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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168)화 (168/224)

168화

심 부인은 감정이 격하게 흔들리는 듯 가슴이 불안정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녀는 할 말이 가득한 금하의 얼굴을 보면서도 더는 무슨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성급히 일어나 그녀는 묵묵히 방으로 돌아갔다.

“왜……, 대체 왜 저러시지?”

정신이 돌아온 금하는 속에서 울컥 화가 치밀었다.

“이 일이 내가 우리 부모님 친자식이냐, 아니냐와 무슨 관계가 있어. 그분들이 나를 어릴 때부터 지금껏 키우셨는데, 그분들이 나를 몹시 아끼는지, 아닌지, 설마 내가 모를까?”

개숙을 포함하여 사소, 잠수, 양악 누구도 그녀의 말을 이어 하지 않았다. 아니, 누구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 것이다.

금하는 분노의 화살을 개숙에게 돌렸다. 그녀는 육선문의 제패로 무겁게 탁자를 내리쳤다.

“아저씨, 제가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하지 마세요. 저는 육선문의 포쾌이고, 직위는 낮더라도 어쨌든 조정 사람이에요. 만약 아저씨가 이모의 말을 듣고 감히 절 묶어두신다면, 그건 곧 조정에 맞서시는 거예요!”

“계집애…….”

개숙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금하도 목을 빳빳하게 세우고 부릅뜬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조정과 맞서면, 별로 재미없으실 거예요!”

“야, 이놈아.”

개숙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앉아. 이 분해하는 꼴 좀 보게. 눈가가 죄 빨개졌어. 이런 일이 말로 풀 수 없는 일도 아니고 말이야.”

금하의 눈언저리는 확실히 빨개졌다. 어색하게 주저앉은 그녀는 입을 삐죽거렸다.

“이모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어요. 우리 아버지, 엄마는 제게 정말 잘하시는데요. 아무것도 모르시면서!”

“그래, 그래, 저니가 말한 게 잘못됐지. 그러나 이모도 네게 관심을 두고 있으므로 틀린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게다.”

개숙은 그녀를 위로했다.

순우민이 금하에게 조용히 손수건을 건네고, 측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걸 받아 대충 눈가를 닦아 낸 금하가 개숙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이 일은 정으로나, 도리로나, 국가로나, 개인으로나 아저씨는 절 도와주셔야 해요. 아셨죠? 미색이 눈앞에 있다고 어리벙벙해지시면 안 돼요.”

개숙이 곤란함을 느끼며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하자. 내가 다시 저니와 얘기를 해 보마. 아마 네 이모가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게다.”

“그럼 얼른 가셔야죠!”

금하는 그를 재촉했다.

“아직 아침 다 안 먹었다. 이거…….”

금하가 손안에 만두를 쥐여주며 개숙을 잡아끌었다.

“전부 아저씨께 달렸어요!”

개숙은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으니 심 부인의 방으로 가야만 했다.

금하는 문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개숙을 바라보다가, 그의 모습이 모퉁이로 사라지자마자 잠수와 사소를 향해 튀어 왔다.

“가요! 우리 지금 당장 가야 해요!”

“범을 산으로부터 유인해 냈군. 대단해!”

사소가 그녀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호랑이는 무슨. 아저씨는 이모 앞에서는 고작해야 고양이셔……. 가자, 얼른 가.”

양악의 전병을 기다릴 겨를은 없었다. 금하는 만두 두 개를 더 챙겨 갖고, 사소, 잠수와 함께 슬며시 문을 나섰다.

* * *

심 부인은 미간을 깊게 찡그린 채 방 안에 앉아 있었다. 정신은 다른 데 팔려있으면서도 굳이 바느질거리를 손에 들었다가 몇 땀 뜨지 못해 손가락을 찔렸다. 그녀는 아프면서도 화가 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문은 닫히지 않았으나, 개숙은 여전히 문을 두드렸고 웃으며 물었다.

“자네 아침밥 다 안 먹지? 배고프지 않아? 내가 다시 가져다줄까?”

“필요 없어요.”

심 부인이 안절부절못하며 그에게 물었다.

“……내가 방금 틀린 말 했어요?”

방으로 들어온 개숙이 한숨을 내쉬었다.

“해서는 안 될 말이었지. 그 아이 눈가가 온통 벌게졌어.”

이 말에 심 부인은 더욱 괴로워했다.

“내가 진작 묻고 싶던 일이 있었어. 항주에서 저 아이를 만났을 때부터, 아이를 대하는 자네의 태도는 일반적이지 않거든. 큰일 작은 일 죄다 신경을 쓰면서, 오늘은 또 이런 말까지 했지. 설마 자네가 그 아이 부모보다 더 걱정하겠나? 대체 이건 무슨 연유야?”

개숙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천천히 물었다.

“나는…….”

심 부인은 무슨 말을 꺼내려다 말았다.

“내가 지금은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당신을 믿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의 마지막 확인이 필요해서 그래요. 어쨌든 이 아이가 제게는 매우 중요하고, 나는 저 아이한테 문제가 생기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요.”

“매우 중요해?”

“맞아요. 친딸 같이요.”

