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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188)화 (188/224)

188화

심 부인은 여기까지 궁지에 몰린 상태였고, 그녀는 육역이 대체 얼마나 조사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만약 그가 단지 그녀의 말로 슬쩍 넘겨짚는 거라면, 그녀는 결코 그의 올가미에 걸려들 수 없었다. 일단은 그의 말을 인정한다 해도, 그에게 다른 약점을 잡힐 수는 없는 일이다.

“맞아요. 들으니 이름이 다소 귀에 익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공교롭군요. 양립이 경성으로 온 후 개명한 이름이 바로 양정만입니다. 선배님께서는 옛 친구라 말씀하셨는데. 어찌 그가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심 부인이 일부러 놀란 척을 했다.

“이리 공교로운 일이 있나요. 그저 이름이 같은 것이 아닐까요?”

“그건 제가 모르겠습니다.”

육역이 탄식했다.

“애석하군요. 그때, 양 포두도 양주에 있었는데, 두 분이 만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그러게요. 참으로 애석합니다.”

심 부인은 일부러 침착한 척을 하며 살짝 웃었다. 그리고 그에게 약 사발을 밀었다.

“육 대인. 약이 식어가니, 약부터 드세요. 대인의 부상은 아직 나아지지 않아 충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쉬어야 합니다. 이런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일은 적게 하세요.”

마지막 한 마디는 분명 가리키는 뜻이 있었다.

“선배님의 관심 감사드립니다. 제가 기억하겠습니다.”

그가 약을 다 마시기를 기다리지도 않았다. 맥을 짚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심 부인은 쟁반도 놓고 방을 나가 곧장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 * *

방 안에서 개숙은 한 다발 쑥을 들고 곳곳의 모기를 쫓고 있었다. 모퉁이마다 연기를 씌우고, 침상 밑까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런데 들어서는 심 부인을 보니 안색이 좋지 않아 그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나?”

“내가 방금 당신 착한 손자 쪽에 갔었어요. 그에게 금하를 아내로 맞이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죠.”

육역과의 대화를 떠올린 심 부인은 긴 한숨을 토해냈다. 그 잠깐 사이의 일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지쳐 버렸다.

“그러고는? 걔가 아내로 맞겠대, 안 맞겠대?”

“그는 내 말에 대한 대답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역으로 내 말을 떠보더라고요.”

심 부인은 상당히 불쾌해 했다.

“금의위에는 정말 만만한 사람 하나 없군요.”

“그 녀석이 감히 당신 말을 떠 봐? 고약한 놈!”

개숙이 몹시 분노했다.

“항렬을 따지면, 걔는 당신을 할머니라 불러야 하거늘. 내가 당장 가서 걔를 잡아 올게.”

시선을 든 심 부인이 그를 흘겨보며 비난했다.

“누가 그의 할머니예요. 내가 그렇게 늙었어요?”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개숙이 소매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말해 봐. 걔한테 가시나무를 지고 죄를 청하라 할까, 아니면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잘못을 인정하라 할까?”

“소란스럽게 하지 마요. 머리 아파요.”

심 부인은 그가 걷어 올린 소매를 다시 털어 내려주고 미간을 찡그렸다.

“이번에 그가 잠항에 가서 정말 공교롭게 양정만의 내력을 찾게 될 줄을 생각지 못했어요. 전 정말 걱정돼요. 그가 다시 조사하게 되면 아마 그 해의 일을 들춰낼 거예요.”

“그 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개숙의 표정이 정중해졌다.

“내가 내막을 좀 알아야 만일 문제가 일어나면, 나도 잘 대응하지.”

심 부인은 그에게 우선 문을 닫으라 하고서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 줄곧 내게 물었죠. 왜 금하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대하냐고요? 내 짐작으로 금하가 우리 언니의 아이이기 때문이에요.”

“어?”

개숙은 표현할 수도 없을 만큼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제야 심 부인은 그 해의 일을 조용히 풀어가기 시작했다.

“금하의 사부는 그때는 양정만이 아니었고, 양립이라 했어요. 양립의 외삼촌이 우리 둘째 숙모의 사촌 동생이라 따지면 친척이라 할 수 있었죠. 그는 늘 우리 집을 오고갔어요. 그 시절 저는 아직 어렸고, 항상 그와 함께 잘 놀았죠. 언니는 나를 돌보기 위해서, 우리와 함께 놀았고요. 제 기억으로 그는 몸에 향낭을 가지고 다녔는데, 매우 소중히 여겼어요. 바느질 솜씨는 모두 언니의 것 같았죠. 생각해 보면 그때 그들은 이미 서로 좋아한 것 같아요. 단지 제가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죠.”

