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의지하 (162)화 (162/224)

162화

“그자가 어떻게 신하성에 온 거야. 빨리 관에 보고해야 해.”

“잊었냐, 우리가 바로 관부 사람이잖아.”

“하지만 우리로선 도저히 그를 상대할 수 없어.”

양악이 고민하며 이마를 눌렀다.

“맞다. 여기는 척 장군의 주둔지야. 우린 척 장군께 보고하면 돼.”

“기다려, 기다려.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야.”

금하가 말했다.

“생각해 봐. 그자가 항주에 간 것은 하정을 호종헌에게 보내기 위해서였어. 모해봉이 이일을 그자에게 맡겼다는 건 틀림없이 그자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야. 나는 우선 그자가 신하성에서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그때 갑자기 잠수가 양악의 뒤에서 튀어나와 금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고양이에요? 어떻게 소리도 없이 걸어 다녀요?”

연달아 사소도 튀어나왔다.

“왜구가 있는데도 내겐 알려주지도 않는군. 너희 둘이 꿀꺽 삼키려는 거지?”

사소가 양악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물었다.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는 상황에 금하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고는 비통하게 울먹거렸다.

“누가 감히 오빠 걸 뺏어…… 오빠 무공 대단한 건 알지만, 이 사람은 지금 오빠가 손댈 수가 없어. 난 장기적으로 보고 대어를 낚을 거야.”

“대어를 꿀꺽하려는 군.”

사소가 그녀의 머리를 쿡 찔렀다.

“정말 그런 거 아니야.”

잠수는 두 손을 가슴에서 팔짱을 낀 자세로 그들을 언짢게 바라보고 있었다.

“너희 둘은 간도 진짜 크다. 지난번 항주에서 그렇게 큰 낭패를 봐 놓고도 이번에도 일을 숨겨? 만약 다시 무슨 일이 생기면, 난 대공자께 무슨 말을 해야 하냐!”

“좋아, 좋아. 내가 말할게. 전부 말할게.”

금하는 어쩔 수 없이 소두목을 만난 일을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

다 들은 사소는 한동안 멍해 있었다.

“네가 사람 놓쳐 놓고, 무슨 할 말이 더 있어. 우리한테 어디 가서 찾으라는 거야?”

금하는 사소는 무시하고 잠수를 바라봤다. 그는 잠시 침음했다.

“그가 요우티아오를 들고 있었다는 건 사는 곳이 분명 멀지 않다는 뜻이야.”

“그럼 집집이 다 찾아야 하냐?”

사소는 곧장 미간을 찡그렸다.

“집집이 다 찾을 필요 없어. 내일 아침 일찍 청박하 강변 회화나무 아래의 어시장으로 가면 그를 찾을 수 있어.”

금하의 말에 사소는 의아해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오빠는 포쾌가 아니니까, 내가 오빠한테는 뭐라하지 못하겠다.”

금하는 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내가 방금 말했잖아. 그 사람이 요우티아오 한 뭉치를 들고 있었고, 몸에서는 생선비린내가 풍겼다고. 그의 어깨를 스쳤을 때, 머리카락 속에는 회화나무 꽃이 남아 있고, 신발에는 비늘이 묻었는데, 비늘도 한 종류가 아니었어. 그래서 또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어시장이 청박하의 큰 회화나무 아래 있다는 걸 알았지. 그래서…… 내일 우리는 물고기를 사러 갈 거라는 거야. 대양, 담백하게 찔 거야, 간장으로 졸일 거야? 어두소탕도 정말 좋아. 몸통으로는 생선튀김을 만들어. 오랫동안 튀김을 못 먹었어.”

그녀의 말은 뒤로 갈수록 십만 팔천 리 먼 옆길로 새고 있었다. 덕분에 사소와 잠수는 멀뚱멀뚱 그녀를 바라보는 중이다.

“본론만 말할 수 없어?”

잠수는 그녀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화제를 되돌렸다. 그리고 금하는 자신의 의견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어쨌든 여러분은 지금 그에게 손댈 수 없어요. 이게 가장 중요해요.”

“왜구를 처단하지 않는다고? 남겼다가 네가 말려 밥해 먹으려고?”

사소는 흥 하며 비꼬았다.

“우리는 가흥부터 쫓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왜구를 만났는데. 죽일 수 없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잠수가 냉정한 편이었다.

“죽이지 않는 건 죽이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네가 얘기해도 상관없을 텐데?”

“나는 그의 품속에 딸랑이가 있는 걸 보았어.”

금하가 양악을 바라봤다.

“너 알지. 그한테는 아직 강보에 싸인 아이가 있어.”

양악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그는 처자식도 데리고 신하성으로 온 거야?”

사소는 분분이 화를 냈다.

“그놈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설마 아이가 있다고 면죄부를 받아? 웃기는 소리!”

“오빠, 내 말 좀 들어. 그날 항주성 밖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소두목이었고, 주변에 데리고 있는 이가 적게 잡아도 7, 8명이었어. 그리고 동양인도 있었고. 오늘 그가 요우티아오까지 자신이 나와 샀다는 건 곁에 부리는 사람이 없다고 볼 수 있어. 또 처자식을 데려와 여기 함께 있는 건 아마 일부러 사람들 사이에 숨어 살려고 그런 걸 거야.”

“설마 그가 개과천선이라도 해서 왜구와 관계를 끊기라도 했다는 건가?”

사소는 추측했지만, 금하가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해. 만약 개과천선하려 했다면, 그는 처자식을 데리고 먼 곳으로 달아나야 했어. 양절에서 멀수록 좋지.”

잠수가 이어 말했다.

“그래서 너는 그가 여기 숨어 있는 것이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 거야?”

