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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166)화 (166/224)

166화

참지 못한 금하는 말이 끝나기도 전 사소에게 끌려 나왔다. 금하와 양악을 한 손에 하나씩 잡은 그는 모퉁이를 돌고 정원에 와서야 그들을 놓아줬다.

금하가 무언가 묻기 전 사소가 먼저 말했다.

“우리 누나가 말했어. 자신이 눈뜬장님이라 곁에 늑대를 키워 사람을 죽였다고. 지금 누나는 아예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다시는 그 놈을 보고 싶지 않대.”

“그럼 아예는 어떻게 됐어?”

금하가 긴장된 목소리로 묻자, 잠수가 그 사이를 끼어들었다.

“그 자식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어. 내가 눈여겨보다가 그가 방으로 돌아가 비수 들고 죽음으로 사죄한다고 하는 걸 다행히 알아차렸다.”

“그러고는?”

“내가 점혈했다. 교육도 한 판 잘 시켰고. 침상에 자빠져 반성 중이란다.”

득의양양한 개숙의 말에 금하는 개숙을 향한 존경심이 일시에 가득 솟았다.

“아저씨,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어떻게 그를 교육하셨어요?”

“내가 말했지. 네 이모가 어렵사리 그를 잘 치료해 놨는데, 그가 이렇게 죽어버리면, 그건 지금껏 모두 헛수고한 게 아니겠냐. 이건 족발 구이 한 접시와 같은 것으로 분명히 다 구워서 냄새도 죽이게 나는데, 누군가 홀랑 뺏어가 접시가 엎어진 결과지. 진실로 사람 기분 망치는 일 아니겠니!”

“말씀 정말 잘하셨어요. 끝나고 분명 그는 배고파졌을 거예요.”

금하는 다시 한 번 개숙을 높이 칭찬했다.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는 내가 모르겠고. 어쨌든 그 자식도 지금은 움직일 수 없어.”

개숙이 어깨를 으쓱 들어올렸다.

“혈은 한 시진이 지나면 자동으로 풀려. 다시 난동부리는 건 너희가 알아서 무슨 수든 생각해.”

금하가 사소를 향해 돌아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오빠, 오늘 밤 자지 말고, 아예 지켜봐. 그를 다시 죽게하지 말라고.”

“왜 그래야 해? 나는 내일 일찍 고기 잡으러 가야 해.”

“본인이 사고 친 건 본인이 수습해.”

“내가 무슨 사고를 쳐?”

사소의 태도는 당당했다.

“그 자식은 분명 첩자고, 나는 걔한테 누명 씌우지 않았다.”

“……그만해요!”

양악이 그들에게 일갈을 내뱉고는 이내 담담히 말했다.

“싸우지 말고 아예는 내게 맡겨요. 왜구의 일이 중요하니, 각자 해야 할 일은 하세요.”

양악이 화를 내는 건 극히 드물었다. 그를 본 이들 모두 얼이 나갔고, 양악은 더 이상의 말도 없이 돌아서 떠났다.

“양악 혼자 가능해?”

사소는 양악이 아예를 제압할 수 있을지가 매우 의심스러웠다.

금하는 화가 난 눈으로 그를 부라리고 보다가 별안간 또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맞다, 내가 이모한테 오빠가 쓰기 좋은 약을 배합해달라 해놨어. 빨리 가서 나랑 가져오자.”

“무슨 약? 난 아프지도 않은 데 무슨 약을 먹어?”

사소는 시끄럽게 토를 달았다.

“오빠가 쓸 게 아니라, 왜구에 대비하라고 주는 거야.”

내일부터 사소는 변장한 왜구와 같은 배에 올라 고기를 잡는다. 솔직히 말해 금하도 속으로는 사소가 걱정이 됐다.

그래서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심 부인에게 가서 사람을 혼미하게 하고, 그래서 짧은 한순간이라도 저항력을 잃게 할 수 있는 약을 배합할 수 있는지 물었다.

심 부인은 그녀에게 날이 어두워진 후 가지러 오라 했고, 지금은 거의 배합이 끝났을 터였다.

“만약 그가 오빨 의심하기 시작한 걸 알았거나, 적수가 될만하다 생각되면, 기절시켜. 잡아와서 다시 얘기하자.”

금하가 사소에게 설명해줬지만, 그는 바로 미간을 찡그렸다.

