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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190)화 (190/224)

190화

금하가 미간을 찡그리고 자세히 들었으나 나팔 소리가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의 긴장을 알아차린 육역이 잡고 있던 그녀의 손에 지그시 힘을 줬다.

“척 장군의 귀성을 환영하는 나팔 소리일 거야.”

“척 장군이 귀성하셨어요?”

적시에 척 부인의 편지를 받았기에 척계광은 왜구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그래서 부장 호수인을 원군으로 신하성으로 보냈을 뿐, 주력부대는 여전히 영해에 남아서 적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호수인이 원군으로 떠난 지 반나절이 되지 않아 대규모의 왜구가 이미 집결하여 태주를 일시에 침범하려 한다는 긴급한 군사 정보가 전해졌다.

척계광은 군대를 이끌고 태주로 밤을 달려 급히 갔고, 태주성에서 2리 떨어진 화가花街에서 왜구와 조우했다.

화가 전투는 왜구 사상자가 일천 명이 넘어 전군은 궤멸하였다. 백성 오천여 명을 구한 척가군의 사상자는 모두 합쳐 3명뿐이었다.

* * *

사소는 대청 앞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때로는 주먹을 꽉 쥐고, 때로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사 오라버니는 왜 저래요?”

양악을 도와 상을 차리던 순우민이 대체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눈길로 사소를 바라보았다.

“금하랑 척가군 훈련하는 걸 보러 갔다 오더니 저래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양악은 눈도 깜짝 하지 않은 채 요리에만 집중했다.

“이 고구마 맛탕은 기억해요. 고구마를 기름에 튀길 때, 색이 옅어 보일 수 있어요. 황금색일 때 건져내면, 냄비에서 꺼낸 후 누르스름해 보여요. 그래서 색과 광택을 예쁘게 하려면, 조금 빠르게 꺼내야 해요.”

고개를 갸웃하며 고구마를 보던 순우민은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군요. 드셔보세요. 맛은 어때요?”

젓가락을 든 양악이 한 입 맛보았다.

“겉면은 바삭하고 안은 찰기가 있어요. 당액도 고르게 잘 묻었고요.”

그가 긍정적인 말을 해주자, 순우민은 기분이 좋아 입술을 다물고 웃었다.

“다음번에 한 번 더 할 건데요. 이 고구마 맛탕은 너무 달고 느끼해서 만들어 놓으면 먹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걱정 마요. 우리에겐 금하가 있어요. 몇 판을 해도 쟤가 다 먹을 수 있어요.”

양악이 웃으며 말했다.

금하는 마침 육역과 대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사소가 건물 안에서 이리저리 맴돌고 있는 것을 보고는 밥 먹으러 오라고 불렀다. 그러나 사소는 개숙, 심 부인, 잠수까지 모두 모여 자리를 정해 앉고서야 겨우 들어왔다.

그는 걸상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나 종군하기로 결정했어. 척가군에 들어가겠어!”

“…….”

사람들이 멍하니 보고 있는 가운데 개숙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좋지! 영웅, 자, 술 대신 차로 먼저 한 잔 드시게.”

사소는 매우 흥분하여 튕기듯 일어났다. 두 사람은 찻잔을 부딪치고, 찻물을 술 삼아 단숨에 들이켰다.

“사내대장부란 자고로 살아서 나가, 죽어 돌아와야지!”

개숙은 사소로 인해 상당히 흥분했고, 흥이 절로 일어 시도 읊었다.

“풍소소혜역수한이니, 장사일거혜불부환이라.(*형가의 장사성 중.) 바람은 쓸쓸히 불고 역수는 차가운데, 임무를 완수하기 전에는 내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흠흠, 아저씨, 저쪽 따라서 정신없게 좀 하지 마세요. 사소 오빠가 진왕 찌른 형가도 아니잖아요.”

개숙을 끌어 앉힌 금하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저씨는 무공도 대단하시면서, 지금껏 우리 이모 주위만 맴도셨잖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은 걸어 나가 죽어 돌아오라니요. 이게 무슨 말인지 말씀 좀 해 보세요.”

