터앉아 품속에서 남은 은표 몇 장을 꺼내 건넸다.

“이건 남은 것입니다.”

육역도 그와 인사치레를 하지 않고 은표를 받아 넣었다.

“자네가 고생했군.”

“심부름한 것뿐 힘든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유 장군에게 끌려가 술을 마시는 게 정말로 힘든 일입니다.”

남도행과 함께 웃던 육역이 물었다.

“유 장군은 잘 지내시나?”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도망치는 왜구를 추격하기에 바쁘죠. 참, 잠항대첩 후, 성상께서 그들을 모두 원직으로 복귀시키셨습니다.”

남도행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제게 설명 좀 해 줘 보세요. 이런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직무에 승진이나 봉급이 오르는 일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면직이나 안 당하면, 천지신명께 감사한 일이고, 문제가 생기면 누명을 써야 하고. 유 장군 같은 이런 고지식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누가 이 일을 계속하려 할까요. 제 보기에 호종헌은 그를 기만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도 유 장군은 이런 것은 문제 삼지도 않고, 왜구만 때려잡을 수 있다면 모든 일에 만족해합니다. 저는 이런 그의 성격으로는 앞으로 거의 말 못할 손해만 볼 것 같아 걱정됩니다.”

남도행은 한참을 말하고 나서야 육역이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제야 달빛에 비친 그의 얼굴이 어느새 수심에 깊이 잠기고 근심거리가 있어 보임을 알아차렸다.

“왜요.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남도행이 물었다.

육역은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 일도……. 자네는 요즘 신하성에 머물고 있지. 어디도 가지 말게. 내가 최대한 빨리 경성으로 가게 조치할 테니.”

“경성에 움직임이 있습니까?”

역시 남도행은 영민했다.

“엄세번이 사람을 시켜 미끼를 던지고 떠보기 시작했다. 정황으로 보아, 그가 진정으로 손보고 싶어 하는 건 육가야.”

육역이 말했다.

“아직 풍랑이 강하지 않음을 틈타, 우선 자네를 들여보내야 해.”

“夫风生于地,起于青萍之末(*전국시대 송옥의 풍부风赋.) 부풍생우지, 기우청평지라, 대저 바람은 땅에서 태어나고, 개구리밥의 끝에서 일어난다 했습니다.”

남도행은 유유히 읊조리며 고개를 기울여 육역을 바라봤다.

“그러나 지금 대인의 머릿속 가득한 생각은 이 일이 아니군요. 어찌 제게 감추십니까.”

“……어떤 일이 이것보다 더 중요하겠나.”

육역이 담담히 말했다.

“나는 당연히 이 일을 생각하고 있었네.”

“절 속이진 마십시오!”

남도행이 자신의 이마를 눌러 보이며 웃었다.

“대인 얼굴에 나타난 엄청나게 중요한 근심거리는 사실 두 글자로만 보입니다, 여인!”

육역이 불편한 기분으로 돌아서 차를 따르는 척했다.

“허튼소리.”

“보시죠. 지금도 대인의 머릿속은 온통 이 두 글자뿐입니다.”

남도행은 기어코 그를 놓아주지 않고 놀렸다.

“왜요. 그 꼬맹이가 또 말썽을 부렸습니까? 아니면, 다른 이를 마음에 두었습니까?”

침묵이 한참 흐른 후에야 육역은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차라리 그 아이가 다른 이를 마음에 두었다면, 그랬다면 적어도 그 아이는 조금쯤 나았을 텐데.”

남도행은 육역의 어조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설마 대인께서 다른 이를 마음에 두신 겁니까?”

남도행은 다소 놀란 나머지 한참이 지나서야 반응했다.

“아가씨의 신분을 걱정하시는 군요?”

“하언과 관련된 그때의 일에 대해 자네는 얼마나 알고 있나?”

육역이 답하지 않고 반문했다.

남도행이 말했다.

“스승께서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성상께서는 본래 하언이 상서로 사직하기를 허하셨다고요. 진정 하언의 생명을 해친 결정적 원인은 당시 구경의 편지였지요. 엄숭이 구경을 사주해 증선이 하언과 친교를 맺음을 탄핵했고, 그로 인해 변방의 장수가 임금을 가까이 모시던 신하와 친교를 맺었다는 것이 죽을죄가 되었고, 그렇게 하언을 망가뜨린 거죠. 스승께서는 또 당시 구경은 감옥에 있다고 하셨는데…….”

육역은 계속 침묵하고 있었다.

“혹시 이 일이 대인 아버님과 관련이 있습니까?”

남도행은 마침내 무언가를 깨달았다.

“아버님께서 하언과 무슨 원한이 있으셨습니까?”

“그때 누군가 아버님을 탄핵했을 때에, 당시 하언이 아버님을 한 번 구제해주었지. 하지만 오히려 아버지는 그때 이후로 하언을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하게 되셨고.”

남도행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한 번 용서했는데, 대인의 아버님께서는 오히려 하언을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하게 되었다고요? 이건 무슨 도리입니까?”

“아버님은…….”

육역이 깊게 숨을 들이쉬고야 말했다.

“그때, 아버님은 무릎을 꿇고 하언에게 살려달라 비셨네.”

“…….”

남도행은 이젠 이해하게 되어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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