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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163)화 (163/224)

163화

상관희와는 단지 벽 하나를 사이에 두었을 뿐으로 아예는 침상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입술 가에는 한 줄기 쓴웃음이 걸렸다.

얼굴의 상흔은 이따금 가려웠다. 그가 진짜 참을 수 없어 손등으로 문지르자, 딱딱해진 각질이 어느새 떨어져 나왔다. 매우 놀란 그가 거울을 보려 했으나, 방 어디에도 거울은 없었다.

사람들은 그가 거울을 보면 불쾌할까 염려하여 그의 방에서는 일부러 거울을 모두 치웠다. 아예는 어쩔 도리가 없어 대야 앞으로 가 유심히 바라봤다.

피부가 떨어진 곳에서 희고 보드라운 새 피부가 조금 드러났다. 비록 베인 자국은 여전히 보였으나, 예전 흉포하고 두렵던 그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수면은 빛이 반사되고 있어 그가 보는 것은 흐릿했다. 그럼에도 아예의 가슴은 불안정하게 오르내렸다. 마음을 안정시키려 노력하며 재빨리 방을 나선 그는 심 부인을 찾았다.

심 부인은 아예의 피부가 벗겨진 곳을 살폈다. 거의 자신의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머지않아 몸의 상흔도 탈피를 시작할 겁니다. 가려울 수 있으니 조금 참아요. 계속 약을 바르고, 세 차례쯤 탈피를 반복하다 보면, 칼자국이 매우 옅어질 겁니다.”

날이 아직 어둡지는 않으나, 금하는 아예가 조금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 특별히 등불을 켜고, 거울을 그에게 보여줬다.

아예는 미미하게 손을 떨었다. 그는 감히 새로 난 피부를 만지지도 못하고,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그저 자세하게 들여다보기만 했다.

“그럼 제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있게 되나요?”

“당연히 원래의 모습과 같아져요. 피부가 더 검다면, 칼자국도 보이지 않겠죠.”

심 부인이 답했다.

금하는 아예가 마음의 기쁨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머지않아 너울 딸린 모자도 필요 없겠네요. 우리도 당신이 아예란 걸 그녀에게 속일 필요 없고요.”

아예는 넋이 빠졌다가 순간 바로 입을 열었다.

“아뇨. 절대 말하지 말아요. 나는…….”

“왜요? 언니도 당신 찾고 있었어요.”

“안 돼요. 그분은 내가 이전에 첩자 노릇 하느라 방에 있었다는 걸 알면, 틀림없이 날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이 생각을 할 때면, 아예는 걱정되고 불안해졌다. 기쁘던 마음이 모두 사라진 그는 돌아서 말없이 떠났다.

한숨을 내쉰 금하는 그들 생각으로 근심이 쌓였다.

“오늘 이처럼 될 줄 알았더라면 애당초 그렇게 했을까요?”

심 부인은 심지를 잡고 수월히 촛불을 껐다.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는 것이고, 그리 원망할 것도 없다.”

“이모, 아저씨가 마침내 얘기하셨으니, 이모도 대답해 주세요.”

금하가 물었다.

“두 분 언제 결혼하실 예정이세요? 제가 홍초도 다 사놨어요.”

“구태여 무슨 식을 치를 필요가 있니. 고향에 돌아가, 부모님 묘 앞에서 절하면, 일을 다한 셈이지.”

심 부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고향이 복건 천주시죠. 이모는 아저씨와 돌아가시게요?”

금하는 별 생각 없이 물어놓고 바로 자신이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음을 깨달았다.

미미하게 눈썹을 세운 심 부인이 느릿한 음성으로 물었다.

“나는 네게 고향 얘기를 한 적이 없는 거로 기억하는데. 넌 내 고향이 복건 천주라는 걸 어떻게 알았니?”

“아저씨가 말씀해 주셨어요.”

금하의 반응은 심각할 만큼 빨랐다.

