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의지하 (161)화 (161/224)

161화

“잠항을 공격할 수 있을지는 제가 아직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보면, 간신히나마 방법이 생기긴 했습니다. 하지만 장군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좋습니다, 좋아요. 장군님 쪽은 제게 맡기십시오.”

왕숭고가 한시도 지체할 수 없어 웃으며 밖으로 걸어나갔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방법이 만약 유용하다면, 장군께서 첨사께 잘못을 인정하는 차를 따르실 겁니다.”

말이 다 끝나기도 전, 그는 이미 십여 보 밖으로 달려 나갔다.

문을 닫은 잠복이 의아한 시선으로 육역을 바라봤다.

“대공자, 정말 잠항을 공격할 방도를 생각해 내신 겁니까?”

육역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방법입니까?”

잠복은 매우 궁금해 했다. 그를 본 육역이 간단하게 답했다.

“방법은 바로…… 더는 잠항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지.”

“……!”

* * *

가까스로 손수건 세 변에 바느질을 하고서야 심 부인에게서 빠져나온 금하는 제일 먼저 개숙을 찾았다. 그녀는 개숙이 지붕 위에서 자신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이번만큼은 한껏 기뻐할 거라고 그녀는 짐작했다.

“아저씨, 방금 다 들으셨죠?”

그녀가 히히 웃으며 다가갔으나 개숙은 근심하는 표정이었다.

“왜 그래요? 우리 이모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왜 아직 여기 앉아 계세요?”

“그니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정확히 말 안 했잖아. 만일 원하지 않는다면?”

“이모 말뜻은 당연히 원하는 거죠. 그리고 아저씨가 말씀하길 계속 기다리셨대요……. 하, 아저씨는 어떻게 깨닫질 못하세요!”

금하는 조금 급해졌다.

“설마 아저씨는 아직도 우리 이모가 먼저 얘기하길 기다리세요?”

“아니야. 내가 그건 아니고……, 그니를 난처하게 할까 봐 그래.”

“아저씨가 말하지 않는 게 이모를 더 난처하게 하는 거예요.”

금하가 그를 잡아끌며 격하게 자극시켰다.

“아저씨, 사정은 이미 다 물어놨잖아요. 우리 이모도 아저씨 계속 기다리셨다고 말씀하고요. 그런데 명색이 남자가 이런 말까지 다 들었으면, 이번에는 대범하게 여자 앞으로 가야 합니다. 아저씨가 직접 가서 아내로 맞고 싶다고 말하세요. 다시 자라처럼 움츠러들면, 저도 아저씨 무시할 거예요!”

“그니가 내 스스로 말하길 기다리는 건 내게 단념시키기 위해서는 아닐까?”

개숙은 여전히 주저했다.

“허튼 생각하지 마세요. 아저씨는 무공이 있으니까, 서두르면 아이는 모두 셋을 낳으실 거예요.”

금하는 원래 그를 밖으로 내보내려 하다가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만요. 아저씨 정리 좀 하셔야겠어요. 먼저 목욕하시고, 수염을 깎으세요. 머리는 빗어 잘 정리하시고, 또 옷 갈아입으시면 거의 되겠네요.”

“……목욕도 해야 해? 그렇게 번거로울 필요가 있을까?”

금하의 어조는 신중했다.

“반드시 해야죠, 아저씨! 생각해 보세요. 아저씨가 물어보면, 우리 이모는 대답하겠죠. 그 뭐냐. 쌍방이 이제 서로 좋아하는데, 바깥엔 바람도 조금 불고, 꽃들도 좀 피고, 분위기 또 좋으니까 아저씨가 이모를 안아주셔야 할 거란 말이죠. 그런데 아저씨가 목욕을 안 하시면 결과적으로 온몸에선 쉰내가 폴폴 나고, 그럼 안자마자 바로 우리 이모를 냄새로 기절시키는 거예요. 이게 맞는 얘기 같아요?”

“그니가, 그니가 내가 안게 둘까?”

개숙은 차마 상상할 수도 없었다.

* * *

사소는 부엌으로 가서 개숙의 목욕물을 끓였고, 양악은 개숙의 수염을 깎고 머리를 빗겨 드렸다. 그리고 개숙과 비슷한 체격의 잠수는 자신의 옷을 개숙에게 빌려줬다.