“그럼 대어는 도망갈 텐데?”

“잡아 오면, 잡아 온 대로 방법이 있지. 잊지 마. 우리 쪽엔 친절할 뿐만 아니라 아주 무시무시한 금의위 대인도 계셔.”

금하가 잠수를 입술로 가리켰다.

“북진무사에서 온 분이라 엄혹한 형벌, 고문 같은 건 분명 정통하실 거야. 당연히 이건 가장 마지막 계책이고. 가장 좋은 건 그가 부지불식간에 자신을 드러내게 하는 거야. 오빠 책임이 무겁다. 일찍 쉬어……. 참, 내일 돌아올 때 연어 꼭 사와. 두부 생선머리 조림으로 오빠 기억력 좀 채워줄게.”

“너, 이 계집애…….”

사소는 그녀의 머리를 쿡 찌르고 나서야 쉬러 돌아갔다.

“간신히 조용해졌네.”

가볍게 한숨을 돌리던 금하는 잠수가 아직 가지 않음을 깨달았다.

“잠수 오라버니, 무슨 일 있어요?”

“그가 고기 잡으러 나갔을 때, 나는 그 소두목의 집을 정탐갈 거다. 너도 갈 거냐?”

잠수가 말했다. 오늘 그는 소두목의 뒤를 조용히 밟아 그의 집이 어디인지 이미 알아뒀었다.

근데 지금 저 사람이 나와 함께 가자고 자발적으로 얘기한 거야?

금하는 사실 조금은 놀랐다.

“오라버니는 고강한 무공에 똑똑하고 뛰어난데, 그래도 내가 쓸 곳이 있단 말인가요?”

잠수는 두 손을 가슴에서 팔짱을 꼈다.

“한마디만 해. 갈래, 안 갈래?”

“당연히 가죠!”

* * *

축시 삼각(*새벽 1시 45분 경.), 사소는 문을 나섰다. 그 뒤를 이어 야행복을 입고, 복면을 입은 금하와 잠수 역시 문을 나섰다.

“만일 누군가 깨어나 발견하면, 우린 남녀 한 쌍의 대도로 가장하는 거예요! 재물을 원할 뿐 인명은 해치지 않아요.”

금하는 이렇게 잠수에게 훈계하다가 이후 그의 눈총을 받았다.

소두목이 사는 곳은 그가 돌아 들어갔던 그 골목 안에 있었고, 상황으로 보아선 빌린 집이 분명했다.

담장에서는 짙은 생선비린내가 맡아졌다. 금하가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뜰 안 어두컴컴한 처마 밑에는 절인 생선을 줄줄이 말리고 있었다.

“생선 파는 것도 좋은 직업은 아닌 것 같네. 이리 많은 절인 생선이라니. 해를 넘겨도 다 못 먹겠다.”

금하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잠수는 이미 고양이처럼 가벼운 동작으로 먼저 뛰어내렸다. 소리도 없이 창 아래로 움직인 그는 품속에서 대나무처럼 가는 은관을 꺼내어 창틈 사이로 살짝 집어넣었다.

“미향 써선 안 돼요. 안에 아이도 있어요.”

금하가 급하게 말했다.

“이건 신경 안정시키는 거야. 사람을 상하게 하진 않아.”

잠수는 가볍게 관을 불었다. 은관의 다른 한쪽 끝에서 옅은 연기가 흘러 나와 실내로 천천히 퍼져나갔다.

금하는 향 하나 탈 시간 동안 뜰에서 서성거리며 기다렸다. 창문 아래에 엎드려 조용히 기다리던 잠수는 안위향이 이미 작용을 시작했다고 짐작하고는 창틀에 비수를 집어넣어 창을 억지로 열었다. 그런 후 열린 창을 통해 실내로 뛰어들었고, 금하가 그의 뒤를 따랐다.

집은 크지 않았다. 모두 두 칸의 집으로 내실과 외실로 나뉘었을 뿐이었다.

외실에는 간단한 탁자와 의자가 놓였다. 달빛에 기대 보니 바닥에는 어린아이가 쓰는 대나무 말이 있었고, 목각 완구 몇 개가 널려 있는 것이 그다지 특별한 점이 없었다.

잠수는 일을 하는 것이 꼼꼼한 편으로 그는 지금 대들보에 뛰어 올라가 확인하고 있었다.