심 부인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양립은 무공을 잘했어요. 틈이 나면 항상 우리 집을 도와 약재를 호송했고, 아버지는 그에게 잘하셨어요. 그러나 안타까운 건, 우리 어머니와 둘째 숙모는 사이가 좋지 않으셨고, 또 그가 언니에 대해 연모의 정이 있는 걸 알아차리신 거예요. 그에게 다시는 우리 집 후원에 오지 못하게 하고, 따라서 언니도 그를 만나지 못하게 했어요. 더 후에는 누가 주선을 했는지 모르지만, 언니는 하언의 아들 하장청에게 시집가기로 약속된 거죠.”

개숙은 집중해서 심 부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남경과 천주는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언니는 시집을 가도 정말로 먼 곳으로 시집을 갔어요. 제가 기억하기로 출가하기 전 언니는 몰래 몇 번을 울었어요. 전 이해할 수 없었고, 부모님을 떠나기 섭섭해서 그런다고만 생각했죠. 언니가 출가하던 그날, 전 양립이 모퉁이에 서서 꽃가마를 보고 있던 걸 보았어요. 나는 뛰어가 그에게 말하길 나중에도 꼭 나를 데리고 놀아달라고 했죠. 그런데 그도 떠나야 한다고 했어요. 내가 그에게 어디로 가냐고 물었고, 그는 더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공훈을 세우러 경성으로 간다고 했죠.”

심 부인이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양립이 가고 저는 몇 년을 그의 소식을 들은 적이 없어요. 그때 저는 그가 개명한 줄도 몰랐고, 이 사람이 사람들 사이에서 숨어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더 후에…….”

이번에 심 부인은 한참을 쉬었다. 개숙은 그녀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보고는 그녀에게 뜨거운 차를 따라주었다.

심 부인은 뜨거운 차를 몇 모금 마시고, 찻잔을 손바닥으로 감싸 온기를 다소 얻었다. 그렇게 정신을 가다듬은 후에서야 이어서 말할 수 있었다.

“훗날 저는 언니의 서신을 받았어요. 편지에는 언니가 하가에 큰 재난이 임박한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어요. 언니는 제게 딸아이를 잠시 양립에게 맡길 거라고 말했죠. 그리고 양립이 지금은 양정만으로 개명하고, 경성의 금의위란 것도 말해줬어요. 자신이 만약 이 화를 피하기 어렵다면, 장래 제게 그녀의 아이를 잘 키워달라고 부탁도 했어요.”

개숙이 살짝 커진 눈으로 심 부인을 바라봤다.

“당시 저는 여전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사방으로 사람을 보내 알아볼 수밖에 없었죠. 그 결과 이틀도 지나지 않아 하언이 참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형부 일가는 변방으로 유배형을 받았고, 도중에 문제가 생겼고요. 저는 또 양정만을 찾아 아이를 제가 데려오려 했어요. 그런데 양정만이 북진무사에 갇혀 이미 살길이 없다는 말을 들은 거예요.”

찻잔을 감쌌던 심 부인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원래는 심가로 가서 알아보려 했는데, 심련도 변방 유배형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그리고 임가마저 하가와 심가에 동시에 연루되어 재산을 몰수당했죠. 따라다니던 가복이 은량을 들고 도망가서 저 혼자 귀향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뱀에 물린 당신을 우연히 만났고……, 후의 일은 당신도 모두 알아요.”

심 부인이 시선을 들어 개숙을 바라봤다.

개숙은 이제야 이 몇 년 동안 심 부인이 감히 말하려 하지 않던 일이 이렇게 복잡하다는 걸 알았다. 잠시 생각을 하던 그가 시선을 들고 웃었다.

“내가 당신을 우연히 만났던 그 시절, 당신 정말 활기가 넘쳤어. 조금도 실의에 빠진 아가씨 같지 않았어.”

“아버지는 기술은 많을수록 좋다고 하셨죠. 어릴 때부터 저와 언니는 의관의 원로를 따라다니며 의술을 배웠어요. 내가 시집을 안 갔다 해도, 의술이 있어 먹고 살기에는 여유가 있었죠.”

“그럼, 그럼. 자네가 우리 집의 기둥이고, 대장이지!”

개숙이 기분 좋게 비위를 맞췄다. 그로 인해 심 부인은 웃었고, 또 생각하다가 근심에 빠져들었다.