“그래도 뭐라 하지 마세요. 저도 그분 무심코 한 실수로 알게 됐어요.”

“난 오라버니에게 여러 번 당부했었다. 이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할 줄 생각도 못했어.”

심 부인의 얼굴은 깊게 가라앉았다.

“오라버니는 내가 집안일에 대해서 말하는 건 매우 꺼리는 걸 분명히 알고 있어. 그런데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알게 하다니. 이걸 보니 오라버니는 전혀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었어!”

“이모, 이모…….”

심 부인은 정말로 화를 냈고, 금하는 이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다.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한가한 얘깃거리로 삼는데, 내가 어떻게 그 사람을 부모님 묘 앞에 데려갈 수 있겠니.”

“이모, 제가 잘못했어요. 제 잘못이에요. 아저씨가 말씀하신 게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그분은 정말 억울하세요.”

금하는 급하게 변명했다.

“이모의 집안에 대해 아저씨는 한 자도 언급한 적 없으시고, 입 정말 무거우세요.”

“그 사람이 아니면, 그럼 누구야?”

심 부인의 날카로운 눈빛에 금하는 어렵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제가 관가 사람이라는 거 처음부터 아셨잖아요. 도화림 그때부터, 저는 몰래 사람 시켜 이 일을 조사해왔어요. 죄송합니다, 이모. 전 단지 호기심이었고, 이모를 어떻게 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러나 심 부인은 조금도 마음을 놓지 않은 채 이어서 물었다.

“나는 네가 관가 사람이란 걸 알고 있고, 네가 육선문의 말단 포쾌라는 것도 알아. 네가 시킬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양악 한 사람뿐일 거야. 봉인하여 보관된 어떤 문서들은 네게 볼 권한이 전혀 없는 건 두말 할 것도 없지. 말해 봐, 어떻게 조사했니?”

“그게……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를 수 있고, 무슨 일이든 다 가능하죠.”

금하는 헤헤 웃는 얼굴이었지만, 머릿속은 부단히 생각했다.

때려죽여도 육 대인이라고 자백할 수는 없어!

“네 온몸을 다 털어 부서진 은자를 다 더해도 한 냥이 되질 않아. 그런 네가 무슨 귀신을 부려?”

심 부인이 고개를 기울여 그녀를 바라봤다.

“……외상도 가능해요. 이건 우리 육선문의 규정이니, 이모는 모르실 수 있어요.”

답하기가 상당히 곤란해진 금하는 더는 이렇게 추궁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맞다, 양악이 제게 부엌의 죽을 좀 봐달라고 했어요. 분명 넘쳤겠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네. 저 먼저 가 볼게요.”

그녀는 바로 뛰어갔다. 심 부인은 그녀가 다다다 뛰는 발소리를 방 안에 앉아 들으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녀석, 그래도 육 대인을 잘도 감싸주는구나. 기어코 말을 안 하네.”

사실 그녀라고 왜 모르겠나. 이 일은 먼지로 뒤덮일 만큼 오래된 일이었고, 소식 수집에 정통한 금의위가 아니면 세세한 부분까지 누가 또 어디에서 찾아낼 수 있을까.

지금의 일행 중 그녀의 속사정을 수월하게 알아낼 수 있는 육역뿐이었다. 다행인 것은 그에게는 결코 악의가 없었다. 그녀의 신세에 대한 동정 때문이었는지, 혹은 은혜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는 그녀의 신세를 공개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선 심 부인의 마음 속에도 다른 계획이 있었다.

* * *

다음날, 날이 아직 밝지 않아, 사소는 금하가 만든 헌옷, 버선, 그리고 신발을 신고, 청박하변의 큰 회화나무로 갈 준비를 마쳤다.

그가 막 별원의 문을 나서려는데,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이 그 앞에 있는 것이 보였다. 허리가 굽은 노부인은 입구에서 계속 왔다갔다 느리게 걷고 있었다.

“실례합니다만, 누구신지요?”