“맞아요. 모해봉이 하정을 그의 손에 맡겼으니, 그는 절대 보통의 왜구일 리가 없어요.”

금하는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라버니들, 우리 길게 계획 세워서 대어 좀 낚아 보죠. 그가 대체 무얼 하려는 건지 보자고요.”

잠수는 잠시 침음했다.

“좋긴 좋아. 하지만 우선 그자를 찾고 주시해야 해. 그러면서도 정체를 드러낼 수는 없어. 너와 양악은 그자가 이미 얼굴을 보았어. 너희 둘은 그자가 상황을 미리 알아차릴 수 없게 그자의 앞엔 나서지 않는 게 좋아.”

“이건 의외로 쉬운 일이야.”

사소는 가슴을 쭉 폈다.

“그자가 물고기를 판다면서. 나도 배 갖고 가서 물고기 팔며 그자가 어떤 사람과 왕래하는지 볼게.”

“그쪽이? 물고기 잡을 줄 압니까?”

잠수는 그다지 믿기지 않았다.

“본좌는 어릴 때부터 강변서 자라서 물고기 잡는 건 식은 죽 먹기요.”

“오빠가 물고기 잡는 건 내가 알기로도 문제없지만…… 절대 정체를 드러내서 그에게 허점을 간파당하면 안 돼.”

금하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내게 다 생각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 큰 고기를 먹으려는데, 나도 작은 고기는 욕심부리지 않아.”

즉시 금하는 사소에게 그의 이력을 잘 짜주었다. 사소 자신의 이력과 매우 비슷했지만, 차이점은 중간에 가세가 몰락하여 친척 집에 잠시 신세를 지는 것으로, 게다가 지금 누나는 아프고, 그는 쓸모도 없는 무공만 갖고 있다. 그래도 이제는 성실하게 물고기를 잡아 돈을 벌고, 누나 병 치료를 해주고 있다는 이력이었다.

양악은 사소에게 낡은 옷 한 벌을 가져다 주려 했으나, 잠수가 먼저 지난 번 개숙이 바꿔 입은 옷을 사소에게 가져왔다.

“안 돼. 이 냄새……. 최소한 빨기는 해야 입을 수 있어.”

사소는 계속 코를 막았다.

이때도 금하가 그를 곤경에서 구했다.

“이건 안 돼요. 이 사람은 항주에서 아저씨를 봐서 그분 옷은 입을 수 없어요. 만일 그가 눈에 익다고 느끼면, 또 일 망치게 되는 거예요.”

이 말에 사소는 무거운 짐을 벗은 듯했다.

최종 해결책으로 금하는 사소의 옷과 버선 하나씩을 안고 나가 자신이 책임지고 낡게 만들어 오겠다고 했다.

“너희 육선문은 진짜…….”

잠수는 사실 몇 마디 칭찬의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입까지 말이 나왔건만, 한순간 어찌 말을 이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양악은 그가 또 비꼬는 말을 하려 한다고 생각하고는 바로 자신이 먼저 얘기했다.

“낡게 만드는 일은 금하에게 맡기면 됩니다. 그녀는 사소한 일 처리를 잘해요. 흠 잡을 곳 하나 없이 완벽하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겠지만, 전문가조차도 허점을 알아볼 수는 없을 거예요.”

잠수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자신이 결코 무시하려는 의미가 아니었다는 뜻으로 웃어 보였다.

“내가 이제야 알았어. 대공자께서 너희를 육선문에서 차출한 건 정말 이유가 있으셨던 거야.”

* * *

사소는 상관희에게 약을 가져다주면서 금하의 계획을 그녀에게도 알렸다.

“내가 요즘 정말 할 일이 없어서 답답하다고 생각했거든. 이런 일을 하게 될 줄 생각도 못 했네. 계집애 말로는 제대로 못해도 대어는 잡을 수 있다 해.”

그가 홀로 험한 일에 나서게 되었으니, 상관희의 마음은 매우 불안해졌다. 그러나 또 막기는 힘들어 저도 모르게 얼굴에 근심이 서렸다.

“누나 돌봐 줄 사람 없을까 봐 걱정돼?”

사소는 우울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 오히려 위로했다.

“내가 금하와 잘 얘기했고, 걔가 누나 잘 돌봐 줄 거야. 그리고 심 부인도 여기 계시니, 누나 상처도 걱정할 필요 없어. 참, 심 부인은 우리가 호칭을 하루 빨리 육 부인으로 바꿔 불러야 해.”

상관희가 웃었다.

“알아. 육 대숙께서 이리 오랫동안 기다리셨는데. 드디어 때가 된 거지.”

“마땅히 그랬어야 했지. 그분 간이 작아서 차마 말도 못했던 거고. 만약 더 일찍 말했으면, 애들이 벌써 커서 심부름 다녔어.”

사소는 약이 식을 것 같은 걱정에 그녀에게 마시라고 건넸다.

상관희는 약을 받아 한 입 한 입 천천히 마셨다. 그런데 사소가 잠시 앉지도 않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해 물었다.

“왜 또 서둘러?”

“저 계집애가 내 옷으로 헌 것 만드는데, 비벼서 구멍 몇 개 만들지 몰라. 가서 한 번 보려고.”

상관희는 순간 멍해졌다.

“네 어떤 옷?”

“양주에서 누나가 나 아버지 만나라 하면서 누나가 고르고, 내가 억지로 입었던 그거 있잖아.”

사소는 이미 멀리 가 있어 목소리는 바깥 먼 곳에서 들려왔다.

상관희는 보라색 비단 옷을 입었던 그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몰래 한숨을 내쉰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내가 골라준 것을 알면서도, 넌 또 왜 하필…….”

약은 점점 식었고, 그럴수록 한층 쓰고 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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