“사람은 각자 뜻하는 바가 따로 있는 것이야! 얘는 나라에…….”

개숙이 사소를 가리켰다. 그리고 다시 자신을 가리켰다.

“나는 가정에. 마음에 물어 부끄러운 바가 없지.”

금하도 개숙을 말로 당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사소로 방향을 바꾸어 타일렀다.

“오빠, 종군은 작은 일이 아니야. 적어도 아버님께 편지 써서 의논이라도 해야 하잖아?”

그때 양악이 막 편지를 써서 돌아왔다. 편지 내용 중에는 사소와 상관희가 마침 그들과 함께 있다는 게 언급되어 있었는데, 사소는 갑자기 충동적으로 종군하려는 것이다. 사 어르신은 여차하면 그녀와 양악이 부추긴 줄 알 수도 있었다.

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사소는 머릿속이 바로 터질 듯 팽창하는 느낌이었다. 그는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

“상의하면 분명 안 된다고 하실 거야. 어릴 때부터 다 커서까지, 내가 하고 싶던 일은 열에 하나 승낙해 주셨을까.”

“그럼……, 적어도 상관 언니랑 상의해야해.”

금하가 이어 말했다.

그러나 사소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렸다.

“누나는 또 엄청나게 많은 말을 하겠지. 이거 안 돼, 저거 안 돼, 하여간 여자들은 잔소리뿐이야. 게다가 아직 부상 중이잖아. 나도 이 일로 누나를 심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 아마 또 시끄러워질 거야.”

사소는 정말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성격이었다. 생각나는 대로 일을 처리하니, 금하도 그를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사 어르신의 오해가 걱정이 되어 결국 탁자 아래에서 육역을 조용히 두어 번 찔러 한마디 거들어 달라는 뜻을 알렸다.

그러자 육역이 여유 있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종군한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지금 양절은 왜구가 횡행하여, 사형처럼 무공이 고강한 사람이 필요한 때이죠.”

지금껏 육역이 한 말 중 마음에 든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건만, 사소는 그가 뜻밖에 찬성할 줄은 예상치 못해 어리둥절해졌다.

즉시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봐라! 육 대인도 내가 마땅히 종군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

“사형은 척가군의 병사모집 규정을 보셨습니까?”

문득 육역이 물었다.

“병사모집 규정?”

사소는 다시 또 어리둥절해 했다.

“못 봤소만, 내 생각으로는 솜씨를 보자 하겠지. 그건 문제없죠.”

육역이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은 틀림이 좀 있지요. 척 장군의 병사모집은 무예를 볼뿐 아니라, 정신을 제일 중요시하고, 동시에 관상을 봅니다. 살해되거나, 자살할 생김을 꺼리고, 복이 있는 상을 중히 여기지요.”

듣고 있던 사소가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복이 있는 상을 중히 여기다니. 이게 병사모집인가, 아니면 맞선을 보자는 겁니까?”

“내가 보기에 너 같은 꼬마는 이마가 매우 넓어서 매우 복이 있게 생겼다 할 거다.”

개숙이 그를 격려했다. 그리고 육역은 계속 이어 말했다.

“척 장군에게는 또 ‘사요사불요四要四不要’라는 조건이 있습니다. 사형은 들어 본 적이 있습니까?”

사소는 고개를 저었다.

“뭐가 사요사불요입니까?”

“조금 간단히 말한다면, 병사 선발에 있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직하고 온후한 시골 사람입니다. 가무잡잡하고 튼튼한 몸에 몸놀림과 신체는 우직하고, 흙을 만지던 흔적이 있어야지요. 또한 관부를 경외하고, 법도를 경외하는 시골의 우둔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잠깐, 관부를 경외하고, 법도를 경외한다는 이건 무슨 이치입니까?”

사소는 의아해졌다.

“본좌는 세상에 두려운 것 하나 없는데, 이런 사람이야 말로 왜구를 죽이는 가장 최선의 인선 아닙니까.”

