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솔직히 말해서 잠수는 차라리 이런 것들이길 바랐지 화기이길 바라지는 않았다.
금하는 그에게 분석해 설명해줬다.
“만약 금은이라면, 그는 오래 머물 계획도 아닌데, 벽 속에 넣어둘 필요가 없어요. 만약 시신이라면, 그가 사는 곳은 청박하의 강과 매우 가까워요. 그가 시신을 훼손해 흔적을 지우려 했으면, 직접 시신을 강물에 버리면 되죠. 그가 특별히 그런 시신 쪽 기벽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요……. 만약 시신이었다면, 오래 둔 악취가 회반죽에서 풍겼겠죠. 설마 처마 밑의 절인 물고기들이 냄새를 가리기 위한 용도였을까요? 하지만 그는 그 냄새를 견딜 수 있을지 몰라도, 그의 아내와 아이는 견딜 수 없을걸요.”
“다른 물건이지는 않을까?”
“그럴 가능성은 있어요. 하지만 난 가장 가능성이 큰 건 화기라고 생각해요. 그의 옷상자에 들었던 화총을 오라버니도 봤잖아요. 몇 년 전부터 왜구가 해상에서 무기를 팔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들이 이게 아쉽진 않겠죠.”
그녀의 말은 일리와 근거가 있었다. 더 묻지 않은 잠수는 한참 미간을 찌푸리다가 돌연 입을 열었다.
“너 같은 사람이 육선문에서 어떻게 포쾌만 하고 있냐?”
“나도 내가 포두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위를 높일 수 없다면, 적어도 봉급은 올려줘야죠. 아……, 됐어요. 대장 같은 분도 포두일 뿐인데, 저도 별로 억울할 것 없어요. 날이 곧 밝아요. 돌아가 쉬자구요.”
오밤중에 움직여서 새벽까지 잠 한숨 못 잔 금하는 기운이 빠져서 하품했다. 말을 하며 걸어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그녀의 그림자는 담 모퉁이로 사라졌다.
* * *
어시장이 파한 후, 사소는 생선 두 마리와 소량의 은량을 벌어서 돌아왔다. 양악이 그를 위해 남겨뒀던 아침밥을 다시 데워서 가져다주었다.
“정체 안 들켰지?”
금하는 그가 먹는 것을 보는 김에 밀전병을 가져다 뜯어 먹고 있었다.
“본좌가 누구냐. 하수처럼 무슨 정체를 드러냈겠냐.”
사실로 말해선 동삼과 한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것은 허점을 드러낼 틈도 없었다. 사소는 속으로 그래도 조금 긴장하여 기본적으로 말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다행히 동삼 그 사람도 생각이 많아서인지, 사소의 집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간략히 물었을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게다가 사소가 매우 능숙하게 물고기를 잡는 것을 보고는 어떤 허점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누나는 괜찮아?”
사소가 물었다.
“괜찮아. 말이 줄었을 뿐이야. 아침에 내가 먹을 걸 가져갔는데, 다 드셨어. 아예도 죽으려 하지 않고. 아마 이젠 뭔가 제대로 깨달았겠지.”
금하는 양악을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았다.
“대양. 어떻게 그를 설득했어?”
양악이 웃어 보였다. 사소가 앞에 있어 그는 많은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별거 없어. 그냥 설득한 거지.”
금하가 그의 어깨를 힘껏 두드렸다.
“내가 육선문의 총포두가 되면, 바로 네 직급을 올리고, 월급을 올리겠어! 이렇게 대단한 포쾌는 세상천지에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을 거야.”
그녀가 대단하다고 한 것은 양악이 아예를 잘 타일렀다는 것에만 있지 않았다. 양악은 지울 수 없는 미움이 있음에도 이를 참아내고 아예를 직접 설득시키겠다 나섰다. 이런 대단한 마음을 보통 사람이 어찌 따라갈 수 있을까.
“얼른 네가 총포두가 되길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양악이 웃어 보였다.
* * *
며칠째 평온한 날이 이어졌다. 사소 쪽에서는 동삼의 이상한 행동을 발견하지 못했고, 두 사람이 고기를 잡는 내내 서로 다툼없이 잘 지내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사소의 고기잡이 기술은 갈수록 능숙해져서 그는 매일 백 근 이상의 생선을 잡을 수 있었다. 판 것도 적지 않은 돈이라 어주도 매우 만족하였다.
잠수는 동삼의 집 칸막이 공간을 줄곧 염려하고, 칸막이 공간 안에 무슨 물건을 숨겨두었을까를 알아낼 수 있을 방법을 계속 생각해왔다. 그러나 칸막이 공간은 전부 회반죽으로 봉해졌고, 상황을 알아보려 한다면 반드시 흔적이 남아 동삼에게 발각될 터였다.
“동삼의 옆집을 빌릴 수 있어요. 그런 후 석공을 고용해서, 그들에게 뜰에 돌사자를 조각해 달라 하는 거죠. 그 후 몰래 벽을 사이에 두고 지하로 굴을 파서 동가로 들어가고, 방위를 잘 계산해서 칸막이 공간 아래로 굴을 파는 겁니다. 석공의 두드리는 소리는 굴 파는 기척을 감춰줄 거예요.”
금하의 어조는 당당하고 차분했다.
“그 생각 좋네!”
잠수는 탁자를 탁 치며 벌떡 일어섰다.
“왜 진작 얘기 안 했어. 당장 실행해야지.”
“오라버니, 조금 냉정해집시다. 사실 이 방법에는 문제가 하나 있어요.”
금하는 그에게 우선 앉으라고 눈짓했다.