금하와 순우민은 상관희의 방에서 성혼의 절차에 관해 얘기를 나눴는데, 세 명의 미혼 아가씨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풍습에 따르면, 성혼은 문명, 신랑 측에서 사람을 보내 신부의 이름 생년월일 등을 물어 보고, 납채라 하는 납폐를 보내고, 납길, 좋은 날을 택일하여 신부집에 알리고, 납징, 중매인과 함께 여자 쪽에 귀한 예물을 보내고, 청기, 혼인 날짜를 알리고 허락을 받는 일을 진행하고, 친영,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신부를 맞이하여 혼례를 거행하는 일의 6단계가 있어야 했다.

다소 간단히 한다해도, 납채, 납징, 청기, 친영 네 항목의 절차는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개숙과 심 부인의 성혼은 심 부인이 비록 망문과부라 해도 재혼인 셈이었으니, 풍습상으로 어찌 해야 마땅한지 그녀들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제 기억으로는 예전에 집안 언니가 시집가는데, 돈과 보석 외에도 장식품, 휘장, 침구, 베개 등을 혼수로 마련했어요. 그런 후 악대가 나팔을 불고 북을 치며 떠들썩하게 와서 혼수를 보냈어요.”

순우민이 기억을 돌이켰다.

“그중 휘장과 베개 위에는 신부 본인이 수를 놓는 것이 가장 좋아요.”

상관희가 말했다.

“설령 서툴다고 해도, 베개 두 개는 수를 놓아야 하죠.”

금하는 와와, 탄복하며 물었다.

“남자 쪽 빙례(*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보내는 예물.)는요?”

“소, 돼지, 양, 예물, 옷감 등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형포지의, 검소함을 잃지 말자는 걸 의미한대요.”

의견을 보태던 상관희는 마음이 살짝 씁쓸해졌다. 3년 전 사가는 빙례를 보냈고, 그녀의 집은 혼수를 보냈다. 그러나 결국에는…….

가진 돈에는 한계가 있어 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 했기에, 금하는 즉시 결단을 내렸다.

“이왕 검소하자고 한 이상, 포만 있으면 됐어요. 혼수에 관해서는, 심 부인께서 수놓은 손수건이 많아요. 그러니 책임질 수 있으실 거고…… 다른 물건 중에 홍초는 꼭 있어야 하는 거니 제가 거리에 나가서 둘러보고, 있으면 우선 사올게요. 그분들이 이 며칠 내 쓸지도 몰라요.”

어제 성으로 들어올 때는 날이 이미 저물었다. 신하성은 금하에게 여전히 매우 낯선 곳으로 그녀는 내키는 대로 걷다 보니, 서 할아범의 말대로 성 안 모든 사람이 불안을 느껴 걱정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길가의 행인들은 제 갈 길로 가기 바빴고, 점포 안의 흥정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이 상품과 대금을 주고받는 정산이 더없이 간단했다. 경술년 알탄(*몽고의 알탄 칸이 북경까지 내려와 포위하고 약탈한 경술지변을 뜻함.)이 경성 바로 밑까지 쳐들어왔던 그때의 경성도 아마 이런 모습이었을 터였다.

금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향초 가게를 찾아 들었다. 두 개의 홍초를 사고는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창문 장식용 붉은 전지(*종이를 오려 여러 가지 형상이나 모양을 만드는 종이 공예.)도 몇 장을 샀다. 붙여 놓으면 분명 매우 즐겁고 경사스러울 터였다.

금하가 종이에 싼 초를 안고 돌아오는 도중이었다. 맞은편에서 요우티아오(*기름에 튀긴 꽈배기.) 한 묶음을 들고 오는 이가 있어, 무심코 바라보던 금하는 바로 비키려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바로 항주성 밖 마을의 왜구 소두목이라는 사실을 문득 알아차렸다.

그가 왜 여기 있지?

금하는 순간 두려워져 빠르게 옆으로 피하고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금 그녀는 심 부인이 지은 연자줏빛 저고리를 입고 있었고, 머리도 심 부인이 빗겨 줘 매우 아가씨다운 얌전한 모습으로 그날 서로 싸우던 때의 외모와는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니 소두목은 그녀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어도, 그녀가 그날의 포쾌라는 것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몇 걸음 더 걸어간 후, 금하는 자연스럽게 돌아섰다.