“종군과 적을 무찌르는 것은 하나의 일로,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명령에 따르는 것이죠. 관부를 두려워하지 않고, 법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분명 관리에게 복종하기 힘들고, 군령을 따르기 힘들 겁니다. 이런 사람은 무공을 아무리 잘한다 해도, 군에 있는 것이 화근일 수도 있습니다.”

육역은 차근차근 설명했다.

사소는 목을 긁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가 가까스로 실망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렇다면, 내가 가도 그들이 받아들이지 않겠네요?”

“어찌 사형뿐이겠습니까.”

육역이 잠수와 양악을 가리켰다.

“저들이 가도 척 장군은 거두지 않을 겁니다.”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사소는 매우 의심스럽고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전에 관부에서 일하던 자들은 받지 않습니다. 관부에는 뺀질거리는 사람이 많으므로 또한 쓸 수가 없지요.”

“하하하!”

알고 보니 이 식탁에 앉은 이 누구 하나도 척가군에 들어갈 수 없었다. 기분이 많이 좋아진 사소가 칭찬하며 탄식했다.

“척 장군의 병사모집이 정말 단호하군요. 척가군이 이렇게 명성이 높은 것도 이상한 게 아니었습니다.”

금하는 육역을 감탄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맛있는 음식도 집어 다정하게 그에게 주었다.

* * *

또 며칠이 지났다. 그 사이 척 장군이 육역을 보길 청하여 반나절 앉아 있다가 온 것 외에는 잠복이 세상의 갖은 고초를 다 겪고 서둘러 오기까지 별다른 일이 없었다.

잠복은 이 며칠도 상당히 녹록치 않았다.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어렵사리 잠항으로 돌아와서야 육역이 이미 신하성으로 향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서둘러 다시 신하성으로 왔고, 관역에 도착해도 그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후, 순우부를 물어물어 오고서야 서 할아범이 그를 별원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형! 드디어 왔구나!”

잠수가 맞이하러 나왔다가 바로 잠복의 안색이 무거운 것을 알아차렸다.

“왜, 경성에 일이 생겼어?”

잠복은 행장 모두를 그에게 전해주고는 물었다.

“대공자 어디 계셔?”

“나 따라와!”

잠수는 큰일이 생겼을까 두려워 차마 더는 묻지 못했다. 지체하지 않도록 빠른 걸음으로 잠복을 육역이 머무는 방으로 데려갔을 뿐이었다. 도중에 회랑에서 금하와 양악을 만났어도 잠복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몸을 비켜 지나갔다.

금하는 잠복의 얼굴빛이 심상치 않음을 보고는 마음이 살짝 가라앉았다.

설마 경성에 육 대인에게 불리한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육역의 성정으로는 그녀를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 문제가 생겼어도 아마 숨긴 채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금하는 즉시 태연한 표정으로 담 모서리에 붙었다. 잠복이 방으로 들어가고, 잠수가 형의 행장을 놓아두러 가는 것을 보고서야 발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창 아래로 숨었다.

방 안, 잠복은 마침 육역에게 보고 중이었다.

“……10년 전, 양정만이 조옥에 갇힌 죄명은 서류상으로는 이미 찾을 수가 없었고, 알아본 바로는 범인 한 명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말이 다 다르고, 확실한 것이 없어 명확한 진실을 알기 어렵습니다.”

“어떤 말이 있더냐?”

“그가 직무를 소홀히 해서, 호송 중 범인을 도망가게 했다고 하기도 하고, 또 그가 뇌물을 받아 고의로 범인을 놓아주었다고도 합니다. 또는 그가 산적과 결탁하여, 범인을 놓아주었다는 말도 있고요. 그는 조옥에 들어간 후, 형도 받았고 다리도 부러졌습니다. 후에 어찌 된 건지 모르게, 그가 또 누명을 썼던 것이 밝혀져 풀려난 거라고도 합니다.”

“그 범인이…….”

육역이 질문을 하려는 순간, 돌연 방 밖의 움직임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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