심 부인이 말했다.

“그러니까. 오라버니는 저 아이를 잘 지켜봐 주고, 절대 뛰쳐나가 왜구와 싸우지 말게 해줘요.”

개숙이 가볍게 기침 몇 번을 했다.

“그게……, 내가 자네 찾아온 이 시간에 그 아이는 벌써 빠져나갔을 거야.”

심 부인은 다급해졌다.

“그 아이는 어쩜……. 사고가 나면 어떡하죠?”

“품 안의 자식이라 했어. 게다가 자네는 걔 친엄마도 아니잖아.”

개숙은 계속 그녀를 위로했다.

“자네가 아직 몰라본 모양이지만, 저 아이는 생각이 깊어. 영리하기도 하지. 게다가 사소와 잠수도 함께 있으니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 거야.”

심 부인은 망연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내가 쫓아가서 그 계집애를 오랏줄로 꽁꽁 묶어 데려올게. 그 녀석을 자네에게 넘기면, 자네는 시선만 들면 볼 수 있게 탁자 다리에 묶어놔. 이후 걔가 어디를 가든 항상 끈으로 묶고 다니고…….”

심 부인이 어찌 그 말뜻을 모를 수 있으랴. 머리로도 금하를 묶어두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요. 내 앞에서 일부러 그런 말 할 필요 없어요.”

개숙은 입을 다물었다가 떠보듯이 다시 물었다.

“정말 쫓아가지 마?”

“하지 마요.”

심 부인은 다시 저고리를 들고 바느질을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어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개숙을 바라봤다.

“오라버니가 고의로 그 아이 놓아준 거죠?”

“천지와 양심을 걸고 맹세해…….”

개숙은 즉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가련하고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됐어요. 변명하지 마요.”

심 부인도 결국은 그를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 * *

신하성을 뒤로 둔 청박하의 하구에는 사람 둘만큼 키가 큰 갈대숲이 양쪽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갈대숲은 그리 크지 않아도 배 한 척을 숨기기에는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사소는 딱딱한 갑판을 베고 속도 편하게 잠이 들어있었다. 반면 잠수는 눈을 감고 정신 수양을 하고 있을 뿐 두 귀는 줄곧 주위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열려 어떤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금하는 머리를 뱃전에 기댄 채 갈댓잎 사이로 밤하늘의 은하를 올려다보았다. 직녀성을 찾았고, 견우성도 찾았다.

지금 육 대인은 잠항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언제나 신하성으로 와 우리가 만날 수 있을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소리 없이 한숨을 삼켰다.

금하는 품속에서 인연석을 꺼내어 손에 놓고 가볍게 어루만졌다. 몸에 지니고 다녀서일 테지만, 검고 윤이 나는 돌은 마치 영기라도 있는 듯 만지면 온기가 느껴지고, 반짝이는 별빛도 그 위에 점점이 수 놓였다.

너 정말 나와 육 대인이 함께할 수 있도록 보호해 줄 수 있어?

그녀는 인연석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속삭였다.

너 정말 용한 돌이지? 나와 대인의 인연은 정말 중요한 거니, 절대 우릴 속이지 마!

금하는 손안에 놓인 인연석에 마음속의 많은 말을 쏟아내고, 또 쏟아냈다. 눈을 가늘게 뜬 잠수가 그녀를 흘끔거리는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

축시 삼각이 되자, 멀지 않은 곳에서 배가 물을 가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바로 잠수는 사소를 흔들어 깨웠다.

사소는 강물을 손으로 움켜 떠 얼굴을 문질렀다. 순식간에 정신을 바짝 차린 그가 갈댓잎을 조용히 걷고 앞을 바라보았다.

―― 과연 동삼의 배였다. 배 위에는 제등 하나가 놓여서 동삼의 얼굴을 흐릿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동삼의 배가 멀어진 후에야 사소는 갈대숲에서 배를 저어 나왔다. 사소의 배 젓는 솜씨는 물가에서 자란 사람답게 훌륭하여 배는 소리도 없이 멀찍이서 동삼의 배를 따랐다.

그렇게 강의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동삼의 배가 멈췄다. 그는 제등을 들고, 옷소매를 가리개로 삼아 두 번은 길고 두 번은 짧게 어둡고 밝음을 반복했다. 잠시 후, 먼 곳에서도 명암으로 호응하는 불빛이 있었다.

서로를 향해 다가간 두 배는 오래지 않아 한 곳에서 만났다. 동삼은 다가온 배에 있던 사람과 무슨 일인가 상의하는 듯했다.

“우리 어떡하지? 당장 올라가 붙잡을까?”

사소는 몸을 움찔움찔거리며 움직이려 했다.

“급하게 그러지 말고, 더 기다립시다.”

잠수는 냉정하게 상황을 관찰했다.

금하의 시력은 그 두 사람에 미치지 못해 그저 대략의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오래지 않아 두 배는 각자 나누어졌고, 동삼은 오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었다.

“동삼은 상관 말고, 우선 저 배를 쫓아가요! 빨리!”

금하는 낮은 목소리로 사소를 향해 빠르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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