“내가 계산해 봤어요. 신하성의 집세는 3개월부터 계산해요. 임대료는 적어도 은자 이, 삼백은 될 거고, 석공은 적어도 두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돌사자의 돌 재료도 더해야 하죠. 매일 식사에 자질구레한 것까지 셈하면, 적어도 은자 십오 냥은 있어야 이 일을 해낼 수 있죠.”
“그래. 그만 말해도 돼.”
잠수가 이마를 짚었다.
“즉, 우리는 그렇게 많은 은자는 전혀 내놓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래도 금하는 마지막으로 총정리를 해 줬다.
“그러니 실행이 불가능해요.”
“……대공자께서 좀 일찍 우리와 합류하실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러게요.”
금하는 길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연속 여러 날을 생선으로 요리를 하다 보니, 양악은 생선으로 만드는 온갖 재주는 다 써버렸다. 개숙도 식탁 위의 생선을 보고는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우리 고기 좀 먹으면 안 되겠냐? 썬 고기, 다진 고기도 가능해.”
금하도 생선은 먹고 싶지 않았으나, 돈을 써 고기를 사는 것을 더욱 원치 않아 양악에게 건의했다.
“대양, 우리 생선 완자 만들자. 튀겨 먹어도 되고, 탕을 끓여도 돼.”
“그래도 생선 냄새 날 텐데?”
금하가 계속 말을 이었다.
“파와 생강을 많이 넣으면 돼. 맞다, 어묵도 만들 수 있어.”
그 사이 바짓단을 높이 걷어 올린 사소가 또 생선 두 마리를 들고 돌아왔다. 생선을 양악에게 넘긴 그가 금하에게 말했다.
“오늘 좀 이상한 일이 있었어.”
“무슨 일?”
잠수도 벌떡 몸을 일으켰다.
금하는 서둘러 다정한 모습으로 걸상을 옮겨 사소를 앉게 했다.
“오빠 빨리 말해. 무슨 일인데?”
“오늘 강에 가서 아직 그물을 치지 않았는데 말야. 맞은 편에서 다른 배 한 척이 오더라. 배에는 제등(*손잡이가 있는 등.)이 있었고, 켜졌다, 꺼졌다가 반짝거리는 게, 두 번은 길고, 두 번은 짧았어. 난 보자마자 이상한 걸 알았지만, 신경 쓰지 않는 척할 수밖에 없었지. 동삼이 배 위의 제등을 두 번 가렸고, 그 후에 배는 가버렸다.”
“분명 그와 접선하는 이가 온 거야!”
금하는 듣자마자 얘기를 꺼냈다.
“나중에 어시장에서 생선을 다 팔고, 동삼이 그가 오늘 번 은자를 내게 주더라. 그러면서 말하는 게 그가 내일 누가 물건 운반하는 걸 돕느라 배를 써야 해서 나는 내일 쉬라는 거야. 그 은자는 보상이라 치라고 하면서.”
“은자를 받았습니까?”
잠수가 물었다.
“당연하지. 그가 이 정도까지 말했는데, 내가 안 받으면, 의심하지 않겠어?”
“그는 분명 배를 타고 접선하러 가려는 거야. 그래서 오빠를 보내야 한 거고. 우리 배 타고 그를 쫓자!”
별원에서 이렇게 오랜 시일을 죽은 듯이 있었는데, 마침내 상대가 슬슬 움직여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되었으니, 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매우 흥분했다.
“그물을 걷을 때가 됐어!”
날도 밝기 전에 나가 고기를 잡던 날들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사소는 한번 해보겠다며 단단히 별렀다.
“내가 다시 가서 배를 준비할게. 우리는 하구 깊숙한 풀숲에서 대기할 수 있어.”
“대양, 전병 좀 많이 구워줘. 우리 가져가서 먹을게.”
금하의 말에 양악도 입을 열었다.
“내가 갈게. 넌 갈 필요 없어.”
“안 돼. 넌 수영도 나보다 못하잖아. 게다가 두 오라버니가 있어서 내가 손 쓸 차례까지는 안 올 거야.”
심 부인이 금하를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저들 둘로 충분해. 넌 가면 안 돼!”
“이모……, 전 포쾌예요. 왜구를 잡는 일은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
금하는 좋은 말로 심 부인을 구슬렸다.
“안 돼. 너무 위험해. 넌 갈 수 없어!”
단단히 못 박듯이 말한 심 부인은 또 개숙을 돌아봤다.
“당신은 얠 단단히 지켜봐요. 만약 몰래 도망가면, 전 당신의 잘못만 기억할 거예요.”
개숙의 얼굴에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자의 억울함이 온통 가득했다.
금하는 심 부인이 이렇게 진심일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나루터에서 자신을 결사적으로 끌어당겼던 그녀의 손이 생각났다. 그녀를 위험 속으로 보내지 않겠다던 그 모습이…….
‘안 돼! 난 다시는 널 죽게 할 수 없어!’
심 부인의 그 말은 여전히 금하의 귓가를 맴돌았다.
그녀는 의심을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심 부인을 바라봤다.
“이모, 대체 왜 그러세요?”
그리고 심 부인은 복잡한 눈빛으로 금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네가 날 이모라고 부르잖아. 우리 둘은 그 인연이 있는 게지. 나는 네가 위험에 빠지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어.”
“전 이모가 제게 잘해주시는 걸 알아요. 하지만……, 이건 아니에요. 우리 엄마도 제게 매우 잘해주시고, 우리 아버지도 잘해주세요. 그분들도 늘 제게 조심하고, 신중하라 하시지만, 제가 무엇도 하지 못하게 막지는 않으세요.”
“그건 그들이 네 친부모가 아니기 때문이잖아!”
심 부인의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금하는 갑자기 넋이 나갔고, 사방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