다리의 상처가 갓 나은 금하는 들보로 뛰어오르지 못하는 대신, 문에 걸린 발을 걷었다. 안쪽 침상에 모자는 깊게 잠들어 있는 것이 안위향의 효과는 매우 좋아 보였다.

내실의 물건도 매우 적고, 게다가 조촐했다. 이들은 항주성에서 도망칠 때, 물건을 많이 가져올 여력이 없던 듯했다.

금하는 방 안에 두 개뿐인 상자를 열었다. 그중 한 상자는 모두 평범한 옷가지로 특별한 점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한 상자의 옷가지 아래에는 화총 한 자루가 숨겨져 있었다.

건물 들보 위에서 무엇도 발견하지 못한 잠수가 내실로 들어와 화총을 보고는 미간을 찡그린 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그들은 물건을 원래의 순서대로 잘 돌려놓았는데, 어느 한 가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침대 밑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눈썰미 있는 잠수가 벽돌 몇 장이 고르지 않음을 발견했다. 손으로 들어 올리려 했으나, 벽돌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건 아마 처음 벽돌을 깔 때, 고르게 깔지 못한 듯했다.

거의 텅 빈 찬장 또한 금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살폈다. 그러나 사이 공간 같은 것은 찾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녀는 벽면을 가볍게 몇 번 눌러 서쪽 벽이 가장 냉랭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번 야간 정탐은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동삼의 신분을 증명한 것 외에는 어떤 유용한 수확도 없는 셈이었으니, 잠수는 다소 괴로워했다.

금하는 떠나기 전 구석에 있던 빗자루를 가져다가 안팎으로 조심스레 빗질을 했다. 남아 있을 수 있는 발자국을 지우고 방을 나선 후, 창틀 위의 발자국도 다시 깨끗이 닦았다.

돌아올 때 두 사람은 유달리 조심했다. 누군가 미행하면 따돌리기 위해, 일부러 멀리 돌았고, 아무도 미행하는 이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별원으로 들어왔다.

별원의 내당에 들어선 잠수는 얼굴을 가렸던 흑포를 잡아 내리고 숨을 돌렸다.

“애석하게도 헛걸음했어. 유용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집 안에 더 들인 물건이 거의 없다는 것은 그가 여기 결코 오래 머무르지 않을 거라는 걸 설명해요. 그가 뭔가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면, 그 일이 분명 머지않았다는 거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금하는 붓과 먹을 빨리 찾지 못하자 찻물을 따랐다. 손 끝에 물을 찍어 탁자 위에 그려 보였다.

“안뜰에 있을 때, 내가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18보 걸렸어요. 그런데 집안에 들어간 후에는 외실은 8보, 내실은 8보, 합하니 두 걸음이 적어요.”

잠수는 일전 그녀의 사건조사 능력을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와 함께 소두목의 집을 야밤 정탐하기로 결정하긴 했으나, 주변 사물에 대한 금하의 정교한 관찰력은 예상보다 더 그를 놀라게 했다.

“그러니까. 이 집에 칸을 막은 공간이 있다고?”

“맞아요. 내가 벽을 만졌을 때, 서쪽을 향한 벽이 습기로 축축했어요. 분명 최근에 쌓아 올려서 회반죽이 아직 마르지 않은 게 원인인 거죠.”

금하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칸막이 공간 안에 매우 중요한 것, 절대로 다른 이가 보면 안 되는 물건을 숨겼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칸막이 공간이 잠자리 근처에 있던 거예요. 만약 밖에서 누군가 벽을 뚫으면, 그도 바로 들을 수 있게요.”

“넌 무엇일 것 같아?”

“남에게 보일 수 없는 물건은 몇 개 안 돼요. 첫째, 출처 불명의 금은, 둘째, 비명에 죽은 시신, 셋째는 대량의 무기, 특히 화기죠.”

금하가 잠수를 바라봤다.

“명의 법률에 따르면, 집안에 대량의 병기, 특히 화기를 은닉하는 것은 대부분 반역죄로 걸려들어요.”

“화기…….”

비록 여전히 추측이긴 했어도, 하나, 잠수는 이미 머리가 아파왔다.

“만약 대량의 무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 설마 그가 신하성을 공격하려는 걸까?”

“그는 지금 혼자예요. 만약 화기를 은닉했다면, 분명 누군가 와서 그와 합류하겠죠.”

“금은은 아닐까? 아니면 시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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