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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164)화 (164/224)

164화

어주는 벌컥벌컥 차를 마시고는 느릿하게 말했다.

“내가 양주는 어떤 규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내 쪽은 말이지. 규정상 삼분의 일은 바쳐야 해, 알아들었어?”

오안방은 오에 하나 과세인데, 이 애송이는 삼에 하나를 먹고 있다.

이런 악랄한 놈을 봤나!

사소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으나, 얼굴은 공손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예. 전부 어르신의 규정을 따르겠습니다.”

“좋아! 따라와.”

어주는 그제야 일어나 그를 데리고 천천히 돌계단을 내려가서는 곧장 소두목의 배 앞으로 갔다.

조금 전 사소는 금하가 일부러 이 배에서 고기를 사는 것을 설핏 보았고, 이 뱃사공이 왜구의 변장임을 분명히 알아차렸다. 하지만 어주가 그를 데리고 바로 이 배 앞으로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심상치 않아. 설마 나와 금하를 이미 눈치챈 거야?

강변에서 농어를 들고 있던 금하도 이 상황에 긴장이 되어 주시하고 있었다.

“동삼이, 너 오늘 고기 몇 마리 잡았냐?”

어주가 미간을 찌푸린 채 선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다들 백여 근은 잡는데, 네 배는 사, 오십 근도 못 채워. 다 너 같으면 나는 굶어 죽어야 해!”

동삼이 바로 소두목으로 진짜 그의 이름인지, 가명인지는 모른다. 평소 안 좋은 소리가 습관이 됐는지 그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내일 더 많이 잡으면 되죠.”

“내일? 넌 매일 내일이라지…… 나도 내일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 오늘부터 이 동생과 네가 한배로 고기를 잡아. 너희 둘이 어떻게 나누는가는 내가 상관 안 해. 어쨌든 이 배의 고기는 삼에 하나는 내 거야.”

어주는 사소를 배 위로 밀었다.

“이 봐, 이봐요!”

동삼은 다소 조급해졌다.

“안 돼요.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내가 뭘 믿고 이 사람이랑 고기를 잡아요.”

“그 말은 내가 할 말이야!”

어주는 벌컥 화를 냈다.

“매일 가져오는 돈이 그렇게나 모자란데 누구 코에 붙여! 하기 싫음 꺼져!”

생선 파는 신분은 아마 위장을 위해 필요한 것일 터. 동삼은 어주와 더는 실랑이 하지 않았다. 사소를 두 눈 부릅뜨고 보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인시(*새벽 3-5시.)에 강에 나가 고기 잡는 게 가능해?”

“가능합니다!”

사소의 대답은 매우 시원스러워 동삼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

* * *

일의 진행은 예상 밖으로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동삼은 단순한 왜구가 아니라 왜구들의 소두목이었다. 사소 혼자 그와 함께 있는데, 만일 그가 사소를 계속 눈에 거슬려 한다면…….

금하만 이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이 얘기를 들은 상관희도 같은 문제를 떠올렸다.

“안 돼, 넷째야. 넌 갈 수 없어!”

그녀가 말에 사소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본좌는 그 자식 두렵지 않아. 게다가 배에 있는데, 그가 날 어찌 감당해. 물속으로 들어가면 훨씬 좋지.”

“넷째야. 그 사람은 보통의 좀도둑이 아니라, 왜구야!”

상관희는 매우 초조해졌다.

“배가 커봐야 얼마나 커. 그가 기회를 노려 널 해치려 하면, 너는 전혀 숨지 못해. 그때 널 강으로 던져 버리면, 너는…….”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지만, 이미 표정으로 모든 것을 설명했다.

“누나, 내가 잘할 거라고 기대해 주면 안 돼?”

사소는 그녀의 말에 짜증이 나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뭐야. 내 시신이 강에 버려진다고나 하고.”

상관희가 애써 몸을 움직였다. 다친 다리의 통증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넷째야. 그런 의미 아니야. 나는 네가 그의 흉계에 빠질까 걱정한 거지.”

“나도 누나가 나한테 잘하는 거 알아. 누나가 하는 건 전부 나 잘되라고 하는 거잖아.”

사소는 고뇌하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하지만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야. 난 혼자 밖에서 2, 3년 경험을 쌓았어…… 맞아, 고생스러웠어. 다치기도 하고, 감옥에 들어가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 난 멀쩡히 여기 서 있잖아?”

“넷째야.”

상관희는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으나, 사소는 그녀의 말을 막았다.

“누나, 이 일 내가 안 하면, 금하 걔들은 분명 잠입할 방법을 다시 생각할 거야. 나만 목숨이고, 다른 사람 건 목숨이 아닌가.”

“난 그런 뜻이 아니야. 넌 어쨌든 어르신을 생각해야 해. 만일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상관희의 어조는 급해졌다.

“오늘 내가 여기서 말해둘게. 설령 아버지가 이 일을 아신다 해도, 그분도 절대 다른 얘기하지 않으실 거야. 누나 안 믿겨?”

사소의 말투는 당당했다.

“넷째야. 넌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해.”

“이번에도 누나가 양절에 온 건 나 때문이야, 맞지?”

잠시 침묵하던 사소는 깊이 숨을 들이켰다. 그런 후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상관희를 바라봤다.

“누나! 내가 진작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 누나의 마음은 줄곧 날 무시해 왔던 거야? 내가 경솔하고, 충동적이라 무엇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런 적 없어.”

상관희는 반박하려 했지만, 사소는 그녀의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난 밖에서 3년의 경험을 쌓았어. 그래. 나가서 아무 성과도 없었어. 하지만 세상은 넓고 나는 즐거웠어! 내가 방으로 돌아오고, 누나가 아버지를 생각하라고 말해서, 나는 소방주가 돼서 남아야 했지. 좋아. 내가 소방주가 됐지만, 나한테 이 소방주가 무슨 소용이 있어. 방의 여러가지 일에 대해선 그들은 예전대로 누나 명령만 듣고, 나는 한낱 벽에 걸린 그림일 뿐인데!”