“앗차, 잊었네.”

그녀는 살 물건을 잊은 것처럼 여유 있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추종술이 특기인 금하에게 미행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좌우의 상점을 구경하며 눈꼬리의 곁눈질만으로 소두목을 주시했다.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서 소두목은 길모퉁이를 돌아 바로 골목으로 들어섰다.

꺾어 돌아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금하는 그쪽은 포기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가다가 어느 과자점 앞에 서서 과자를 고르는 체했다.

한참을 골라도 소두목이 나오지 않자, 금하는 정승떡 몇 개를 고른 후 주인에게 물었다.

“제가 성 동쪽의 순우 어르신 댁에 가려 하는데요. 이 골목으로 가면 조금 더 가까운가요?”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이 골목은 청박하青泊河로 통합니다. 순우 어르신 댁으로 가려면 멀리 돌아가게 되지요.”

“청박하? 참, 제가 생선을 사야 하는데요. 여기 어시장은 매일 몇 시에 시작해요? 어디에 있어요?”

금하가 또 물었다.

“이 골목을 지나 동쪽으로 가면 큰 회화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 아래가 바로 어시장이죠. 아가씨가 살아 있는 걸 사려면 일찍 가야 해요. 어시장은 매일 묘시초(*묘시초 卯时初 : 묘시는 오전 5-7시 사이. 묘시초는 대략 5시 40분 이전을 뜻함.)에 시작하지만, 진시(*오전 7시 - 9시 사이.)가 못 되어 전부 다 팔리지요.”

금하는 웃으며 주인에게 감사한다 하고 돈을 셈한 후 떡을 들고 돌아왔다.

별원으로 들어서자마자 금하의 앞에는 얼굴 가득 기쁨이 넘치는 개숙이 오고 있었다. 아마도 이미 심 부인에게서 듣고 싶은 말을 들었으리라.

“넌 어디로 달아났었냐? 조금 더 늦었으면, 네 이모가 너 찾으러 나가라고 했을 걸.”

금하는 홍초를 그의 품에 안겨줬다.

“경사가 가까워진 것을 알았거든요. 보세요. 가장 중요한 물건을 제가 사갖고 왔지요! 이것만 있으면, 원하는 어느 때나 신방 차리셔도 돼요.”

“너 이 녀석, 조금 진지하면 안 되겠니?”

개숙은 입으로는 꾸짖으면서도 손으로는 홍초를 애지중지하며 잘 챙겼다.

“제가 말한 것이 다 진지한 일이에요!”

금하는 정승떡을 들고 붉은색의 전지 큰 묶음을 안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대양, 나 좀 도와 줘!”

내당으로 들어간 금하는 물건을 내려놓고 양악을 불렀다. 그런데 다리가 불편한 상관희를 제외한 모두가 모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순우민이 전지 한 장을 펴보니, 어약용문(*사업이 성공하거나, 지위가 높이 오르길 기원.)에, 복수쌍성(*부부의 행복과 장수 기원, 생신 축하.)에, 연년유어(*새해, 해마다 여유롭기를 기원.)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오므려 웃었다.

“원 낭자, 그 주인이 재고떨이한 거 아닐까요. 봐요. 이건 생신 축하용, 이건 새해용이고, 결혼 축하용이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 가게에 결혼 축하 전지가 많지 않아서 제가 다른 것도 다 달라고 했어요.”

금하가 토실토실한 아기가 잉어를 안고 있는 전지를 들고 웃었다.

“괜찮아요. 우리 전부 붙여요. 우리 이모한테 장가든다는 건 아저씨께는 대수(*50세 이상 노인들의 매 10주년 생일.)에 새해를 맞는 의미와 같은 거예요.”

“누가 그러든!”

반박한 개숙이 진지하게 정정해 줬다.

“그런 것들보다 백배 이상 기쁜 일이지.”

모두들 기뻐하며 한껏 웃었다.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틈을 타, 금하는 양악을 슬그머니 밖으로 잡아끌었다. 오늘 소두목을 만난 일을 얘기하자, 그는 크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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