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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178)화 (178/224)

178화

금하가 고개 돌려 잠수를 바라봤다. 그도 분명 이렇게 생각하고 있던 터라 손가락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줄곧 나무 위에서 잠복해 있던 사소를 포함하여, 큰 회화나무 주위에 매복했던 근위병들이 동시에 움직여 열 몇 개의 작은 종이 꾸러미를 빠르게 던졌다.

정확성은 필요 없었다. 꾸러미는 나무에 맞거나, 사람 몸에 맞거나, 어떤 것은 그대로 바닥을 때렸다.

그 찢어진 종이 꾸러미에서는 살구색 분말이 터져 나왔다. 연무처럼 많은 이를 에워싸고 그 안에 가뒀다.

갑작스레 변고가 발생하니, 동삼은 방어를 위해 본능적으로 화총을 들었다. 그러나 몸은 전혀 말을 듣지 않아 그는 흐물거리며 쓰러졌다. 연무가 조금 흩어진 후 옆을 보니, 그의 수하들도 전부 너부러졌고, 저항할 힘 따위는 조금도 남지 않았다.

미리 해독약을 물고 있던 사소가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그가 젖힌 나무 상자에는 화총 세 자루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사소는 저도 모르게 쯧쯧 혀를 차며 탄식했다.

“역시 화기다. 정말 예상이 틀리지 않았어!”

옆에 너부러져 있던 동삼이 익숙한 목소리에 사소를 바라 봤다. 놀라움이 떠오르던 얼굴은 이내 증오로 변하여 그는 흉악하게 사소를 노려보았다.

금하와 잠수도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우리 이모가 배합한 약은 정말 성능이 좋네요!”

병사들이 칼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동삼 패거리를 전부 쓰러뜨렸으니, 금하는 매우 만족감을 느꼈다.

“안타까운 건 약 배합이 쉽지 않다는 점이죠. 아니면 정말 더 많이 배합했을 텐데.”

동삼이 이 목소리를 따라서도 시선을 옮겼다. 금하를 발견한 그는 잠시 멍해졌다가 결국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해 냈다.

잠수는 동삼의 집에서 그의 아내와 아이를 끌고 나왔다. 부인은 품속에 아이를 안고 있었기에, 결박도 쉽지 않고 묶기도 쉽지 않아 이렇게 붙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근위병 몇이 다가와 그녀가 안고 있던 아이를 단번에 빼앗았다. 부인은 그들의 힘을 이기지 못해 아이를 뺏긴 후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달게 자고 있던 아이 역시 갑자기 모친 품에서 떨어지자, 문득 큰 울음을 터트렸다.

“내 아이는 건들지 마!”

동삼은 온몸이 나른하게 마비되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바닥에서 발버둥 치며 온몸에 힘을 주며 사납게 소리를 질렀다.

금하는 어디까지나 아가씨였고, 우는 아이가 너무도 가련해 근위병의 손에서 아이를 받았다. 어릴 때 집에서 항상 동생을 돌봐주곤 하던 금하는 아이를 받아 습관적으로 가볍게 토닥거리고, 입으로는 나직하게 응응 하며 아이를 달랬다. 덕분에 아이는 매우 빨리 안정을 찾아 갔다.

“먼저 이들을 전부 끌고 가고, 다시 하나하나 심문합시다.”

잠수의 지시에 근위병들이 앞으로 나와 왜구들과 그 부인을 전부 묶어 감옥으로 압송했다. 화기가 든 상자 또한 모두 들어 옮겼다.

그들을 함께 따라간 금하는 그 부인의 결박이 풀려 여자 감옥에 수감되자, 그때까지 안고 있던 아이를 그녀에게 돌려줬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품으로 되돌아온 아이는 다친 곳 하나 없었다. 지극히 감격한 부인은 아이를 안은 채 금하에게 몇 번이나 고마움을 표했다.

* * *

척 부인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줄곧 그들의 소식을 기다렸다. 그리고 왜구를 전부 잡아들였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옷을 갈아입고 감옥으로 와 그날 밤으로 심문을 시작했다.

그렇게 다음날 정오에 이를 무렵이 되어서야 금하, 사소와 잠수 등은 하품을 하며 별원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척 부인 같은 분이라도 시집가서 한 남자의 아내가 되면, 재능이 묻히기 마련이거든. 근데 그분은 하룻밤에 연속 이십여 명을 심문했어. 이 강인한 의지와 정신력은 이리를 닮았어.”