어디서 온 노부인이야?

영문 모르는 사소는 그저 순우민의 친척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아들아, 오늘 고기 잡으러 가는 게니. 에미가 마음을 놓을 수 없어 따라가 볼까 한다.”

노부인은 비틀거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손으로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려 하자, 사소는 놀라 바로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노부인은 허리를 똑바로 세웠다. 킥킥 대며 웃던 노부인이 원래의 목소리로 소리를 냈다.

“오빠, 나 분장한 거 비슷해? 오빠도 놀랐지!”

이제야 금하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사소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자세히 보았다.

“넌 왜 이런 분장을 했냐?”

“이렇게 분장하고 물고기 사러 가야 사람들이 알아보기 어렵지.”

금하는 자신의 분장에 매우 만족했다.

“가자!”

사소도 노는 것을 좋아하던 이라 이것도 재미있어 보였기에 그녀를 막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큰 회화나무 아래에 도착했다.

지금은 세상이 어지러웠다. 큰 회화나무 아래 생긴 시장은 이미 신하성 안의 유일한 어시장이 되었고, 매일 이곳에 모이는 물고기를 판매 배는 십여 척뿐이었다. 물고기의 양도 많지 않아서 큰 고기는 먼저 대부호와 주루에 공급해야 했고, 남은 고기를 선실 안에 놓고 팔고 있었다.

어시장은 어시장의 규칙이 있었다. 이 시장의 주인인 어주가 와야 시장을 열어 고기를 팔 수 있고, 어주가 만약 오지 않으면, 한 마리도 팔 수가 없었다. 제멋대로 막 판다면, 규칙을 어기는 것으로 앞으로는 어시장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선실 안의 신선한 생선은 팔딱팔딱 뛰었고, 큰 회화나무의 돌계단 아래쪽에는 물고기를 사려는 부인들이 빼곡히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금하가 분장한 노부인은 당연히 다른 사람을 밀치고 들어갈 수가 없었으니, 그저 사람들의 뒤쪽에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온몸이 둥글둥글하고 번지르르 기름기 흐르는 용모에 비단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하품하며 걸어왔다. 그러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알아서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

이 남자는 하는 말조차 게을러 보였다. 우선 가늘게 뜬 눈으로 각 선실 안의 고기를 살폈고, 작고 살찐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중량을 가늠하며 자신이 얼만큼의 은자를 가져갈 수 있는지 대략의 가격을 산출해 냈다. 그러고 나서야 새하얗고 뚱뚱한 팔을 허공중에서 휘저으며 길게 끌며 소리를 냈다.

“개……, 시……!”

일시에 어시장은 한바탕 떠들썩해졌다.

물고기를 고르는 이, 저울을 재는 이, 이것 저것 골라내는 이, 흥정을 하는 이……, 금하는 기회를 잘 보아 앞쪽으로 옮겨가며 일부러 소두목의 배를 찾아갔다.

“너덧 근짜리 농어 있소?”

그녀가 노쇠한 음성으로 물었다.

“없어요, 없어…….”

소두목은 귀찮아하며 손을 저었다. 이어서 그는 묵직한 초어 한 마리를 강가로 던지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열두 근짜리 초어요. 필요한 분 있소?”

금하가 그의 선실 안을 들여다보니, 안에는 고기가 많지 않았다. 다른 배보다 훨씬 적은 것이 확실히 소두목이 여기서 물고기를 잡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는 것이 명확했다.

그때 사소는 나무 아래의 등나무 의자에 앉은 어주를 찾아 자신도 고기를 잡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찻주전자 주둥이를 문 어주는 짧은 다리를 흔들며 눈을 가늘게 뜨고 사소를 훑었다.

“어디 사람이냐?”

“양주인입니다.”

“아, 좋은 곳이군. 수영할 줄 알아?”

사소는 진심으로 인내하기 힘들었지만, 가련한 척해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 잡을 줄 알아?”

사소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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