사소는 점점 더 감정이 격해졌다.

“게다가 누나가 이번 양절에 온 온 것도 누나는 오길 원하지 않았는데도 날 감시하려고 왔잖아. 절의 사형들과 함께 있을 때, 누나는 사저니까 내 손발을 다 묶어 놔도 나는 할 말이 없었어. 나는 사제라 당연히 누나의 통제를 받아야 해. 그런데 지금은 내가 금하와 저들이 옳은 일을 하는 걸 돕고 있는데, 누나는 또 나를 가지 못하게 해…… 그래. 누나는 나를 아주 많이, 아주 많이 도와줬어. 누나는 나보다 할 수 있는 것도 많아! 하지만 누나가 우리 엄마는 아니잖아. 누나가 이렇게 매사 간섭하고, 내 손발을 묶어버리는 건 대체 언제가 돼야 끝이 나?”

“나는…….”

말은 제대로 나오지도 못하는데, 눈물부터 솟구쳤다. 재빨리 닦아낸 상관희는 침착하게 보이려고 있는 힘을 다했다.

“좋아. 알았어. 지금부터 난 다시는 너 막지 않아. 먼저 나가 봐. 나 혼자 있고 싶다.”

사소도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돌아서자마자 방을 나섰다.

방 안은 조용했고, 불로 얼굴을 가린 상관희는 입을 틀어막아도 흐느낌을 막을 수 없었다. 사소가 이런 말을 할 것이라고는, 자신의 관심이 그에게는 오히려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 *

화력 조절을 잘 해 이제 막 튀겨낸 생선튀김은 황금빛으로 반짝거렸고,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러웠다. 탁자로 옮기자마자 향기가 사방으로 퍼져 당장이라도 먹고 싶게 사람을 유혹한다. 금하는 잘 지은 밥을 탁자로 가져오고 연이어 개숙을 불렀다.

“아저씨, 얼른 이모랑 오셔서 식사하세요. 식으면 맛없어요.”

그릇과 젓가락을 다 놓은 순우민은 금하가 생선을 몰래 먹으려는 것을 보고는 입을 가리며 웃었다.

“급해하지 마요. 양 오라버니가 부엌에서 아직 양념장 만들고 있어요. 오라버니가 생선튀김은 양념장을 뿌려야 맛있대요.”

“대양이 바로 현모양처감이군요!”

금하는 연달아 칭찬했다.

“어느 집이고 장가들면, 대양은 정말 복덩이가 될 거예요.”

마침 사소가 들어오고있어 금하는 재빨리 그도 불렀다.

“마침 잘 왔네. 얼른 와 밥 먹어.”

사소가 성큼 걸어 다가오려는 순간이었다. 바로 쫓아온 누군가가 사소의 아래턱에 둔중한 주먹 한 방을 날렸다. 놀라울 정도의 힘이라 몇 걸음 비틀거리던 그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눈앞에서 불꽃이 번쩍 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대체 누가 따라온 것인지 사소는 파악도 못했는데, 상대는 다시 주먹을 내질렀고, 동시에 맹렬한 기세로 그를 걷어찼다. 날아간 사소의 몸이 문짝에 쿵 하며 둔중하게 부딪혔다.

“아……, 아금, 미쳤어요!”

금하는 그들과 부딪혀 탁자가 뒤집힐 것을 걱정해 생선튀김을 받쳐 드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소는 발버둥 쳐 일어났다. 여전히 검은 사로 얼굴을 가린 아예를 보고는 화가 나서 길길이 뛰었다.

“너 미쳤구나!”

아예의 무공이 조금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아직 사소의 적수는 아니었다. 조금 전은 기습으로 잠깐 쉬웠던 것뿐이었는데, 그럼에도 그는 발악하듯 일어서 아무런 말도 없이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그와 싸울 가치가 없다고 여긴 사소가 순간 몸을 비키자, 기세를 거두지 못한 아예가 탁자로 엎어지며 동시에 너울 달린 모자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깜짝 놀란 순우민이 시루에서 잘 쪄낸 쌀밥을 들고 급히 옆으로 피했다. 금하는 칭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분은 당신한테 그리 잘하는데, 왜 당신은 매번 그분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거야!”

아예는 탁하게 쉰 목소리였고, 화난 눈빛으로 사소를 노려보았다.

“누구냐…….”

멈칫했던 사소는 뒤이어 상황을 알아차렸다.

“네가 나와 내 사저의 일에 대해 뭘 알아! 네가 무슨 쓸데없는 참견이야?”

“당신이 그분 마음을 다치게 하면 안 되는 거라고! 당신은 이런 식으로밖에 못하면서 그분한테 떳떳하다고!”

화가나 소리치는 아예의 말이 사소는 귀에 익숙했다. 이미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아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아예의 얼굴을 한참이나 뚫어지게 바라보던 그는 기어이 알아차렸다.

“너 아예지!”

아예는 멍하니 굳었다. 황망한 행동으로 너울 모자를 찾아 쓰려고 하며 입으로는 연신 말을 토해냈다.

“아니오, 아니오, 사람 잘못 보았소.”

한발 앞으로 다가간 사소가 너울 달린 모자를 발로 차 날렸다. 동시에 그의 인후를 움켜쥐니, 아예는 숨도 쉬지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했다.

사소는 손을 뻗어 흉터로 흉칙한 얼굴을 움켜쥐었다.

“오빠, 안 돼!”

맹렬하게 소리친 금하가 접시를 놓고 사소의 손을 떼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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