금하는 칭찬과 감탄은 끊이지 않았다.

“정말이지 내 우상일 수밖에 없어!”

사소 또한 연신 감탄했다.

“나는 원래 우리 누나가 여중호걸이라 생각했거든. 미처 몰랐다. 산 하나가 나오니 더 높은 산이 또 있어.”

“저들 자백대로라면, 왜구는 정확히 삼 일 후 성을 공격해.”

잠수는 침음했다.

“믿어야지. 척 부인이 이미 척 장군에게 사람을 보냈고, 분명 군대는 방어하러 늦지 않게 돌아올 거야.”

사소의 어조는 가벼웠다.

“이번에는 걱정할 필요 없다. 신하성은 위험하지 않아.”

“성 봉쇄가 풀리면, 오빠는 계속 고기 잡으러 가라.”

“넌 물고기 밥상 물리지도 않아?

“어쨌든 은자를 벌고, 수입이 생기잖아.”

금하는 몹시 침울해했다.

“잠항 전쟁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육 대인이 언제 돌아와 우리와 합류할 수 있는지도 몰라. 우리는 앉아서 놀고먹을 수만은 없어.”

형과 대공자는 소식 한 점도 없어 잠수도 매우 근심했다.

“이 전쟁이 끝난 후, 신하성이 안정되면 난 잠항을 한 번 가보려고.”

이 말은 금하의 심정에 딱 들어맞아 그녀는 뛸 듯이 기뻐했다.

“나랑 생각이 똑같아요!”

* * *

하룻밤을 꼬박 쉬지 못한 금하는 오후부터 잠이 들었고, 등잔을 켤 즈음에서야 순우민에게 불려 일어났다.

“원 낭자, 원 낭자…….”

순우민이 가볍게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양 오라버니가 내려와 뭐라도 먹으래요. 더 자면, 이따 밤에 또 자지 못할까 걱정된다고요.”

금하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일어나 앉았다.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바깥을 바라보았다.

“순우 아가씨……, 지금이 어느 때죠? 왜 하늘이 온통 어두워졌어요?”

순우민이 입술을 다물며 웃었다.

“벌써 밤이에요. 양 오라버니가 주양원소酒酿元宵를 만들었어요. 좋아한다고 특별히 제게 낭자를 불러오라 했죠.”

‘주양원소’ 네 글자를 듣는 순간, 금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좋아요, 좋아, 당장 먹으러 가요!”

금하가 문을 당겨 열었을 때였다. 갑자기 별원 밖 먼 곳에서 ‘땅땅땅’ 단단한 것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비록 멀지만, 매우 분명했다. 다섯 번을 한 조로 짧고 촉박하게 들리니, 듣는 이의 마음을 저도 모르게 당황스럽게 했다.

변고가 생긴 거야?

안색이 크게 변한 금하는 순우민을 챙길 겨를도 없이 밖을 향해 달렸다. 그러다 대청에서 달려 나오던 사소와 정면으로 충돌할 뻔했다.

“무슨 일이야? 저 소리 심상치 않아.”

사소가 급히 물었지만, 금하도 알 수 없어 고개를 저었다.

“잘 몰라.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이때, 누군가 별원 대문을 두드렸다. 그 소리도 방금 들은 금속 소리처럼 급하게 울렸다.

사소가 빠르게 나가서 문을 열었다. 바로 순우 가의 집사인 서 할아범으로 그는 상당히 초조하고 급한 얼굴이었다.

“저 소리 들으셨습니까? 들으셨어요?”

“들었어요, 들었어요.”

사소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렇게 계속 두드리는 건 무슨 뜻입니까?”

이때, 쇳소리에 놀란 사람들도 한데 모여 서 할아범을 바라봤다. 그는 사람들 가운데서 순우민을 찾아 급히 말했다.

“둘째 아가씨, 얼른 저를 따라 토굴로 피하십시오. 왜구가 올 겁니다!”

순우민은 멍하니 굳었다.

“왜구가 어디 있는데요?”

“듣기론 이미 성 밖에 와 있답니다……. 소리 들으셨죠? 이건 바로 성의 백성에게 외적이 곧 성을 공격한다고 알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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