“지금 육역은 양정만이 바로 그때의 양립이란 걸 이미 알아냈어요. 전 그가 더 조사할까 걱정이 돼요. 만일 그가 금하의 진짜 신분을 알아내면 어떡하죠?”

“잠깐.”

개숙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양정만은 그해 조옥에 들어갔는데, 당신은 무엇 때문에 금하가 생질녀라고 확신해?”

“금하의 외모는 사실 언니와 매우 닮았어요. 다만 언니는 온유하고 현숙해서 그들 둘은 성정으로는 오히려 하늘과 땅 차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이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날 양주부에서 양정만이 바로 금하의 사부란 걸 알게 되자, 갑자기 금하와 언니가 매우 많이 닮은 곳이 있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정말 보면 볼수록 닮은 거예요.”

“그게……, 용모만으로는…….”

개숙은 이일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생각해 봐. 자네 마음속에 이 아이를 마음에 두고 있던 건 아니었는지, 거기에 마침 양정만의 소식이 있었고, 금하는 또 양정만의 제자이고, 이름 안에는 또 공교롭게 ‘하’라는 글자가 있고, 그래서 자네는 그 아이를 보면 볼수록 닮았다고 하고, 닮았다고 할수록 확신이 들고, 확신이 들수록 또 보면 볼수록 닮아가고, 닮을수록 더욱…….”

그의 말은 할수록 혀가 온통 꼬이려 했다. 그의 말을 자른 심 부인은 확고부동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요. 제 느낌이 틀릴 리 없어요. 금하는 분명 그 아이예요. 게다가 이전 언니의 편지 중에 이 아이가 매우 장난이 심하다고 했어요. 화분에 이마를 부딪쳐 피를 많이 흘렸고, 작은 흉터도 남았다고 했는데, 제가 관심을 두고 보았었죠. 금하의 이마 쪽에도 작은 흉터가 있어요. 절대 틀릴 리 없어요.”

개숙이 쩝 하며 혀를 다셨다.

“내 생각에 이 일은 자네가 양정만과 한 번 만나는 게 가장 좋고, 자세히 물어보는 것이 타당하지.”

“지금 그는 양주에 있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게다가…….”

심 부인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금의위는 여기저기 눈이 많아요. 전 육역이 알게 되는 것도 걱정돼요.”

“나는 육역 그 아이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자네도 말하지 않았나. 걔가 저 계집애한테 매우 잘한다고.”

심 부인이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지만 무릇 사람이라, 이익은 좇아가고 해는 피해가게 되고, 몸을 사리지 않을 수 없어요. 우리 임가가 몰락하던 그때, 나는 그런 걸 많이 보았어요. 지금 그가 금하에게 아무리 잘한다 해도, 두 사람이 어디까지나 혼약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금하에게 만약 문제가 생기면, 그가 즉시 팽개쳐 버릴 수도 있다는 건 분명해요. 그가 아직 그 아이를 아내로 맞지 않은 만큼, 나는 그에게 반드시 경계심을 가져야 해요.”

* * *

“찬거리 사러 가냐?”

개숙이 대청 쪽에서 양악을 가로막았다.

“선배님 시키실 일 있으세요?”

“무슨 큰일은 아니고……, 내 귀여운 손자도 이제 돌아왔으니, 우리 고기 좀 먹을 수 있나?”

개숙의 눈빛은 간절했다.

“이에 낄 것도 없으니, 절대 잘게 썰지는 말고. 큰 조각으로 써는 거 기억하고. 비계와 살코기는 반반 정도로, 세 겹은 기름기가 있고, 세 겹은 살코기로…….”

“아저씨…….”

양악이 말을 끼어들려 했으나 끼어들 수 없었다.

“아니면 닭을 사도 괜찮지. 암탉은 탕을 끓여도 되고, 수탉은 조려도 되고. 아직 목청도 트이지 않은 작은 닭은 담백하게 찔 수도 있고…….”

“아저씨…….”

개숙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

“양고기를 살 수 있으면 가장 좋아. 목살을 사면 고기 산적으로 굽고, 양다리를 사면, 양탕을 끓이렴. 이 양다리를 네가 고를 수 있냐? 고기질이 매우 중요해. 됐다. 내가 함께 가서 사마.”

양악이 난감하게 말했다.

“아저씨, 전 찬거리 사러 가는 게 아니에요.”

개숙이 어리둥절하다가 상관없다며 계속 손을 내저었다.

“어딜 가든 상관 않는다. 아저씨가 모두 너와 함께 가마. 가자, 가!”

양악은 물색도 모른 채 그에게 확 밀쳐져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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